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3일 토요일

You did enough well, Rafa




  ...I never saw the end of the tunnel. I only saw myself running out of one.

  So I ran. I ran up and down every court. After every loose ball for you. 

  You asked for my hustle. I gave you my heart. Because it came with so much more. ...



Kobe Bryant, "Dear Basketball" 












  라파엘 나달이 후안 마틴 델 포트로에게 세트스코어 2:1로 지면서 2016 리우 올림픽 테니스 단식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이제 니시코리 케이와의 3-4위 결정전 만을 남겨놓고 있다. 


  복식에서 마크 로페즈와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노박 조코비치가 탈락한 이번 단식 무대가 그에게는 최고의 반등 기회가 될 수있었지만, 델 포트로에게 아쉽게도 타이브레이크 끝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동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더라도 라파엘 나달은 최선을 다했다. 손목부상 끝에 올림픽 4강까지 해낸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제 다시 곧 그의 투어가 재개될 시간이다. 



  You did enough well, Rafa






2016년 8월 8일 월요일

조코뱅크, 1회전 탈락



  조코뱅크Novak Djokovic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우 올림픽 1회전에서 탈락했다. 후안 마틴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는 2012년 런던 올림픽 3-4위전에 이어 7:6(4), 7:6(2) 세트스코어 2:0으로 또다시 조코뱅크에게 노메달을 선사하고야 말았다.







  신장 198cm의 마틴 델 포트로는 정현을 꼬라박은 것으로 유명한 칠레의 마린 칠리치Marin Cilic(2014 US 오픈), 한손백핸드 마스터인 스위스의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2014 호주 오픈, 2015 프랑스 오픈)와 함께 2005년 프랑스오픈 이후 빅4 외에 그랜드 슬램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 몇 안되는 선수다. 그는 2009년 US 오픈 결승에서 친한 사이로 알려진 로저 페더러를 꺾고 본인 커리어 상 유일한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했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패하고 3-4위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동메달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 델 포트로는 또한 로저 페더러를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이겨본 3명 중 한 명이다.(라파엘 나달 6회, 노박 조코비치 3회, 마틴 델 포트로 1회) 심지어 노박 조코비치가 2014년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이기기 전 까지는 라파엘 나달을 제외하면 유일했다. 
  눈에 띄는 그의 플레이 특징으로는 거대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하드히터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그의 포핸드 스트로크는 시속 160km는 가뿐히 찍어서 총알 스트록이라고 불리운다. 게다가 그의 거대한 신장은 강력한 플랫 서브를 넣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그는 큰 신장을 활용한 서브 앤 발리 플레이보다는 베이스라인 뒤에서 강력하게 후려치는 파워로 상대를 누르는 선수에 가깝다. 거구임에도 그렇게 느리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약점이라면 당연히 파워로 인한 에러가 많다는 것, 투핸드 백핸드가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다는 점, 덩치에 비하면 빠르긴 하지만 빅4에 비해 스피드가 부족하고, 방어 시 러닝 스트록의 포지션에서 안정감이 좀 딸린다는 점 정도가 꼽힌다.  
  2010년 첫번째 손목부상을 당하고 2014년 또다시 손목부상을 당하면서 지리멸렬한 싸움을 지속하던 그는  2016년에 들어서야 겨우 다시 투어에서 활약하기 시작한다. 뜨는 신예인 도니니크 티엠Dominic Thiem을 클레이에서 눌렀으며, 리틀 페더러로 불렸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를 잔디에서 꺾었고, 무려 윔블던에서는 4번 시드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를 2라운드에서 광탈시켜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1045위까지 떨어져있었던 랭킹을 현재(2016.8) 141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올림픽 테니스 1회전에서 최강 노박 조코비치를 1회전에서 아웃시켜버린 것이다.


   두 세트 모두 두 선수가 서비스게임을 잃지 않으면서 타이브레이크로 갔지만, 사실 조코비치의 서비스 게임은 듀스를 반복하면서 아슬아슬하긴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최강자 답게 어떻게 해서든 서비스게임을 지켜냈다. 더욱 놀라운 건 보통 그런 상황이면, 지켜낸 조코비치의 기세에 밀려 상대가 본인의 서비스게임을 조코비치에 허망하게 내주는 경우가 허다한데 델 포트로는 마음을 비운 사람 마냥 편안하게 본인의 플레이로 자신의 게임을 땄다는 것이다. 일단 서브쪽에서 본인이 앞선다는 느낌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조코비치는 포트로의 파워를 의식했는지, 아니면 포트로의 스트록이 너무 잘들어와서인지, 평소보다 좀 더 뒤에서 플레이하면서 자연히 이동거리가 늘어났고, 그러다보니 스스로 리듬이 미묘하게 깨진 것 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역시 조코비치는 충분히 잘했지만, 상대인 포트로가 충분히 쫄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포인트를 따냈고, 가벼운 발리 찬스도 놓치지 않으면서 조금씩 기울어진 듯 보였다. 여기에 네트에 맞고 살짝 넘어가는 행운의 볼도 포트로에게 많았고, 포트로의 패싱샷도 거짓말 처럼 라인 안으로 들어간게 많았다. 운이 포트로쪽에 따라주었던 것이다.

  지난 2016 호주 오픈 8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조코비치가 이겼기에 많이 가려졌지만, 당시 조코비치는 경기력은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인 니시코리 케이는 몸도 가뿐하고 컨디션도 상당히 좋아보였고 샷 또한 굉장히 날카로웠다. 그러나 결정적 상황에서 절묘한 운이 조코비치에게 따라준 것이 많았다. 컨디션이 안좋아보였지만 집요했던 조코비치가 어떻게든 그 운을 받아내서 넘긴 찬스 볼을 니시코리가 조급한 마음에 후려치다가 에러를 사정없이 남발하였고, 브레이크 찬스를 놓치면서 기세에 밀려 자신의 서비스 게임 마저 허망하게 내주고 자멸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비슷한 양상이지만 절묘한 운이 델 포트로에게 따랐고, 델 포트로는 니시코리와는 달리 조급해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인 듯 싶다. 


  윔블던에서 샘 쿼리를 응원하며 환호했던 나는 다시 한 번 델 포트로를 통해 환호했다. 조코비치가 탈락한 이번 올림픽은 나달이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엄청난 찬스다. 머레이가 남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나달이 충분히 해볼만한 상황이다. 뭐 사실 나달이 우승을 못하더라도 머레이가 우승하는 것만 아니면 충분히 이번 올림픽은 재미있을 것 같다. 나달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나 이번에 조코비치를 꺾은 델 포트로가 메달을 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니시코리나 델 포트로 모두 이번에 메달을 딴다면 왠지 그것을 기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조코비치나 그의 팬들에게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지만 델 포트로가 조코비치를 꺾어준 덕에 굉장히 재미있는 상황이 된 건 사실인 듯 싶다. 나 또한 이상하게 굉장히 즐겁다. (...) 



