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노박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가 각각 4R와 QF에서 탈락했다. 자꾸 어깨타령하던 조코비치는 역시나 그랜드 슬램 천적 스탄 더 맨을 넘지 못하고 두 세트를 내준 후 기권했다. 로저 페더러는 체력적 열세를 보이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던 디미트로프에게 통산 첫 패배를 당했다. 노박의 탈락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면, 황제의 탈락은 역시나 의외였다. 디미트로프가 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황제를 위협할 선수가 아닌데, 황제가 초반 세트를 내준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5세트에서 자멸한 것이 아쉬웠다.
역시 황제는 올해 US오픈도
뜬금포로 탈락했다.
2.
조코비치를 상대로 강력함을 제대로 선보이며 부활하나 싶었던 바브린카는 이어지는 경기에서 북미 하드 시즌 최고 화제 메드베데프에게 패배하며 탈락했고, 황제를 탈락시키며 통산 3번째 그랜드슬램 세미 파이널에 이름을 올린 그리고르 디미트로프 또한 초반 우세와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역시나 메드베데프에게 패배했다. 이로써 노박과 황제가 포진되어 있던 top draw의 마지막 승자는 96년생 신성 다닐 메드베데프Daniil Medvedev가 되었다.
3.
신장 1.98m의 베이스라인 러너인 러시아의 신성 96년생 다닐 메드베데프Daniil Medvedev는 이번 북미하드코트 시즌 최고의 스타다. 그는 워싱턴오픈, 로저스컵, 신시내티 마스터즈 그리고 이번 US 오픈 까지 20승 2패를 기록 중이며, 4개 대회에서 전부 결승에 올랐다. 비록 워싱턴에서 키르기오스에게 석패하고, 로저스컵 결승에서는 라파엘 나달에게 털렸으나, 신시내티에서는 준결승에서 조코비치를 누르고 결승에선 고팽을 가뿐히 제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조코비치가 작년에야 겨우 땄던 신시내티가
이 친구에겐 첫 마스터즈1000 타이틀이다.
그가 북미 시즌 동안 승리한 선수로는 마린 칠리치, 도미닉 티엠,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 카렌 카차노프, 카일 에드먼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 다비드 고팡, 안드레이 루블레프 그리고 노박 조코비치가 있다. 키리오스와의 경기도 타이브레이크 접전이었다. 그가 북미시즌동안 일방적으로 털린 경기는 라파엘 나달과의 로저스컵 결승이 유일하다.(6-3, 6-0 나달 승) 그리고 그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결승 상대로 또다시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을 만나게 되었다.
4.
메드베데프는 원래도 지랄 맞은 러시안으로 유명했다. 치치파스와는 뭐 거의 치고박기 직전에 이를 정도였다. 치치파스가 자리를 재빨리 피했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면상에 죽빵이라도 한 방 날릴 기세였다. 역시나 이번 US오픈에서도 그는 볼보이한테 시비걸고, 심판한테 짜증내느라 화제가 되었다. 관중들을 비꼬기까지 했다. QF가 끝난 후에는 또 미안하다고 사과하긴 했으나, 그의 이미지는 끝난 듯 하다. 하필 또 결승 상대는 지랄 안하기로 유명한 나달이다.
5.
라파엘 나달은 칠리치에게 유일하게 한 세트를 내준 것 말고는 무실세트로 결승까지 드라이브했다. 나달은 대진운도 좋았고, 2R에서는 상대의 기권으로 체력도 비축했다. 다른 경기들이 조금 길어지긴 했지만, 작년 US오픈에서의 카차노프, 티엠, 델포 등과 벌였던 혈전과도 같은 빡센 경기는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나달은 대단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뭐 이번 시즌 컨셉인 것 같기도 했다. 보다 더 공격적이고 보다 더 많은 에러가 나왔다. 공격적이다 보니 게임이 좀더 흐름을 타게 되었다. 몰아부칠때는 미친듯이 몰아부치지만, 공격이 빗나가면서 자신의 찬스를 놓치며 한 방에 흐름을 내주며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달은 위기를 전부 극복해내며 결국 자신의 5번째 US오픈 결승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6.
