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은 페미니즘이 유행인가보다. 굳이 노력하지않아도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진보진영은 페미니즘을 이슈로 자기네들끼리 분열한다고 난리다. 재미있는 일이다.
최근에 "굿 와이프"라는 드라마를 보게되었다. 스캔들로 무너진 검사의 아내가 홀로서기 한다는 내용이다. 2009년부터 방영되어 시즌 7까지 간 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판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법조계에 관심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시놉시스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섹스 스캔들로 무너진 검사의 아내가 15년만에 변호사로 컴백하는 내용이라니.
전체 16부작 중 현재 9화쯤까지 방영한 것으로 안다. 리메이크 되면서 원작에 비해 조금 구성이 바뀌었다. 단지 기업 파트너일 뿐인 로펌의 경영자들이 남매로 나온다던가, 로펌의 정신없는 최고 파트너가 남매의 아버지로 바뀌어 회사 전체가 가족회사가 되어있다던지, 젊지만 능력있는 경쟁자가 이제 갓 로스쿨 졸업한 것 같은 새파랗게 어린 애가 되있다던가, 여성계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있는 변호사이자 판사의 꿈을 지망하던 대표 파트너는 그냥 남동생 걱정이나 하는 누나로 바뀌었다던지 뭐 그런 것 말이다.
1화를 매우 흥미롭게 본 이래 현재까지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주인공의 최초 재판을 주재한 판사(최병모 분)과 조사원으로 나오는 김단(나나 분) 정도 밖에 없다. 특히 아이돌 출신인 나나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페이스이기도 하고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라 눈이 많이 갔다. 극 초기에는 유지태씨가 분한 주인공 남편이자 스캔들 검사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배우인 유지태씨 본인의 매력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화와 2화 정도에서 받은 감명은 다음 화가 진행되어 갈수록 조금씩 무뎌져갔다. 심지어 가장 최근인 9화에서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에도 흥미가서 시즌 1의 에피소드 몇편을 보니 조금 더 불만을 느끼게 되었다.
기대했던 건 남편의 섹스 스캔들로 깊은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한 명의 법조인으로 복귀하여 로펌에서 어떻게 경쟁하며, 가족과 일 그리고 본인 스스로의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 굳건하게 이겨내는지 혹은 이겨내고 말고와 상관없이 그 과정이 어떻게 흘러갈지였다.
우리나라는 여성 이라는 젠더를 가지고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기가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가정을 보살펴야한다는 부담까지 안겨진다. 수퍼 맘도 되어야하고 수퍼 우먼도 되어야한다. 심지어 주인공의 상황에서는 남편의 스캔들로 그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본인의 정신적 상처와 남편의 정치적 입지마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그것의 해결을 위한 힌트를 보여주거나, 아이디어를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드라마는 보여주긴 한다. 주인공이 얼마나 거지같은 상황에 빠져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멘붕하고, 또 그것을 어떤 성정으로 극복하는지도 보여준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저 흔해빠진 한국식 드라마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억압받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그녀의 홀로서기를 다룬 드라마지만, 결국에는 "남성"을 통해 사실 상 모든 위기를 해소하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현대 여성이 의기와 감상만 넘칠 뿐 여전히 무력하고 남성의존적이라는 편견만 강조하게 되는 꼴이었다.
1.
주인공은 대학동창 혹은 연수원 동기라는 서중원 대표와의 연으로 자리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일단 여기부터 시작이다. 남편의 바람으로 갑자기 사회에 뛰어들어야 했던 여성이 젊은 남성을 만나 연애질 한다는 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로맨스 영화에서 조차 주인공은 가정 주부를하면서도 틈틈히 스포츠 관련 데이터와 통계를 지속적으로 모아왔다는 설정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15년 여 간 오로지 가정주부에 올인한 주인공은 친구덕에 느닷없이 바로 취직한다. 그것도 이성 친구덕에 말이다. 그래 뭐 여기까진 그럴수도 있다. 시작이니까.
하지만 드라마 내내 위급한 상황이나 급박한 도움이 필요할 때면 서중원 대표(윤계상 분)가 등장한다. 오만과 편견의 미스터 다아시는 귀족이라서 일도 안하고 놀았다고 하자. 드라마상 서중원 대표는 재정적 부담까지 떠앉은 로펌의 대표 변호사인데, 드라마 내내 주인공만 스토킹만 한다. 원작의 서중원 대표 역인 윌 가드너는 일하느라 정신없어 보이기도 하고, 딱히 스토커처럼 괜찮냐 괜찮냐 물어가면서 따라다니지도 않는 것 같던데, 서중원 대표는 끊임없이 주인공을 걱정하고 전화하고 위로하는데 모든 걸 쏟는 것 같다. 대표가 아니라 실장인가 보다.
