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8일 토요일

Nadal, to Final



드디어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그랜드슬램 결승 매치업이 성사됐다. 호주오픈에서는 2009년 이후 처음이고, 그랜드슬램 통틀어서는 2011년 프랑스오픈 결승 이후 6년 만이다. 


ausopen.com



2017 호주오픈Australian Open 준결승Semi-final
라파엘 나달Rafael Nadal(9) vs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15)

6:3, 5:7, 7:6(5), 6:7(4), 6:4



  애초에 나달이 쉽게 승리할 것으로 보였던 이 경기는 예상외로 4시간 56분의 풀세트 접전이 펼쳐졌다. 두 가지 포인트를 꼽아보자면 "디미트로의 엄청난 선전"과 "지지 않는 나달"이다. 



디미트로프의 엄청난 선전

  먼저 디미트로프의 준수했던 백핸드이다. 많은 스핀으로 높게 바운드가 형성되는 나달의 포핸드를 한손 백핸드로 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한손 백핸드는 공을 아래서 위로 쓸러올리는 게 기본이다보니, 높은 볼 처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달은 왼손 포핸드라 크로스가 오른손 잡이의 백핸드 위치에 대치된다. 이것이 디미트로프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측의 기본 근거였다. 하지만 디미트로프는 꽤나 준수한 백핸드를 보여주며 랠리를 지속시켰고, 백핸드 다운더 라인 공격을 꽤 많이 성공시켰다. 한손 백핸드의 각도 큰 공격을 나달은 포핸드 크로스로 받아내게 되니, 까다로운 탑스핀 공을 디미트로스가 백핸드 다운더라인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디미트로프는 다운더라인을 자주 시도했고, 실제로도 꽤나 성공을 거뒀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백핸드가 랠리를 성공시키게 되니 당연히 경기는 길어졌고, 나달이 뛰는 거리도 길어졌다. 
  두 번째로는 훌륭한 방어력이다. 원래 디미트로프는 꽤나 공격적인 선수다. 실제 이번 경기에서도 디미트로프는 79개의 위너와 70개의 에러를 기록했다. 나달이 45개의 위너와 43개의 에러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거의 두배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는 수치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 디미트로프는 공격보다 돋보이는 훌륭한 방어를 보여줬다. 평소같으면 에러나 범했을 나달의 탑스핀 스트록을 끝까지 쫓아가 코트로 집어넣었고, 랠리를 연장시켰다. 나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뛰면서도(실제 경기에서 포인트당 뛴 거리기록이 나달의 23미터에 버금가는 21미터가 나오기도 했다.)랠리를 지속해냈고, 어떻게든  본인의 특기인 강한 포핸드로 때릴 찬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걸로 포인트를 따냈다. 


나달은 디미트로프의 백핸드 다운더라인이 저렇게나 잘 들어올거라고 생각도 안했을거다. 
사진 : ausopen.com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디미트로프가 체력의 문제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2년 호주오픈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과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보여준 5시간 53분 경기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장시간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여기에 나달이 맞붙었던 3라운드, 4라운드, 8강의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 가엘 몽필스Gael Monfils, 밀로스 랴오니치Milos Raonic가 전부 겪었던 체력 문제를 디미트로프는 겪지 않은 듯 했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체력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듯이, 디미트로프는 4세트, 5세트에서도 지치지 않은 모습으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는 경기 마지막 순간에도 나달의 매치포인트를 두 번이나 방어해내기도 했다. 이것은 장시간 경기들로 피로가 누적되었을 나달을 상당히 힘들게 하는 일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디미트로프는 이번 경기 내내 상당히 훌륭한 멘탈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나는 이미 디미트로프의 약점 중의 하나가 멘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무려 황제 페더러도 니시코리Kei Nishikori와의 경기에서 화풀이를 한적이 있고,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도 페더러와의 대결에서 다리로 라켓을 두동강 내는 진풍경을 보인 바 있다. 그런데 라켓 부수다 실격패까지 당해 본 바로 그 디미트로프가 상당히 접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내내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프로페셔널 다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경기 종료후에도 나달에게 친밀하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퇴장했다. 오죽했으면 호주오픈 공식 사이트에서 경기에 관한 기사 타이틀로 "All winners, No losers"라고 뽑았겠는가. 나달 또한 인터뷰에서 5세트에 진입하자 이건 본인이 진다고 해도 그건 상대가 충분히 승리할 자격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디미트로프는 굉장한 명승부를 훌륭히 보여줬고, 나달과 경기장의 관중들은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화답했다. 나 또한 별로 아니꼽게 보았던 디미트로프에 대해 깊히 호감을 갖게된 경기였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지지않는 나달

