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3일 일요일

Goffin



출처: atpworldtour.com
  

  다비드 고팡David Goffin
  세계랭킹 13위, 1990년생, 180cm, 68kg, 오른손잡이 투핸드

  지난 2017 몬테카를로 마스터즈 1000 SF에서 고팡은 the King of clay를 만나 3:6, 1:6으로 가뿐하게 패배했다. 결과만 보면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몬테카를로는 클레이 코트고, 몬테카를로에서만 이미 8번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9번째 우승에 이어, 이제는 10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king of clay가 상대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king of clay는 올 시즌 우승은 없지만, 페더러를 제외하면 딱히 비할바가 없을 만큼 상승세다. 
  하지만 맥락을 보면 조금 다르다. king of clay에게 패배하기 하루 전 고팡은 QF에서 세계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를 6:2, 3:6, 7:5로 물리쳤다. 이미 5번 만나 5번 전부 패배했던 조코비치에 대한 고팡의 첫 승리였고, 탑3를 상대로 한 고팡의 커리어 첫 승리였다. 게다가 3세트에서도 밀리던 걸 기어이 역전해내 일궈낸 승리였으니 대단히 드라마틱 했다. 그 상승세를 몰아 고팡은 king of clay를 1세트 초반부터 강력하게 몰아붙였다. 2번째 리턴 게임만에 브레이크를 성공해내 3:1로 세트를 리드했다. 나달의 경기력이 그렇게 딱히 나쁠 것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었다. 
  5번째 게임이자, 3번째 나달의 서브 게임을 내준 뒤, 6번째 게임, 3:2, 고팡의 서비스 차례. 40-0에서 추격하려는 나달에 의해 듀스와 어드밴티지까지에 이르고, 그것이 아슬아슬하게 반복하고 있던 중, 사건이 터졌다. 고팡의 어드밴티지 상황에서 나달의 포핸드가 아웃이 선언됐다. 그런데 갑자기 체어 엠파이어인 세드릭 모리에Cedric Mourier가 의자를 박차고 내려왔다. 아웃이 아니라는 거다. 고팡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호크아이 판독도 명백히 아웃이라고 보여주었지만, 몬테카를로 등 클레이 코트에서는 공 자국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기에 단지 참고용으로만 쓰일 뿐이었다. 결국 체어 엠파이어는 IN을 선언했고, 노플레이가 선언됐다. 이후 고팡은 선전했지만, 미세한 집중력 차이로 결정적인 에러를 범하며 나달에게 브레이크를 내줬다. 게임스코어는 3:3 동점이 되었다. 


출처 : bbc.com


  그 다음부터는 사실 상 볼 필요가 없는 경기였다. 경기는 내내 야유로 점철됐다. 세드릭 모리에의 결정적인 오심 이후 고팡이 따낸 게임은 1게임에 불과했다. 과거 군대 활동복 같은 주황색 카라티를 입은 조그만 고팡은 불쌍해보일 정도였다. 지난 로테르담 오픈 결승에서도 조 윌프레드 쏭가Joe Wilfred Tsonga를 상대로 선전하다가 급 멘탈이 박살나며 형편없는 경기를 했던 고팡은 몬테카를로에서도 힘없이 무너졌다. 경기를 포기하고 아예 태업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king of clay는 그렇게 깨어진 집중력으로 요행을 바랄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고팡은 경기가 끝나고 체어 엠파이어에 대한 악수를 거부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비록 인터뷰에서 고팡은 "I have nothing against Cedric, he's a very nice guy"라고 쿨하게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고팡으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경기였을 것이다. 상대였던 나달은 오심에 관한 질문을 받자, 자신은 in인지 out인지 볼 수 없었고, 그걸 결정하는 것이 심판이다라는 정도의 단순한 코멘트를 내놓았다. 결국 고팡에게도 아쉬운 경기가 되었고, 10번째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코앞에 둔 나달로서도 영 찝찝한 경기가 되었다. 
  왠지 고팡의 경기를 보면 영 짠하다. 190대 선수들이 난무하는 투어에서 고팡은 대단히 작은 편에 속하고, 거기에 비쩍 말라서 그런지, 마치 대학생과 중학생의 경기를 보는 것 같을 정도다. 비슷한 신장인 니시코리는 또 그런 느낌까지는 아닌 데, 고팡은 유난히 돋보이는 것 같다. 조코비치에게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내가 나달의 팬 임에도 고팡이 안타까웠다. 비록 챌린지 제도가 몬테카를로에는 없긴 했지만, 나달이 그냥 아웃판정을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싶어 영 더욱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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