그래, 주인공의 첫 재판에 들어가는 것 까지는 납득할만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주인공이 맡은 일을 보조하고 뜬금없이 나타나 도와주며 시도 때도 없이 전화걸고 심지어 주인공의 가정이 있는 집까지 찾아온다. 주인공은 또 마침 잘됐네 하면서 품에 안겨 위로받는다. 무슨 청부업자에게 쫓길 때도 나타나 구해주고, 심지어 사건의 증거를 은닉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적발되기 직전 10분만에 날라가서 구해준다. 특히 그 장면은 지극히 멍청하고 비윤리적인 주인공의 무리한 행동이 결국 남성에 의해 해결되고, 해소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은 역시 멍청하고 나약하며 언제나 남성에 의해 구원받는다는 클리셰와 편견을 더욱 가중시키는 매우 극적인 장면이었다.
게다가 주인공과 대표는 기어이 스킨쉽까지 갖는다. 로펌의 대표변호사와 새끼 변호사가 무려 회사 사무실에서 말이다. 더 나아가 주인공은 그 행동의 위선스러움이 주는 죄책감을 해결하기 위해서인지 대뜸 스킨십을 중단하고 급작스레 남편을 찾아가 성관계를 갖는 신에 이른다. 도무지 이 드라마가 일일 연속극인지, 사랑과 전쟁인지, 뭔지 헷갈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럴 수 밖에 없다거나, 흔들리고 있어서 그랬다던가 하는 감정선과 함께 말이다.
2.
주인공은 대단히 감정이입적이며, 이상적이며, 고결한 성품을 지닌 변호사라고 드라마는 끊임없이 강조하는 듯 하다. 뭐 병원에서나, 성폭행 사건이나, 어디에서나 그저 초등생의 바른 생활 교과서 수준의 도리를 언급하며 일에 뛰어든다. 사실 주인공이 드라마에서 떠드는 것 같은 말을 실제 로펌 변호사로써 지껄인다면 -심지어 그것도 나이까지 많은 신입 변호사가- 보나마나 "역시 여자니까", "역시 애나 키우는 아줌마니까" 라는 말과 함께 엄청난 경멸과 편견에 시달릴 것이다. 사실 로펌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성들은 꼭 쓸데없이 감성적이라거나", "그저 감정 밖에 모른다거나" 하는 편견은 이미 플라톤의 그리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있는 편견이다. 그걸 감안하면 주인공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는 꼴이다.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는 커녕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묘사된 주변 캐릭터들과의 대비를 통해 오로지 혼자만 성녀처럼 만드는 연출은 주인공의 모습과 현실의 상황을 엮어 전부를 한 방에 멍청이로 만든다. 실제 현실이었다면, 주인공의 "책임지겠다"는 말에 맞추어 진작에 잘리고 본인 혼자 자신은 선을 행했다고 자위하는 모습으로 끝났을 것이다. 딱 편견으로 공격당하기 좋은 짓거리만 골라서 하고 있다.
"여성들은 꼭 쓸데없이 감성적이라거나", "그저 감정 밖에 모른다거나" 하는 편견은 이미 플라톤의 그리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있는 편견이다. 그걸 감안하면 주인공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는 꼴이다.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는 커녕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묘사된 주변 캐릭터들과의 대비를 통해 오로지 혼자만 성녀처럼 만드는 연출은 주인공의 모습과 현실의 상황을 엮어 전부를 한 방에 멍청이로 만든다. 실제 현실이었다면, 주인공의 "책임지겠다"는 말에 맞추어 진작에 잘리고 본인 혼자 자신은 선을 행했다고 자위하는 모습으로 끝났을 것이다. 딱 편견으로 공격당하기 좋은 짓거리만 골라서 하고 있다.
보편의 입장 혹은 상보론적 입장에서 좀 더 복합적이고 깊이있게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대사들과 행동만으로 감성에 호소하여 결국 대부분 승소로 끝나는 연출은 마치 조선시대에나 보았을 법한 권선징악적 교훈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리 이상적인 주인공은 1화를 제외하면 딱히 효율없이 열심히만 하다가 결국 남편이나 조사원 혹은 동창인 회사 대표의 도움을 받고 느닷없이 극적으로 승소하는 결과만 보여준다. 원작은 그래도 다양한 상황과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라도 쓴 느낌인데, 여기에는 딱히 노력의 시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3.
