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9일 금요일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한다.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는 자신의 저서인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자본주의는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도발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본주의의 성공이 사회주의의 도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한다." 비단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단순한 말장난 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관점이기도 하다. 

  오늘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이루어졌다. 탄핵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에는 잠시 참석했다가, 언론자료 하나를 남기고 사라진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자리를 채웠다. 표결 결과,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기권 2로 국회 재적 2/3이상 찬성이라는 탄핵 소추 조건을 채워 탄핵안은 가결되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국회 내 방청석과 국회 밖 시위대 내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제 탄핵 결의안은 헌법재판소와 청와대로 전해졌고,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지난 주 232만에 달하는 촛불시위는 비박계를 넘어 친박계까지 강하게 압박했고, 국회의원들의 휴대폰 번호 공개는 개별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직접적인 탄핵 요구로 이어졌다. 직접민주주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직접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대단위적 의사표시는 국회는 물론, 사법부와 검찰조직, 더 나아가 삼성 등의 재벌 기업들에 까지 강하게 영향을 끼쳤고, 그들이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촛불 시위라는 국민의 의사표시는 일정한 성공을 이룬 것이다. 

  이제 탄핵은 가결되었고,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법리도 중요하지만, 여론을 의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헌재가 탄핵안에 인용 결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아직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박 대통령은 직무 정지 직전에 "정치 유망주"이자, 세월호 특위를 망친 분으로 알려진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는 뒤끝을 남겼다. 그리고 자신은 하야를 할 생각은 없고, 헌재 심리를 담담하게 끝까지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물론 박 대통령인 수족인 황교안 총리도 권한대행으로 남아있다. 

  이번 탄핵안 가결이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슘페터의 말을 빌려, 성공은 실패로 이어진다. 오르막이 끝나면 내리막이 시작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결의 환호도 잠시, 여전히 우리 정국은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직무는 정지됐지만, 박 대통령의 허물은 내각 전체에 여전히 산재해있고, 국회 내에도 갈등의 불씨들은 잠재해있다. 게다가 탄핵 가결이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의 단순함을 조금은 흩뜨릴 위험이 있다. 촛불이 밝히는 의사는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가결이 전부가 아니라, 농단된 국정의 정상화이고 더 나아가 엄단한 법적 처벌일 것이다. 
  
  탄핵안 가결이라는 성공까지 이어져온 국민들의 촛불의사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제 헌법정신에 걸맞는 올바른 국정의 정상화를 향해 남은 여러 장애물들까지도 지속된 성공으로 이룩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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