2016년 8월 6일 토요일

굿 와이프



  요즘 인터넷은 페미니즘이 유행인가보다. 굳이 노력하지않아도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진보진영은 페미니즘을 이슈로 자기네들끼리 분열한다고 난리다. 재미있는 일이다. 



  최근에 "굿 와이프"라는 드라마를 보게되었다. 스캔들로 무너진 검사의 아내가 홀로서기 한다는 내용이다. 2009년부터 방영되어 시즌 7까지 간 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판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법조계에 관심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시놉시스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섹스 스캔들로 무너진 검사의 아내가 15년만에 변호사로 컴백하는 내용이라니.

  전체 16부작 중 현재 9화쯤까지 방영한 것으로 안다. 리메이크 되면서 원작에 비해 조금 구성이 바뀌었다. 단지 기업 파트너일 뿐인 로펌의 경영자들이 남매로 나온다던가, 로펌의 정신없는 최고 파트너가 남매의 아버지로 바뀌어 회사 전체가 가족회사가 되어있다던지, 젊지만 능력있는 경쟁자가 이제 갓 로스쿨 졸업한 것 같은 새파랗게 어린 애가 되있다던가, 여성계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있는 변호사이자 판사의 꿈을 지망하던 대표 파트너는 그냥 남동생 걱정이나 하는 누나로 바뀌었다던지 뭐 그런 것 말이다. 

  1화를 매우 흥미롭게 본 이래 현재까지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주인공의 최초 재판을 주재한 판사(최병모 분)과 조사원으로 나오는 김단(나나 분) 정도 밖에 없다. 특히 아이돌 출신인 나나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페이스이기도 하고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라 눈이 많이 갔다. 극 초기에는 유지태씨가 분한 주인공 남편이자 스캔들 검사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배우인 유지태씨 본인의 매력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화와 2화 정도에서 받은 감명은 다음 화가 진행되어 갈수록 조금씩 무뎌져갔다. 심지어 가장 최근인 9화에서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에도 흥미가서 시즌 1의 에피소드 몇편을 보니 조금 더 불만을 느끼게 되었다.

  기대했던 건 남편의 섹스 스캔들로 깊은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한 명의 법조인으로 복귀하여 로펌에서 어떻게 경쟁하며, 가족과 일 그리고 본인 스스로의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 굳건하게 이겨내는지 혹은 이겨내고 말고와 상관없이 그 과정이 어떻게 흘러갈지였다. 

  우리나라는 여성 이라는 젠더를 가지고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기가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가정을 보살펴야한다는 부담까지 안겨진다. 수퍼 맘도 되어야하고 수퍼 우먼도 되어야한다. 심지어 주인공의 상황에서는 남편의 스캔들로 그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본인의 정신적 상처와 남편의 정치적 입지마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그것의 해결을 위한 힌트를 보여주거나, 아이디어를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드라마는 보여주긴 한다. 주인공이 얼마나 거지같은 상황에 빠져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멘붕하고, 또 그것을 어떤 성정으로 극복하는지도 보여준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저 흔해빠진 한국식 드라마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억압받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그녀의 홀로서기를 다룬 드라마지만, 결국에는 "남성"을 통해 사실 상 모든 위기를 해소하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현대 여성이 의기와 감상만 넘칠 뿐 여전히 무력하고 남성의존적이라는 편견만 강조하게 되는 꼴이었다.  





1. 


  주인공은 대학동창 혹은 연수원 동기라는 서중원 대표와의 연으로 자리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일단 여기부터 시작이다. 남편의 바람으로 갑자기 사회에 뛰어들어야 했던 여성이 젊은 남성을 만나 연애질 한다는 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로맨스 영화에서 조차 주인공은 가정 주부를하면서도 틈틈히 스포츠 관련 데이터와 통계를 지속적으로 모아왔다는 설정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15년 여 간 오로지 가정주부에 올인한 주인공은 친구덕에 느닷없이 바로 취직한다. 그것도 이성 친구덕에 말이다. 그래 뭐 여기까진 그럴수도 있다. 시작이니까.

  하지만 드라마 내내 위급한 상황이나 급박한 도움이 필요할 때면 서중원 대표(윤계상 분)가 등장한다. 오만과 편견의 미스터 다아시는 귀족이라서 일도 안하고 놀았다고 하자. 드라마상 서중원 대표는 재정적 부담까지 떠앉은 로펌의 대표 변호사인데, 드라마 내내 주인공만 스토킹만 한다. 원작의 서중원 대표 역인 윌 가드너는 일하느라 정신없어 보이기도 하고, 딱히 스토커처럼 괜찮냐 괜찮냐 물어가면서 따라다니지도 않는 것 같던데, 서중원 대표는 끊임없이 주인공을 걱정하고 전화하고 위로하는데 모든 걸 쏟는 것 같다. 대표가 아니라 실장인가 보다.

  그래, 주인공의 첫 재판에 들어가는 것 까지는 납득할만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주인공이 맡은 일을 보조하고 뜬금없이 나타나 도와주며 시도 때도 없이 전화걸고 심지어 주인공의 가정이 있는 집까지 찾아온다. 주인공은 또 마침 잘됐네 하면서 품에 안겨 위로받는다. 무슨 청부업자에게 쫓길 때도 나타나 구해주고, 심지어 사건의 증거를 은닉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적발되기 직전 10분만에 날라가서 구해준다. 특히 그 장면은 지극히 멍청하고 비윤리적인 주인공의 무리한 행동이 결국 남성에 의해 해결되고, 해소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은 역시 멍청하고 나약하며 언제나 남성에 의해 구원받는다는 클리셰와 편견을 더욱 가중시키는 매우 극적인 장면이었다.

   게다가 주인공과 대표는 기어이 스킨쉽까지 갖는다. 로펌의 대표변호사와 새끼 변호사가 무려 회사 사무실에서 말이다. 더 나아가 주인공은 그 행동의 위선스러움이 주는 죄책감을 해결하기 위해서인지 대뜸 스킨십을 중단하고 급작스레 남편을 찾아가 성관계를 갖는 신에 이른다. 도무지 이 드라마가 일일 연속극인지, 사랑과 전쟁인지, 뭔지 헷갈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럴 수 밖에 없다거나, 흔들리고 있어서 그랬다던가 하는 감정선과 함께 말이다.



  2.


