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7일 수요일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좋은 사람도 아니다.




 고 김광석 씨에 관한 다큐영화가 개봉하며 꽤나 화제가 되고있다. 자살로 알려진 고인의 죽음이 사실 타살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고 김광석 씨에 대한 타살설이 하루 이틀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고발 뉴스의 이상호 기자의 취재와 함께,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고인의 딸이 사실 10년 전에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확산되었다. 
  이에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고인의 부인인 서해순 씨가 무려 JTBC의 뉴스룸에 의혹을 반박하겠다며 출연했다. 출연으로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더욱 커지기만 했고, 인터뷰에서 나타난 서해순 씨의 태도나 반응 등은 시청자들의 분노만 키웠고, 의혹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커져갔다. 이틀 후 CBS라디오의 뉴스쇼에 서해순 씨는 다시 출연했지만, 그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증폭되기만 할 것 같다. 
  고 김광석 씨의 의문사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거나, 서해순씨가 그의 죽음을 의도했다 라거나 하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고인의 음악세계도 잘 모르고,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고인의 배우자였던 서해순 씨가 똑똑한 사람이거나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에는 확실히 동의할 수 있을 듯하다. 사건의 내막도 전혀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서해순 씨의 인터뷰는 쓰레기같았다. 손석희 앵커와 김현정 앵커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새삼 깨달는 인터뷰였다. 사실 손 앵커보다 김현정 앵커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뉴스룸에 등장한 서해순 씨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 단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똑똑한 사람이고,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이 선명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면,  자살로 배우자를 잃고, 장애를 지닌 어린 딸 마저 느닷없이 잃은 사람이 지닌 애상스러운 모습으로 호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없는 태연한 얼굴에, 산만한 답변, 정신머리없는 손짓으로 인터뷰를 채웠다. 경황은 과거에 없었던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할 때 없어보였다. 손석희 앵커가 아주 친절하게 지적재산권과 손해배상 재판들을 구분해주며, 대법원 재판 도중 발생한 딸의 죽음을 왜 당시에 밝히지 않았냐는 질문을 반복해주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황이 없었다"로 일관했다. 재떨이에 남겨진 다른 종류의 담배에 대해 물으며 혹시나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니냐고 묻자, 마치 남의 일 말하듯이 그런 경우가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라고 대답했다. 앵커가 재차 묻자,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결국 30분이 넘는 인터뷰는 저 사람은 좀 수상한 사람인 것 같다는 인식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끝났다. 
  고인의 음악 저작권으로 먹고사는 그녀는 김현정 앵커의 인터뷰에서 포텐을 터뜨렸다. 뉴스룸 인터뷰에서도 연약한 여자, 장애인 딸, 경황없음, 오래된 거라 기억 안남 등의 주옥같은 표현들을 간간히 채웠던 서해순 씨는 CBS 인터뷰에서는 아예 컨셉을 그 쪽으로 담았다.



"기자 라이선스가 있으신 분이세요?"

"저를 갖다가 괴롭히는 거잖아요. 여자 혼자 된 사람을"

"이런 나라예요? 여자를 보호하지 않는 나라입니까?"

"그분이 아주 독하게 생기셨던데요"

"할 말 있으시면 정정당당하게 답자답게. 여자라고 무시하지 마시고 치사하게 행동하는 거 아닙니다."

"장애 2등급이고"

"큰엄마라는 사람, 고모라는 사람들. 서우를 한 번 부른 적 있대요?"

"장애우 키우는 엄마들은 장우가 좀 잘못되면 마음으로 묻는 거지 무슨 그 안에서 조문 받고 돈 받고 조문, 부조금 받고 그럴 경황 없어요."

"그게 욕심이 나니까"

"그럴 경황이 없었고"

"그러니까 (딸 10주기 행사를) 하려고 하죠. 왜냐하면 알려졌으니까"

"그래서 내가 서연이도 키우시고 (각종 저작권 등 이권을)다 가져 가세요 했더니, 서연이 맡기 싫으니까 애를 갖다 그냥 도로 돌려보내시더라고요."

"(술먹고 장난치다 죽었다는)이런 얘기를 횡설수설한 걸 써놓으신 거겠죠."

"왜 이렇게 마녀사냥을 해야 되는 나라가 됐는지 저는 이해가 안갑니다."

"여자 그렇게 혼자 된 사람을 남자 3명이서 저를 지금 고소한 거거든요."




  문장 하나 하나가 정말 주옥같다. 혼자 그렇게 된 여자인 자신을 남자 3명이서 괴롭히다는 서 씨는 김현정 씨가 같은 여자라서 만만했나 보다. 그래도 뉴스룸 인터뷰에서 서 씨는 비슷하게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CBS인터뷰에서처럼 소리지르는 모습은 아니었다. 라디오라서 더욱 자신감이 넘친 건지, 김현정 앵커가 여자라 만만해보였는지(나는 물론 후자라고 생각한다.) 서 씨는 120 콜센터에 소리치는 알콜중독자 마냥 김 앵커에게 분노를 토로했다. 위의 주옥같은 문구들은 전부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저걸 다 받아주는 김현정 앵커가 정말 성인이라고 생각했다. 
   서 씨의 인터뷰는 아무리 뜯어봐도 그 당사자의 측근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 뿐이다. 돈 문제 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시댁에 사실상 넘기려고 했다는 말을 진의가 아니라고 해도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떠들어대고, 장애를 가진 자식의 조문을 받는 모든 부모를 한 방에 속물로 만들어버리고, 별로 관련도 없는 자신의 자녀가 지닌 장애를 "등급"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지닌 단어로 쉽게 표현하고, 딸의 10주기 행사를 하는 이유가 단지 "알려져서"인데다, 어떻게 "여자"인 자신을 괴롭힐 수 있냐고, "여자"인 앵커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서씨에게 기자 라이선스를 묻고, 외모로 인격비하하는 무식함은 아마 벼룩만한 결점일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여자라고 무시하는 건 이상호 기자가 아니라 서 씨 그 자신인 것 같다. 그녀의 소송은 "남자"인 변호사와 "남자"이자 내연남으로 추정되는 그녀의 동창이 도맡고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억도 안나며, 경황도 없는 서씨는 그렇게 자신이 "여자"여서 공격받고 있으며, "장애를 가진 자녀"를 가진 무능한 자신을 동정해달라고 강요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