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9일 화요일

망할 베레티니



  윔블던 4라운드가 끝났다. 결과는 뻔했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는 클래스를 보여줬고, 유망주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것을 입증했다. 눈에 띄는 경기가 있었다면 구이도 펠라Guido Pella가 윔블던 파이널리스트 출신 밀로시 라오니치Milos Raonic를 상대로 풀세트 역전승을 해냈다는 거 정도였다. 


Novak Djokovic(1) v. Ugo Humbert
6-3, 6-2, 6-3

  신예 우고 움베르Ugo Humbert는 자신이 그랜드슬램 4R에 걸맞는 신예라는 걸 전혀 증명하지 못하고 No.1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에게 허망하게 패배했다. 그는 자신의 서브가 잘 들어갔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치 조코비치의 플레이 스타일을 전혀 연구하지 않은 듯, 반템포 빨리 치는 조코비치의 페이스에 완전히 당황한 듯 했다. 자신의 장기였던 랠리는 조코비치가 공을 때릴 때마다 스타트 포인트를 완전히 잃어 신체균형이 무너졌다. 긴장이 지나친 모양이었다. 그의 시야는 매우 좁은 듯 했고, 너무 서둘렀다. 반대로 조코비치는 이를 자각이라도 한 듯, 아주 평온하게 연습하듯 경기했다. 조코비치가 뭘 할게 없었다. 상대가 정신이 한 개도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스텝이 한 번도 없었던 듯한 우베르는 공을 죄다 날려먹었다. 그에게는 조코비치를 상대할 베짱이 없는 듯 했다. 유망주 우베르는 그렇게 윔블던 4R에서 퇴장했고, 이전 경기에서 잠시 숨찼던 조코비치는 다시 멘탈의 안정을 찾고 QF로 향했다. 


너무 밋밋한 움베르의 디펜시브 카운터


David Goffin(21) v. Fernando Verdasco
7-6(9), 2-6, 6-3, 6-4

   다비드 고팡David Goffin은 생애 세 번째 그랜드슬램 QF이자,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QF에 진출했다. 4R에서의 세 번의 도전 끝에 윔블던 QF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는 예상대로 접전이 예상되었다. 1세트는 치열했고, 2세트에서 베르다스코는 파워 포핸드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고팡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베르다스코의 백핸드는 포핸드와는 정반대로 소녀감성이 충만했다. 정말 그 백핸드만 아니라면, 그 허약한 백핸드만 아니었다면 베르다스코는 고팡을 대신했을지도 모른다. 백핸드가 상대에게 찬스를 남발해주자, 그의 포핸드는 점점 파워만 가득 찬 채 라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Guido Pella(26) v. Milos Raonic(15)
3-6, 4-6, 6-3, 7-6(3), 8-6

  당연한 듯 가볍게 라오니치가 이길 줄 알았다. 경기를 아예 구경도 안했다. 하지만 펠라는 놀라운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생애 첫 그랜드슬램 QF에 올랐다. QF 최고의 뉴비 스타는 Race to Milan에 있는 유망주들이 아니라, 낼 모레 서른을 바라보는 90년생 펠라가 되었다. 
  루마니아의 복식왕 마리우스 코필Marius Copil, 이탈리아의 노장 Andrea Seppi, 빅서버이자 윔블던 파이널 리스트 케빈 앤더슨Kevin Anderson을 물리친 펠라는 자신의 전적에 또다른 빅서버 이자 윔블던 파이널리스트의 이름을 올렸다. 훌륭한 왼손 서브와 발리를 가지고도 아르헨티나 출신이라 클레이코트에서만 성과를 낸 펠라는 드디어 윔블던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그의 QF 상대는 클레이 스페셜리스트 바티스타 어굿이다. 풋세트 접전까지 끝낸 그가, 서브의 이점 따위 금방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릴 바티스타 어굿에게 서브의 이점을 잘 살려낼지가 관심포인트가 될 듯 하다. 


벌써 두 번째 풀세트 역전승 Pella
이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중계도 안했지만..


Roberto Bautista Agut(23) v. Benoit Paire
6-3, 7-5, 6-2

  이 대진에서의 두 선수는 딱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졌다. 성실함의 상징 어굿과 장난스러운 페르. 경기 결과는 이미 예견 된 건지도 모르겠다. 페르의 무거운 서브와 알찬 기교가 좋긴 하지만, 그가 어굿의 랠리를 견뎌내기는 아무리 잔디코트라도 어려워보였다. 페르의 멘탈은 서서히 망가져갔고, 결국 그랜드슬램 4R라는 벽을 이번에도 깨지지지 않았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도 QF에 오르며 개인통산 그랜드슬램 최고성적을 거둔 어굿은 QF에서 구이도 펠라를 만나게 되었다. 그가 어굿에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기에 그는 개인 통산 최초 그랜드슬램 SF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 수퍼 대진운 노박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그가 유일해 보인다. 


Sam Querrey v. Tennys Sandgren
6-4, 6-7(7), 7-6(3), 7-6(5)

  퀘리가 여유있게 승리할 줄 알았으나, 퀘리와 샌드그렌은 마치 서로 자신이 더 미국식 테니스에 어울린다고 자랑하는 듯 서브 앤 포핸드의 향연을 보여줬다. 타이브레이크는 당연했고, 샌드그렌에게도 찬스가 있었던 듯 하나, 관록의 퀘리가 승리했다. 확실히 퀘리는 상대의 공이 노말하게 오는 한 백핸드를 잘 쳐내는 듯 하다. 


Joao Sousa v. Rafael Nadal(3)
6-2, 6-2, 6-2


요즘 백핸드 쩌는 라파


  키리오스는 정말 큰일을 했다. 나달은 키리오스를 제물로 확실히 윔블던에서의 폼이 올랐다. 소사가 나달의 상대가 안되는 선수였다는 건 차치하고도 나달의 움직임이 너무 좋았다. 나달이 공을 쫓아가는 속도는 마치 전성기적의 모습을 보는 듯한 정도였다. 또한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때때로 서브라인 근처로 떨어지는 짧은 공일 때 잔디에서의 나달은 네트에 꼴아박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게 얄짤없었다. 망설임없이 그대로 밀어쳤다. 소사가 랠리를 잘해냈던 장면도 자주 나왔으나, 나달은 그것마저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이 끝까지 쫓아가서 카운터를 날렸다. 자기의 플레이어 박스를 보며 도대체 어떡해야 하냐고 소리치는 소사의 마음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나달은 키리오스의 서브도 받았었는데, 이정도 서브쯤이냐 하며 소사의 서브를 너무 쉽게 리턴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나달의 서브게임이다. 나달은 리턴게임이 워낙 좋아서 그렇지, 나달은 서브게임을 내주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특히 나달이 부진하던 시절은 리턴게임보다 서브게임이 확실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키리오스와의 경기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서브게임을 보여준 것은 물론, 아예 쏭가와 소사와의 경기에서는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 자체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서브게임을 압도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st 서브 득점률에서 1R 78%, 2R 82%, 3R 89%, 4R 86% 라는 무슨 빅서버들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키리오스와의 경기 이후에 확실히 더 늘어난 걸 보면 나달의 서브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상당해진 것 같다. 
  나달의 QF 상대는 드디어 만나는 거구의 빅서버 샘 퀘리Sam Querrey다. 확실히 나달이 승리하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나달이 키리오스와의 경기 이후로는 딱히 땀을 흘리는 모습이 잘 안보일 만큼 여유있게 승리를 챙기며 체력을 아꼈고, 키리오스의 서브를 겪은 만큼 자신감도 차있다. 게다가 나달이 서브게임에 자신감이 있는 만큼 타이브레이크로 가더라도 나달에게 충분히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윔블던은 잔디고, 퀘리는 빅서버라는 점은 남아 있다. 퀘리의 서브는 확실히 강력하긴 하다. 물론 현재 나달의 폼이 너무 좋아서 샘 퀘리가 나달의 포핸드를 백핸드로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하고, 나달의 좋아진 서브게임을 퀘리가 브레이크할 수 있을까도 싶다. 경기 초반이 중요하다. 1, 2세트를 연타로 나달이 잡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세트까지 1:1로 가버리면 나달에게는 체력적 부담이 될 것이다. 이기더라도 다음 상대가 페더러 일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퀘리는 딱 2016년 조코비치와의 경기를 떠올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 될 듯하다. 빅4를 상대로 이런 빅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무조건 한 두 세트는 준다고 봐야된다. 

