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1일 목요일

Batman v Superman : Dawn of Justice



  가장 먼저 나왔던 예고편을 잊을 수가 없다. 강화수트를 입은 배트맨이 하늘에 떠있는 수퍼맨을 향해 묻는다. "Tell me.. Do you bleed?... You will.." 세번째 예고편에서 수퍼맨의 주먹을 막는 배트맨과 당황하는 수퍼맨, 그리고 예고편의 시작과 함께 보여준 무게감 넘치는 배트맨의 액션신은 정말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엊 그제 개봉한 이 영화는 모든 걸 망친 것 같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세 가지는 렉스 루터는 왜 수퍼맨과 배트맨에 집착하는것인가 하는 점, 원더우먼은 도대체 왜 나오는 것인가 하는 점, 배트맨은 왜 수퍼맨에 그토록 집착하다가 갑자기 한 편이 되어버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외에도 당황스러운 점들은 여러가지 더 있다. 수퍼맨은 왜 맨 오브 스틸에서는 조드 장군에게 my mother를 괴롭히지 말라고 그토록 외쳐놓고 이제와서 Martha를 구해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건지, 도대체 그 잭이라는 사람과 웨인 그룹의 직원들이 배트맨에게 얼마나 대단한 의미를 가진 사람들인건지, 수퍼맨은 저 멀리 사막에 떨어져있는 로이스 레인은 눈깜짝할 사이에 찾아와서 구해놓고, 어머니 문제는 왜 렉스 루터에게 그리도 쉽게 굴복하는 건지, Injustice에서나 볼 법한 독재자 수퍼맨이 지배하는 세계와 플래시의 등장은 아무 상관도 없어보이는데 왜 껴놓은 건지, 삭발당한 렉스 루터가 온다고 온다고 그리도 소리치던 "그들"은 관객들이 스스로 그냥 상상해야 하는 건지, 원더우먼이 수퍼맨과 배트맨을 돕는 이유는 그저 관객들이 이미 저건 원더우먼이라고 알고 있어서 그런건지, 메트로폴리스를 다 개박살내놓은지 2년도 안된 것 같은데, 이번에는 고담까지 아예 개박살내는 패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냥 창을 가져오면 될 걸 왜 저 괴물을 고담시내까지 데리고 오는 배트맨은 생각이 있는 건지, 로이스 레인은 둠스데이를 죽이는 데 창이 필요한지 어떻게 알았을지, 그 창은 또 왜 물구덩이에 던져놓고 거기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건지 참. 뭐 여하튼 늘어놓으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로 의문스러운 점 투성이다. 남들은 액션과 CG가 좋았다는 데, 내겐 그저 배트맨의 액션을 빼면 마치 눈이 마비된 것 같은 느끼함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는 그런 영화였다. 벤 애플렉의 배트맨이 정말 멋졌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건질게 없었다. 



  Dawn of Justice는 정말 많이 기대했던 영화다. 단지 역사적인 코믹스 영웅 둘이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둘의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서로 이질적인 흥미로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배트맨은 오랜 시간 "공포"와 "어두움"이라는 상징으로 범죄자들을 "척결"하고 "처벌"하는 존재다. 초인이 아니라, 단련된 한 명의 인간이므로, 그는 힘들어하고 지쳐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그는 (+)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를 없애는 데 집중한다. 브루스 웨인이라는 아이덴티티는 그에게는 오히려 하나의 가면이다. 영화에서도 나타났듯이 그에게 완전한 선이란 없다. 힘이 가진 위험성과 타락을 경계하며, 인간이기에 가지는 나약성과 폭력성에 대한 고민또한 함께 안고 있다. 그는 자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캐릭터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놀란의 다크나이트나 유명한 코믹스인 아캄 어사일럼, 킬링 조크 같은 작품에서도 나타나듯 배트맨 스스로 조차도 자신을 조커와 비견할 정도 상당한 강박과 그로인한 정신적 고충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악에 대해 굉장히 폭력적이고 억압적이면서 정신적 고뇌까지 안고 있는 배트맨이 불살(不殺)이라는 원칙을 철저히 사수한다는 것 또한 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자 매력이다.
  Dawn of justice에서도 그는 수퍼맨이 변절할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를 처단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사람이란 중력에 이끌리듯 악해질 수 밖에 없다고 믿는 듯하다. 배트맨에게 수퍼맨은 아무리 선하고 많은 사람들을 구해 온 존재일지 언정, 단지 외계인일 뿐이다. 그는 인간이라는 동질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간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선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맨 오브 스틸에서 조드 장군을 죽이고 울부짖었던 것이 수퍼맨이고, 자신에게 맥주를 부은 트럭 운전사의 트럭을 완전히 박살내놓은 것은 물론 자신을 감시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위성을 아무렇지 않게 부순 것도 수퍼맨이다. (연출의 문제이겠지만) 맨 오브 스틸에서 수퍼맨은 주변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박살나는 것 보다는 조드 장군과 싸우는 데 집중했다. 만약 자신마저 수퍼맨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인간세계는 아무렇지 않게 지배당할 것이라는 두려움까지 배트맨은 가질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이 수퍼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무력감과 단지 수퍼맨이 지닌 힘에 대한 질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도 가져야한다.