  참 경기내내 디미트로프의 강한 스트록 공격에 왠지 질 것 같았고, 실제로 몇 번은 패배를 눈앞에 두었던 나달이 결국은 승리해냈다. 마치 2009년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페르난도 베르다스코 Fernando Verdasco와의 경기의 재편을 보는 듯했다.(그때 경기에 대해서는 이미 나달 본인이 자서전에서 당시 마지막 게임에서 자신은 더이상 공을 쳐낼 자신이 없었다고 밝혔었다. 실제 경기는 베르다스코의 에러와 더블 폴트로 끝났다.)그 때 경기처럼 나달은 굉장히 힘들어보였지만 어쨌든 에러가 적었고 스트록을 코트 안에 끊임없이 넣었다. 
  나달은 본인이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찬스상황에서 점수를 내주는 일이 은근 꽤나 잦다. 이번 경기에서도 브레이크를 성공시키고 곧바로 브레이크를 내준다던가, 매치포인트를 세 번째까지나 가져간다던가, 자신의 서브게임의 첫 두 포인트는 무조건 주고 시작한다던가, 러브 게임으로 이기고 있는 걸 역전당해 내준다던가 하는 경우들을 보여줬다. 13분이나 지속된 5세트 첫 게임의 브레이크 찬스가 그랬고 브레이크를 초반에 따냈던 2세트가 그랬다. 실제로도 15-16년의 경기들에서도 편안하게 리드하고 있거나, 승리를 눈앞에 둔 경기를 기어이 듀스까지 내주며 무너지는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점은 이건 패배로 끝났다 싶은데, 말도 안되게 거기서 탈출한 경우도많다는 점이다. 바로 경기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던 5세트 8번째 게임 즉, 나달의 서비스 게임이 그랬다. 
  나달은 게임 시작과 함께 날카로운 백핸드와 포핸드 공격을 가했지만 한끗차로 둘다 에러가 되고만다. 백핸드 공격으로 디미트로프의 백핸드 슬라이스 에러를 이끌어내며 15-30를 만들어내지만, 랠리에서 밀리며 스매쉬 포인트를 내줘 15-40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까지 밀린다. 5세트 게임스코어가 3:4상황이었으니  나달이 이 게임을 내주면 3:5가 되고, 다음 게임 서브가 디미트로프 차례니 사실상 경기를 내주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 순간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달이 져버렸네." 라고 말이다. 디미트로프가 한 포인트만 따면 사실상 경기는 디미트로프에게 가는 것이었다. 
  바로 그 상황에서 나달은 믿기 어려운 경기력으로 랠리를 주도하며 네 포인트를 연속으로 따내고 서비스 게임을 가져갔다. 첫 포인트는 날카로운 크로스 백핸드로 디미트로프를 이동시킨 뒤 침착하게 다운더 라인 백핸드로 땄다. 이 다음 두 개의 위너가 특기할 만 하다. 나달은 강한 스트록 쳐낸 뒤, 디미트로프가 뒤로 밀리자 귀신같이 네트 어프로치 후 포핸드 발리로 두 개의 위너를 따냈다. 말그대로 승부수 였다. 강한 스트록이 제대로 안들어가도 실패하고, 상대의 리턴이 행여나 강해도 실패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먹혀들었고 이어 디미트로프가 포핸드가 길어지며 게임이 마무리되었다. 사실상 이 게임에서 경기의 결과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분위기를 탄 나달은 곧바로 디미트로프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해냈다. 30-40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에서, 나달과 비슷하게 강한 스트록 이후 네트 어프로치를 하던 디미트로프에게 나달은 탑스핀이 잔뜩 걸려 네트 앞쪽에서 짧고 강하게 떨어지는 러닝 다운더라인 패싱샷을 쳤고, 디미트로프는 늦은 발리로 쳐내면서 공은 크게 공중으로 떴다. 완벽한 찬스볼이 된 것이다. 나달은 놓치지 않고 네트앞에 힘없이 떨어진 볼을 투핸드 패싱샷으로 브레이크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경기는 완벽히 나달에게 기울었다. 이미 경기 최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포인트들이 전부 나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나달의 위너 혹은 나달의 에러)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달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디미트로프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나달은 듀스가 연속된 세번째 매치포인트만에 탑스핀을 받아친 디미트로프의 백핸드가 베이스라인을 살짝 벗어나며 승리를 얻어냈다. 


사진 : ausopen.com


  이런 비슷한 상황은, 비록 세트를 내주기는 했지만, 2세트에서도 있었다. 게임스코어 3:5의 디미트로프 서비스 게임 상황을 기어이 브레이크 해내고, 4:5 본인 서브 게임에서는 세트 포인트까지 밀린 걸 기어이 따내서 5:5 동점을 만들었다. 비록 이후 내리 두 게임 내주며  세트도 내줬지만 말이다. 
  이번 경기로 참 나달은 쉽게 지지 않는 구나 싶었다. 참 쉽게 이기지는 못하지만, 참 쉽게 지지 않는 선수구나 싶었다. 4강 쯤 올라와서 인지 기세가 올라서 풋워크도 꽤 안정됐고, 스트록도 상당히 힘있게 뻗었다. 과거와 같은 엄청나게 빠른 발놀림이나 바나나처럼 휘어들어가는 패싱샷은 잘 안나오지만 그래도 엄청난 체력과 수준높은 방어력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참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경기를 놓치다가 또 다 몰린 상황을 이겨내며 승리하니 역시 나달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싶다. 


자, 이제 Federer & Nadal..

  이제 역대급 라이벌인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결승전만 남았다. 페더러가 우승하면, 5년만의 그랜드슬램 우승이자, 개인통산 18번째 우승이고, 35년 11개월로 켄 로스웰Ken Rosewell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최고령 그랜드슬램 우승이다. 나달이 우승하면, 오픈 시대 이후 최초로 모든 그랜드 슬램을 두 번씩 우승하는 기록인 더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달성이자, 피트 샘프라스Pete Sampras를 제치고 역대 그랜드 슬램 우승 단독 2위에 오르게 되는 기록이 된다. 누가 우승하든 굉장히 뜻깊다.
  조코비치가 득세하던 테니스계에 이제는 30대들이 되어버린 페더러와 나달이 파이널에 올라왔다. 나달은 언론 인터뷰에서 30대들이 벌이는 결승전이 앞으로는 안나올 것 같으니 충분히 즐기라고 말했다. 왠지 경기력은 페더러가 더 좋은 것 같지만, 긴 탑스핀 스트로크로 체력전을 펼친다면 나달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기도하다. 내가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래로 참으로 고대하던 순간이라 그런지 내가 다 설레서 잠이 안올지경이다. 페더러와 나달의 그랜드 슬램 결승을 지금이라도 라이브로 볼 수 있어서 참으로 증말 다행이다. 