Kei Nishikori(8) v. Mikhail Kukushikin
6-3, 3-6, 6-3, 6-4

  쿠쉬킨이 커리어 하이인데다 노장이어서 니시코리가 3:0으로 이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 세트를 내줬다. 니시코리가 2연속 윔블던 QF 진출에 성공했다. 무언가 고단했던 2018 윔블던에 비해, 니시코리의 2019 윔블던은 훌륭한 대진운 덕에 무난하게 QF에 올랐다. 평생 재활해야할 듯한 발목 덕에 피로한 경기가 생겨버리면 바로 다운되어버리는 니시코리는 QF에 오르는 동안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를 만난 적도 없고, 세트를 내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주 여유로운 대진 덕에 체력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니시코리의 다음 상대는 황제다. 니시코리는 황제에게 6연패를 당하다가 지난 2018 WTF RR에서 오랜만에 승리했다. 그러나 니시코리에게는 별로 가망이 없어 보인다. 니시코리의 컨디션에 문제가 없고, 니시코리가 황제와의 유일한 그랜드슬램 대결이었던 2017 호주오픈에서 선전하긴 했지만, 이곳은 윔블던이고 윔블던은 황제의 로마다. 잘가라 니시코리.. 아쉽지만 안녕..


Matteo Berrettini(17) v. Roger Federer(2) 
6-1, 6-1, 6-2


유망주 이제 완전 안녕..


  매우 기대했던 경기다. 아예 안보던가 혹은 보다 말다 하며 대충 봤던 다른 경기들에 비해, 황제와 베레티니의 경기는 1분 1초도 놓치지 않고 풀로 지켜봤다. 그리고 굉장한 허망함을 느껴야 했다. 멍청한 베레티니 자식. 녀석은 움베르와 마찬가지로 쫄았는지, 찬스볼도 다 날려먹었다. 그가 잘한 게임은 경기 첫 자신의 서브게임 뿐이었다. 예상대로 그는 페더러의 다양한 공격 방법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렇게 브레이크를 당하기 시작하자, 그는 당연한 듯 황제의 브레이크 숫자를 늘려줬다. 심지어 브레이크 포인트 방어도 못했다. 그는 7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찬스를 내줬고 그 중 방어에 성공한 건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오히려 황제가 당황한 듯 했다. 이 새끼 왜 이렇게 쉽게 끝내버리지? 하고 말이다. 
  황제는 다시금 테니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탑스핀, 파워샷, 드랍샷, 드랍발리, 하프발리, 롱 슬라이스, 쇼트 슬라이스, 스매시 등등 아주 여유롭게 스텝을 밟아가면서 단 한 차례도 서두름 없이 편안하게 게임을 운영했다. 아마 땀도 안났을 거다. 조코비치와 마찬가지로 황제는 아주 훌륭한 연습을 센터코트에서 했다. 
  베레티니는 자신이 황제한테 안된다는 것을 너무 빨리 깨달은 듯 했다. 그의 포핸드가 페더러의 발리에 여러차례 발리자 힘이 너무 빠진 듯 했고, 짧은 공 기교 대결에서도 황제의 순발력에 감탄만 하는 듯 했다. 그의 퍼스트 서브는 여러차례 황제의 가벼운 리턴에 주도권을 내줬다. 맞다. 그는 쫄았다. 
  그래도 베레티니에게 희망은 있을 거다. 그의 포핸드는 조준 잡는데 타이밍이 더 필요해서 그렇지, 어쨌건 기본에 충실한 포핸드다. 다만 그 포핸드가 준비자세가 워낙 느린데다, 백핸드도 조금만 무빙하며 샷을 치면 전부 날라가기에, 그는 서브를 확실하게 살리던지, 발리를 확실하게 살리던지 어쨌건 보완이 필요할 듯 하다. 잔디 시즌 끝났으니 이제 그가 재미 볼 시간은 지난 듯 하다. 








N. Djokovic : D. Goffin  =  80 : 20
R. Bautista-Agut : G. Pella  =  70 : 30
S. Querrey : Rafael Nadal  =  25 : 75
Nishikori Kei : Roger Federer =  25 : 75




2019년 7월 7일 일요일

16 at SW19



윔블던의 16강 대진이 확정됐다. 


section 1 : Novak Djokovic(1) v. Ugo Humbert
section 2 : David Goffin(21) v. Fernando Verdasco
section 3 : Guido Pella(26) v. Milos Raonic(15)
section 4 : Roberto Bautista Agut(23) v. Benoit Paire

section 5 : Sam Querrey v. Tennys Sandgren
section 6 : Joao Sousa v. Rafael Nadal(3)
section 7 : Kei Nishikori(8) v. Mikhail Kukushikin
section 8 : Matteo Berrettini(17) v. Roger Federer(2) 


-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관심받는 화제는 유망주들이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 였다. 과연 윔블던에서 빅4를 넘어서는 새로운 스타, 새로운 세대의 집권이 생길 것인가가 기대 포인트였다. 그러나 기대는 허망했다. 4R에 올라온 16명의 선수들 중에서 95년 이후 출생 선수는  프랑스의 우고 움베르Ugo Humbert(98년생), 마테오 베레티니Matteo Berrettini(96년생), 단 두 명에 불과하다. 1990년 이후 출생으로 잡으면 David Goffin(90), Milos Raonic(90), Guido Pella(90), Tennys Sandgren(91) 포함 6명이다. 


즈베레프도 아니고, 티엠도 아니고, 키리오스도 아니고, 치치파스도 아니고, 
펠릭스도 아니고, 샤포발로프도 아니고, 카차노프도 아니고, 티아포도 아니고, 
프리츠도 아니고, 드 미노도 아니다. 
그는 우고 움베르Ugo Humbert다. 


-  1981년 생인 Roger Federer는 베레티니가 탄생한 해에 ITF 주니어 투어를 돌기 시작했고, 훔버트가 태어난 해에 주니어 윔블던을 우승했다. 페더러는 81년, 베르다스코는 83년, 나달은 86년, 조코비치/퀘리/쿠시킨은 87년, 어굿은 88년, 니시코리/페르/소사는 89년 출생이다. 결국 16강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대다수가 노장 선수들이다. 

- 의외의 선수가 있다면 테니즈 샌드그렌Tennys Sandgren 정도가 있겠다. 2018 호주오픈 QF에 진출해 정현에게 가볍게 털린 것으로 이름을 알렸던 샌드그렌은 이번대회에서도 인내의 상징 쥘 시몽Gille Simon과 파워의 파비오 포니니Fabio Fognini를 예상을 뒤엎고 물리치며 4강에 이름을 올렸다. 

- 4R에서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첫 번째 경기는 마테오 베레티니와 로저 페더러의 경기다. 관심 유망주 마테오 베레티니는 끈기의 슈와르츠먼을 풀세트 접전 끝에 셋업하고 로저 페더러를 만나게 되었다. 나름 빅게임 경력이 풍부한 슈와르츠먼이 역시나 유망주 베레티니를 탈락 시키는 줄 알았으나, 베레티니는 기어이 4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얻어냈고, 체력이 빠진 슈와르츠먼에게 5세트도 얻어내며 역전승 했다. 잔디코트와의 최고의 상성을 자랑하며 4R까지 진출한 베레티니가 진정한 잔디의 황제 페더러를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 지가 기대된다. 베레티니의 플레이스타일이 그리 다양한 옵션을 담고 있지는 못하기에, 사실 테니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전부 공격 옵션으로 쓰는 페더러를 상대로 승리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는 것 같기는 하지만, 유망주 특유의 도전의식과 끈기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산도 있다. 특히 페더러가 5세트 경기에서는 경기가 길어질 때 꽤나 당황하는 기색이 있기에 베레티니는 어떻게든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면서 경기를 길게 끌고 가야한다. 


페옹께서는 9번째 윔블던 타이틀을 위한 스트로크 연습을 끝내셨다.
베레티니, 너가 아웃도어 하드에서도 잘할 것 같진 않다. 