  수퍼맨은 그 상징적인 화려한 컬러처럼, 어쩌면 무조건적일지도 모르는 밝음을 지닌 캐릭터다. 영화에서 마치 예수로 형상화 해놓은 것 처럼, 수퍼맨은 빛이고, 밝음이며, 희망이고, 영웅이다. 그는 악당을 물리치는 것도 물리치는 것이지만, 많은 다수의 사람들을 초인적인 능력이 구해내는 이미지가 더욱 그를 대표한다. 압도적인 힘은 그에게 압도적인 여유를 주었다. 그는 선 그 자체다. 마치 플라톤이 철인왕을 꿈꿨던 것처럼, 수퍼맨이라는 캐릭터에는 바로 그러한 철인영웅과 같은 모습이 있다. 수퍼맨이라고 마냥 여기저기 다 죽이는 건 아니다. 단지 압도적인 힘이 있기에 그럴 필요를 단지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선한 건 태초부터 선했다기 보다, 친부와 양부모의 교육과 훈육 덕분인 것 같다. 영화에서도 나오듯 단지 아버지가 인간에게 희망이 되라고 했으며, 단지 어머니가 영웅이 되라고 했을 뿐이다. 심지어 맨 오브 스틸에서 그는 유일한 동족이었던 조드 장군마저 단지 자신과 하등 상관없는 인간들을 위해 "살해"한다. 
  수퍼맨은 자신이 선하며, 선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치 예수처럼 그가 행하는 일이 바로 "선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자신을 따뜻하게 돌보아준 양부모가 있으며, 정신적으로 리드해준 친아버지가 있다. 여기에 진심으로 믿고 따르며 자신을 감싸주는 로이스 레인이라는 애인도 있다. 그의 엄청나게 압도적인 힘과 초자아적으로 훈육된 선함은 딱히 그를 악으로 유혹될 필요도 못느끼게 한다. 인간들이 자기를 두려워하지만, 그 인간들은 단지 자신이 구해주고 구원해주어야할 존재들일 뿐이다. 자신이 선하며 그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고 끊임없이 수퍼맨은 표현하고 보여준다. 그는 어떠한 폭력과 억압 또한 잘못된 것이며, 자신이 그것들을 막아줄 방패이며, 방파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렉스 루터. 그는 수퍼맨의 숙적이다. 배트맨이 음지에서 조용히 단련된 최고의 인간이라면 그는 어쩌면 양지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최고의 인간이다. 초기에는 단지 또라이 같은 과학자같은 설정이었다지만, 그에게도 굉장히 멋지고 훌륭한 설정이 있다. 영화에서는 단지 싸이코같은 이미지였지만, 렉스 루터는 자칭 혹은 타칭 인간세계 최고의 인간이다. 초인적인 피지컬은 없을지는 몰라도 뛰어난 지능과 이를 활용한 기술들은 아이언맨 못지 않다. 그의 지능은 수퍼맨의 클론마저 만들어냈을 정도이다. 그는 자수성가하여 자본주의 최고의 사업가로 올라섰으며, 항상 기부와 자선을 하고,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활용해 겉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낸다. 어떤 코믹스에서는 그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통령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최고의 명예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스스로 이룩했다는 엄청난 자부심도 가진 캐릭터이다. 
  이렇게 보면 그가 수퍼맨에게 집착하고, 수퍼맨을 저주하는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산전수전 다겪으며 성공을 하나하나 쟁취하고 성취를 이루며 명예를 얻은 그에게 수퍼맨은 일종의 금수저이고 낙하산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 외계인이 말도 안되는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하더니 영웅으로서 숭배받는다. 그에게는 미칠 일일 것이다. 스스로 일어섰다는 자부심과 자기애는 수퍼맨의 존재자체를 그에게 위협으로 만든다.