친선경기나 자선경기같은거에서나 만날 줄 알았다는 그들.. 
그들은 이제 6년만에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만났다. 
사진출처 : Rafa Nadal Academy



2017년 1월 26일 목요일

황제는 결승에 도착했다, 그리고 디미트로프




1.

위르겐 멜처Jurgen Melzer, 노아 러빈Noah Rubin, 토마스 베르디흐Tomas Berdych, 케이 니시코리Kei Nishikori, 미샤 즈베레프Mischa Zverev, 그리고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


출처 : ausopen.com


   황제는 드디어 결승에 올랐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2017 호주오픈Australian Open 준결승에서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를 7:5, 6:3, 1:6, 4:6, 6:3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1,2 세트를 상대적으로 쉽게 땄지만, 바브린카가 라켓 부수고 급부활한 바람에 5세트 접전까지 가야했다. 하지만 황제는 5세트에서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그의 원핸드 백핸드는 확실히 결승에서 다시 볼 수있게 되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두 세트를 내줬음에도 상황을 반전시켰던 바브린카가 이제 확실히 페더러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탑 랭커로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현 시점에서 조코비치Novak Djokovic를 제외하면 진정 페더러를 제압할 수 있는 선수가 여전히 없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와의 경기에서도 나타났던 것 처럼, 역시 현 페더러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나는 랠리를 지속 할 수 있어야겠다 싶었다. 
  윌리엄스자매(비너스 윌리엄스Venus Williams와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가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가고, 황제 페더러가 남자 단식 결승에 오른 지금, 이제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클래식 라이벌의 결승전 완성을 위해서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를 이기는 일만 남았다. 왠지 앞으로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나달과 페더러가 다시 맞붙기가 굉장히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이번 찬스를 나달이 반드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다. 




2.



출처:@GrigorDimitrov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불가리아, 190cm(6' 3"), 80kg, Right-handed, 원핸드 백핸드, 1991년생, 2008년 데뷔, 현 세계랭킹 15위


  2라운드에서 정현을 물리치고 올라온 선수다. 이 선수를 볼때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간지나는 외모, 간지나는 폼이다. 키가 190이 넘는 이 선수는 긴 팔다리와 굉장히 작은 두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모델 같을텐데, 뭔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순수함과 남성성을 함께 지닌 페이스마저 갖고 있다. 인기가 무지 많다. 한 때는 여자 테니스 스타인 마리아 샤라포바Maria Sharapova의 4살 연하 애인으로 알려졌었고, 지금은 또 무슨 미국 팝스타랑 만난다고 한다. 



출처:ausopen.com


  이렇듯 간지나는 피지컬을 지닌 디미트로프는 별명이 베이비 페더러다. 페더러와 딱 10살 차이나는 이 선수는 주니어 윔블던을 우승한 것도 똑같고, 페더러와 매우 유사한 폼을 지닌데다 느닷없이 2014 윔블던 4강 진출에 성공하며 페더러의 후계자로 무지하게 관심 받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더 크고 더 길다보니, 동작이 더 크고, 민첩성이 떨어지며, 페더러보다 느리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디미트로프는 너무 간지나게 치는 것에만 신경쓰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디미트로프의 엄청나게 간지나는 한손 백핸드는 정말 간지난다는 것 빼고는 장점이 없다. 도미닉 티엠Dominic Thiem의 백핸드가 저물어가는 한손 백핸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 친구의 백핸드는 왜 한손 백핸드가 저물어가는지를 고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랠리시 안정성이 무지하게 떨어지고 잘 맞은 볼 조차 가운데로 몰리거나 상대가 딱 카운터로 치기 좋게 들어가며, 동작이 커서 다음 준비 자세로 이어지는 속도가 늦다. 게다가 멋진 디미트로프의 긴 리치와 훤칠한 키는 안 그래도 동작이 큰 한손 백핸드의 동작을 더 크게 만들고, 몸에 붙는 볼과  무릎 아래도 오는 볼 처리도 어렵게 만든다. 긴 리치가 한손 백핸드의 스윙각을 더 키워 한손 백핸드의 강점인 더 큰 각도로 뻗어지는 와이드 앵글샷을 가능케 할지도 모르지만, 딱히 디미트로프에게 해당되는 사항인 것 같지는 않다.