  주인공은 대단히 감정이입적이며, 이상적이며, 고결한 성품을 지닌 변호사라고 드라마는 끊임없이 강조하는 듯 하다. 뭐 병원에서나, 성폭행 사건이나, 어디에서나 그저 초등생의 바른 생활 교과서 수준의 도리를 언급하며 일에 뛰어든다. 사실 주인공이 드라마에서 떠드는 것 같은 말을 실제 로펌 변호사로써 지껄인다면 -심지어 그것도 나이까지 많은 신입 변호사가- 보나마나 "역시 여자니까", "역시 애나 키우는 아줌마니까" 라는 말과 함께 엄청난 경멸과 편견에 시달릴 것이다. 사실 로펌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성들은 꼭 쓸데없이 감성적이라거나", "그저 감정 밖에 모른다거나" 하는 편견은 이미 플라톤의 그리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있는 편견이다. 그걸 감안하면 주인공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는 꼴이다.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는 커녕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묘사된 주변 캐릭터들과의 대비를 통해 오로지 혼자만 성녀처럼 만드는 연출은 주인공의 모습과 현실의 상황을 엮어 전부를 한 방에 멍청이로 만든다. 실제 현실이었다면, 주인공의 "책임지겠다"는 말에 맞추어 진작에 잘리고 본인 혼자 자신은 선을 행했다고 자위하는 모습으로 끝났을 것이다. 딱 편견으로 공격당하기 좋은 짓거리만 골라서 하고 있다.

  보편의 입장 혹은 상보론적 입장에서 좀 더  복합적이고 깊이있게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대사들과 행동만으로 감성에 호소하여 결국 대부분 승소로 끝나는 연출은 마치 조선시대에나 보았을 법한 권선징악적 교훈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리 이상적인 주인공은 1화를 제외하면 딱히 효율없이 열심히만 하다가 결국 남편이나 조사원 혹은 동창인 회사 대표의 도움을 받고 느닷없이 극적으로 승소하는 결과만 보여준다. 원작은 그래도 다양한 상황과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라도 쓴 느낌인데, 여기에는 딱히 노력의 시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3.


  우리 이상적인 주인공은 아주 훌륭하고 헌신적이기 그지 없는 남성들을 곁에 둔 덕에 입사 이래 거의 전승에 가까운 레코드를 남긴다. 아직 정식계약조차 확정되지 않은 감상적인 인턴나부랭이급 주니어 변호사가 말이다. 그것도 15년동안 가정주부나 하다가 컴백해서 얻은 기록이다. 최강 산왕을 깨고 거짓말처럼 다음 라운드에서 패배했다는 "슬램덩크"나, 두부나 배달하던 주인공이 도무지 패배할 줄 모른다는 "이니셜D" 보다  더 만화적인 설정이다. 그래도 그 만화들은 그럴 수 있는 뒷설정이라고 덧붙여 놨었지. 한동안 화제와 리얼리티에 대한 조소를 한꺼번에 받았던 태양의 후예나 굿와이프나 뭐 오십보백보인듯하다. 



4. 


  주인공의 자녀들은 제대로 보살펴 주는 사람도 없는데, 아버지의 스캔들과 실각이라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일을 겪고도 사실상 전혀 동요도 없다. 거짓말처럼 평온하다. 엄마가 사무실에 살다시피 하는데 비뚤어질 조짐 하나없이 순수하고, 아버지가 스캔들 검사인데 학교에서 주먹질 한번 하는 일도 없다. 무려 자녀들은 사춘기에 있을법한 나이대인데도 말이다. 원작에서는 할머니가 보살펴주거나, 주인공이 내니라도 구하려고 하는데, 여기서는 그딴 것도 전혀없고, 할머니도 잠깐 나왔다가 병원 입원하고 그대로 극중에서 사라졌다.

  돈이 없어서 돈벌러 간다는 주인공인데 집안이 사정없이 깨끗한 걸 보니, 아이들이 집안일을 귀신같이 해놓나 보다. 청소년들이 왕따놀이와 계급놀이에 심취해 있다고 허구헌 날 뉴스에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겪어도 주인공의 자녀들은 너무 깔끔하고 개운하게 학교생활도 잘하나보다. 나도 그런 동네서 그들처럼 자랐어야하나 싶다. 심지어 엄마인 주인공이 회사대표랑 바에서 나란히 술따라주며 추억파느라 바쁜 와중에 가정은 언제나 평온하다. 주인공이 밀린 집안일에 빡쳐하는 장면 한 번 없다. 감성팔이해서 귀찮은 사건 맡았으니 사무실에서 시간 싸움할텐데, 우리의 주인공 또한 너무나도 차분하고 평화롭다. 주인공이 남편과 대표사이에서 삼각관계 하느라 심란해하는 것만 빼면 말이다. 



5. 


  극 중 유지태 씨가 분한 이태식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다. 갑자기 하우스 오브 카드라도 된 마냥, 이마에 힘만 잔뜩 준 채, 숙적인 최상일 차장검사(김태우 분)와 함께 실없는 음모만 늘어놓고 있다. 실체는 없고 인상 쓰고 가오만 잡느라 바쁘다. 마치 소녀감성 넘치는 중2병이 정치스릴러물을 보고 흉내내서 창작한 캐릭터 같았다.

  이태식은 영국 드라마인 "셜록"의 마이크로프트나 보여줄 법한 고도의 흑막을 보여준다. 원작에서는 기소된 검사 남편이 아내 눈치 보느라 바쁘고, 조금은 허망하고 짠해 보일 만큼 교도소 환경에 엮여 있다. 그러나 한국 연출진은 그게 간지가 안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태식은 아예 인간성이 결여된 채, 철저히 암흑 속 권력을 활용해 특권을 취하는 인간으로 나온다. 한국 법조계에 대한 인식이 개판이라 그런가보다. 교도소가 무슨 이태식을 위한 비밀기지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아내를 위해 뭐든 할 거라는 식의 무리수들도 보기에 몰입된다거나 캐릭터로써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단지 여성들의 판타지 충족을 위한 장면들 같았다. 그 장면들이 여성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나는 편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성들이 자신 만을 위한 폭력에 환상을 갖는다는 편견 말이다. 웃기는 일이다. 자신의 아내에게 접근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내연녀를 납치해서 죽일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자신과 관계가 있는 재계 거물 중 한 명의 손을 포크로 박살내고 사실상 의문사로 가장한 인간에게서 이성적 매력을 느끼는 아이러니라니 말이다. 자신만은 그 폭력의 대상이 아닌 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그들의 공허한 환상은 뉴턴의 중력공식을 남자와의 사랑의 공식으로 묘사했다던 전근대시대나 지금이나 뭐 딱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16부작에 불과하니 많은 내용을 담기에는 짧다거나, 그저 흔한 한국 드라마일 뿐이라거나 하는 변명들이 있지 않겠나 싶다. 보는 내내 대단히 아쉬웠다. 법조계에서 펼쳐지는 논리의 향연이나 암투, 추적 등이 가볍게 넘어가는 것도 아쉬웠고, 그저 주인공들의 치정문제만 부각되는 점도 아쉬웠다. 이것 또한 흔한 법조계를 배경으로 한 한국의 중년 연애 드라마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식하게된다는 것도 유감이었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고 동시에 가장 역겨웠던 건 이 드라마가 시작할 때, 일종의 페미니즘 적 지지를 받으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당당하게 로펌에서 경쟁하고, 나이도 많은 아줌마라고 비꼬는 새파랗게 남자 경쟁자에게 자신은 젊다고 태연하게 받아치는 장면을 극찬하는 기사도 있었다. 여성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네 어쩌네라는 식이다. 