결과적으로 나달은 자신의 4번째 US오픈 우승이자, 통산 19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했다. 예상대로 메드베데프는 플레이 특성상 나달에게 그리 위협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1, 2세트를 무난하게 나달에게 내주었지만, 3, 4, 5세트에서 엄청난 파이팅을 보이며, 향후 빅4의 후계 위치에 오를만한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반면에 나달은 1, 2 세트를 무난하게 승리하자, 3세트 부터는 조금 긴장이 풀린듯 싶었다. 분명 나달이 질 수 없는 상황인데 나달이 이상한 실수를 연발하며 3, 4세트를 내주었다. 5세트 또한 초반에 브레이크를 두 번 가져오면서 승기를 굳히나 했으나, 막판에 브레이크를 내주며 타이브레이크로 갈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나달이 겨우 자신의 서브게임을 마무리하며 우승을 가져올 수 있었다.
나달의 그랜드슬램 우승 19회..
이제 페더러와 1개 차이..
7.
지난 윔블던과 마찬가지로 유망주들이 득세였다. 특히 메드베데프의 결승 진출이나 마테오 베레티니의 준결승 진출이 눈에 띄었다. 잔디 코트에서 특출난 활약을 보였던 베레티니는 하드코트에서는 그저 그럴 것이라고 보았으나, 잔디 코트에 가장 비슷할 US오픈의 빠른 인도어 하드코트에서 빛을 발하는 듯 했다. 물론 그의 대진운이 좋은 편인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 북미시즌에서 페더러, 키리오스를 잡았던 루블레프를 가뿐하게 탈락 시킨 건 대단히 의외였다. 준결승에서 나달을 상대로도 초반 선전했지만, 결국 기세를 내주며 1세트 이후에는 무너졌다는 게 아쉬웠을테다.
사실 얘가 이렇게 선전할지 몰랐다..
내년 윔블던 기대된다..
메드베데프는 올시즌 자신이 빅4의 가장 확실히 위협후보임을 공고히했다. 그는 조코비치를 무너뜨린 바브린카와 페더러를 무너뜨린 디미트로프를 자신이 가뿐하게 정리했다. 사실 페더러였다면 몰라도, 조코비치가 올라와도 딱히 결과가 다르지는 않았을 듯 하다. 메드베데프는 확실히 북미시즌 거치며 위닝멘탈이 장착된 듯 했다. 스탄 더 맨과의 경기가 결코 쉬운 경기는 아니었으나, 그는 멘탈 싸움에서 이겨내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패배했지만 나달과의 결승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메드베데프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그가 나달의 탑스핀에 대처하는 것을 볼 때, 기량상, 상성상 애당초 게임이 안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1, 2세트를 내주고도 5세트까지 푸쉬했다. 만약 그가 나달의 탑스핀과 플레이스타일에 적응한다면 그가 제2의 조코비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유망주 경쟁도 이제 이 뻐큐맨으로 슬슬 정리되는 것 같다.
나달의 후계자가 티엠이라면, 조코비치의 후계자는 메드베데프다.
그럼 페더러의 후계자는?? 치치파스?? 샤포발로프??ㅋㅋㅋ
메드베데프는 이제 기타 듣보잡들과의 경기를 여유롭게 끝내는 꾸준함을 장착한 듯 하다. US오픈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그는 당연한 듯 결승에 올라 당연한 듯 대회를 무실세트로 장식했다. 윔블던 이후 그가 결승에 오르지 못한 대회는 없다. 윔블던 이후 27경기 중에 그는 3패 만을 기록했고, 그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는 닉 키리오스와 라파엘 나달 뿐이다. 이는 최소한 현재 기세로만 보았을 때,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보여주던 꾸준함에 조금이나마 근접한 유일한 기세다. 도미니크 티엠 조차도 클레이에서 이정도 꾸준함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메드베데프는 확실히 여유있는 기량의 수준에 도달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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