 백핸드가 불안하니, 백핸드 슬라이스가 자주 등장하게 된다. 페더러의 슬라이스는 단순 방어 이외에도 여러가지 기능과 전략적 역할을 하고, 공 그 자체로도 상당히 훌륭하다. 아쉽게도 베이비 페더러의 슬라이스는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나달의 그것보다야는 당연히 좋겠지만, 백핸드 드라이브를 치기 불안하니 쓴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연히 어설픈 슬라이스는 상대의 강타로 이어진다. 디미트로프가 방어력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는 아니니 이점은 충분히 그의 약점이 된다. 
  경기운영은 별명 답게, 페더러처럼 올라운드로 운영한다. 베이스라인 랠리도 마냥 피하는 선수는 아니고, 발리시도도 은근 자주한다. 비록 정현과의 경기에서는 네트 플레이를 38번 시도해서 23번 밖에 성공 못했지만(정현은 19회 시도/18회 성공, 정현이 발리를 엄청 잘했다기 보다는 스트로크 대결에서 디미트로프가 밀렸다고 보는게 맞는 듯 싶다. 스트로크 대결에서 디미트로프가 밀리니, 정현이 전진할 기회를 얻었고, 발리로 피니쉬했다.), 디미트로프는 발리에 꽤 실력이 있는 선수로 불리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달이나 조코비치보다야 당연히 좋겠지만, 베이비 페더러라는 별명을 붙이기에는 한참 부족하지 않나 싶긴하다. 발리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보듯 상당히 경기를 공격적으로 운영하며, 당연히 에러가 많다. 백핸드에서 이미 답이 나왔듯 방어에 장기가 있는 선수는 아니고, 페더러보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수준급 서브와 빠른 포핸드로 랠리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타입이다. 
  뭔가 깎아내리기만 한 것 같으니, 이번에는 특기할만한 점을 찾을 차례다. 디미트로프에게는 높게 튀어오른 볼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무시무시한 포핸드가 있다. 페더러의 라켓과 같은 시리즈를 쓰는 디미트로프의 포핸드는 경기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가져가는데 주요한 무기이지만, 그 중에서도 높게 튀어오른 볼을 본인도 같이 점프해서 후려패는 파괴력이 엄청난 것 같다. 그의 높은 볼 처리 포핸드는 상당한 파워로 베이스라인을 찍은 후 그대로 튀어 나가버린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떻게 받아낸다고 해도 디미트로프의 공격이 이어지므로 이게 나오면 사실 상 포인트는 잃는 거나 다름없다.
  공격 성향의 선수 답게, 한번 리드하기 시작하면 계속 상승세를 타지만, 꼬이기 시작하면 그다지 좋지 못한 멘탈과 함께 끝없이 무너진다. 2016년 이스탄불 오픈에서는 라켓 3개를 박살내고 실격패를 당한 경험도 있다. 
  이번 호주 오픈에서는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의 탈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그랬으면 16강에서 조코비치 만나서 당연히 셧아웃 됐을 것을, 조코비치 탈락 덕에 올시즌 브리즈번 부터 10연승을 기분 좋게 이어올 수 있었다. 이번 호주 오픈 4강 진출은 2014년 윔블던에서 머레이Andy Murray를 꺾고 4강에 진출한 이래, 두 번 째이다. 이번 8강에서는 알수 없을 만큼 허약한 스트록을 쳐대던 벨기에의 다비드 고팡David Goffin을 가볍게 3대0으로 스윕하고 올라왔다. 16강에서 만난 (무려 조코비치를 꺾고 올라온) 데니스 이스토민Denis Istomin에게도 원없이 포핸드를 후두려 패며, 양민학살 공격테니스를 더없이 드러냈다. 



3.



출처 : ausopen.com


  이제 2017 호주오픈의 semifinal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의 한 경기만을 앞두고 있다. 극적인 경기들을 치뤄내고 결국 승리해오며 기세를 높인 나달이 일단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승리들(내가 볼땐 정현의 2라운드가 제일 힘들어보였다.)로 체력을 비축하며 올라온 디미트로프에 비해 분위기는 앞서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이 선다. 상대전적은 7승 1패로 나달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1패가 바로 지난해 베이징 오픈 8강에서의 그 1패다. 
  나달은 페더러한테 그러했듯, 집요하게 디미트로프의 백핸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나달의 탑스핀 스트로크가 베이스라인 근저로만 찍힌다면 디미트로프는 알아서 에러하고 자멸할 것이다. 랴오니치Milos Raonic와의 8강에서 나달은 기존과 달리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 리턴하는 방식으로 크게 성과를 보았다. 디미트로프의 서브가 좋다지만, 랴오니치보다는 아니기에 이번에도 리시브 상황에서 빠른 공격으로 몰아부친다면, 나달이 보다 수월하게 승리를 가져올 수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베이징 오픈때처럼 나달의 공이 파워가 부족한 채 어설프게 탑스핀만 걸리면 디미트로프가 점프해서 후려패는 포핸드에 끝이다. 
  디미트로프는 가능한 3구이내에서 포인트를 끝내려할 것이고 나달은 반대로 5-7구 이상 끌고 가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체력전으로 가면 나달이 우세하다. 역시 나달의 리턴 수준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리지 않을까싶다. 
  원핸드 킬러 나달에게 디미트로프따위라니,, 이런 건 당연히 나달의 승리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겠지만, 페더러-나달의 그랜드슬램 결승이라는 역대적인 사건을 앞에 두고 있어서 그런가 느닷없이 나달이 져버리고 허무하게 페더러-디미트로프가 붙게 되면 어떡하나 싶다. 왠지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달이 이기리라고 믿는다. 







  나이를 갑자기 뭉탱이로 먹어버린 이들이 또다시 2009년의 명경기를 8년만에 재연하게 될 수 있을지.. 나달 증말 한번만 더 화이팅 해줬으면 좋겠다 ㅠㅠ



2017년 1월 23일 월요일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는 올라운더All-rounder



1.


  이번 호주오픈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토마스 베르디흐Tomas Berdych(버디치라고 부르는게 맞나?)의 3회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감동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페더러가 올라운더, 올라운더 하길래 나도 당연히 그냥 기계적으로 페더러는 올라운더, 올라운더라고 말해 왔는데, 그 경기를 보면서 페더러가 왜 올라운더인지,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다.



SEGA Virtua Tennis 4에서의 로저 페더러. 역시 플레이스타일이 All-Round다.


