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Shanghai Masters 1000이 끝났다.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2위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지난 Miami Masters 1000 이후 또다시 결승에서 맞닥뜨리면서 대회는 화제를 모았다. 개인적으로 세트 스코어 2:1, 페더러 승리를 점쳤으나, 페더러는 세트는 커녕 단 한번의 브레이크 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6-4, 6-3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이것으로 나달의 하드코트 연승은 16에서 멈추고 말았다.
상하이 우승으로 페더러는 인디언 웰스와 마이애미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1000 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시즌 타이틀 개수 또한 6개가 되어, 다시 나달과 함께 시즌 타이틀 공동선두가 되었다.
상하이 우승으로 페더러는 인디언 웰스와 마이애미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1000 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시즌 타이틀 개수 또한 6개가 되어, 다시 나달과 함께 시즌 타이틀 공동선두가 되었다.
비록 나달은 상하이 마스터즈를 페더러에게 내줬지만, 차이나 오픈(500) 타이틀을 가져가면서 US 오픈 이후 벌어진 랭킹 포인트 격차를 조금 더 벌리며 1위를 고수했다. 연말 랭킹 1위를 향한 레이스에서 아직 나달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제 출전 가능한 대회는 500(바젤 or 빈), 1000(파리), 1500(월드투어파이널)이렇게 3개가 남았다. 페더러는 아마 바젤, 파리 마스터즈 그리고 월드 투어 파이널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이 세 대회를 모두 우승한다면 그는 무려 3,000포인트를 얻게 된다. 나달을 충분히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연타로 3개 대회를 우승해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코비치가 없는 인도어 하드에서 현재 페더러에게 위협적인 선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제 출전 가능한 대회는 500(바젤 or 빈), 1000(파리), 1500(월드투어파이널)이렇게 3개가 남았다. 페더러는 아마 바젤, 파리 마스터즈 그리고 월드 투어 파이널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이 세 대회를 모두 우승한다면 그는 무려 3,000포인트를 얻게 된다. 나달을 충분히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연타로 3개 대회를 우승해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코비치가 없는 인도어 하드에서 현재 페더러에게 위협적인 선수는 없다.
페더러가 세 대회를 전부 우승한다고해도 나달에게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나달이 만약 남은 대회에서 최소 1,040포인트 이상을 따낸 다면 그는 자력으로 연말 랭킹 1위가 가능하다. 나달 또한 남은 세 대회(바젤(500), 파리(1000), 월드투어파이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파리 마스터즈 혹은 투어파이널을 우승한다면 연말 랭킹 1위가 확정되고, 우승이 없다고 해도 각 대회에서 모두 4강 정도만 해줘도(180+360+600=1,140) 연말 랭킹 1위가 가능하다. 페더러에게 남은 대회에서 전부 패배해도 연말 랭킹 1위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은 대회가 전부 나달이 잔디 만큼이나 취약한 인도어 하드 코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요새 시상대에 자주 같이 서는 페더러와 나달
출처: metro.co.uk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 10개 대회 출전(우승 6, 준우승 1)
Grand Slam : Australian Open(Win), Wimbledon(Win), US Open(QF)
1000 series : Indian Wells(Win), Miami(Win), Rogers Cup(F), Shanghai(Win)
500 series : Dubai(2R), Halle(Win)
250 series : Stuttgart(2R)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 16개 대회 출전(우승 6, 준우승 4)
Grand Slam : Australian Open(F), Roland Garros(Win), Wimbledon(4R), US Open(Win)
1000 series : Indian Wells(4R), Miami(F), Monte Carlo(Win), Madrid(Win), Roma(QF), Rogers Cup(3R), Cincinatti(QF), Shanghai(F)
500 series : Acapulco(F), Barcelona(Win), Beijing(Win)
250 series : Brisbane(QF)
올 시즌은 정말 페더러와 나달의 시즌이 되었다. 조코비치와 머레이가 부진과 부상으로 사라지면서 올 시즌 투어는 거의 페더러와 나달의 독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1000+ 대회에서 페더러와 나달없이 결승을 치른 것은 로마와 신시내티 대회가 전부다. 특히 페더러는 US오픈에서 델 포트로에게 패한 것을 제외하면 딱히 눈에 띠는 패배가 없을 만큼, 무적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나이 탓에 건너뛰는 대회가 많다는 것을 빼면 페더러의 올 시즌은 무결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페더러는 천적인 나달을 올 시즌에만 4번 만나 모두 승리했다.
