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뱅크Novak Djokovic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우 올림픽 1회전에서 탈락했다. 후안 마틴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는 2012년 런던 올림픽 3-4위전에 이어 7:6(4), 7:6(2) 세트스코어 2:0으로 또다시 조코뱅크에게 노메달을 선사하고야 말았다.
신장 198cm의 마틴 델 포트로는 정현을 꼬라박은 것으로 유명한 칠레의 마린 칠리치Marin Cilic(2014 US 오픈), 한손백핸드 마스터인 스위스의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2014 호주 오픈, 2015 프랑스 오픈)와 함께 2005년 프랑스오픈 이후 빅4 외에 그랜드 슬램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 몇 안되는 선수다. 그는 2009년 US 오픈 결승에서 친한 사이로 알려진 로저 페더러를 꺾고 본인 커리어 상 유일한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했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패하고 3-4위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동메달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 델 포트로는 또한 로저 페더러를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이겨본 3명 중 한 명이다.(라파엘 나달 6회, 노박 조코비치 3회, 마틴 델 포트로 1회) 심지어 노박 조코비치가 2014년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이기기 전 까지는 라파엘 나달을 제외하면 유일했다.
눈에 띄는 그의 플레이 특징으로는 거대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하드히터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그의 포핸드 스트로크는 시속 160km는 가뿐히 찍어서 총알 스트록이라고 불리운다. 게다가 그의 거대한 신장은 강력한 플랫 서브를 넣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그는 큰 신장을 활용한 서브 앤 발리 플레이보다는 베이스라인 뒤에서 강력하게 후려치는 파워로 상대를 누르는 선수에 가깝다. 거구임에도 그렇게 느리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약점이라면 당연히 파워로 인한 에러가 많다는 것, 투핸드 백핸드가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다는 점, 덩치에 비하면 빠르긴 하지만 빅4에 비해 스피드가 부족하고, 방어 시 러닝 스트록의 포지션에서 안정감이 좀 딸린다는 점 정도가 꼽힌다.
2010년 첫번째 손목부상을 당하고 2014년 또다시 손목부상을 당하면서 지리멸렬한 싸움을 지속하던 그는 2016년에 들어서야 겨우 다시 투어에서 활약하기 시작한다. 뜨는 신예인 도니니크 티엠Dominic Thiem을 클레이에서 눌렀으며, 리틀 페더러로 불렸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를 잔디에서 꺾었고, 무려 윔블던에서는 4번 시드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를 2라운드에서 광탈시켜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1045위까지 떨어져있었던 랭킹을 현재(2016.8) 141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올림픽 테니스 1회전에서 최강 노박 조코비치를 1회전에서 아웃시켜버린 것이다.
두 세트 모두 두 선수가 서비스게임을 잃지 않으면서 타이브레이크로 갔지만, 사실 조코비치의 서비스 게임은 듀스를 반복하면서 아슬아슬하긴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최강자 답게 어떻게 해서든 서비스게임을 지켜냈다. 더욱 놀라운 건 보통 그런 상황이면, 지켜낸 조코비치의 기세에 밀려 상대가 본인의 서비스게임을 조코비치에 허망하게 내주는 경우가 허다한데 델 포트로는 마음을 비운 사람 마냥 편안하게 본인의 플레이로 자신의 게임을 땄다는 것이다. 일단 서브쪽에서 본인이 앞선다는 느낌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조코비치는 포트로의 파워를 의식했는지, 아니면 포트로의 스트록이 너무 잘들어와서인지, 평소보다 좀 더 뒤에서 플레이하면서 자연히 이동거리가 늘어났고, 그러다보니 스스로 리듬이 미묘하게 깨진 것 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역시 조코비치는 충분히 잘했지만, 상대인 포트로가 충분히 쫄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포인트를 따냈고, 가벼운 발리 찬스도 놓치지 않으면서 조금씩 기울어진 듯 보였다. 여기에 네트에 맞고 살짝 넘어가는 행운의 볼도 포트로에게 많았고, 포트로의 패싱샷도 거짓말 처럼 라인 안으로 들어간게 많았다. 운이 포트로쪽에 따라주었던 것이다.
지난 2016 호주 오픈 8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조코비치가 이겼기에 많이 가려졌지만, 당시 조코비치는 경기력은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인 니시코리 케이는 몸도 가뿐하고 컨디션도 상당히 좋아보였고 샷 또한 굉장히 날카로웠다. 그러나 결정적 상황에서 절묘한 운이 조코비치에게 따라준 것이 많았다. 컨디션이 안좋아보였지만 집요했던 조코비치가 어떻게든 그 운을 받아내서 넘긴 찬스 볼을 니시코리가 조급한 마음에 후려치다가 에러를 사정없이 남발하였고, 브레이크 찬스를 놓치면서 기세에 밀려 자신의 서비스 게임 마저 허망하게 내주고 자멸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비슷한 양상이지만 절묘한 운이 델 포트로에게 따랐고, 델 포트로는 니시코리와는 달리 조급해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인 듯 싶다.
윔블던에서 샘 쿼리를 응원하며 환호했던 나는 다시 한 번 델 포트로를 통해 환호했다. 조코비치가 탈락한 이번 올림픽은 나달이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엄청난 찬스다. 머레이가 남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나달이 충분히 해볼만한 상황이다. 뭐 사실 나달이 우승을 못하더라도 머레이가 우승하는 것만 아니면 충분히 이번 올림픽은 재미있을 것 같다. 나달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나 이번에 조코비치를 꺾은 델 포트로가 메달을 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니시코리나 델 포트로 모두 이번에 메달을 딴다면 왠지 그것을 기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조코비치나 그의 팬들에게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지만 델 포트로가 조코비치를 꺾어준 덕에 굉장히 재미있는 상황이 된 건 사실인 듯 싶다. 나 또한 이상하게 굉장히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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