  어쨌건 주인공이 여자이고 쉽지 않은 상황을 홀로 극복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설정이기 때문이니, 요즘 유난히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문제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는 재료였는데, 힌트는 커녕 그저 여성문제를 더 후퇴시킬 그놈의 연애타령만 일삼는 재료가 아닌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한국의 여권신장은 개뿔도 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입장을 가장한 이 드라마는 그들의 판타지에 집중하여 결국 삶의 유일한 해결책은 남성이라는 가치관을 대놓고 드러내는 수준에 있다.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들은 결국 서중원 대표와 남편인 이태식 검사에 의해 해결된다. 가정에서 겪는 부담따위는 애초에 연애질하고 재판 끝났다고 술쳐먹느라 존재하지도 않는다. 여성을 위한 판타지만 있을 뿐이다. 주인공이 로펌 경쟁에서 승리한 것도 결국에는 남편 덕이다. 딱히 충격적 반전이나 떡밥만 있을 뿐 여성으로써 한명의 변호사로써, 한명의 사회인으로써 지어지는 짐은 그다지 언급하지도 않는다.  

  이 드라마는 "역시 여성은 무능하고 나약한 존재이며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 라고 끊임없이 되내이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는 듯한 피양만 가장하는 자위를 덧씌운 것 같다. 연출자나 작가진이 여성들이라면 대단히 안타깝다. 그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의 시각을 철저히 증폭시켰을 뿐이다. 드라마의 인기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변명해봤자 필요없다. 그냥 이 드라마에 대한 후기는 세 가지 밖에 없다. 





  역시 한국드라마는 오로지 연애질이구나. 역시 여성은 남성의존적인 존재구나. 아 역시 유지태는 정말 멋있구나. 이 세 가지가 전부다. 아 참, 김단(나나 분)이 이태식(유지태 분)의 또다른 내연녀였다니, 이제는 사각관계인가?.. 쓰레기처럼 역겹다.  





P. S. 

원작도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들었으나 그래도 확실히 한국판 보다는 훠얼씬 나은 듯하다. 최소한 내가 본 시즌 1은 그랬다. 




2016년 8월 4일 목요일

나달은 지지않는다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테니스계에는 로저 페더러가 무릎부상으로 시즌 리타이어를 선언하여 올림픽에도 불참할거라는 뉴스 그리고 주요선수들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2위인 앤디 머레이(영국)이 출전을 결정지었다는 소식이 주요 화제가 되었다. 이어 2016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맞붙었던 조코비치와 머레이중 누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화두였다.


  올해 치뤄진 그랜드슬램 중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은 조코비치, 윔블던은 머레이가 우승했다.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결승은 두 선수 간 대결이었고, 그 외에도 로마 마스터즈와 마드리드 마스터즈에서도 결승에서 맞붙었다. 각각 1,2위에 나이도 동갑인 두 선수는 라이벌이라고 불릴법도 하다. 


  비록 머레이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챔피언이긴하지만, 사실 7:3정도의 상대전적 차이만봐도, 그랜드슬램 우승 12:3이라는 전적만 봐도, 머레이는 조코비치의 라이벌이라고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로마마스터즈도 나달, 니시코리를 비롯해 힘든 상대만 죽죽 만나 체력쏟은 조코비치의 컨디션이 문제였다는 게 사실상 정론이다. 특히 호주오픈 결승은 조코비치가 머레이에 레슨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랑스오픈 결승은 머레이가 1세트를 선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이나 정신력이나 모두 조코비치가 압도적이라는 걸 확인 했을 뿐이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조코비치의 폼은 올시즌 남자테니스에서 전무후무한 캘린더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냐 마냐가 화두였지. 머레이와의 라이벌리 따위는 없었다. 당연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번 리우 올림픽도 이변이 없는 한 조코비치가 안정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나달










  나달도 이번 올림픽 출전의사를 표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챔피언인 그는 딱히 동기부여가 없을 것임에도 이번 올림픽에 단식은 물론 복식과 혼합복식까지 출전할 생각이라고 한다. 올 시즌 프랑스 오픈에서 부활한 듯한 폼으로 두 경기를 가볍게 이겼으나, 왼손목 부상으로 또다시 재활에 들어가야했다. 그리고 이번 회복과 함께 리우에서 복귀전을 갖는다.


  그새 4위까지 올려놓았던 나달의 랭킹은 다시 5위로 한단계 하락했다. 작년 이맘때쯤, 2005년 이래 거의 10년여만에 랭킹 두자리수를 찍은 나달은 그후 하반기 하드 코트 시즌에 나름 준우승 4강 등을 거두며 조금씩 회복하나 했으나, 올시즌 호주오픈 1회전 탈락으로 다시 나락으로 빠지나 싶더니, 인디언 웰스에서 선전하고 몬테카를로 마스터즈와 바르셀로나 오픈을 오랜만에 석권하며 또다시 반등했었다. 그리고 출전한 본인의 주무대인 프랑스 오픈에서 부상당한 것이다.  