2017 H2H Roger Federer/Rafael Nadal
2017 Australian Open, Outdoor Hard, Final, Roger Federer 64 36 61 36 63
2017 Indian Wells 1000, Outdoor Hard, R16, Roger Federer 62 63
2017 Miami 1000, Outdoor Hard, Final, Roger Federer 63 64
2017 Shanghai 1000, Outdoor Hard, Final, Roger Federer 64 63
이번 상하이 마스터즈 결승은 혹시나 싶었다. 나달은 US오픈 부터 하드코트 16연승을 거두고 있었고, 특히 500 대회인 차이나오픈 우승은 꽤나 고무적이었기 때문이다. 차이나 오픈에서 나달은 루카 푸이Lucas Pouille, 카렌 카차노프Karen Khachanov, 존 이스너John Isner,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닉 키리오스Nick Kyrgios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나같이 나달이 하드코트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들이다. 특히 첫 경기였던 루카 푸이에게는 거의 경기를 다 내주다 시피하다가 푸이의 자멸로 역전한 경기였다. 이후 상승세를 탄 나달은 대단히 까다로운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닉 키리오스를 결승에서 6-2, 6-1로 가볍게 꺾기까지 했다. 상하이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QF에서는 디미트로프를 다시만나 풀세트 끝에 승리했고, SF에서는 윔블던 파이널리스트 마린 칠리치Marin Cilic마저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래서 혹시나 이번에는 다를까 싶었다. 까다로운 서브, 빠른 스트로크 등을 극복해가며 결승에서 페더러를 만난 것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경기양상은 올 초 미국에서의 경기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기도 했다. 나달은 74%라는 높은 퍼스트 서브 성공률을 가지고도 패했다. 특히 리턴포인트는 더 심각했다. 나달의 퍼스트 서브 리턴 포인트 승률은 17%, 세컨 서브 리턴은 21%에 그쳤다. 페더러의 그것의 절반도 안되는 수치였다. 당연히 브레이크 포인트 한 번 만들어내지 못하고 패배했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출처:shanghairolexmasters.com
애초에 나달이 상하이에서 페더러를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세트 정도는 따내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지. 경기를 시작하자 마자 나달은 브레이크를 내줬고, 그대로 1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도 나달은 2:2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내줬고 그대로 패배했다. 브레이크를 단 두 번 내 줬을 뿐이다. 올 시즌 ATP투어 최고의 리턴 승률을 자랑하는 나달은 단 한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찬스도 만들지 못했다.
상하이는 사실상 인도어하드에 가까운 경기장이다. 이를 의식한 듯 나달 또한 경기 후 소감에서 Surface, Condition 등을 언급하며 페더러에게 유리한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그렇긴하다. 나달은 전성기로 일컬어지는 시절에도 인도어 하드(1-5)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과거 상하이에서 마스터즈 컵이 열리던 시절에도 나달은 페더러에게 가뿐하게 패배했다. 사실 나달은 시즌 후반 인도어 하드 코트 대회들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거의 없기에 애당초 페더러와 만날 일도 별로 없었다. 이번 상하이 대회에서의 패배가 그리 새로울 건 없다는 것이다.
상하이 마스터즈 컵 시절. 이번처럼 나달은 그 때도 가볍게 발렸다.