- 두 번째는 노박 조코비치와 우고 움베르의 경기다. 조코비치가 이번 윔블던에서 만난 상대는 노장 필립 콜슈라이버와 미국의 데니스 쿠들라다. 콜슈라이버는 이길 데로 이겨본 상대고 쿠들라와는 커리어 첫 경기였지만 나름 투어에서 오래있었던 선수라 조코비치에게 위협이 될만한 패기가 있는 선수는 아니다. 경기는 가볍게 끝났다. 
  조코비치에게 처음으로 풍파를 일으킨 선수는 허버트 허카츠Hubert Hurkacz였다. 조코비치는 그에게 처음으로 세트를 내줬다. 196cm의 장신의 파워풀한 서브에 조코비치는 애를 좀 먹었다. 이 어린 애송이 선수는 바로 직전 프랑스오픈의 클레이코트에서 조코비치를 처음으로 만나 허망하게 털리긴 했으나 윔블던은 잔디는 리프레쉬한 기분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리턴왕 조코비치에게 리턴 게임을 쉽게 내주지 않았고, 1세트에서 아쉽게 브레이크를 당하긴 했지만, 그는 패기를 보여주며 2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를 성취했다. 비록 허카츠가 3세트부터 털리긴 했지만, 조코비치에게 부담을 주는데는 성공했다. 그렇다. 조코비치는 유망주에게 약점이 있다. 
  프랑스 선배인 가엘 몽필스Gael Monfils에게 역전 기권승을 거두고, 촉망받는 유망주인 펠릭스 오거 알리아심Felix Auger-Aliassime을 가뿐하게 셋업한 우고 움베르는 불과 얼마 전까지 챌린저 대회에서도 삽질하던 98년생 싱그러운 유망주다. 발리를 존나 좋아한다는데, 그냥 미친듯이 공격적인 베이스라이너의 모습을 보이는 이 왼손잡이 유망주는 공을 얼마나 때려대는지 공격하는 스트로크가 짧게 가는 공이 거의 없고, 베이스라인 밖으로 떨어지는 에러가 대부분일 정도로 직선적인 공격을 때리는 데 올인하는 타입이다. 그는 무조건 닥치고 공격이며, 상대의 공격에 대해서도 다운 더 라인으로 받아치는 데 대해 망설임이 없다. 그리고 그는 러닝 스트로크를 하는 데에 있어 매우 유연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한 건 조코비치의 공이 그가 세게 때리기에 좋은 공이라는 거다. 따라서 플레이스로 쇼부보는 조코비치의 랠리를 움베르의 유연성이 얼마나 커버하는가가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왼손잡이라 조코비치의 백핸드를 왼손 포핸드로 마주할거라는 것도 움베르에게 희소식이긴 하다. 뭐 그렇다고 움베르가 승리할 거라는 예상은 어렵다. 다만 다비드 고팡이나 베르다스코보다는 움베르가 조코비치를 위협할 확률이 높다는 것 뿐이지. 


조코비치에게 새로운 왼손 포핸드를 보여줘라 움베르!!


-  나머지 경기는 그냥 무~난~하다. 나달은 가뿐하게 승리할 거고, 니시코리와 샘 퀘리도 무난하게 승리할 거다. 왼손서브 펠라와 오른손 서브 라오니치의 서브대결도 볼만하겠지만, 아무리 라오니치가 백핸드가 망가졌다고 해도 그래도 윔블던 결승경험도 있는 라오니치의 승리가 예상되고, 고팡과 베르다스코의 경기는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갈릴 것 같다. 왼손 파워 포핸드가 팍팍 잘들어가면 베르다스코가 이기는 거고, 고팡 백핸드가 터지면 다운더라인에 베르다스코가 무너지는 거다. 어굿과 페르의 경기는 기교의 페르가 유리할 것 같지만 왠지 어굿의 성실함이 4~5세트로 끌고가 승리로 이끌 듯 하다. 

- 2R에서 난적 닉 키리오스Nick Kyrgios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나달은 3R에서 매우 가뿐한 움직임을 보이며 쏭가Jo Wilfred Tsonga를 물리친 나달에게 이제 다음 위협은 QF에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샘 퀘리Sam Querrey다. 이스트본에서 잔디 감잡고 윔블던에서 슬러거 티엠Dominic Thiem과 루블레프Andrey Rublev를 간단히 잡고 4R까지 순항한 샘 퀘리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윔블던에서 거물 조코비치와 머레이를 모두 잡은 적이 있으며, 아카풀코 인도어 하드에서 나달을 가뿐하게 잡아본 적이 있는 이 빅서버가 과연 얼마나 그 때의 경험을 자신감 충전된 나달을 상대로 보일 수 있을지가 문제다. 나달이 2017년 쥘 뮐러를 상대할 때처럼 초반에 당황해버리는 게 아니라면, 나달의 승리가 예상되나, 다음 대진이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일 것으로 보이기에 나달로서는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퀘리가 선전할 것으로 보이나, 나달이 키리오스 잡으면서 자신감 200% 충전한 거 같아서 아무래도 나달의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믿기어렵지만.. 
선수생활 마감해가는 듯한 쏭가와 나달은.. 불과 한 살 차다.


- 과연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클래식 대진이 11년만에 무려 윔블던에서 펼쳐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대진의 승리자가 과연 조코비치의 타이틀 방어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아마 안될 것 같아서 빡친다.) 과연 대회는 이대로 노박의 2연패이자 5번째 윔블던 우승으로 끌날 것인가.  

- 힘내라 움베르. 조코비치 머리 속에 왼손은 나달이나 베르다스코의 탑스핀 포핸드 밖에 없을거다. 충분히 당황시킬 수 있다. 유감스럽지만, 고팡이든 베르다스코든 잔디에서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나마 확률이 있다면 어굿이 올라오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마저도 불안하다. 힘내라 움베르. 조코비치는 라인 가까이에 붙어서 반템포 빨리 붙어 치고 있다. 충분히 틈이 나올 거다. 힘내라 움베르. 



N. Djokovic : U. Humbert = 65 : 35
D. Goffin : F. Verdasco = 55 : 45
G. Pella : M. Raonic = 35 : 65
R. Bautsta-Agut : B. Paire = 65 : 35

S. Querrey : T. Sandgren = 75 : 25
J. Sousa : R. Nadal = 5 : 95
K. Nishikori : M. Kukushikin = 80 : 20
M. Berretini : R. Federer = 30 : 70




2019년 7월 5일 금요일

RAFA keeps going



  2019 The Championships, Wimbledon 2R
  Rafael Nadal(3) v. Nick Kyrgios
  6-3, 3-6, 7-6(5), 7-6(3)



잘가라 키리오스..
wimbledon.com



-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닉 키리오스Nick Kyrgios는 패배했고,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은 승리했다. 대략 맞아 떨어진 것도 있다. 그들은 4세트 동안 타이브레이크를 두 번 갔다. 나달의 2019 타이브레이크 전적은 4-3, 키리오스는 12-5. 하지만 이번 맞대결 중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는 전부 나달의 승리로 끝났다. 세트 스코어는 3:1로 끝났다. 브레이크는 단 네 번 있었고, 나달이 두 번 키리오스가 두 번을 기록했다.  

- 키리오스는 전 날 pm11:00에도 윔블던 근처 바에서 발견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한 기자를 보며 바에서 본 사람이라고 웃음 짓기도 했다. 바에서 쩔지 않았다면 경기력이 더 좋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질문한 기자를 가리켜 틀림없이 지루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며 오히려 비웃었다. 