또 조코비치인가




오랜 숙원인 롤랑가로스를 드디어 우승한 조코뱅크



  사실 나달이 출전하건 말건 이번 올림픽은 사실상 조코비치가 우승하지 않을까 싶다. 충격의 윔블던 3라운드 패배 후 조코비치는 마스터즈 1000시리즈인 로저스 컵을 가볍게 우승하면서 폼을 끌어올렸다. 현재 조코비치의 상대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 올림픽 때나 2013, 2014 롤랑 가로스 때 처럼 본인의 멘탈이 느닷없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딱히 패배할 것 같지 않다.(조코비치의 올해 윔블던 패배는 우천이나 조코비치 본인의 심리적 압박감 등의 요인도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상대였던 샘 쿼리가 그냥 인생경기를 한 것 같았다.) 
  물론 최근 너무 잘해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조코비치의 고질적인 약점은 멘탈이었다. 불과 작년 프랑스오픈만 해도 바브린카를 상대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라켓을 집어던져부쉈고, 올해 로저스 컵에서도 니시코리 케이를 상대로 앞서고 있으면서도 몇번이나 라켓을 부수려했다.
  내가 테니스 이야기를 주고받는 친구들과 나는 조코비치를 조코뱅크라고 부른다. 같이 테니스를 치는 어른 중 한 분이 조코비치를 조코뱅크라고 부르는 데서 연유했다.
  나에게 조코뱅크 테니스는 좀 재미가 없는 편이다. 가장 재미없는 경기 조합이 조코비치와 머레이의 맞대결이다. 조코비치의 경기는 축구로 치면 첼시같은 느낌이다. 조코비치는 기계적인 플레이로 유명하다. 안 그래도 마르고 길쭉한 몸을 더 늘어뜨리면서 공을 받아내는 데, 그것이 정확한 카운터로 날라간다. 그래서 조코비치는 베이스라인 뒤에서 좌우로만 왔다갔다하며, 공을 드라이브로 상대에게 넘기는 것이 주 플레이 패턴이다. 랠리가 길어진다 싶으면 드롭샷을 쓴다. 그러면 네트하나를 두고 살짝씩 넘어오는 볼들을 주고 받는 싸움을 한다. 여기서 조코비치는 가히 예술적이다. 완전 반대편 코트 살짝 앞으로 정확하게 넘긴다. 상대는 받을 수 없거나 받아도 공이 떠서 조코비치가 발리로 마무리한다. 
  조코비치의 양손 백핸드는 올타임 넘버 원으로 손꼽힌다. 어느 방향이든 정확하고 강력하게 나간다. 웨스턴 그립에서 나오는 탑스핀 포핸드는 나달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스핀과 파워를 지닌다. 무엇보다 조코비치 스트록의 강점은 코트 가운데나, 짧은 볼이 많지 않고, 카운터 조차 거의 깊숙한 코트 구석으로 날아간다는 점이다. 
  약점이라면 멘탈(..)과 포핸드 에러, 서브와 발리가 있지만, 요즘 조코비치는 포핸드 에러도 상당히 줄어들었고, 서브는 2010년 자세 교정 후 무기 중 하나가 되었다는 평이다. 발리는 애초에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냥 스트록 치다 드롭샷 치고, 살짝 다시 툭 넘기고 끝이 난다. 말그대로 거의 저 3개 패턴이 사실 상 전부다. 심지어 슬라이스도 거의 치지 않는다. 앤디 머레이의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한 편이다. 그래서 그 둘의 경기는 머레이가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 뛰다니고 힘들어한다는 거 빼면, 딱히 볼 게 없다. 게다가 어차피 이변이 없는 한 거의 조코비치가 이긴다. 
  기계적이라는 점, 무결점이라고 불리운다는 점, 철저히 정갈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의 외모 등, 왠지 내게 조코비치는 정이 가질 않는다. 그리고 녀석 때문에 테니스계는 더욱 재미없어진 것 같다. 그저 거의 독보적이다. 현재(2016. 08) 2위인 앤디 머레이와는 랭킹 포인트차는 6,000점 가량 차이난다. 조코비치가 윔블던에서 난데없이 탈락하고 머레이가 우승하기 전에는 거의 10,000점 가까워 보일만큼 차이가 났었다. 2위라는 머레이가 조코비치에게 딱히 위협적인 선수가 아닌데다, 페더러도 체력적으로 부치는 모양새이고, 나달은 이미 나가 떨어졌다. 빅4가 저러는 데, 다른 선수들은 이변의 주인공이라도 되지 않는 한, 애초에 위협도 되지 못한다. 2015 프랑스오픈에서 충격의 패배를 안겼던 바브린카가 해볼만 하나 싶었지만, 그 이후로 모두 조코비치가 승리했다. 올 시즌도 조코비치는 딱 4번 졌다. 윔블던에서 샘 쿼리, 로마에서 앤디 머레이, 몬테 카를로에서 지리 베슬리, 두바이에서 펠리시아노 로페즈에게 경기 도중 눈부상으로 기권패. 벌써 타이틀만 7개를 땄다. 사실상 거의 독식이나 다름없다. 작년 성적은 82-6이다. 역대급 성적이다. 최다 상금 랭킹도 갈아치웠다. 딱히 마이클 조던이 보여줬을 법한 극적인 승부도 없었고, 극적인 라이벌리도 없었다. 그냥 여유있게 전부 우승했다.
  왠지 로저 페더러는 황제라는 품격과 우아함이 느껴졌고, 플레이스타일이 올라운드라는 평가에 걸맞게 다양하게 상대를 쥐어팼다. 누구보다도 독보적으로 1위자리를 지켰지만, 그에게는 나달이라는 천적이자 라이벌이 있었다. 그 둘은 철저히 다른 스타일의 선수다. 그래서 명경기도 많이 나왔고,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그런 면에서 조금 흥미를 끄는데는 부족한 면이 있는 듯하다. 너무 여유있게 이기고 우승한다. 그의 플레이는 앞서 말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나달이 잘할 때, 조코비치에게 라이벌리가 성립하면서 둘의 경기도 Animalistic Rally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흥미진진한 경기가 나왔다. 특히 2013년 US OPEN 결승이나 2012년 호주오픈 풀세트 접전은 2008년 윔블던 만큼 역대급급으로 흥미로운 경기들이었다. 하지만 나달이 나가떨어진 지금 조코비치의 테니스 천하는 조금 지루할 만큼 흥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다시 나달



  나는 나달의 팬이다. 내가 처음으로 쓴 제대로된 라켓이 2014년 롤랑가로스에서 나달이 사용했던 바볼랏의 에어로 프로 드라이브 2014 롤랑가로스 한정판이었다. 현재 메인으로 쓰는 라켓도 나달이 2013년 하반기 북미 하드코트를 씹어먹을때 쓰던 2013 버전 에어로 프로 드라이브다. 처음으로 제대로 경기를 본 것도, 나달과 페더러의 2008년 윔블던 결승이었다.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굉장히 흥미로워 보였지만, 동시에 왠지 고상하고, 거들먹거리고, 배나온 돈좀 만지는 아저씨들이나 하는 스포츠처럼 보였다. 이제 80살은 됐을 법한 이명박씨가 즐기는 것이 테니스라는 것이 내가 테니스에 대해 바라보는 정확한 이미지였다. 

  테니스 선수들도 왠지 조금 그래 보였다. 흔히 보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르브론 제임스라는 아이콘까지만은 아니더라도, 강하고 격렬한 모습은 커녕 그냥 비리비리한 동네 아저씨들 같았다. 게다가 백인들이 주류다 보니 희멀겋고 가는 팔뚝으로 스트록을 치는 테니스 선수들의 이미지는 내게 사실 비호감에 가까웠다. 




그리고 나는 라파엘 나달을 발견했다. 








  압도적인 수준의 탑스핀 포핸드. 백핸드로 오는 볼을 돌아서서 장기인 포핸드로 때리는 엄청난 활동량과 스피드. 바로 그 활동량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도무지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볼까지 끝까지 쫓아가서 어떻게든 상대방 코트에  집어넣는 근성. 상대의 일방적인 발리게임에 근성으로 만들어낸 수없은 패싱샷과 카운터.  경기가 길어질수록 에너지를 더욱 얻는 것 같은 방대한 체력. 테니스계의 그 어떤 선수에게서도 보기 힘든, 말과 같은 엄청난 근육량. 그 거대한 근육을 갖춘 팔을 비꽈서 돌려치는 핼리콥터 스윙으로 스핀과 파워는 반비례한다는 인식을 집어삼키고, 엄청난 스핀과 파워를 동시에 발현하는 포핸드. 테니스의 황제라는 로저 페더러에 유일하게 압도적인 상대전적으로 괴롭히며 페더러의 약점을 찾아낸 2인자. 이미 스무살때 피로골절로 한쪽 발목이 박살났으나 끊임없이 재활과 회복을 반복하며 코트에 등장한 선수. 9번 동안 롤랑가로스를 독점하며, 여러 선수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가로막았던 선수. 로저 페더러와 함께 나이키 테니스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 희멀건 범생이들같은 테니스 선수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그을린 피부와 근육. 정석과는 거리가 먼 테니스 스킬로 헬리콥터 스윙을 유행시킨 선수. 바로 라파엘 나달이었다. 