  내가 생각한 바는 이렇다. 테니스에는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볼들이 있다. 세게 후려쳐 날아가는 플랫 타구도 있고, 나달처럼 톱스핀을 강하게 줘서 궤적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타구, 낮게 스치듯 날아와 잘 튀지 않는 슬라이스라던지, 고각을 줘서 네트 바로 앞에 떨구는 드롭샷이라든지, 여기에 각을 크게 주는 발리, 앞에 짧게 떨구는 발리, 멀리 밀어주는 발리, 그리고 스매시 등 여러 타구들이 있다. 물론 그 공들도 각각 짧게 주거나, 크로스로 주거나, 다운더 라인으로 주거나, 길게 주거나, 크로스 각을 크게 주거나, 하프 발리 하게끔 주거나, 아니면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처럼 공이 튀어 다 떠오르기 전에 한템포 빨리 때려 보내거나 등등 하여간 엄청나게 많은 배리에이션이 있다. 
  보통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각각의 특성, 상황 그리고 다양한 외부적 조건들에 따라, 여러가지 양상이 나오기 마련이다. 의도한 바도 있고, 우연히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의도와 우연이 함께 겹쳐 나오는 경우라고 말하는게 가장 크게 포괄할 수 있는 경우 일 것이다. 




출처: www.ausopen.com
  


  이번 경기를 보면서 정말, 과연 페더러는 테니스를 지배하는 구나 싶었다. 저 선수는 우연성에서 벗어나 저 수많은 샷의 배리에이션과 나타나는 상황들을 전부 다 이해하고 있구나싶었다. 새삼스럽지만, 느닷없이 그렇게 느꼈다. 조코비치Novak Djokovic는 참 재수는 없지만 진짜 날카롭게 잘 친다는 느낌이고, 나달Rafael Nadal은 참 아슬아슬하게 하는 데, 이상하게 이긴다는 느낌이라면, 페더러는 그냥 테니스라는 스포츠 자체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철저히 테니스의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술들을 모두 정확하게 의도에 기반하여 사용하며, 그 의도가 철저히 기술에 적용되는 것 같았다. 낮은 볼 처리가 취약한 베르디흐에게 철저히 바운드가 낮은 볼, 발리, 드랍샷, 강하게 밀어치는 포핸드, 서브라인에 짧게 밀어주는 슬라이스 등등 하나하나를 전부 여유로운 모습과 우아한 폼으로 경기를 진행해가는 것에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멋지다, 멋지다하며 과거부터 보았지만, 이번에야 말로 페더러가 왜 황제인지, 올타임 넘버원인지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참 나도 테니스를 열심히 치지만,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지겹도록 봐왔지만, 정말 저 다양한 샷들과 다양한 상황들을 저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건 페더러가 유일한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페더러의 플레이를 보며 몸에 전율이 일어나면서 동시에 왜 그리도 페더러가 나달을 상대로 고전했는지 알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

  같이 테니스를 치던 동생이 한 명 있다. 녀석은 나보다 구력도 훠~얼씬 길고, 당연히 기량도 훠~얼씬 뛰어나다. 그냥 내가 나이를 좀 더 먹었고, 내가 구력이 짧으니 부담이 없다는 걸 빼면 딱히 내가 나은 점은 없다. 녀석의 빌어먹을 톱스핀 서브를 받을때면, 녀석이 일부러 나를 골려주려고 저러나 싶다. 
  녀석은 내가 열심히 뛰어다닌다는 점을 좋게 봐서, 실력차가 무지하게 나는 데도 불구하고 친히(?) 나와 공을 쳐줬다. 단식 경기도 자주했다. 당연히 내가 모두 졌다. 한 번 억지로 이긴적이 있지만, 그건 타이브레이크 중간에 내가 1점 앞선 상황에서 녀석이 일이 있어 먼저 가야한다고 하자, 그것을 내가 승리로 우겼을 뿐이다. 그렇다! 엄청나게 기량차가 나는 데, 나는 녀석과 무려 타이브레이크까지 간 적이 있다. 왜 일까? 
  그 친구는 종종 내게 말했다. 나와 경기를 하는게 힘들다고 말이다. 일단 나는 구력과 기량, 기술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것을 오로지 열심히 뛰는 걸로 커버하려고 한다. 나달에 대한 깊은 존경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실력이 떨어지니 타구가 매우 불안정하다. 짧았다가, 느닷없이 붕 떴다가, 베이스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치기도 한다. 여기에 쓰레기같은 슬라이스도 난무하고, 심지어 나는 상대가 조금만 베이스라인 뒤에 있다 싶으면 여지없이 드랍샷을 쓴다. 오로지 나는 뛰어다니며 어떻게든 공을 라인 안에 집어넣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실수로, 강한 서브나, 탑스핀 포핸드 혹은 빠른 백핸드가 나온다. 즉, 내가 공을 어떻게 칠지, 어떤 공을 칠지 도무지 예측이 안되서 게임이 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랠리같은 랠리가 나와야 녀석도 제 실력을 발휘할텐데, 랠리는 커녕, 예측 불허의 똥볼들(근데 결국 아웃은 아닌)만 나오니, 동요된다는 것이다. 
  녀석과 나의 기량은 비교도 안되지만, 녀석은 나의 허접한 실력에서 나오는 불확실성에서 적잖이 당황하는 것이다. 마치 철권같은 대전게임에서 상당한 고수가 완전 초보를 만났을 때, 의외로 패배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테니스에서 "불확실성"이 "확실성"에 작용하는 하나의 예라고 생각한다. 



3.