뭐 시바 내일이 결승도 아닌데 바에서 좀 놀지 뭐..
the times


- 키리오스는 프랑스오픈이 진행중이던 지난 5월 호주의 한 팟캐스트 방송에 등장해서 나달과 조코비치를 까댔다. 이 관심종자 애송이는 나달이 Salty(찌질한)하다고 했고, 토니 나달은 idiot(멍청이)라고 불렀으며, 조코비치는 cringeworthy(보기 오그라드는)라고 했다. 그리고 앤디 머레이는 최고(the best)라고 했으며, 로저 페더러는 G.O.A.T라고 했다. 
  이 경솔한 주둥이는 조코비치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데 안달난 것 같다고 지적했으며, 그가 페더러처럼 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G.O.A.T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말했고, 자기가 보기에는 앤디 머레이가 노박 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라고 했다. 
  그는 나달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반대(polar-opposite)이라고 말하며, 존나게 쿨한 자신과는 달리 salty한 나달은 자신이 이겼을 때 그걸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이 고졸새끼는 토니 나달이 자신을 가리켜 교육이 부족하다고 했다면서, 자신은 학교를 무려 12년이나 다니며 교육을 잘 받았다고 자랑했다. 심지어 자신이 그의 친척을 이겼으니 그 idiot이 화난 것도 이해한다는 넓은 배포를 자랑하기 까지 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보다도 쿨한 이 쿨쟁이는 왜 자신이 욕을 쳐먹고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고, 윔블던 승리 후 나달에게 관심받지 못한 것에 굉장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이 쿨쟁이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대해 노박은 자기도 어릴 때 그랬다면서 차차 life-lesson을 배우게 되지 않겠냐고 했고, 나달은 항상 그렇듯 아예 언급도 안했다.


그래 그럴수도 있어.. 나도 니 땐 그랬다...


- 키리오스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등 빅3가 자신만 만나면 절대 지지않을 듯이 지나치게 애쓰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남극점 쿨가이는 그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를 만날 때만 죽일 듯이 달려드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 듯 하다. 

- 1세트를 허망하게 내준 키리오스는 심판에게 지랄하기 시작했다. 키리오스의 챌린지 신청을 심판이 지나쳤을 때 부터 시작이었다. 키리오스는 나달이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며, 나달에게 경고를 주라고 심판에게 소리쳤다. 궁시렁 궁시렁 거리고, 비아냥 거렸고, 심판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심판은 키리오스에게 경고를 줬다. 그 때부터 키리오스는 발광하는 걸 관뒀다. 대신에 중얼거리고 건들거리는 걸로 불만을 표출했다. 심지어 그는 코트 체인지 동안 쉬지도 않고 바로 반대편 코트로 넘어가 서있는 걸로 항의했다.  


키리오스 하이라이트
the india times


- 2세트 4-3 상황에서의 키리오스의 폭풍 지랄은 나달의 멘탈에 영향을 끼쳤다. 나달은 키리오스의 지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지랄이 자신의 집중에 방해가 됐음을 인정했다. 2세트에서 나달은 브레이크를 당한 후 곧바로 브레이크를 해내는 데 성공하며 3-4를 만들었으나, 자신의 서브게임을 놓치며 그대로 3-6으로 세트를 내줬다.

- 키리오스는 3세트 4-4, 40:15 상황에서 네트 가까이에 있던 나달을 향해 러닝 포핸드를 때렸다. 공은 사실 나달의 몸에 맞지는 않았다. 공은 나달이 들고 있던 라켓을 맞고 떨어졌다. 키리오스는 사과의 표시를 하지 않고 몸을 건들거리며 양손을 들어 야유하는 관중을 도발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나달은 뒤돌아서며 키리오스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저 애송이새끼 패죽이까..
daily express


-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오기찬 호주출신 관심종자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나달을 노리고 공을 때렸다고 말했다. 자신은 나달의 라켓을 맞춘거지 나달을 맞춘 것도 아니고, 나달은 그랜드슬램 우승도 많고, 돈도 많을 텐데 그 정도는 맞어도 괜찮으니 자신은 나달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 키리오스는 두 번의 언더서브를 보여줬다. 하나는 에이스가 되었으며, 다른 하나는 나달이 포핸드로 받아쳤으나 네트에 걸리면서 포인트가 되었다. 첫 번째 서브에 관중들은 환호를 보냈으나, 두 번째 서브 때는 관중들로부터 미친듯한 야유가 쏟아졌다. 첫 번째는 뭐 이벤트 정도로 본 듯 하나, 두 번째는 경기의 텐션이 높아지고 있을 때였고, 키리오스가 개지랄 난리를 떨고 있는 걸 충분히 본 후 였으니 야유가 쏟아진 듯 했다. 한 번은 그렇다쳐도 뭘 그런 짓거리를 두 번씩 하냐는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키리오스의 서브는 정말 엄청났다. 나달의 리턴게임은 초스피드로 끝났다. 키리오스는 37개의 에이스를 기록했고 브레이크포인트는 고작 5번만 허용했다. 1st 서브 득점률은 76%, 2nd 서브 득점률은 57%였다. 수치는 대단치 않을지 모르지만, 키리오스의 서브는 그 이상의 아우라를 뽐냈다. 나달은 키리오스의 서브가 워낙 강력해서 그랬는지, 거의 모든 서브 때 스플릿 스텝을 한 발 먼저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고, 세컨 서브 때도 베이스라인 근처로 다가오지 않았다. 

- 하지만 나달의 서브게임은 더욱 대단했다. 나달의 서브게임 또한 키리오스의 그것과 비슷하게 끝났다. 나달은 키리오스에게 찬스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1st 서브 득점률은 82%, 2nd 서브 득점률은 71%였다. 서브가 확실히 좋았고, 나달은 조금 더 빠른 템포로 공격에 나섰다. 키리오스에게 찬스를 거의 주지 않았다. 


에이스는 별로 없어도, 은근 짜증나는 나달의 서브
특히 이번 경기에는 플랫서브가 돋보였다.


- 키리오스는 확실히 나달에 비해 랠리 지속 능력이 매우 부족함을 보였다. 분명 키리오스는 나달의 공을 카운터로 잘 받아쳐낸다. 하지만 테니스 코트에서 어른 들이 종종 말하는 교훈이 있다. "한 번 더 기다려라" 나 같은 혈기만 믿는 애송이들에게 공을 냅다 때리지 말고 한번 더 랠리를 하면서 주도권을 천천히 잡아가라는 말이다. 키리오스는 그게 잘 안됐다.

- 키리오스가 전날 저녁에 바에서 맥주나 쳐먹고 놀지 않았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을 것은 명백하다. 키리오스는 서브 그리고 네트 근처에서의 터치플레이를 제외하면 사실 랠리에서는 그작 그랬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키리오스는 멘탈은 물론, 체력문제를 일으키며 결국 아무것도 안되는 모습만 보였다. 그는 나달의 서브 게임을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자빠지는 관심종자
wimbledon.com


- 나달의 주요 승리 요인으로 백핸드를 꼽아야겠다. 주요 장면에서 등장하며 눈에 띄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달의 강력한 크로스 백핸드는 여러 번 키리오스를 코트 밖으로 내몰았고, 다운 더 라인 백핸드도 탑스핀 보다는 공이 짧더라도 빨리 밀어치는 모습을 보였다. 키리오스에 대한 대비였는지, 나달은 확실히 랠리 시 백핸드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쳤다. 

- 나달의 멘탈. 나달은 종종 올타임 멘탈왕으로 꼽히곤 한다. 대다수의 선수, 코치, 전문가 등등이 나달의 가장 큰 강점으로 정신력(mental strength)을 꼽는다. 나달이 어린 시절, 삼촌이 토니 나달이 나달이 실수했을 때, 물 한 방울 주지 않고 땡볕 코트에 하루죙일 서있게 했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나달의 어머니가 물을 갖다주자, 토니 나달은 나달의 어머니에게 개지랄을 했다고 한다. 사실 아동학대 수준으로 나달은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도 삼촌과 30여년의 시간 동안 코치관계로 보냈다. 나달은 절대 라켓을 부수지 않는다.  황제 페더러가 볼보이에게 짜증내고, 조코비치가 라켓을 허구헌 날 박살 낼 때도 나달은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친절하지않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랄을 보이지는 않는다. 
  키리오스가 경기도중 심판에게 개거품 개지랄 개난리를 치고 있는 동안 나달은 묵묵히 자리에 있었다. 자신의 루틴에 대해 지랄하는 내용을 다듣고도 가만 앉아있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져 공격이 몇 센치 라인을 벗어나거나 네트에 걸린 것 뿐이었다. 그것도 한 게임에 그쳤다. 언더서브에이스가 나왔을 때도 웃어넘겼고, 두 번째 언더서브가 나왔을 때도 포핸드리턴이 네트에 아쉽게 걸린 것을 아쉬워할 뿐이었다. 키리오스가 자신을 공으로 맞추고, 코트 저편에 서서 건들거리며 비아냥 거리는 모션을 취할 때도 나달은 집중력을 유지했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모두 지키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에 키리오스의 지랄에 대해서 말을 아꼈고, 오히려 키리오스가가 잠재력을 지닌 선수이며 그랜드슬래머의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가 공으로 자신을 때린 것에 대해서는 단지 때때로 위험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다. 
  만약 나였다면 에러와 더블 폴트를 남발했을 거고, 존 메켄로John McEnroe 처럼 같이 개지랄했거나, 인터뷰에서 키리오스가 멍청한 애송이자식이라고 비웃거나, 라켓으로 두들켜팼거나, 총으로 저 멍청한 애송이의 머리통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달은 그러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루틴과 서브에 집중했고, 공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받아쳤다. 그리고 승리했다. 
  키리오스의 개지랄과 관심쇼로 점철된 이 경기가 윔블던 최고의 아름다운 경기가 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나달의 성실함과 포용력 덕분일 것이다. 