  과연 플라톤의 철인왕이 가능한가? 이 질문에 칼 포퍼는 철인왕이란 권력을 원한 플라톤의 열등감적이고 비열한 사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영화에서 렉스 루터는 The power can be innocent라는 격언이 가장 오래된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역사를 되짚어 봐도 권력은 언제나 타락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수퍼맨은 정말 멋진 이야기거리를 가진 캐릭터다. 그는 엄청나게 강한대, 자꾸 본인이 선하다고 말하며, 선한 일만 골라서 한다. 결정적으로 그는 외계인이다. 아무리 지구인으로 살았다지만, 어쨌건 그는 이종이고, 외계인이다. 수퍼맨이 선한 건 단지 그가 "선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일 뿐이다. 어제까지 선했다 한들, 영화에서 등장한 환상에서처럼 느닷없이 괴물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수퍼맨은 선하다. 그는 어차피 코믹스의 캐릭터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는 어차피 처음부터 선하기로 설정이 되있었고, 결정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같은 세계관에 사는 배트맨은 그걸 알턱이 없다. 수퍼맨의 파워가 메트로폴리스를 어떻게 박살냈는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는가. 만약이지만, 그가 어느 날 인간들을 적대하거나 혹은 지배하려 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단지 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선하다는 의도가 오로지 그의 내면 안에 있다는 사실은 타인들 혹은 객관세계에서는 "임의적"이라고 칭해질 뿐이다. 그가 마음 먹는 즉시 인간세계는 처절하게 박살날 것이다. 크립톤인들의 테라포밍을 수퍼맨이 막았다지만, 그게 단지 동족 간 이익 싸움에 불과한 것일지 알턱이 있는가. 따라서 배트맨에게 그는 위험한 인물이다. 배트맨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혹은 힘을 가진 이들이 타락했는지 보았다. 소담과 고모라의 이름을 합친 고담시티에 얼마나 선한 인간들이 남았는지 영화에서 배트맨 스스로가 묻지 않았던가. 배트맨은 수퍼맨을 견제하려하고, 그의 타락에 대비해 그 힘에 대결할 준비를 해두고자 한다. 



  수퍼맨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과연 자신이 정말 신처럼 모두를 구하고 구원할 수 있는가? 자신이 구함으로써 구할 수 없었던 인간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인류세계의 일원이며 한 편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득하나. 꼭 설득해야하나. 선함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힘에 월등히 하등한 인간들을 굳이 도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우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인간들의 기대가 커지고, 그 기대가 좌절됨에 따라 받는 비난이 늘어갈 것인데, 과연 이것을 견뎌낼 수 있는가. 힘을 어떻게 공평하게 사용해야하는가.


  배트맨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과연 자신이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저 외계인에 대항 할 수 있는가. 수퍼맨의 압도적인 힘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가.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수퍼맨이 선을 행하는 데, 자신의 역할이 꼭 필요한가. 자신이 지닌 폭력성과 억압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변명을 해야하는가. 모두가 반드시 악하고 타락하는가. 수퍼맨과 인간은 반드시 다른 종족이고, 다른 세계의 개체로만 봐야하는가. 