  왜 페더러는 나달을 상대로 고전했을까. 뭐 여러 전문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분석들은 둘째치고, 단순히 나의 직관적인 느낌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불확실성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로저 페더러가 확실한 테니스의 정점이라면, 라파엘 나달은 정말 불확실한 테니스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페더러는 모든 가능한 기술들을 정확하게 구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예측된 상황을 지배하는 것 같다. 반면에 나달은 임기응변적인 측면에서 즉흥적인 방어 플레이를 함으로써 예측불가능성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나달이라고 계획과 예측없이 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페더러라고 모든 걸 예측하고 하는 것이 아니겠지만, 상대적인 느낌차이가 그렇다는 것이다. 
  페더러는 랭킹 1위도 최장기 연속으로 유지했고, 총 랭킹 1위 기간도 역대 최장기다. 반면 나달의 랭킹은 커리어내내 2위를 엄청 오래한 것 빼면, 등폭이 참으로 격렬하다. 1위를 딱히 오래하지도 않았다. 포핸드 같은 경우도 페더러의 포핸드는 직선타로 파고드는 아주 정확한 이스턴 그립의 포핸드로 유명하다. 페더러가 굉장히 선전하는 장소 또한 외부적 영향(바람이라던가, 습도라던가, 흙이라던가)이 가능한 배제된 인도어-하드 코트이다. 반면, 나달의 장기는 스핀을 강하게 줌으로써 궤적의 예측 불가능성을 극도로 높이는 탑스핀 포핸드이다. 이것이 외부적 영향들과 겹쳐지는 아웃도어-클레이 코트가 바로 나달의 주무대이다. 페더러와 나달의 전적은 인도어 하드코트에서 페더러가 5승 1패로 앞서고, 아웃도어 클레이 코트에서는 나달이 13승 2패로 앞선다. 
  차이는 또 있다. 페더러의 경기를 보면, (특히나 나이가 든 최근으로 올수록) 철저히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가능한한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서 랠리를 하고, 발리시도를 자주한다. 나이 탓인지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설수록 랠리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와의 이번 호주오픈 16강에서도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서서 치는 긴 랠리에서는 여지없이 밀렸다. 이렇듯 페더러는 정확하고, 직선적인 모습에서 기반을 둔 철저히 효율적인 테니스를 펼친다. 짧게 치는 것이나 길게 치는 것이나 슬라이스나 전부 철저히 의도된 것 처럼 보인다. 공이 짧아도 바운드가 높지 않고, 네트 살짝 걸쳐서 낮고 빠르게 들어오니 받아치기가 쉽지가 않다. 
  반면 나달은 어떠한가, 엄청나게 부잡하다. 공을 겨우 맞받아 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허리를 통해 정확하게 상체를 회전시키며 강하게 밀어치는 페더러의 포핸드와 달리, 나달의 오픈 스탠스에서 상체를 뒤로 빼고, 라켓을 위로 긁는 듯한 포핸드 자세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힘이 부쳐보일 정도이다. 공도 짧았다, 길었다, 가운데로 몰렸다가 코너로 갔다가 제 맘대로다. 절대 저건 의도적인게 아니다. 그냥 바쁘게 그 때, 그 때 방어해내다보니 저렇게 된 것 뿐이다. 슬라이스도 후지다. 간신히 겨우 공 넘기려고 치는 수준이다. 좌우로 뛰느라 바쁜데, 저건 못받을 것 같은데 하는 걸 또 엄청 달려가서 느닷없이 포인트로 만들고, 저건 완전히 잡는 공인데 싶은 걸 느닷없이 네트에 꼬라박는다. 참으로 정신이 없다. 친구 중 하나는 나달-즈베레프 경기와 페더러-니시코리 경기를 보더니, 후자에 비하니 나달의 경기가 정말 수준떨어져 보인다고 평가했다. 나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수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페더러가 나달을 상대로 고전하는 이유인 것 같다. 테니스라는 스포츠 자체를 지배하고 내다보고 있는 페더러가 나달이 가진 예측불허의 불확실성에 당황하며 무너지는 것이다. 페더러와 나달이 처음 맞붙었던 2004년 마이애미 오픈에서 페더러가 충격적으로 패배한 이후, 페더러는 나달을 가리켜, 원래 10대들은 무작정 달려드기만하니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한바가 있는데, 이것이 이후 투어 내내 페더러와 나달의 라이벌리에서 이어진 것이다. 마치 가장 완벽한 이성이라도 이 불확실한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그림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페더러-나달의 라이벌리가 왜 그토록 인기를 끌었으며, 여전히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지, 왜 조코비치가 페더러의 라이벌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어색한지, 왜 조코비치와 머레이의 라이벌리가 그리도 재미가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테니스라는 스포츠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기술과 상황을 철저히 완벽하게 장악하는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와, 그 절대자 페더러에게 굴욕적일 만큼의 패배를 안겼으며, 페더러의 확실한 플레이를 철저한 불확실성으로 맞서면서 역대급 승부들을 만들어내는 도전자 나달의 대결은 단순히 잘하는 선수들 간의 대결을 넘어 하나의 고차원적인 관념 간의 승부로까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Nadal-Monfils, 호주 오픈Austrailian Open 4라운드(16강)



  2017 호주오픈 Australian Open 4라운드(16강)
  Rafael Nadal(9) vs Gael Monfils(6)


  결과부터 말하면, 6:3, 6:3, 4:6, 6:4로 나달Rafael Nadal의 승리로 끝났다. 애초에 몽필스Gael Monfils에 대한 경기는 나달의 승리로 많은 이들이 예측했다. 상대전적 또한 12승 2패로 나달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4세트나 갔다는 게 꽤 나달의 기량이 많이 떨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정도다.