the King of Clay on G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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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내용이라든가, 나달의 승리에 대해서 딱히 분석할 것도 없다. 나달의 서브와 백핸드는 확실히 무기였고, 나달은 과거 페더러가 키리오스를 상대하면서 그랬듯 질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그의 엄청난 멘탈은 키리오스의 난리를 전부 받아 삼켰을 뿐이었다. 반면에 키리오스는 멘탈에서 완전히 패했다. 그의 서브는 여전히 엄청났고, 그의 네트에서의 터치는 그가 왜 현 테니스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우는 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멘탈은 여전히 엉망진창이었고, 몸상태는 제대로 랠리를 할 준비가 안되어있는 듯 했다. 그는 타이브레이크에서의 너무나도 소중한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들을 그냥 세게 후려치는 데 소비했다. 그의 패배는 명백했다. 


백슬라이스 리턴으로 재미 좀 봤던 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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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리오스가 병신같은 소리들만 늘어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경기에서 부족했음을 인정했고, 나달이 훌륭했으며, 라파, 노박, 로저가 이룬 것들에 다가가기에는 프로페셔널함을 비롯 자신에게 부족한 게 많고, 자신은 아직 그랜드슬래머에 다가가기엔 이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greatest player이며 본인이 얼마나 원하는 지에 따라 성취를 이룰 것이라는 쿨함을 빠뜨리지도 않았다. 

- 어쨌든 나달은 나의 예상을 뒤엎고, 근성과 긍지를 보여주며 윔블던 3R에 진출했고, 호주 출신 관심종자는 이제 호주로 가서 클럽과 서핑이나 즐길 시간을 마련했다. 나달의 다음 상대는 조 알프레드 쏭가Jo-Alfred Tsonga이다. 쏭가가 2000년대 후반의 전성기적 모습에 비하면 폼이 많이 떨어져 있어 나달에게 그리 어려운 상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페더러를 만나기 전까지, 포트나이트 최고의 위협을 넘은 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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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가지 희소식은 나달의 4R 예상 상대이자, 키리오스 다음으로 위협적인 상대였던 마린 칠리치Marin Cilic가 포르투갈 넘버 원 호아 소사Joao Sousa에게 4-6, 4-6, 4-6 으로 패배하며 탈락했다는 소식이다. 소사의 3R 상대는 영국의 다니엘 에반스Daniel Evans인데, 두 선수 모두 랠리 위주 선수인데 랠리 능력이 나달에 도전할 수준이 못 된다. 여기에 QF 상대는 샘 퀘리Sam Querrey 혹은 파비오 포그니니Fabio Fognini가 될 것으로 보인다. 4R까지는 수월하지만, QF의 빅서버 샘 퀘리나 파워히터 포그니니는 조금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견뎌내면, 존 이스너John Isner가 이변의 탈락을 한 이상, 무난하게 페더러와 SF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존 이스너 만큼 무서운 빅서버 샘 퀘리..
Bravo TV

- 아 참, 그리고 이번 윔블던 기대주 두 명 까먹었다. 한 명은 96년생 마테오 베레티니Matteo Berrettini, 다른 한명은 지리 베슬리Jiri Vesely. 베레티니는 이번 잔디시즌 메르세데스컵에서 키리오스, 카차노프를 포함해 잔디의 까다로운 선수들을 전부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했고, 할레오픈에서도 고팡에게 털리기 전까지 SF까지 오르며 페더러를 만날뻔 한 선수다. 강력한 플랫서브와 정제된 포핸드, 준수한 발리와 백핸드 슬라이스로 잔디에서 마치 30대 선수 같은 노련한 경기운영을 보인 선수다. 그의 안정된 포핸드는 클레이나 하드에서는 좀 어정쩡해질지 몰라도, 적어도 잔디에서는 물수제비하듯 미끄러지며 빠진다. 게다가 그걸 코트 전후로 플레이스를 조정하는 노련함은 잔디코트에서의 그의 선전 이유를 증명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1R에서 컷오프 시키며 3R까지 진출한 지리 베슬리도 상당히 선전이 기대되는 선수다. 좀 느리기는 하지만 거대한 신장에서 나오는 왼손파워서브. 왼손 포핸드의 이점. 플랫공이 주가 되는 잔디에서는 어느 정도 밀어쳐지는 백핸드. 나름 발리. 베슬리의 파워플레이는 수준급 테크니션, 기교플레이어를 만나기 전 까지는 버틸 것 같긴 한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질 것 같긴하다.
  이 두 선수 모두 3라운드까지 무난히 진출했고, 베레티니는 단신 클레이 스페셜리스트 디에고 슈와르츠먼Diego Schwartzman을 앞두고 있고, 베슬리는 기교파 브루노 페어Bruno Paire를 만나 약간은 힘들어 하는 중이다. 


물수제비 치는 포핸드의 베레티니



2019년 7월 2일 화요일

난장판 윔블던



- 그래도 2, 3 라운드는 진출할 것으로 보였던 왼손잡이 강서버 두산 라요비치Dusan Lajovic가 주니어 윔블던 파이널리스트 출신 애송이 후버트 허카츠Hubert Hurkacz에게 셋업 당했다. 지난해 윔블던 1회전에서 페더러에 무릎 꿂었던 라요비치는 올해 인디언 웰즈 QF에서 페더러에게 교육당한 허카츠에게 패배하면서 올해 윔블던을 마무리했다. 

- ATP 최고의 애송이, 최고 세계랭킹 3위, 현 세계랭킹 5위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상대는 지리 베슬리Jiri Vesely. 6-4, 3-6, 2-6, 5-7. 사실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윔블던에서의 이점은 서브가 강하다, 백핸드의 각도 샷이 좋다, 정도 말고는 없다. 베이스라인 뒤에서 멀찍이 플레이하는 즈베레프의 플레이스타일은 딱히 잔디에서 도움되는 스타일은 아니다. 즈베레프의 서브도 키가 워낙 커서 무게감으로 내리치는 서브이지, 날카로운 스타일의 서브는 아니다. 탑스핀 세컨 서브도 윔블던에서는 무뎌질 뿐. 상대인 1.98m의 지리 베슬리도 그 정도 무게감은 싣는다. 심지어 베슬리는 왼손잡이다. 그는 2016년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노박을 몬테카를로 클레이에서 깔끔하게 2:0으로 셋업한 적도 있다. 즈베레프의 1R 탈락은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즈베레프는 클레이 외의 그랜드슬램에서 QF를 밟아 본적도 없고, 정말 거짓말처럼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만 되면 삽질을 하고 탈락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을 뿐이다. 


그랜드슬램만 오면 삽질하는 현 세대 no. 1


- 오히려 동생 즈베레프 보다 그 형인 Mischa Zverev의 탈락 소식이 더 이변이었을지 모른다. 나달에게 윔블던 1라운드 광탈(2013)을 최초로 안겨주고 2라운드 w/o 했던 노장 스티브 다르시스Steve Darcis는 그랜드슬램 2R 진출이 최고성적이고 주로 퓨처스와 챌린저를 전전하는 선수다. 그래도 근래 보기 드문 서브 앤 발리어에 왼손잡이 선수인 미샤 즈베레프가 다르시에게 깔끔하게 3:0으로 깨졌다는 게 사실 동생 즈베레프가 탈락한 것보다 놀라운 일이긴 하다. 