우리 이상적인 주인공은 아주 훌륭하고 헌신적이기 그지 없는 남성들을 곁에 둔 덕에 입사 이래 거의 전승에 가까운 레코드를 남긴다. 아직 정식계약조차 확정되지 않은 감상적인 인턴나부랭이급 주니어 변호사가 말이다. 그것도 15년동안 가정주부나 하다가 컴백해서 얻은 기록이다. 최강 산왕을 깨고 거짓말처럼 다음 라운드에서 패배했다는 "슬램덩크"나, 두부나 배달하던 주인공이 도무지 패배할 줄 모른다는 "이니셜D" 보다 더 만화적인 설정이다. 그래도 그 만화들은 그럴 수 있는 뒷설정이라고 덧붙여 놨었지. 한동안 화제와 리얼리티에 대한 조소를 한꺼번에 받았던 태양의 후예나 굿와이프나 뭐 오십보백보인듯하다.
4.
주인공의 자녀들은 제대로 보살펴 주는 사람도 없는데, 아버지의 스캔들과 실각이라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일을 겪고도 사실상 전혀 동요도 없다. 거짓말처럼 평온하다. 엄마가 사무실에 살다시피 하는데 비뚤어질 조짐 하나없이 순수하고, 아버지가 스캔들 검사인데 학교에서 주먹질 한번 하는 일도 없다. 무려 자녀들은 사춘기에 있을법한 나이대인데도 말이다. 원작에서는 할머니가 보살펴주거나, 주인공이 내니라도 구하려고 하는데, 여기서는 그딴 것도 전혀없고, 할머니도 잠깐 나왔다가 병원 입원하고 그대로 극중에서 사라졌다.
돈이 없어서 돈벌러 간다는 주인공인데 집안이 사정없이 깨끗한 걸 보니, 아이들이 집안일을 귀신같이 해놓나 보다. 청소년들이 왕따놀이와 계급놀이에 심취해 있다고 허구헌 날 뉴스에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겪어도 주인공의 자녀들은 너무 깔끔하고 개운하게 학교생활도 잘하나보다. 나도 그런 동네서 그들처럼 자랐어야하나 싶다. 심지어 엄마인 주인공이 회사대표랑 바에서 나란히 술따라주며 추억파느라 바쁜 와중에 가정은 언제나 평온하다. 주인공이 밀린 집안일에 빡쳐하는 장면 한 번 없다. 감성팔이해서 귀찮은 사건 맡았으니 사무실에서 시간 싸움할텐데, 우리의 주인공 또한 너무나도 차분하고 평화롭다. 주인공이 남편과 대표사이에서 삼각관계 하느라 심란해하는 것만 빼면 말이다.
돈이 없어서 돈벌러 간다는 주인공인데 집안이 사정없이 깨끗한 걸 보니, 아이들이 집안일을 귀신같이 해놓나 보다. 청소년들이 왕따놀이와 계급놀이에 심취해 있다고 허구헌 날 뉴스에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겪어도 주인공의 자녀들은 너무 깔끔하고 개운하게 학교생활도 잘하나보다. 나도 그런 동네서 그들처럼 자랐어야하나 싶다. 심지어 엄마인 주인공이 회사대표랑 바에서 나란히 술따라주며 추억파느라 바쁜 와중에 가정은 언제나 평온하다. 주인공이 밀린 집안일에 빡쳐하는 장면 한 번 없다. 감성팔이해서 귀찮은 사건 맡았으니 사무실에서 시간 싸움할텐데, 우리의 주인공 또한 너무나도 차분하고 평화롭다. 주인공이 남편과 대표사이에서 삼각관계 하느라 심란해하는 것만 빼면 말이다.
5.
극 중 유지태 씨가 분한 이태식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다. 갑자기 하우스 오브 카드라도 된 마냥, 이마에 힘만 잔뜩 준 채, 숙적인 최상일 차장검사(김태우 분)와 함께 실없는 음모만 늘어놓고 있다. 실체는 없고 인상 쓰고 가오만 잡느라 바쁘다. 마치 소녀감성 넘치는 중2병이 정치스릴러물을 보고 흉내내서 창작한 캐릭터 같았다.