2016년초 친선경기에서 복식조로 나선 나달과 몽필스


  나달은 왜 몽필스에게 강한가. 주니어 레벨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투어에 데뷔했던 몽필스는 투어에서는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투어타이틀은 6회, 마스터즈 1000은 준우승 경험만 3번 있고, 그랜드슬램 최고기록은 지난해 US오픈과 2008년 롤랑가로스에서 4강에 오른 것이다. 몽필스는 일단 빠르고 유연하다. 쇼맨쉽이 있고, 의외로(?) 겁나 예의바르다.
  문제는 몽필스가 높은 랭킹의 선수들을 상대로 랠리를 주도하는 선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카운터가 훌륭하지만, 기본적인 랠리 리드가 안되고, 카운터로 승리까지 이끌지도 못한다. 서브의 속도는 빠르지만, 의외로(?) 받아치기 어려운 서브는 아닌 듯 하고, 포핸드나 백핸드 모두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다. 게다가 엄청 유연하고 엄청 빠르지만, 방어능력의 기본 기량이 좋은 편은 아닌 듯 싶다. 경기를 빨리 끝내는 것을 선호하고,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방어능력을 기반으로 한 체력전이 장기인 나달에게 정확히 약점을 보인다. 거기에 나달의 탑스핀 포핸드에는 여전히 에러를 쏟아낸다. 오늘 경기에서도 찬스를 확실하게 가져가지 못한 나달 덕에 지난해 몬테카를로 때처럼 세트가 길어졌을 뿐 경기 자체에서 몽필스는 이전처럼 확실히 기량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4세트 때는 즈베레프 처럼 발이나 발목에 문제가 생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몬테카를로 때는 아예 그냥 드러 누워야 될 것 같을 정도였다.) 그래도 의외로 4세트에서도 꽤나 선전했지만, 역시나 체력에 문제를 보이며 무너졌다. 나달 또한 즈베레프Alexander Zverev때와는 달리 리시프도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리턴하고 랠리하는 것 같았다.


  이로써 8강QF은 

Roger Federer vs Mischa Zverev
Stanislas Wawrinka vs Joe Wilfred Tsonga

Rafael Nadal vs Milos Raonic
David Goffin vs Grigor Dimitrov


  이렇게 정해졌다. 고팡Goffin은 나달에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고, 디미트로프Dimitrov 또한 최근 나달이 베이징 오픈Beijing Open에서 패배한 적이 있지만, 힘든 상대는 아니다. 베이징 오픈과 달리 호주는 Outdoor Hard고, 그랜드슬램은 5세트 인데다, 4강쯤 되면 나달이 기세가 더욱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달의 결승행에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당장 QF에서 만나는 밀로스 랴오니치Milos Raonic이다. 전적은 6승 2패로 나달이 앞서지만, 당장 최근에 만난 브리즈번 오픈 8강에서 나달이 역전패 당했었고, 랴오니치는 지난해 호주오픈에도 4강에 올랐었고, 요새 꽤나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도 서브가 좋은 랴오니치의 러닝 포핸드가 얼마나 빛을 발해줄 것이냐와 랴오니치의 서브를 나달이 얼마나 리턴을 잘해낼 수 있느냐가 경기를 보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만약 5세트까지 간다면 나달이 이길 것 같지만, 3세트에 끝난다면 아마 나달이 지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나달이 지지 않을까 싶다.
  반대편 드로에서는 아마 페더러가 무난히 결승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나달에게 패배한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나이차 많이나는 친형인 미샤 즈베레프Mischa Zverev는 4라운드에서 1번 시드인 앤디 머레이Andy Murray를 꺾고 올라왔지만, 조금은 클래식한 서브 앤 발리어 타입이어서, 아무래도 페더러가 베르디흐Tomas Berdych를 가볍게 꺾었던 것 처럼 즈베레프도 이기고 4강에 진출하지 않을까 싶다. 바브린카와 쏭가 중 누가 올라와도 페더러에게 딱히 어려운 선수들은 아니다.
  하.. 정말 나달과 페더러가 어떻게든 결승에 올라서, 2009년 호주오픈과 같은 결승전을 오랜만에 보여줬으면 좋겠다. 누가 이기든 큰 의미가 있다. 페더러가 우승한다면, 2012년 윔블던Wimbledon 우승 이후 5년 여 만에 드디어 18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이루는 것이고, 나달이 우승한다면, 15회 우승을 이뤄 피트 샘프라스Pete Sampras를 제치고 역대 그랜드슬램 우승 단독 2위가 된다. 여기에 오픈시대 이후 모든 그랜드슬램을 두 번씩 우승한 유일한 선수가 된다.(로저 페더러와 노박 조코비치는 프랑스 오픈 우승이 1회고, 라파엘 나달은 호주호픈 우승 횟수만 1회(준우승 2회)다. 피트 샘프라스는 프랑스 오픈 우승이 없고, 안드레 아가시Andre Agassi는 윔블던과 프랑스 오픈 우승이 각각 1회고, 이반 렌들Ivan Lendl은 윔블던 우승이 없다. 페더러가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이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이 조코비치가 프랑스 오픈 우승을 추가하는 것이다.)




출처 : @RafaelNadal
나달 우승 하이팅! ㅠㅠ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Nadal-Zverev, 호주 오픈Austrailian Open 3라운드(32강)



2017 호주 오픈Austrailian Open 
3라운드(32강)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vs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
4:6, 6:3, 6:7(5), 6:3, 6:2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이미 작년 인디언 웰스 16강에서 나달을 상대로 풀세트 매치포인트에 승리까지 눈 앞에 두고 있다가, 완전 쉬운 발리를 네트에 꼴아박고 그대로 역전패 당한바 있다. 이게 유일한 상대전적이다. 