- 2017년 프랑스오픈 QF, US 오픈 SF 등 핫한 시절을 보냈던 나름 스페인의 기대주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Pablo Carreno Busta가 올 시즌 초 호주 오픈 4강 니시코리와의 대결에서 챌린저 시비로 가방을 코트에 내던지며 울분을 터뜨린 이후로 영 그작 그런 성적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그가 클레이 스페셜리스트라지만 윔블던 1R 탈락은 가혹한 듯 하다. 요즘 관심받는 호주 출신 애송이이자 Race to Milan Ranking 11위의 알렉세이 포피린Alexei Popyrin에 셋업 당했다. 

- 도미니크 티엠,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함께 이번 대회 최대 기대주 스테파노스 치치파스Stefanos Tsitsipas가 즈베레프와 함께 1R에서 광탈했다. 4-6, 6-3, 4-6, 6-7(8), 3-6 5세트 혈전끝에 패배한 치치파스는 사실 4세트에서 끝날뻔 했으나, 멘탈로 극복하며 경기를 풀세트로 이끌었으나, 윔블던 직전대회인 이스트본에서 SF에 오르며 잔디코트 적응에 성공한 토마스 파비아노에게 패배했다. 173cm의 나름 베타랑 파비아노가 결국 그랜드슬램이 혹독한 곳이라는 걸 치치파스에게 직접 교육했다. 클레이 때부터 백핸드 파워샷을 부단히 연습하던 치치파스는 잔디에서는 자신의 방어력이 그닥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며 US오픈을 기약해야 할 듯 싶다.  


비외른 보리 컨셉이면 다 광탈인가...


- 주요 유망주들 중 펠릭스 알리아심Felix Auger-Aliassime이 2R 진출에 성공했다. 치치파스에 이어 Race to Milan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 2000년생은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2R 진출에 성공했다. 그가 한 4R 쯤 까지 진출해줬으면 좋겠다. 딱히 코트표면을 가리지 않는 플레이스타일과 근성있는 플레이로 나름 관심있게 지켜보는 유망주다. 

- 윔블던 SF 진출자 출신, 한 때 베이비 페더러로 불렸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가 1라운드에서 99년생 애송이 코랜탱 무테Corentin Moutet에게 풀세트 끝에 탈락했다. 첫 두 세트를 무난하게 따내길래 가뿐히 승리할 줄 알았는데, 이후 내리 3세트를 내주며 탈락했다. 그는 작년에도 1R에서 탈랐했다. 91년 생인 그가 벌써 슬슬 내리막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와 함께 노장 가엘 몽필스Gael Monfils도 98년생 애송이에게 1R에서 패배하고 탈락했다. 이제 슬슬 정말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RF, RN, ND만 빼고 말이다.

-  카렌 카차노프Karen Khachanov와 권순우의 경기는 충분히 화제가 될 법했다. 정현에 가려 2인자로 그쳤던 권순우가 올해 챌린저를 두 번 우승하더니, 윔블던 Qualifiers 토너먼트에서 3연승을 거두고 드디어 그랜드슬럼 본선을 밟았다. 물론 권순우가 카차노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확률은 희박하다. 카차노프는 나이는 권순우보다는 1살 많을 뿐이지만, 이미 Top 10에 진입해있다. 무지막지한 포핸드로 그는 노박 조코비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작년 파리 마스터즈 1000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바도 있고, 지난 프랑스오픈에서는 비록 티엠에게 털리긴 했지만, 파워로 QF까지 진출한 바도 있다. 
  하지만 경기는 의외였다. 나달도 긴장시켰던 월드클래스급 포핸드와 198의 신장에서 나오는 파워 서브에도 권순우는 의외로 밀리지 않았다. 권순우는 잃을 것이 없는 신예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카차노프에게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그의 서브 평속과 최대속도는 거의 카차노프와 차이가 없었고(최고속도, 2nd 서브 평속은 더 앞섰다.) 그의 백핸드는 카차노프의 파워 포핸드에 충분히 맞설만 했다. 1세트는 타이브레이크였고, 3세트는 아예 권순우가 선전하며 가져왔다. 비록 4세트에서 뒷심에서 밀리며 경기를 내줬지만 권순우는 충분히 선전했다. 
  카차노프가 대단히 공격적인 선수로 유명하지만, 권순우는 그보다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치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 처럼, 방어적으로 플레이해야할 타이밍에서조차 무조건 닥치고 공격으로 밀어붙였다. Unforced Error가 권순우가 경기 통틀어 6개 더 많았는데, 그건 그냥 닥치고 미친듯이 때려대서 였다. 카차노프의 파워 서브도 그게 백핸드로 오면 권순우는 그대로 공격적인 백핸드로 밀었다. 정현도 그렇고, 권순우도 그렇고, 이덕희도 그렇고, 한국선수들이 투백이 다들 대개 좋은 것 같다. 카차노프는 아마 권순우에 대해 잘 몰랐을 거고, 정석대로 백핸드 쪽으로 공을 보내다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그의 포핸드와 발리, 네트플레이는 거지같았다. 특히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그의 포핸드는 더욱 자신감을 잃어갔고, 마치 버추어테니스 lv.1 캐릭터가 치는 포핸드처럼 플레이스나 방향이 모두 거지같았다. 백핸드 칠 때와는 다른 선수인가 싶을 정도로 포핸드는 자신감이 없고, 파워도 없으며, 네트에 걸려댔다. 찬스공 상황일 때 백핸드로 치는 버릇은 이를 본인이 인식하고 있어서 인 것 같았다. 투백 올타임 넘버원 노박도 찬스볼 피니쉬는 포핸드로 한다. 아무리 백핸드가 좋아도 찬스볼 투백 피니쉬는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베이스라인 플레이를 주로 하다보니, 발리 대쉬 타이밍에서 문제가 있어보이는 것과 발리 피니쉬 능력 또한 부족해 보였지만, 뭐 베이스라인러너이니 그렇다쳐도 포핸드는 자꾸 눈에 밟혔다.  
  그래도 top 10인 카차노프 상대로 대단한 선전을 보여준 선수고, 쫄지 않는 기세가 참 아름답게 보였던 선수다. 정현이 방어적인 플레이가 주력이었다면, 권순우는 작은 피지컬에도 대단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으로 보였다. 



깝치지마라 카차노프.. 너 따위 금방임..


- 나오미 오사카, 비너스 윌리엄스가 1R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여자테니스는 사실 세레나 빼고는 딱히 이변이라고 부르기가 뻘쭘하다. 워낙에 여자테니스는 수많은 선수들이 다 비등바등해서 실력자들이 누구라고 딱 정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 비너스 윌리엄스가 1R에서 탈락한게 의외이긴 하나, 그렇다고 뭐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나오미 오사카도 올해 호주오픈 우승 이후로 계속 하위드로에서 해메고 있어서 대충 예상되던 상황이긴 하다. 

- 도미니크 티엠Dominic Thiem 역시 윔블던 1R에서 광탈했다. ATP가 QF 멤버로 자신있게 밀길래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2017년 4R 진출이 윔블던 최고 성적이었던 티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프랑스오픈 runner-up- 윔블던 1R 로 클레이와 잔디시즌을 장식했다. 스윙 자세 자체가 무지하게 크고, 탑스핀이 주무기인 그가 선전하기에 잔디코트는 너무 냉혹했다. 
  하필 1R 상대가 직전대회인 이스트본에서 가뿐하게 결승에 올랐던 샘 퀘리Sam Querrey인 것도 안타까운 점이었을 듯하다. 윔블던에 잘 어울리는 전형적인 빅서버 퀘리는 나달이나 조코비치와도 백핸드 랠리를 어느 정도 지속해본 경험으로 투어에서 생존하고 있는 선수다. 티엠의 인사이드 아웃 풀파워 포핸드가 끊임없이 터지지 않는 한 퀘리 또한 분명 승산이 있다고 보았는데, 여지없었다. 6-7(4), 7-6(1), 6-3, 6-0 역전승으로 퀘리의 승리로 끝났다. 
  클레이에서 최강의 포스를 보였던 티엠이지만 미끄러운 잔디표면에서 빠르게 튀어오르는 공은 티엠이 스윙을 제대로해낼 시간을 주지 않았다. 클레이 시즌에 너무 많은 경기를 치룬 점이라던가, 윔블던 전 잔디 시즌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적응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그냥 잔디 표면이 티엠의 플레이스타일에는 쥐약이라는 것과 하필 상대가 샘 퀘리였다는 게 더 큰 패배의 원인인 듯 하다. 
  티엠이 탈락하면서 이번 윔블던 최대 관심받는 신예 선수 top 3이자,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에 이어 세계랭킹 4, 5, 6위를 차지하는 3인 도미니크 티엠, 알렉산더 즈베레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가 나란히 1R에서 광탈했다. 또한 그들의 광탈은 클레이와 잔디에서 동시에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를 보여줬다. (프랑스오픈 성적 : Dominic Thiem (Runner-up v. Nadal), Alexander Zverev(QF v. Djokovic), Stefanos Tsitsipas(4R, v. Wawrinka) 신예 3인은 그들은 모두 프랑스오픈 챔피언 출신에게 패배했다.)  표면을 가리지 않고 당연한 듯 엄청난 성적을 거두는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이 3인이 얼마나 위대한 선수들인지를 다시금 증명해주었을 뿐이다.  



