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5일 목요일

바브린카와 개새끼



  순조롭게 2016 US open 결승까지 올라갔던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결승전에서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에게 7:6(1), 4:6, 5:7, 3:6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언터쳐블 최강자로 다시 등극하려던 조코비치는 윔블던,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뭔가 찝찝한 상황에 접어들었고, 바브린카는 이번 우승으로 무려 빅4의 일원인 앤디 머레이Andy Murray와 그랜드슬램 우승 횟수에서 동수를 이뤘다. 게다가 14 호주오픈, 15 프랑스오픈에 이어 16 US오픈을 우승함으로써 이제 윔블던만 우승하면 알짜배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당초 예상은 지리 베슬리Jiri Vesely, 미카일 유즈니Mikhail Youzhny, 조 윌 프레드 쏭가Joe Wilfred Tsonga 등으로 부터 세 번의 손쉬운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온 조코비치가 가볍게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상대전적 또한 조코비치가 19승 4패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작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패배한 이후 조코뱅크는 바브린카에게 진적이 없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손목부상을 호소했고, 경기중에는 발목 통증으로, 2014 호주오픈에서 바브린카를 상대했던 나달처럼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손쉬운 기권승은 오히려 조코비치의 폼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요인으로 남아버리게 되었다. 반면에 바브린카는 1회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Fernando Verdasco를 시작으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후안 마틴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 앤디 머레이를 꺾고 올라온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 등 힘겨운 상대들을 거쳤고, 3회전 부터는 3세트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특히 3회전에서 만난 세계랭킹 53위 다니엘 에반스Daniel Evans와의 경기는 매치포인트 상황까지 몰리는 풀세트 접전 끝에 겨우 이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어려운 일정이 오히려 바브린카에게는 본인의 폼을 충분히 끌어올리는 기회가 되었고, 내적 긴장도를 크게 높여주는 요인이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케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조코비치는 잘했다. 하지만 바브린카의 상남자 테니스는 공 하나하나를 놓치지않고 풀파워로 때려 코트에 집어넣었다. 뭔가 설렁설렁 가만히 서서 파워로만 조지려 들었던 평소와 달리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부지런히 뛰어서 그런가, 결승에서도 빠르지 않은 그의 속력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며 공을 때려댔다. 
  1세트를 아쉽게 타이브레이크에서 빼았긴 후 몸이 좀 풀린 바브린카는 본격적으로 한손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미친듯이 터뜨리며 조코뱅크의 백핸드 랠리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부상의 여파인지, 경기를 제대로 못치룬 탓인지, 아니면 바브린카의 풀파워 전원공격 모드가 부담스러웠던 건지 경기가 잘 안풀린 조코뱅크는 지난 2015 프랑스오픈 결승때처럼 1세트를 이긴 2세트 상황에서 라켓을 또 부쉈다. 하지만 언터쳐블 챔피언 답게 그는 3세트에서 밀리던 상황을 5:5까지 만들며 다시 따라가나 싶었지만 마지막 두 게임을 내주며 그대로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솔직히 4세트에서 조코뱅크는, 지난 몬테 카를로 마스터즈 1000 결승에서 나달을 상대하던 3세트의 몽필스를 보는 것 만큼이나 조금 짠해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바브린카는 로저 페더러도, 라파엘 나달도, 앤디 머레이도 해내지 못한 1516 조코비치의 그랜드슬램 결승 박살을 무려 2번이나 해낸 선수가 되었다. 






  꽤나 흥미로운 결과였고,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뭐 바브린카를 이제 빅5로 불러야 한다고는 보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래도 델 포트로가 부활한 지금 이제 빅4를 위협할만한 선수들이 있기는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긴하다. (니시코리 케이는 US 오픈에서 앤디 머레이를 찍어 눌렀고, 마틴 델 포트로는 올림픽에서 무려 조코비치와 나달을 광탈 시켰고, 올림픽 결승에서 머레이에게 졌지만, 최근 열린 데이비스 컵 준결승에서 풀세트 접전끝에 머레이의 데이비스컵 2연패를 좌절시켰다. 그리고 조코비치를 박살내는 우리의 스탄 더 맨.)





  이런 역사적인 뉴스가 나오고 있을 때 나는 코트장에서 라켓을 부수고 화를 못참고 공을 박살내듯 때려대는 미친 짓거리를 하느라 바빴다. 함께 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민폐가 되며, 매너를 중시하는 테니스 세계에서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미친 짓거리 들이었다. 심지어 요즘 뭐 안좋일이있냐는 다독거림까지 받음으로써 철저한 개새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한동안 미쳐 있던 테니스에 최근 며칠 처음으로 느닷없이 흥미를 잃은건가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발전이 정체된건가, 사실 발전이란게 존재하긴 하는 건가하고 의심되는 것이나, 쳐도 쳐도 자신이 생기지 않는 스트록 컨트롤이나, 투핸드를 치고 싶은데 원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나, 나달이 자꾸만 어이없이 탈락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나, 같이 치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함이나, 잘되던 서브와 발리가 갑자기 아예 통제에서 벗어나버린 것 같은 현재 상황 등등 뭐 여러가지 이유가 될만한 것들을 생각해봤다. 테니스 외에 현 삶이잘 안풀려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싶기도했다. 어쨌든 자꾸 요즘 화를 내고 있고, 테니스를 망치고 있다. US오픈 우승 후 바브린카의 겸손한 인터뷰를 보니 더욱 난 개새끼인 것 같아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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