  "You know the oldest lie in America, senator? It's that the power can be innocent." Dawn of Justice는 무지 멋진 질문도 가지고 있었다.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책임을 반드시 불러오는걸까. 렉스 루터가 극 중에서 말한 것처럼, 힘과 선함은 반드시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뭐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저러한 질문들이 모양새만 이미지처럼 비춰지기는 했을지언정, 구체적인 내러티브나 이야기 설계는 아무것도 진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놀란의 다크나이트에서 처럼 캐릭터에 몰입감을 준 것도 아니고, 작위적이었던 사회 실험을 등장시키지도 않았다. 억지로라도 뭐 하나 껴맞춰보려고 애쓴 것 같지도 않았다. 누구들의 우스갯소리마냥 엄마이름이 같다는 것 하나로 느닷없이 위 아더 월드가 되었고 아들 친구가 되었다. 그들이 짱친이 되는 동안 두 도시는 개박살났고, 대통령이라는 작자는 망설임없이 핵무기를 단숨에 발사시켰고, 앤더슨 쿠퍼는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는데(플래시가 전부 옮긴 모양이다.) 한 순간에 시민들을 다 대피시켰다고 보도하느라 바빴다.


  결국 수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을 다룬 이번 영화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웠다. 제작이 발표되었을 때 부터, 정치철학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가 코믹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영웅의 대결로써 실현될 것이라고 매우 즐겁게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플래시, 사이보그, 둠스데이 그리고 원더우먼까지.. 저스티스 리그를 얼른 런칭해 마블의 어벤저스를 재빨리 따라잡고 싶을 DC를 비롯한 영화제작사 측의 마음은 백번 이해가 가지만, 역대급 영웅이 둘이나 이미 나오는데, 굳이 나머지들이 필요했을까 싶다. 솔직히 더 나아가 렉스 루터도 등장하지 않았어도 상관없지 않았을까. 선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외계인일 뿐인 수퍼맨. 공포와 억압을 바탕으로 범죄자들을 초인적으로 소탕하지만 그저 인간에 불과한 배트맨. 그 둘이 가진 가치관의 차이, 능력의 차이, 관점의 차이 만으로도 할 수 있는 내러티브가 굉장히 많았을 것 같아서 아쉽다. 원더우먼이야 마블의 쿠키 영상처럼 보여줬어도 되지 않았을까? 


  너무 많은 비즈니스적인 요구가 영화에 담긴 듯하다. 그 결과 Martha라는 작위적인 상황이 나왔고, Just a feeling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대사가 나왔으며, 그 누구도 속지 않을 수퍼맨의 죽음이라는 페이크마저도 나왔다. 여러모로 정말 아쉬운 영화다. 최소한 "Do you bleed?" 라는 대사가 나오는 신이라도 예고편에서 처럼 멋지게 나왔으면 이렇게까지 우울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2016년 3월 13일 일요일

Midnight in Paris.



  보다 어렸을 적에는 맞춰주기에 바빴다. 누군가들을 만나면, 그리고 그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녀들에게 접근해 맞춰주기에 바빴다. 시간도 맞췄고, 취향도 맞췄고, 가치관도 맞췄다. 더 이상 맞춰줄 것이 없다면, 그 누군가는 귀찮은 짐이 될뿐이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자, 이제 그 누군가들은 내게 맞춰주기 시작했다. 시간도 내게 맞추고, 취향도 내게 맞추었으며, 가치관도 내게 맞춰주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내게 그들은 불편했고, 의심스러웠다. 


  누구와의 대화도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자꾸만 내가 상대에 맞춰주고 있는 건지, 아니면 상대가 내게 맞춰주고 있는 건지, 에 대한 판단만 가리려고 할 뿐이다. 특히나 요새는 그 누구에게도 맞춰주려 들지 않는다는 건 덤이다. 


  이전에는 서로 맞추어나가는 것이 규범적으로 당연한 명제라고 생각했다. 뭐 사실 아직도 그리 생각하기는 한다. 다만 가끔은, 맞춰주고, 맞춰지는 상황을 떠나서, 거짓말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친밀감이 형성되고,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는, 그런 딱 맞는 사람을 만나면 보다 진솔해지고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