출처: gettyimages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3세트 아웃도어 하드코트에서 그 둘의 전적은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 5승 1패로 나달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시즌 후반인 상하이 대회야 그렇다치더라도 상반기 인디언웰스와 마이애미에서의 패배는 명백한 나달의 패배이다. 호주오픈에서의 패배도 분명 나달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달은 페더러에게 밀리고 있다. 비록 클레이에서는 여전히 나달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외의 코트에서 나달은 페더러에게 완벽하게 밀리게 된 것이다. 이제는 페더러가 나달의 천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페더러의 천적이었던 나달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멘탈이다. 결정적 분기점은 지난 호주오픈 결승이었던 듯 하다. 그 경기까지만 해도 경기양상은 평범했다. 페더러가 잘하고 있고, 앞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는 나달이 이기게 되는 그런 평범한 대결 말이다. 실제로 5세트는 시작부터 나달이 브레이크를 해내면서 게임스코어 3:1이 되었다. 그 때까지만 그렇게 그냥 나달의 승리로 경기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 때 페더러는 메디컬 타임을 신청했다. 나중에 페더러가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메디컬 메디컬 타임 후 페더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5게임을 연타로 따내며 우승을 가져갔다. 26개의 샷이 오간 랠리를 페더러가 가져간 것은 치명적이었다. 페더러가 2009년 호주오픈 결승의 유명한 랠리를 그대로 나달에게 돌려준 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페더러는 윔블던 이외의 그랜드슬램에서 처음으로 나달에게 승리를 거뒀다.
바로 그 때 페더러는 메디컬 타임을 신청했다. 나중에 페더러가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메디컬 메디컬 타임 후 페더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5게임을 연타로 따내며 우승을 가져갔다. 26개의 샷이 오간 랠리를 페더러가 가져간 것은 치명적이었다. 페더러가 2009년 호주오픈 결승의 유명한 랠리를 그대로 나달에게 돌려준 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페더러는 윔블던 이외의 그랜드슬램에서 처음으로 나달에게 승리를 거뒀다.
내 생각에 그 이후 페더러는 나달에 대한 자신감을 확실히 굳힌 것 같았다. 반며 그 때까지만 해도 나달은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던 것 같다. 이어진 인디언 웰스에서 나달은 전처럼 경기에 임했고, 또다시 페더러의 백핸드를 집중 공략했다. 안이했다. 나달은 허망하게 털렸다. 마이애미에서는 조금 달랐긴 했다. 그 때도 브레이크 두 번에 끝났지만, 나달은 이전보다는 집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은 페더러는 편안하게 코트 양쪽 라인에 거의 걸치는 와이드한 랠리로 경기를 잡았다.
테니스는 참 예민한 스포츠이다. 보통 일방적이기 마련인 선수들의 h2h가 그렇다. 실제로 쳐봐도 그렇다. 상대의 수준이 우월하다는 생각이 한 번 들면 그 상대를 이기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평소에는 잘 받는 똑같은 샷이라고 해도, 상대가 우월하다는 생각이 있으면 긴장감에 받아치는 샷이 흔들리게 된다. 당연히 아웃되거나 네트에 걸린다. 그러다 보면 더욱 샷에 조심스러워지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샷이 들어간다 해도 상대에게는 찬스볼이 될 뿐이다. 반면 우월한 상대는 마음대로 스트로크를 치게 된다. 움직임이 간결해지고, 스윙도 유연해지다 보니 딱히 의도하지 않아도 좋은 공들이 나오게 된다.
페더러가 상하이에서 보여준 건 바로 이런 점이다. 어설프게 넘기다가 나달에게 포핸드 찬스를 내줬던 과거와 달리, 올 시즌의 페더러는 아주 편안하게 때려댔다. 나달의 높은 바운드의 탑스핀도 포핸드로 내리찍어 버리고, 백핸드로 가볍게 밀어쳤다. 과거 나달에게 시달렸던 부담을 확실히 털어낸 모양새였다.
