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모라토글루 Patrick Mouratogl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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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승은 나달이 어떻게 대단한 커리어를 이룩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요약본이었다. 대단한 회복력, 자신의 기술을 조정해낼 수 있는 능력, 중요한 순간에서 결국 이겨내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2022 호주오픈 결승은 무엇이 나달과 그의 커리어를 이룩해 낼 수 있게 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요약판이었다.
내 머리속에 먼저 떠오른 단어는 회복력(resilience)이었다. 이번 경기는 모두가 나달이 패배할 것이라고 보았다. 나달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실제로 나달은 경기를 끌려갔고, 매우 긴장했으며, 평소에 비해 훨씬 많은 에러를 범했다.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보는 나달의 가장 대표적인 능력은 "회복력(resilience)"와 " 열세에서의 도전을 사랑하는 것 love for the fight what it's tough"이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달은 그 상황을 사랑하고, 그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달의 커리어를 만들어 낸 것은 바로 이 같은 점이다.
3세트 위기 상황에서 나달은 슬라이스를 많이 구사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포인트 순간마다 짧은 슬라이스를 쳐서 메드베데프가 네트 가까이오게 만든 후 포인트를 따냈다.
이렇게 메드베데프가 이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나달이 포인트를 가져간 것은 메드메데프를 굉장히 흔들리게 만든다. 이것이 내가 볼 때 이번 경기의 변곡점이다. 이것이 나달이 메드베데프를 불편하게 만들고 쉬운 샷들을 놓치게 하여 충격을 받게 만든 지점이다.
내가 이번 결승에서 대단히 놀란 것은 나달의 몸 상태(physical shape)이다. 우리가 이번 대회 내내 볼 수 있었던 나달의 몸 상태는 아마 최근 20년 동안 본 것 중 가장 최악 중 하나 였다. 그는 매우 피곤해보였다. 이것이 내가 이번 경기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체력(physicality)를 꼽은 이유이고, 그래서 나달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세트를 이겨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5세트 경기를 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반대가 나타났다.
내가 느끼기에 나달은 본인이 체력적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달이 자신의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훨씬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았다. 랠리를 짧게 가져가고자 하기 보다는 탑스핀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랠리를 이어가는 플레이를 했다. 5세트 내내 나달이 네트에 달려든 것은 50회 정도였고 이는 많은 횟수가 아니다. 나달이 랠리를 이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자 결국 지치고 무뎌지며 마사지를 받게 되는 선수는 메드베데프가 되었다.
그리고 나달은 메드베데프의 리턴 포지션이 매우 뒤쪽이었기 때문에 서브 후에 바로 드랍샷을 치는 것으로써 많은 점수를 따냈는데 이는 내가 볼 때는 이번 경기의 또하나의 변곡점이었다. 이것으로 나달은 메드베데프가 네트에 붙은 짧은 공을 처리할 때 불안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메드베데프의 경기 전반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면 메드베데프가 포인트를 마무리 하기 위해 네트로 전진해야 하는 상황이 수없이 펼쳐졌다. 그리고 마지막 세 세트를 보면 그가 크게 망설이는 모습이 보인다. 왜냐하면 나달의 피지컬 상태가 올라왔고(physically fit), 그가 언제나 공을 한번 더 넘기고 한번 더 넘기고 한번 더 넘기기 때문에 어느 순간 메드베데프는 위너를 때리려고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건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된다. 그래서 이것이 중요한 변곡점 중에 하나이다. 메드베데프의 머리에 의심이 박히게 만들었고, 이러한 의심은 결국 메드베데프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경기 전 나는 관중들의 응원이 나달에게 있어 하나의 중요한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트윗했었다. 메드베데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관중들의 응원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것에 상처를 받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렇게 관중들의 일방적인 나달 응원은 메드베데프가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어떤 추가적인 번뜩임이나 생기extra sparkles를 얻을 수 없게 한다.
이것은 나달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나달은 이미 대단한 파이터지만, 15,000명의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응원하고 있다는 것은 파이터가 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고, 반대로 15,000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반대편에 서있다면, 이러한 생기sparkles를 얻기 어렵다.
