2015년 7월 26일 일요일
2015년 7월 6일 월요일
어느 날
1.
서점에 가보면 시대가 흐를 수록 점점 더 야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과거에는 "주식, 부동산, 재테크" 등으로 점철된 각종 "성공"을 향한 인생지침서, 자기계발서들이 난무하더니, 이제는 "인문학"을 빙자한 것들이 난무하는 것 같다. 그다지 시덥지도 않을 것 같은 "성공한 개인"들의 인생 철학들은 300%는 족히 되보이는 줄간격과 자간으로 200쪽도 안되는 양을 겨우 채워, 1만원권 문화상품권을 내고도 5000원은 더 쥐어줘야 하는 가격에 잔뜩 책장에 진열되어 있다. 약속을 기다리는 건지, 책을 보러 온건지 알 턱이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은 책장앞에 얼쩡거리고 있다. 모두들 그 "인문학"을 읽으면, "성공"에 다가갈 수 있는 건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사색하지 않으려하거나, 도무지 신중해지려 하지 않는 무지한 우리 모두를 위해 "인문학" 전문가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알려주려고 인문학을 빙자한 값비싼 폐지들을 그렇게도 많이 출간하는 건지, 아니면 "성공"을 대놓고 써놓는 게 너무 천박해보인다는 걸 깨달은 우리 모두가 "인문학"을 방패삼아 여전히 "성공"을 쫓고 싶은 건지. 어쨌건, 500만원으로 20억을 벌었다거나 하던 과거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건 없어보인다. 인문학이고 나발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오천원 짜리 "논어"는 여전히 시간에 썩어가고 있다.
2.
먼 과거, 어떤 경제학을 공부하시는 선생님께 평소 어떤 취미를 가지시는 지 여쭤본 적이 있다. 그 선생님께서는 조금은 거창하게 "인문학"을 읽는다고 말씀하셨다. 평소 열린 관점들을 여러 번 선생님께 배운 적이 있어, 상당히 기대하고 어떤 책들을 읽으시는 지 물었다. 경제학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정적 행위들에 대한 이해를 위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라던가, 학자로서, 연구가로서의 고뇌를 생각하며 "파우스트"를 숙독하신다던지라는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다. 선생님께서는 시중에 나온 각종 인생지침서, 자기계발서들을 읽는다고 하셨다. 그런 책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신다고 하셨다.
3.
어린 시절 가장 역겨웠던 순간 중에 하나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49가지 이야기인가 하는 흔히 널려 있는 이야기 모음집을 읽을 때였다. 온 갖 따뜻한 이야기들이 널려있었다. 집안사정으로 신문배달 하던 9살 소년이 짠해서 먹을 것을 하나씩 주던 아주머니를 그 소년이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찾아가 보답한다던가,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자신이 먹을 것을 희생해가던 어린 소녀이라던가, 뭐, 유명한 나폴레옹 이야기라던가. 그 책이 역겨웠던 이유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죄다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성공한 음악가"가 되고, "성공한 정치인"이 되고, "성공한 자선가"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야 "성공한 XXX"가 된다는 건지, "성공한 XXX"가 되어야 마음이 따뜻한 사례가 된다는 건지. "성공한 XXX"가 강조되는 것 같아서 무지 역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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