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최순실과 할로윈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뜨겁다. 세상에나 조선일보와 한겨례가 한마음 한뜻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병우를 파다가 주필이 쫓겨나 입 다물던 조선일보는 이제 박근혜정부가 끝났다고 판단했는지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목소리를 내고 있다. JTBC가 최순실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 PC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건의 중점을 파고 들며 쟁점을 리드한다면, TV 조선은 최순실 씨 주변모두와 모든 것을 샅샅이 털어내고 있다. 살다살다 TV조선이 대통령 하야 시위를 담백하게 보도하는 걸 목격하기도했다.

  
  테니스를 함께 쳤던 한 어르신은 점심 와중에 혹시 저녁에 술약속이 있으시냐는 질문에 이런 시국에 술약속이 말이 되냐고 되물으시며, 당연히 저녁에 시위 나갈 것이라고 단언하셨다. 오히려 물었던 분께 시위 안 나갈꺼냐고 격하게 되물으시기도 했다. 평소 여당 지지 의중을 드러내셨던 분이셔서, 나는 대단히 놀랐다. 그 분은 밤에 잠이 안올 지경이라고 하셨다. 이런 바보같은 정부 밑에서 법과 규율을 지키면서 살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셨다고 하셨다. 함께 식사를 했던 다른 어른들도 모두 공감하시는 듯 했다. 과연 주말을 거치며 청와대가 어떤 수습안을 내놓을지,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떻게 이루어질지, 청와대 압수수색은 임의제공으로 그대로 끝날지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있을 즈음. 어떤 까만 옷을 입은 대학생 한명이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마스크팩 같은 걸 얼굴에 쳐 붙이고 나온 줄 알았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 면면에는 빨간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내 옆에 있던 친구가 알려줬다. "할로윈"이라고. 가면처럼 꾸민 얼굴을 한 여학생 세 명도 봤고, 귀신같은 차림에 핏자국을 나란히 묻힌 젊은 커플도 지나갔다. 내 스마트폰 화면에는 할로윈 파티를 갈지 말지 고민한다는 누구의 채팅 내용이 떠있었다. 


  "할로윈"이라는 단어 하나를 놓고 끊임없이 빈정거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 종일 했다. 투표연령에 관한 생각도 했고, 청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전쟁이 나도 이태원에서는 할로윈 파티를 하겠구나 싶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올리려고 이태원 클럽에서 멍청하게 화장한 얼굴을 떼거지로 셀카나 찍겠구나 싶었다. 뭐 노는 것과 국정은 별개니까. 친구들과는 "단오절"에 관한 농담을 했다. 차라리 단오절에 그네타고, 창포에 머리나 감는 게 낫겠다며 웃었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아서 참으로 좋은 일이다. 세상 멍청한 일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