그려.. 그래도 괜찮다 티엠.. 
나달도 프랑스오픈 결승뛰고 윔블던 1R 광탈했었다..
너도 그 때 나달처럼 US오픈 우승해블믄 된께..
걱정말고 화이팅 티엠..


-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은 예상대로 유이치 스기타Yuichi Sugita를 가뿐하게 6-3, 6-1, 6-3으로 꺾고 2R에 올랐다. 우리 조단 톰슨Jordan Thompson은 멋진 콧수염을 자랑하며 닉 키리오스Nick Kyrgios에게 베이글 스코어까지 선사하며 풀세트까지 몰았으나 결국 패배했다. 애초에 기량상 상대가 안되는 매치업이었다. 풀세트를 간 건 톰슨의 집중력도 있었겠지만, 키리오스의 집중력 문제인 듯 했다. 톰슨의 서브, 포핸드, 백핸드 어느 면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다만 톰슨이 경기내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빛났을 뿐이다. 톰슨의 승리로 끝났으면 좋았을 건만, 키리오스는 경기내내 장난치다가 질것 같으면 바짝 해서 결국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애당초 키리오스는 톰슨을 자신의 상대로 인정하지를 않는 듯 보였다. 
  결국 그렇게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닉 키리오스Nick Kyrgios의 숙명적인 2R 대진이 성사됐다. 경기는 절대 3:0 스코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빅3를 상대로는 집중하는 키리오스의 특성상 분명 경기는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빅3 중 페더러를 제외하면 순수 기계적 기량상으로는 키리오스가 앞서 있는 듯하나, 이번 경기는 나달이 얼마나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주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나달이 키리오스를 상대할 때는 이상하게도 경기 양상에 따라 멘탈이 평소 답지 않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키리오스도 이상하게 나달을 만나면 더 장난을 많이 치는 듯하다. 아마 키리오스의 서브가 워낙 다루기 어렵고, 나달이 윔블던에서는 서브게임을 잃지 않는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니, 타이브레이크 세트가 여러 개 나올 것으로도 보인다. 
  정말 키리오스 만은 조코비치의 대진으로 가길 바랬는데, 기어이 나달의 대진으로 와버렸다. 그것도 하필 윔블던에서.. 정말 나달이 어떻게든 밟아줬으면 좋겠다. 분명 키리오스를 나달이 밟아버리면 나달은 윔블던에서 자신감을 세게 얻을 것이 틀림없다. 



바로 요때의 멘붕이야.. 키리오스..
베이징에서 털리던 기억을 되살려라 키리오스..


- 아 페더러도 2R에 진출했다.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1세트를 내준 게 놀랍다. 1세트 내주고 빡쳤는지 아주 2세트 부터는 상대인 남아공출신 97년생 애송이인 로이드 해리스Lloyd Harris 아주 병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 페더러가 2017년 호주오픈 컴백한 이후로 자꾸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논쟁이 붙는 거 같은데. 왜 그게 논쟁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goat이 로드 레이버Rod Laver 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냥 페더러다. 이제는 "테니스Tennis" 라는 스포츠를 "페더러Federer"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를 판이다.


내가 볼 때 승자는 유니클로다..


-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1위, 1987년생), 라파엘 나달Rafael Nadal(2위, 1986년생),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3위, 1981년생)은 모두 2R에 진출했고, 도미니크 티엠Dominic Thiem(4위 1993년생),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5위, 1997년생), Stefanos Tsitsipas(6위, 1998년생)은 모두 1R에서 탈락했다.




RAFA'S Wimbledon 2019



  2019 윔블던 대회 대진이 발표됐다. 대략 관심 포인트는 지난해 우승자인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타이틀방어에 성공할 것인지,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9번째 윔블던 우승이 이뤄질 것인지, 도미니크 티엠Dominic Thiem,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 스테파노스 치치파스Stenfanos Tsitsipas 로 대변되는 신예가 얼마나 치고 올라올지 정도가 될 것이다. Tennis TV는 예상 8강 대진으로 다음과 같이 꼽았다.

Novak Djokovic v. Stefanos Tsitsipas
Alexander Zverev v. Kevin Anderson
Rafael Nadal v. Dominic Thiem
Kei Nishikori v. Roger Federer

  다분히 예상 가능한 대진이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8강에 오른게 전부인 그랜드슬램 병신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가 과연 4R의 벽이나 넘을까하는 의문과 이제는 노화를 걱정해야할 것 같은 니시코리 케이Kei Nishikori가 3R에서나 만날 듯한 호주의 신예 알렉스 드 미노Alex de Minaur나 4R에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빅서버 존 이스너John Isner를 상대로 선전할 수 있을까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회의적으로 보는 것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다.


 Rafael Nadal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12번째 프랑스오픈 우승을 가뿐하게 해내고 가뿐하게 잔디시즌 전부 씹고 출전한 윔블던에서 어떤 성적을 남길 것인가. 지난해에도 나달은 잔디시즌을 전부 씹고 윔블던에 출전해서 SF에 진출했다. 무난한 대진으로 QF까지 순항했으나, QF에서 델포를 만나 혈전 끝에 SF에 올랐다. 그러나 체력의 문제인 듯 조코비치와의 4강 연장 혈투를 끝에 패배하면서 윔블던을 마무리했다. 당시 예정된 결승상대가 무난한 빅서버 케빈 앤더슨Kevin Anderson이었기에 만약 나달이 당시 조코비치를 상대로 승리했다면 3번째 윔블던 우승도 무리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떠할 것인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예상대진

1R : 유이치 스기타Yuichi Sukita
2R : 닉 키리오스Nick Kyrgios
3R : 데니스 샤포발로프Denis Shapovalov or 조 윌프레드 쏭가Jo Wilfred Tsonga
4R : 마린 칠리치Marin Cilic
QF : 샘 퀘리Sam Querrey or 쥘 시몽Gille Simon or 도미니크 티엠Dominic Thiem
SF :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or 존 이스너John Isner
F :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


  일단 나달이 1R를 통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퍼스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던 스기타지만, 아무리 잔디라 한들 그가 나달을 상대로 선전할 요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의 서브가 강력한 것도 아니고, 그가 와이드 샷을 쳐내는 타입도 아니다. 그의 랠리 지속 능력은 나달에 비하기에는 공격도 특이점이 없고, 방어에도 특이점이 없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나달의 윔블던에 있어 가장 큰 장애이자 2R 예상상대 닉 키리오스Nick Kyrgios다. 2014년 윔블던 4R에서 나달은 바로 키리오스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2017년 신시내티에서도 마찬가지고, 올해 초 있었던 아카풀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달을 탈락시킨 키리오스
2014 wimbledon 4R