요약 및 해설
1.
모라토글루는 나달의 몸상태가 좋지 않으므로 나달이 5세트를 피하기 위해서 1세트부터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보았는데, 실제로 나달은 수비적으로 운용하며 5세트까지 가서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승리했다.
2.
결정적 순간마다 나달은 짧은 슬라이스로 메드베데프를 네트 가까이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마치 메드베데프가 이겨야 될 것 같은 상황에서 포인트를 따냄으로써 메드베데프의 멘탈을 흔들었다. 메드베데프가 쉬운 샷을 칠 때도 망설이게 되고 에러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에러는 보통의 에러보다 더 크게 멘탈에 타격을 주고 이는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통 네트 가까이에서 떨어지는 짧은 슬라이스는 포인트를 따내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이다. 공이 느려서 치기 좋고 쳐냈을 때 상대가 이를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달이 짧은 슬라이스를 칠 때 메드베데프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메드메데프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막상 이를 위너로 만드는 것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공의 회전이 있고, 바운드가 낮고, 느리지만 미끄러지듯 튀기 때문에 자칫 타격의 리듬을 깰 수 있고, 네트의 존재로 인해 의외로 베이스 라인을 벗어나는 아웃이 되기도 쉽다. 이를 의식하여 정확도에만 집중한 어정쩡한 샷으로 공을 넘긴다면 이는 상대에게 패싱샷 찬스를 주는 것이 된다.
그 슬라이스가 나달의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나달의 샷은 안그래도 스핀에 특화되어있는 데다가 (라켓도 스핀에 특화되어 있는 데다가) 나달은 왼손잡이 타법을 치기 때문에 공의 회전 및 휘어들어오는 방향이 오른손 잡이와 반대여서 오른손잡이인 상대선수에게는 더욱 더 처리하기 까다로운 공이 된다.
여기에 나달이 랠리 지속에 특화된 수비형 파이터라는 점, 나달이 러닝 패싱샷을 치는 데에는 거의 역대급 원탑이라는 점도 덧붙여진다. 나달의 슬라이스를 어설프게 받아 넘기면 곧바로 바나나 샷 또는 네트 앞에서 뚝떨어지는 탑스핀 패싱샷이 날라온다. 이는 상대 선수에게 굉장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베드베데프는 딜레마에 빠진다. 나달의 이러한 짧은 슬라이스를 자칫 강타로 받아쳤다가는 공을 하늘 높이 날려버리기 일수이고, 정확도에 집중했다가는 패싱샷의 희생양이 된다. 나달은 계속해서 이러한 딜레마를 메드베데프에게 강요했다.
만약 보통의 평범한 연습경기였다면 메드베데프는 손쉽게 평소처럼 위너샷을 쳐내고 포인트를 따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그랜드슬램 결승이었고, 상대가 나달이었으며, 이미 그 나달이 몇 번 씩이나 패싱샷을 날린 경우라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이 상황에서 메드베데프의 에러 또는 나달의 패싱샷은 단순한 1개의 포인트를 넘어 메드베데프에게 상당한 멘탈적 타격을 주게 된다.
모라토글루가 지적한 점이 바로 이러한 점이다. 메드베데프는 나달의 슬라이스에 네트 대시를 할 때마다 계속 망설이게 되고, 자신이 없어진다. 이는 곧 에러 또는 어정쩡한 찬스볼 제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메드베데프는 나달이 쳐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3.
메드베데프는 관중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등 지난 날의 기행들은 물론, 이번 호주오픈에서 조차 호주선수인 키리오스와의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키리오스를 응원하는 관중들을 비꼬며 빈정거렸던 바가 있으며, 굳이 또 호주에서 추방당한 조코비치를 인터뷰에서 언급함으로써 비호감을 산 바가 있다.
따라서 호주오픈의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나달을 응원했고, 이는 메드베데프가 장기전에서 어떤 추가적인 힘을 얻기 어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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