2인자 나달


  나달은 "1인자"나 "최고"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달이 랭킹 1위에 머물러 있던 시간은 141주 정도이다. 상당히 긴 시간이긴 하지만, 함께 빅4로 불리우는 로저 페더러(302주), 노박 조코비치(2016. 8까지 210주)에 비하면 뒤진다. 노박 조코비치가 2014년 중순부터 현재까지 2년여를 연속으로 랭킹 1위에 오르면서, 기록을 뒤집기는 했지만, 나달이 1위를 기록할 때 2위와의 랭킹 포인트 차이와 현재 조코비치의 그것과 비교하면, 현재 조코비치의 2년 연속 1위는 사실상 대적할 상대가 없는 압도적인 1위다. 
  여기에 로저 페더러는 사실상 올타임 넘버 원에 가까운 존재이다. 그에 비해 나달은 넘버 원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기에는 뭔가 불안하고 부족한 존재다. 느닷없이 1라운드 탈락하는 것도 나달이 유난하다. 로저 페더러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도 나달이 2인자 혹은 도전자로써 이미지를 갖추는데 기여했다.
  물론 나달이 부정할 수 없는 최고로 평가받는 영역도 있다. 바로 클레이 코트이다. 클레이의 제왕이라는 별명처럼 나달은 압도적인 클레이 승률과 기록을 가지고 있다. 대 로저 페더러 승률이 압도적인 것도 사실 대다수의 경기를 클레이에서 맞붙어서 그렇기도 하다. (잔디코트 1-2, 인도어하드 1-5, 아웃도어 하드 8-2, 클레이 코트 13- 2) 
  미끄러질수 있는 클레이코트는 나달의 활동력을 배가시켰고, 클레이의 큰 바운드는 나달의 방어능력을 더 높이면서 동시에 그의 몬스터 탑스핀 스트로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웃도어 코트의 특성상 예측할 수 없는 풍향이나 습도 등은 스핀이 큰 나달의 공을 더욱 받아치기 힘들게 만든다. 클레이코트에서만은 나달이 올타임 넘버원으로 불리울만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2013년부터는 주력인 클레이 코트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로마 이렇게 3개의 클레이 마스터즈 대회를 석권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조코비치의 득세이후 클레이코트에서도 조코비치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 얻은 몬테카를로 마스터즈도 조코비치가 베슬리라는 신예에게 느닷없이 탈락하는 바람에 덕을 보았다. 바브린카나 머레이 등을 꺾으며 우승하긴 했지만, 애초에 바브린카나 머레이는 그래도 아직은 나달에게, 그것도 클레이에서는 열세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클레이인 얼해 마드리드 마스터즈에서 또다시 머레이에게  패하면서 그것 또한 의심받고 있는 지경이다. 


  언제나 나달은 도전자였다. 오히려 1인자의 위치에 올라있는게 이상해보였다. 나만의 느낌인지는 몰라도 페더러 1위, 나달 2위가 가장 안정적으로 보이는 랭킹같다. 그 둘은 언제나 맞붙었고, 언제나 명경기를 보여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절대자같은 페더러가 나달에게만 깨지니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였다. 나달은 페더러를 이겼지만, 언제나 2위였다. 페더러에게 랭킹 1위 자리를 뺐은지 1년 만에 그는 1위에서 물러났다. 부상 때문에 경기를 쉬면, 당연히 랭킹 포인트가 급락했고, 그의 랭킹은 떨어졌다. 하지만 금방 또다시 회복해 복귀하여 차근차근 포인트를 땄고, 금방 탑에서 경쟁하였다. 
  나달의 경기 중 아쉬운 것이 있다면, 2014년 호주오픈에서 아쉽게 바브린카에게 졌을 때였다. 경기도중 부상치료까지 받아가며 치뤘던 경기는 1-3으로 나달이 패했다. 무작정 경기 중 부상치료를 받는다고 여러 비난까지 받았던 나달이었다. 만약 그걸 우승했다면 그랜드슬램을 더블로 이뤘을 것이다. 
  나달이 마지막으로 그랜드 슬램 우승을 했을 때는 내가 병원 생활에 찌들어있을 때였다. 최근 한 2년은 나달에게는 최악의 시기이다. 한번도 그랜드 슬램 우승을 못했다. 오히려 마스터즈 대회, 그것도 본인이 주력인 클레이 대회에서도 변변찮았다. 심지어 라이벌 중 한 명인 조코비치에게는 만날 때마다 쥐어터졌다. 2015년 프랑스오픈도 조코비치에게 가볍게 3대 0으로 졌다. 이제 그는 조코비치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경기를 봐도 뻔히 보인다. 여유있는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경기내내 주도하고 있는 건 조코비치다. 나달은 공을 겨우 받아 넘기기에 바쁘다. 노련해지기까지한 조코비치는 이제 실수도 별로 없다. 그의 카운터는 귀신같이 코트 구석으로 찍힌다. 어떻게 저렇게 치나 싶을 정도다. 반면에 나달의 공은 힘들게 한 공격조차 공이 짧거나 조코비치에게 여유있게 카운터 당한다. 이동거리도 나달이 압도적으로 길다. 조코비치의 드롭샷 네트 플레이는 이제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그렇게 나달은 쥐어터졌다. 
  경기가 끝나고 여유로워 보이는 조코비치에 비해 나달은 곧 죽어가는 사람같다. 소년같던 20대 초중반에 비해 현재의 나달은 부쩍 늙어버렸다. 머리는 탈모가 있는 지 힘이 많이 빠졌고, 시커먼 피부는 주름과 함께 안쓰러워 보이는데 일조한다. 거짓말 처럼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조코비치나 머레이, 그리고 심지어 페더러와 비교해도 나달만 부쩍 늙어 보인다.
  황제인 페더러의 천적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정석적인 테니스와는 다르다는 면에서 나달은 상당히 많은 질투를 받았던 모양이다. 물론 그에게 환호하는 팬들도 엄청나게 많지만. 나달은 지나친 활동량 때문에 선수생활이 짧을 것이라거나, 팔에 부담을 많이 주는 타법때문에 팔과 손목, 관절이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비평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상식적으로 그래보인다. 2015년 부터 나달은 장기인 스피드 마저 굉장히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게다가 나달의 톱스핀 드라이브 볼은 파워가 제대로 안실려 공이 베이스라인 까지 뻗지 못하면, 딱 상대가 공격하기 좋은 볼이된다. 요즘은 경기만 봐도 힘들어보인다. 나달이 베르다스코에게 져서 2016 호주오픈 1회전에서 탈락했을 때, 베르다스코에게는 과거 승리 이후 최근 연패라며 나달도 끝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코트장에 있을 때도, 테니스 코치나 선수, 동호인들로 부터 나달은 끝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달은 계속 도전한다. 