  키리오스는 전형적인 악동 천재처럼 경기 한다. 대충 설렁설렁하고, 관중이나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고, 느닷없이 풀파워 샷을 친다거나 뭔가 자기 맘에 들때만 열심히 한다. 그래서 그는 패배를 쉽게 가린다. 정신승리를 쉽게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재능만큼은 확실히 어마무시하다. 그가 경기에 몰입하면 상대하기 결코 쉽지 않다. 3세트 최고 명경기로 꼽히는 2017 마이애미에서의 페더러와의 경기나 2017 레이버컵에서의 페더러와의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역대급 폼을 보인 페더러와 대단한 접전을 펼쳤다. 심지어 ATP 최고의 벽인 조코비치는 아예 그를 상대로 이겨본 일이 없다.그래서 언론이나 다른 선수들이 항상 위협적으로 보는 듯하다. 왠지 키리오스와의 경기는 이겨도 찝찝하고, 지면 개 빡치는 유형이다.
  라켓을 부술 줄도 모르는 나달이 꺼려하는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이 키리오스다. 상대전적은 3:3으로 동률이지만, 나달이 승리한 세 경기 중 두 경기는 클레이에서 였고, 나머지 한 경기는 키리오스가 경기 시작 부터 챌린지 시비로 버렸던 2017 베이징이었다. 키리오스는 윔블던에서 승리했고, 신시내티에서는 거의 장난치듯 나달을 갖고 놀았으며, 아카풀코에서는 언더서브 시비까지 일으키면서 역전승했다. 왠지 나달 입장에서는 이겨도 기분나쁜 전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만약 나달과 키리오스의 대진이 이루어진다면 키리오스가 승리할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키리오스는 확실히 엄청나게 강하고 날카로운 서브를 갖고 있다. 빅서버들의 파워와는 약간은 다르고, 페더러의 다양한 코스를 파고드는 서브와도 다르다. 그의 서브는 마치 엄청나게 빠른 면도날이 타이슨의 펀치처럼 파고드는 서브다. 많이 튀어오르지도 않는 그의 플랫서브는 상대를 공으로 때리기 위한 서브와도 같다. 그의 간결한 서브 동작은 이 효과를 더욱 강화한다. 게다가 그는 세컨 서브로도 그렇게 내려 때려댄다. 그의 무지막지한 손목힘을 바탕으로 하는 이러한 서브는 상대선수의 브레이크를 매우 어렵게 만든다. 브레이크 귀신인 나달이 클레이가 아닌 곳에서 키리오스의 서브에 고전했다는 것, 리턴 올타임 넘버원인 노박이 키리오스를 상대로 이겨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보증한다.
  또한 키리오스는 터치와 네트플레이가 좋다. 이는 나달에게 역상성이다. 나달은 코트 좌우 이동에 특화되어 있지 코트 전후 이동에는 약간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나달의 로브는 구리다. 2015 윔블던에서 상대한 브라운과 같이 네트 플레이, 드랍샷, 로브 등을 위주로 한 기교 플레이어에게 나달은 상당히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키리오스도 마찬가지다. 키리오스는 분명 이런 장난 같은 플레이를 지속할 것이다. 언더서브를 포함해서 말이다. 
  키리오스의 공격력도 분명 특기할 점이다. 손목힘이 엄청난 그는 튀어오르는 공의 높이가 과하지 않으면 그냥 손목만으로 파워샷을 후려친다. 레이저 샷, 빨랫줄 샷이란 건 키리오스의 공을 가리키는 것을 테다. 심지어 그는 테이크 백도 거의 없이 샷을 때린다. 언제까지 그 손목힘으로 버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그는 아직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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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해서 후두려패는 키리오스의 포핸드
ㄱ로 접혀보일 정도로 굽힌 팔과 웨스턴 그립 탑스핀 


  그의 백핸드도 까다롭다. 그의 백핸드에 정확도가 있다거나, 파워가 있다거나 한다고 까지는 못하겠다. 그의 백핸드는 흔한 백핸드들처럼 약점이다. 그러나 상대가 강한 공격을 했을 때 그는 짧은 스윙 궤적으로 밀어치는 백핸드에 능하고, 그것에 각도를 주는 것에 여유롭다. 낮게 살짝 네트를 넘어 서브라인 근처에서 사이드로 빠지는 백핸드 혹은 낮게 넘어와 거의 튀지않은 플랫볼을 쳐내는 것은 베이스라인에서 그의 파워샷을 대비하는 상대를 곤란하게 한다. 물론 그는 거기에 준수한 드랍샷이라는 옵션도 함께 가지고 있다. 
  키리오스가 클레이에서 삽질을 거듭하고, 잔디와 빠른 하드 코트에서 여유있게 경기하는 것은 이 같은 특성 탓이다. 다만 그도 문제를 가지고는 있다. 그의 랠리 지속능력은 좋다고 보기 어렵고, 그의 멘탈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나달이 2R에서 키리오스를 만난다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결론 부터 말하면 3:1 정도로 키리오스의 승을 예상하겠다. 2017년이라면 모르겠지만 2019년의 나달의 폼은 잔디에서 선전할 만큼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고, 무릎은 여전히 짐이다. 서브와 백핸드가 좋아졌다지만, 그것만으로는 햄스트링이 걱정되보일 정도로 좌우로 뛰는 것이 예전만큼 민첩하지 않은 나달의 승리가 안도되는 건 아닐 것이다. 나달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포핸드로 각을 주는 샷을 치기보다는 포핸드를 가능한 베이스라인 근처로 길게 보내면서 키리오스를 뒤로 물러서게 하면서 가능한 빠른 타이밍에 네트에 전진하여 드랍 발리로 피니쉬하는 식의 플레이를 보여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달이 브레이크를 안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리오스의 서브게임이 워낙에 강력하니 나달입장에서는 버티기만 한다면 키리오스가 혼자 맛탱이가 가서 멘붕할 것이다. 
  키리오스를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4R 칠리치 혹은 QF의 샘 퀘리가 문제다. QF의 샘 퀘리가 사실 QF까지 올라올지도 의문이고, 올라온다 하더라도 나달이 칠리치와 풀세트 접전을 한 것만 아니라면, 빅서버에 적응된 나달로 부터 여유있게 털릴 것으로 보인다. 샘 퀘리가 2016년도에 빅서버 킬러 노박을 셋업한 빅서버라지만, 당시의 백핸드는 본인 커리어 역대급 백핸드였기에 가능했을 뿐이다. 
  마린 칠리치Marin Cilic는 조금 골치아픈 상대다. 2014 US오픈 챔피언, 2017 윔블던, 2018 호주오픈 파이널리스트인 칠리치는 1.98m의 거대한 신장에 강서버인 주제에 백핸드 랠리를 꽤나 잘 버텨내는 선수다. 폼 올라왔던 2018년의 칠리치는 호주오픈에서 나달을 상대로 5세트를 버티고 중도기권 시킨바 있고, 잔디코트인 퀸스클럽에서 조코비치를 물리치고 우승하는 이변도 일으켰던 선수다. 올해는 그작그작이지만, 그래도 칠리치는 빅4와의 충분한 대결 경험이 있고, 잔디코트가 그에게 유리하다는 건 매우 명백하다. 그의 백핸드가 에러를 폭발시키지만 않는다면 그의 서브게임은 충분히 지켜질 수 있고, 이는 나달을 충분히 피곤하게 할 수 있다. 



그래.. 나달.. 윔블던에서는 라켓을 머리 위보다는 오른팔로 향하자..


  어쨌든 내 예상에는 나달의 2R 혹은 4R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준결승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윔블던을 대놓고 노리고 있는 페더러를 상대로 선전할 가망은 거의 안보인다. 윔블던에서 만큼은 페더러보다는 차라리 조코비치가 더 수월한 상대다. 하지만 여전히 나달에게 윔블던은 중요하다. 2017년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던 나달의 자신감이 유일하게 덜 채워진 듯한 곳이 바로 윔블던이다. 2017년 QF, 2018년 SF 진출로 충분히 성적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승이 아쉬운 곳이다. 만약 윔블던에서 우승을 한다면 확실히 나달의 성취감이 확실히 채워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나달의 기량을 평가하는 아주 좋은 지표가 그가 윔블던에서 어떤 성적을 올렸냐이기 때문이다. 조코비치가 작년에 윔블던 우승으로 본 기량을 회복했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힘내라 Jordan Thompson... 너 올해 3R도 찍어봤잖아... 너도 이제 스물 여섯인데 이제 빛 볼 때 됐어... 너 보기에도 키리오스 재수없을 텐데.. 힘내라 톰슨...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