올 시즌 페더러가 클레이 시즌을 건너 뛴 것도 대단히 좋은 전략이었다. 클레이에서 몇 번 뛰어보다 아니다 싶어 건너뛰었다고 밝혔긴 하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는 나달의 클레이 경기를 보고 시즌 철수 결정한 것 같았다. 페더러는 아마 클레이 시즌에서 자신이 선전한다 해도 나달을 만나 틀림없이 패배할 것이라고 본 듯 하다. 나달을 넘지 못하는 한 클레이 타이틀은 결코 얻을 수 없다. 나이 탓에 효율적인 활약과 타이틀 쟁취가 중요한 페더러에게는 손익이 명백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스스로 밝혔듯이 그가 클레이의 나달을 만나 패하기라도 하면 그는 또다시 나달에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나달은 페더러의 천적이 아니다.
출처: sportskeeda.com
반대로 나달은 이제 페더러에 대한 두려움을 걱정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리턴왕 나달이 페더러에게 단 한 차례의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순전히 그 두려움과 긴장 탓인 듯했다. 페더러의 서브가 좋다고 하지만, 나달은 아시아 투어에서 강력한 서버들을 상대하고 승리해왔다. 존 이스너John Isner, 닉 키리오스Nick Kyrgios,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마린 칠리치Marin Cilic, 카렌 카차노프Karen Khachanov 등은 페더러 만큼이나 골치아픈 서브를 지닌 선수들이다. 특히 이스너나 칠리치 같은 경우는 투어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서브를 지닌 선수로 불리우며, 키리오스는 무려 세컨서브로도 페더러와 조코비치를 괴롭힌 선수이다. 나달이 페더러의 서브게임에 이렇게 허망하게 털린 것이 단지 페더러의 서브가 좋아서 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US오픈을 거치면서 나달의 코트 멀찍이 뒤에서 풀스윙으로 때리는 서브리턴은 상당히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나달의 리턴은 말 그대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페더러의 서브 배리에이션도 좋았지만, 나달은 경기내내 긴장감과 당황감에 젖어 있는 모습이었다. 페더러의 서브 코스 예측에 수없이 실패한 장면들을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서브를 받아낸다고 해도 그의 리턴은 형편없이 들어가서 찬스볼이 되었고, 잘들어간다고 해도 라이징 볼을 쉽게 쳐내는 페더러에게 주도당했다. 나달의 이상하리만큼 느려진 반응시간과 비효율적인 풋워크는 나달의 위축된 멘탈을 그대로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인듯 했다.
뭘 해도 안되는 나달.
출처:metro.co.uk
물론 멘탈 만큼은 아니지만 특기할만한 점도 여럿있었다. 먼저 나달의 코트 커버리지이다. 나달은 예전과 달리 좌우로 뻗는 페더러의 공격을 아예 받을 생각조차 안 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았다. 페더러 또한 이를 알고나 있다는 듯이 서비스 라인 찍고 빠지는 짧고 각도 큰 스트로크를 많이 때렸다. 나달이 그것을 받아낸다고 해도 페더러는 발리든 포핸드든 아무렇게나 쳐도 되는 공이 될 뿐이었다. 확실히 나달은 나이를 먹었고, 더 이상 예전처럼 뛸 수가 없는 것이다. 횡이동 뿐만 아니다. 코트 앞뒤로 움직이는 종적 움직임 또한 페더러에게 완전히 농락당하는 수준이었다. 짧고 긴 샷들을 섞고, 바운드가 거의 없는 빠른 공들에 나달은 말그대로 농락당한 것이다.
반면 페더러는 완벽한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베이스라인에 붙어 툭 대는 수준으로 가볍게 방어해내는 그의 리턴이나 스트로크는 빠르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궤적으로 상대 베이스라인을 찍었다. 나달이 베이스라인 뒤로 물르거나 나달의 스윙자세가 무너지기라도 했다 싶으면 여지 없이 짧고 빠르고 바운드가 낮게 서비스라인을 간신히 찍는 공들로 나달을 전후로 헤메게 했고, 나달의 탑스핀을 완벽한 카운터로 코트 좌우를 크게 벌렸다. 심지어 페더러의 에러는 나달의 그것보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페더러는 조코비치 만큼이나 완벽하게 나달에 대한 공략법을 얻은 듯 했다.