  2010년에도 2013년에도 나달은 부상에서 돌아와 화려하게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그리 녹록치 않다. 2년째 끊임없이 지고 있는 조코비치가 누구보다 싫을 것이다. 과거의 조코비치는 단지 3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조코비치에게 상대전적도 앞섰고, 연말 하드코트 시즌이 아니라면 그는 나달이 딱히 두려워할만한 선수도 아니었다. 2013년에는 그 연말 하드코트 시즌에서도 조코비치를 압도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조코비치에게만 7연패 중이다. 나달이 부활할만 하면, 제동을 걸었던 것이 노박 조코비치이다. 2015년도 몬테카를로 준결승을 시작으로 롤랑가로스, 오랜만에 인도어 하드에서 선전했던 베이징이나 월드투어파이널에서도 모두 조코비치에게 가로막혔다. 올해의 시작인 도하에서도 결승에서 만난 조코비치에게 패했고, 즈베레프라는 샛노란 신예에게 다 질뻔한 거 겨우 역전하고 올라간 인디언 웰스 4강에서 그를 가로막은 것도 조코비치이고, 몬테 카를로와 바르셀로나 대회 연속 우승으로 롤랑가로스까지 선전을 기대하던 로마마스터즈 4강에서 또 조코비치에 가로막혔다. 심지어 한 세트도 못땄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인터뷰에서 조코비치가 대단한 선수이며, 그가 이긴 건 그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 연민이 느껴졌다. 페더러와 자웅을 겨루던 시절, 조코비치 따위 그냥 상위권 선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본인이 본인 스스로에게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았다. 나달의 타법과 플레이스타일을 끊임없이 흉내내는 나에게 마저도 많은 사람들이 그만하라고 한다. 나달은 끝났다고 말이다. 조코비치의 유연성과 정확도를 연습하라고 한다. 심지어 내가 그런 말을 듣는 것 만으로도 짜증이 밀려오는데, 나달은 오죽할까 싶다. 2015년에 부진하자 사람들은 나달이 삼촌인 토니 코치에서 벗어나 페더러나 머레이, 조코비치처럼 새로운 코치를 영입하여 플레이를 교정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나달은 인터뷰에서 코치진에는 문제가 없고, 현재 부진의 원인은 자신 스스로에게 있다고 단언했다. 그렇게 스스로 판단하고 그렇게 말한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잘 안다. 결국 본인의 자신감이 문제라는 것 말이다. 오히려 그 인터뷰를 보는 내가 너무 괴로웠다. 
   나달의 경기를 보면 그런 느낌을 그대로 갖고 응원한다. 공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고, 실수라도 나오면, 짜증과 안타까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보이는 게 멀리서 시청하는 내게도 보인다. 이기는 것도 뭔가 불안하다. 하위 랭커들과의 경기조차도 불안하다. 왠지 이길 것 같지가 않다. 또다시 이변의 희생양이 될것만 같다. 그러다 겨우 이기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내 삶을 그의 삶과 동화시키기 까지 한다. 화려하고 자신감 넘쳤던 과거를 뒤로하고,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투쟁하는 바로 그 모습 말이다. 왠지 그의 커리어가 내 삶과 동일하게 느껴져 더욱 동질감을 갖고 응원하게 된다. 


  나달이 정말 오랜만에 몬테카를로와 바르셀로나를 우승했을 때는 더없이 기뻤다. 친구 중 한 명은 요즘도 회자하곤 한다. 아침 출근을 위해 나왔을 때, 나는 그 친구를 붙잡고 아침부터 정말 병신처럼 질질 짰다. 그냥 나달이 해낸 게 너무 기쁘다고 말이다. 정말 힘들게 공 하나 하나를 받아 넘겼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니시코리 케이와의 경기에서 나달은 정말 온몸을 쥐어짜서 경기한 것 같았다. 이건 끝났다 싶은 공을 나달은 정말 힘들게 달려가서 겨우 받아냈다. 다음 공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포인트 한포인트 얻었고 결국 우승했다. 바르셀로나 오픈은 고작 500대회였다. 그럼에도 나달은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도 한 마냥 기뻐했다. 오랜만에 나온 연승이어서 그럴 것이다. 정말로 이제는 다시 부활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침부터 친구를 붙잡고 흐느꼈다. 그냥 나달이 정말 애쓰고 있구나, 정말 다시 해내기 위해서 힘든데도 노력하고 있구나, 그리고 결국 해냈구나. 테니스가 잘 안 된다고 궁시렁대고, 공부가 안된다고 푸념만 늘어놓는 내 자신을 자책하며, 나달처럼 화이팅해야지 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 날 그렇게 불어터진 눈으로 오전 테니스를 치러갔던 나는 삶에서 손꼽을 만한 플레이를 해냈다. 친구는 그 얘기를 회자하면 미친듯이 웃곤한다. 별 미친 놈이 나달이 우승했다고 아침부터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신 마냥 미친듯이 흐느꼈다는 것이다. 어쨌건 나는 그랬다. 진심이다. 


  프랑스 오픈 1, 2회전 승리를 뒤로 하고 그는 리타이어를 선언했다. 이번에는 손목 부상이라는 것이다. 조코비치가 롤랑가로스를 드디어 우승한 지금, 이제 나달은 클레이의 제왕 자리에서도 물러나야할 판이 된 듯하다. 그렇게 그는 윔블던도 지나쳤다. 그리고 또다시 재활 끝에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말했듯, 올림픽은 또 조코비치가 우승할 것 같다. 나달은 4강만 가도 대단한 대회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4강이나 갈까 싶다. 게다가 리우 올림픽 테니스 코트장은 하드 코트다. 보나마나 조코비치가 우승하겠지. 그래도 나달의 경기를 꼭 챙겨보려고 한다. 팬인 내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인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오죽할까. 혹시나 나달이 우승하면 내가 나이키에서 아무거나 고르는 대로 사줄거라고 친구들에게 공언했다. 이에 친구는 "아냐, 됐고, 그냥 치킨이나 사라. 어차피 조코뱅크가 우승하겠지." 라고 말했다. 



  

2013년 조코비치와의 US OPEN 결승 중 찬스 상황에서
 다리가 풀려 뒤로 자빠지는 와중에도 공을 노려보고 있는 나달
이 상황 직후 세트스코어 1:1, 3세트 게임스코어 4:4,
나달 서비스게임 0:40 에서 거짓말처럼 게임을 역전하고, 
다음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 하면서그대로 3세트를 가져가 
사실상 승패의 흐름을 결정지었다.