이태식은 영국 드라마인 "셜록"의 마이크로프트나 보여줄 법한 고도의 흑막을 보여준다. 원작에서는 기소된 검사 남편이 아내 눈치 보느라 바쁘고, 조금은 허망하고 짠해 보일 만큼 교도소 환경에 엮여 있다. 그러나 한국 연출진은 그게 간지가 안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태식은 아예 인간성이 결여된 채, 철저히 암흑 속 권력을 활용해 특권을 취하는 인간으로 나온다. 한국 법조계에 대한 인식이 개판이라 그런가보다. 교도소가 무슨 이태식을 위한 비밀기지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아내를 위해 뭐든 할 거라는 식의 무리수들도 보기에 몰입된다거나 캐릭터로써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단지 여성들의 판타지 충족을 위한 장면들 같았다. 그 장면들이 여성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나는 편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성들이 자신 만을 위한 폭력에 환상을 갖는다는 편견 말이다. 웃기는 일이다. 자신의 아내에게 접근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내연녀를 납치해서 죽일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자신과 관계가 있는 재계 거물 중 한 명의 손을 포크로 박살내고 사실상 의문사로 가장한 인간에게서 이성적 매력을 느끼는 아이러니라니 말이다. 자신만은 그 폭력의 대상이 아닌 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그들의 공허한 환상은 뉴턴의 중력공식을 남자와의 사랑의 공식으로 묘사했다던 전근대시대나 지금이나 뭐 딱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내를 위해 뭐든 할 거라는 식의 무리수들도 보기에 몰입된다거나 캐릭터로써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단지 여성들의 판타지 충족을 위한 장면들 같았다. 그 장면들이 여성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나는 편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성들이 자신 만을 위한 폭력에 환상을 갖는다는 편견 말이다. 웃기는 일이다. 자신의 아내에게 접근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내연녀를 납치해서 죽일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자신과 관계가 있는 재계 거물 중 한 명의 손을 포크로 박살내고 사실상 의문사로 가장한 인간에게서 이성적 매력을 느끼는 아이러니라니 말이다. 자신만은 그 폭력의 대상이 아닌 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그들의 공허한 환상은 뉴턴의 중력공식을 남자와의 사랑의 공식으로 묘사했다던 전근대시대나 지금이나 뭐 딱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16부작에 불과하니 많은 내용을 담기에는 짧다거나, 그저 흔한 한국 드라마일 뿐이라거나 하는 변명들이 있지 않겠나 싶다. 보는 내내 대단히 아쉬웠다. 법조계에서 펼쳐지는 논리의 향연이나 암투, 추적 등이 가볍게 넘어가는 것도 아쉬웠고, 그저 주인공들의 치정문제만 부각되는 점도 아쉬웠다. 이것 또한 흔한 법조계를 배경으로 한 한국의 중년 연애 드라마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식하게된다는 것도 유감이었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고 동시에 가장 역겨웠던 건 이 드라마가 시작할 때, 일종의 페미니즘 적 지지를 받으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당당하게 로펌에서 경쟁하고, 나이도 많은 아줌마라고 비꼬는 새파랗게 남자 경쟁자에게 자신은 젊다고 태연하게 받아치는 장면을 극찬하는 기사도 있었다. 여성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네 어쩌네라는 식이다.
어쨌건 주인공이 여자이고 쉽지 않은 상황을 홀로 극복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설정이기 때문이니, 요즘 유난히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문제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는 재료였는데, 힌트는 커녕 그저 여성문제를 더 후퇴시킬 그놈의 연애타령만 일삼는 재료가 아닌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한국의 여권신장은 개뿔도 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입장을 가장한 이 드라마는 그들의 판타지에 집중하여 결국 삶의 유일한 해결책은 남성이라는 가치관을 대놓고 드러내는 수준에 있다.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들은 결국 서중원 대표와 남편인 이태식 검사에 의해 해결된다. 가정에서 겪는 부담따위는 애초에 연애질하고 재판 끝났다고 술쳐먹느라 존재하지도 않는다. 여성을 위한 판타지만 있을 뿐이다. 주인공이 로펌 경쟁에서 승리한 것도 결국에는 남편 덕이다. 딱히 충격적 반전이나 떡밥만 있을 뿐 여성으로써 한명의 변호사로써, 한명의 사회인으로써 지어지는 짐은 그다지 언급하지도 않는다.
이 드라마는 "역시 여성은 무능하고 나약한 존재이며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 라고 끊임없이 되내이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는 듯한 피양만 가장하는 자위를 덧씌운 것 같다. 연출자나 작가진이 여성들이라면 대단히 안타깝다. 그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의 시각을 철저히 증폭시켰을 뿐이다. 드라마의 인기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변명해봤자 필요없다. 그냥 이 드라마에 대한 후기는 세 가지 밖에 없다.
역시 한국드라마는 오로지 연애질이구나. 역시 여성은 남성의존적인 존재구나. 아 역시 유지태는 정말 멋있구나. 이 세 가지가 전부다. 아 참, 김단(나나 분)이 이태식(유지태 분)의 또다른 내연녀였다니, 이제는 사각관계인가?.. 쓰레기처럼 역겹다.
P. S.
원작도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들었으나 그래도 확실히 한국판 보다는 훠얼씬 나은 듯하다. 최소한 내가 본 시즌 1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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