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친구가 내게 말했다. 노무현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는 것이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이라는 그의 메시지가 현재 우리 시대에 대한 긍정적 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까칠하게 대답했다. 노무현의 메시지는 이제는 낡았다고. 지금의 시민들은 전부 깨어있다고. 박근혜 탄핵 이후로 모든 시민은 전부 깨어있다고. 모질한 시민들이 전부 깨어서 조직된 힘을 발휘해 완전히 새로운 멍청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높아진 투표율은 민주주의 정신의 발현을 지향하기보다는 파시즘의 구현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얼어버린 시베리아 쿨병신 페이스로 노무현의 메시지는 이제 지금 시대에 와서는 전혀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뇌까렸다.
공감능력 떨어지는 중2병 이대남 펨코충들 만큼이나 병신력 넘치는 대사를 거침없이 내뱉는 나를 보며 친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아마 창피해서 2m 쯤은 떨어져서 걷고 싶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최루탄 연기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남자. 3당야합이라는 비열한 개수작을 끝까지 거부했던 사나이. 배신자라는 멸칭에도 끝까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부산에 때려박아댔던 정치인. 온갖 비난과 공격에도 밤샐 듯한 기세로 끝까지 토론 자리를 고수했던 대통령. 끝 없이 이상을 향해 도전했으나, 결국은 기득권들에 의해 절벽아래로 추락하는 것으로 끝나버렸던 위인.
요즘 같이 그냥 국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고 암인 것 같은 세상에서 사는 동안 잊지말아야할 사람이 바로 노무현 같은 인물이고 그의 신념이 아닐까 싶다. 정말 요새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책을 들여다 보는 것 자체도 싫고 누군가가 무언가에 떠드는 것을 듣는 것은 더욱 괴롭다. 누군가가 신념을 논할 때면 더욱 더 의심스럽고 역겹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계속되는 한 노무현은 잊혀지지 않고 소환되는 듯 하다. 어쨌든 그를 떠올리며 어떤 작은 일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작게 소외된 의무감 때문이라도 말이다.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와서 들이 받아왔던 그 분처럼.
출처 : 노무현사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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