 나달은 또 질 것 같다. 게다가 그가 강한 클레이 시즌도 끝났다. 하드코트에는 최강인 조코비치가 있고, 머레이도 클레이에서 자신감을 얻으며 상승세중이다. 페더러도 비록 무릎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지만 내년에도 여전히 대단할 것 같다. 이 밖에도 니시코리 케이나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 올해 급상승한 밀로시 랴오니치나 클레이 원백핸드 신예 도미닉 티엠 등도 눈여겨볼만하다. 나달의 아슬아슬한 경기력이라면, 앞으로 해낼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지난 과거의 플레이 스타일이 현재 끊임없이 부상이라는 방식으로 발목을 잡을 것이다. 혹자는 같은 방어형이지만 나달의 부진과 조코비치의 득세의 차이룰 조코비치는 안되는 볼을 과감하게 보냈고, 나달은 그것마저 지나치게 쫓아가서라고도 말했다. 참 웃기는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것 또한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달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인 플레이스타일로써 경기를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을 믿으면 여전히 기회는 온다고 믿는 듯하다. 딱히 동기부여도 없는 올림픽도 출전한다는 걸 보니, 그냥 자신만의 경기를 하려는 것 같다. 그저 끊임없이 도전해서 자신을 증명하고, 좌절하더라도 또다시 도전하려는 듯 하다. 어차피 이제 도전조차 할 수 없는 날은 오겠지. 그때까지 끊임없이 또 재활하고 복귀하고 재기하고자 노력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런 모습에 더욱 애정을 느끼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나의 삶조차 그럴 것이고 그래야 할 것이라고 믿기에 더욱 그렇다. 바로 그러한 면에서 나달은 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2016년 8월 2일 화요일

Rafael Nadal











Rafael Nadal Perera 
라파엘 나달 
RAFA


1986년 6월 3일 생
1.85 m(6' 1"), 85 kg(188 lbs)
Left handed, Two-handed backhand


Coach : Toni Nadal
Equipment : Babolat Pure Aero, Nike




Grand Slam (우승 14회 준우승 6회)

Austrailian Open (hard) :
우승 1회
(09, v. R. Federer) 
준우승 2회
(12, v. N. Djokovic)
(14, v. S. Wawrinka)

French Open, Roland garros (clay) :
우승 9회
(05, v. M. Puerta)
(06, v. R. Federer)
(07, v. R. Federer)
(08, v. R. Federer)
(10, v. R. Soderling)
(11, v. R. Federer)
(12, v. N. Djokovic)
(13, v D. Ferrer)
(14, v. N. Djokovic)

Wimbledon Tennis Championship (grass):
우승 2회
(08, v. R. Federer)
(10, v. T. Berdych)
준우승 3회
(06, v. R. Federer)
(07, v. R. Federer)
(11, v. N. Djokovic)

US Open (hard) :
우승 2회
(10, v. N. Djokovic)
(13, v. N. Djokovic)
준우승 1회
(11, v. N. Djokovic)




Olympic Tennis singles
2008 Beijing Olympic Gold Medal (hard) 
(v. F. Gonzalez)



ATP World Tour Finals (hard)
준우승 2회
(10, v. R. Federer)
(13, v. N. Djokovic)


Career Grand Slam(10)
Golden Career Grand Slam(10)


Master 1000 Series
우승 28회 준우승 14회






- 라파엘 나달의 그랜드 슬램 14회 우승기록은 피트 샘프라스의 14회 우승기록과 함께 로저 페더러의 17회 우승 기록에 이어 역대 공동 2위 기록이다. 2016. 8 기준으로 12회 우승을 달성한 노박 조코비치의 추격을 받고 있다. 


-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은 나달이 2위로 올라선 2005년 7월부터 앤디 머레이가 새로운 2위 자리에 올라선 2009년 8월까지 약 4년 여의 기간동안 세계랭킹 1-2위를 독식했다. (2005.07~2008.06 페더러 1위 나달 2위, 2008.06~2009. 07 나달 1위, 페더러 2위)


- 윔블던 7회 우승(5회 연속)으로 로저 페더러가 윔블던의 아이콘이듯, 롤랑 가로스를 9회(5회 연속)우승한 라파엘 나달은 롤랑 가로스의 아이콘이다.


- 라파엘 나달은 롤랑 가로스에서 지금까지 단 두 번 패했다. (2009년 4R 로빈 쇠덜링, 2015년 QF 노박 조코비치)


- 라파엘 나달의 마스터즈 1000시리즈 28회 우승은 노박 조코비치의 30회 우승기록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2016. 8. 1 현재)


- 라파엘 나달은 주요 대회인 그랜드 슬램, 데이비스 컵, 월드 투어 파이널, 올림픽 싱글 중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 기록만 없다. (준우승만 2회, 10, 13) 로저 페더러(12 런던 은메달) 노박 조코비치(08 베이징 동메달)는 올림픽 싱글 금메달이 없고, 앤디 머레이는 올림픽 금메달은 있지만(12 런던 금메달), 프랑스 오픈과 호주오픈,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 경력이 없다. 


- 라파엘 나달은 원래는 오른손잡이이나, 코치이자 삼촌인 토니 나달의 지도하에 왼손잡이처럼 포핸드를 왼손으로 치고, 백핸드를 양손(오른손)으로 친다. 왼손 포핸드를 치는 것으로 오른손잡이와 다른 궤적의 볼을 치고, 어드코트에서 포핸드서비스를 넣는다는 장점이 갖는다. 여기에 주로 쓰는 손인 오른손을 더해 양손 백핸드를 씀으로써 테니스에서 일반적인 약점인 백핸드를 보완한다.

-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인다. 나달의 클레이코트 승률은 데뷔 후 현재(2016.8)까지 97.3%에 이른다. 


-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앤디 머레이 그리고 라파엘 나달로 일컬어지는 빅4 중에서 나달은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모두에게 앞섰으나, 노박 조코비치에게 2013년 US Open Final에서의 승리 이후 1승 11패로 부진하면서 상대전적에서 뒤지게 되었다. 노박 조코비치외에 라파엘 나달을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선수는 없다. 노박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에게 상대전적에서 상당히 뒤졌었으나 2014년 부터 내리 상승세를 달리면서 2016년 드디어 상대전적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앤디 머레이는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를 상대로 모두 상대전적에서 뒤진다. 



2016. 8. 1 기준 

Rafael Nadal v. Novak Djokovic 23-26
Rafael Nadal v. Roger Federer 23-11
Rafael Nadal v. Andy Murray 17-7

Roger Federer v. Rafael Nadal 11-23
Roger Federer v. Novak Djokovic 22-23
Roger Federer v. Andy Murray 14-11

Novak Djokovic v. Rafael Nadal 26-23
Novak Djokovic v. Roger Federer 23-22
Novak Djokovic v. Andy Murray 24-10






과연 2016 리우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금메달은 누가 가져갈 것인가? 
(조코비치가 가져가겠지 뭐...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