가볍게 툭 밀어치는 페더러의 백핸드 리턴. 파워풀하지는 않지만
날카롭게 나달의 발밑으로 떨어진다.
출처 : yahoosports.com
아마 페더러와 나달은 앞으로 적어도 한 번은 더 만날 것이다. 아무리 나달이 인도어에서 약하다고 해도 월드투어파이널 SF에는 오를 것이고, 바젤 오픈이나 파리 마스터즈에서도 충분히 만날 가능성이 있다. 페더러는 남은 인도어 시즌에서 성과를 내어 2009년 이후 무려 8년여 만에 연말 랭킹 1위에 컴백하겠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바젤은 페더러의 고향이자, 본진이고, 파리 마스터즈도 이번 상하이처럼 충분히 해볼만하다. 투어파이널이야, 애초에 조코비치를 빼면 페더러에게 장애가 되는 선수는 없다. 체력적인 문제를 빼면 페더러의 3000포인트 달성에 위협적인 요인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시즌 나달의 활약은 결코 나쁘지않다. 페더러를 4번 만나 모두 패하긴 했지만, 나달도 나달대로 많은 성과를 냈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일이지만, 나달이 시즌 하반기 하드코트 시즌에서 성과를 낸 건 손으로 꼽는다. 상하이와 파리는 각각 2009년과 2007년 결승에 한 번씩 오른 게 전부다. QF 진출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그 잘했던 2013년에도 상하이와 파리는 SF에 그쳤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나달의 이번 하반기 상황은 결코 나쁘지 않다. 북미 마스터즈 시리즈는 허망하게 날렸지만, 그와 중에도 그랜드 슬램인 US오픈 우승을 일궜다. 베이징에서는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상하이에서도 8년만에 결승에 올랐다. 나달에게는 북미 대회보다 아시아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기가 더 어려웠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고무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나달에게는 여전히 두 가지 과제가 남았다. 사실상 남은 대회를 페더러가 전부 우승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전망이기에, 연말 랭킹 1위를 위해서 나달은 자신이 약한 남은 인도어 대회들에서 충분한 결과를 내야한다는 것이 그 하나다. 특히 투어파이널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은 바로 페더러에 대한 극복이다. 이제껏 나달은 부상과 같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했다. 또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코트 표면이 무엇이냐이지, 상대가 누구냐가 아니었다. 그나마 조코비치가 나달의 천적역할을 해왔긴 하지만, 상대전적도 그렇고, 그 둘 간의 경쟁은 선수간의 상성보다는 각각의 커리어 흥망성쇠가 더 큰 요인이었다. 그런 그에게 드디어 말년의 페더러가 가장 강력한 천적으로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말년에 나달마저 극복해버리는 대괴수 GOAT
출처: dailyexpress.com
사실 페더러가 나달을 극복한 것처럼, 나달 또한 페더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선수 생활 말년이다. 나달에게 필요한 것은 조코비치가 보여줬던 것 같이 베이스라인에 붙어 빠르게 치는 플레이인 것 같지만, 그게 딱히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활동량으로 승부를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빠른 서브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조코비치가 서브로 페더러를 위압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것도 아닌 듯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탑스핀 서브를 더욱 강력하게 다듬고, 샷 코스를 보다 좌우로 벌리는 것 정도가 가능한 개선이 아닐까 싶다. 일단은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를 안당하는 게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나달이 자꾸 페더러에게 지는게 내게는 빡치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정말 흥미로운 시즌이다. 지난해가 조코비치와 머레이의 대결이었다면, 올해는 나달과 페더러의 대결이 중심에 있는 모양새이다. 페더러가 작년의 머레이처럼 연말에 갑작스럽게 1위를 빼앗고 확정지을지도 모르겠다. 작년처럼 올해 투어파이널도 가장 기대되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개인적으로는 나달이 투어파이널 결승에서 페더러를 만나 그를 극복하고 연말 랭킹 1위를 확정짓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렇듯 나달의 경기는 조마조마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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