  현재 세계랭킹 24위인 즈베레프는 97년생으로 무려 19살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9월 250대회인 페테스부르크 오픈에서 무려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을 꺾고 우승하면서 2008년 마린 칠리치Marin Cilic이후 8년 여만에 10대 나이에 투어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거대한 신장(공식 198cm, 6'6", 86kg, 키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서브를 지녔다. 여기에 그의 마른 체형은 베이스라인을 뛰는데 부담을 적게 주어, 의외로 상당히 좋은 랠리 능력을 보여준다. 포핸드 보다는 투핸드로 때리는 백핸드가 좀 더 나은 듯하고, 발리시도는 애초에 많이 하지도 않고, 딱히 좋은 것 같지도 않다.




출처:ausopen.com


  1세트는 시작하자마 마자 나달이 브레이크를 당하면서 그대로 6:4로 즈베레프가 잡았다. 나달은 원래도 브레이크를 쉽게 당하고 브레이크를 또 쉽게 따는 선수지만, 처음 당한 브레이크를 결국 역전하지 못했다. 세트 말미에 찬스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즈베레프는 에이스를 따냈다. 즈베레프의 퍼스트 서브는 상당히 강력했는데, 이날 경기내내 즈베레프의 퍼스트 서브는 다 폴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1세트 퍼스트 성공률은 즈베레프가 41%에 불과했다.(전체 성공률은 경기 후반에 퍼스트가 늘며 63%로 마무리했다.) 

  경기 내내 "공이 짧네", "기네", "길어야되네"만 되내이던 TV 중계해설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 해설분은 페더러의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원핸드 백핸드가 낮은 볼을 처리하는데 있어 투핸드 백핸드보다 불리하다고 언급한다던가(?), 라파엘 나달과 가엘 몽필스의 경기에서는 철저히 몽필스 편을 들면서 해설을 한다던가 해서 여러모로 지탄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나달의 공이 자꾸 짧았던 이유는 나달의 떨어진 기량 탓도 있겠지만, 경기 초반 즈베레프의 서브가 강력했기 때문이다. 퍼스트 성공률이 낮지만 일단 들어가면 강력했고(나달과 즈베레프의 경기 평균 서브 속도는 거의 10km/h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다. 게다가 저것도 나달의 서브가 상당히 개선되고 좋아졌다는게 포함된 수치다.), 세컨 서브로도 에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즈베레프의 타점이 높으니, 세컨 서브의 각이 컸고, 파워도 약하지 않았다. 특히 톱스핀 서브의 경우는 볼이 튀어오르는 높이가 매우 높았다. 그래서 나달은 (원래도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난히도)리시브때 베이스라인에서 꽤나 뒤로 물러섰고, 오히려 플랫인 퍼스트 때보다 세컨 서브 때, 더욱 더 뒤로 물러나서 리턴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에 너무 물러서 있다보니 당연히 리턴이 약했으며, 여기에 나달의 느려진 반응 속도와 퍼스트 스텝이 덧붙여지니, 공이 자꾸 짧아지는 것이다. 일단 첫 리턴이 짧으면 즈베레프가 어프로치로 치고 들어와, 나달은 또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게 나달이 고전했던 포인트였다. 그냥 단순히 공을 짧게치네 길게 치고의 문제가 아니라 말이다. 그렇게 1세트 마지막 브레이크 찬스 상황에서 나달이 실수하며 1세트는 무난하게 즈베레프가 가져갔다. 



출처:ausopen.com




  2세트가 되면서 나달은 갑자기 기운을 회복한 듯 4번째 게임을 바로 브레이크하면서 3:1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로 서비스 게임을 유지하면서 6:3으로 나달이 세트를 회수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나달이 추가 브레이크가 가능했음에도 끊임없이 듀스나 어드 위기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 혹은 날카로운 투핸드가 들어왔다는 점이다. 여기에 나달의 포핸드 에러가 덧붙여지면서 브레이크는 실패했다.

  1,2세트 중에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나달이 백핸드를 잘 안썼다는 것이었다. 요새 한템포 빠른, 공격적인 백핸드를 연습하느라 타이밍이 잘 안 맞았는지 백핸드를 좀 자제하고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좋지도 않은 슬라이스를 자주 시연했다. 그런데 랠리중에 이 슬라이스를 세게 받아치려다 즈베레프가 여러 번 혼자 자멸하면서, 나중에는 전략적으로 일부러 슬라이스로 받아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중후반 넘어가면서 더이상 슬라이스를 쎄게 후려치다가 혼자 자멸하는 즈베레프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3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좋은 경기였다. 나달의 서브가 상당히 좋았고, 초반부터 나달이 분위기를 탔음에도 즈베레프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그리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즈베레프의 훌륭한 랠리 실력이 나왔다. 나달의 서브를 리턴해내며 스트록 싸움에서 승리하고 타이브레이크를 가져갔다. 하지만 즈베레프의 활약은 이게 마지막이었듯 싶다. 




출처:ausopen.com



  4세트 시작하자마자 본인의 서비스 게임과 즈베레프의 서비스 게임을 가져간 나달은 세트 내내 리드했다. 4:2 리드 상황, 나달이 서브를 넣는 7번째 게임에서 나달은 잠시 감을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역전 당할위기를 맞지만, 나달의 서브가 흔들리지 않았고, 나달의 백핸드 발리 포인트와 즈베레프의 고질적인 포핸드 에러로 나달이 서비스게임을 지키면서 사실상 세트를 나달이 가져간다. 사실 3세트 타이브레이크 이후 4세트부터 즈베레프는 마치 다 끝난것 처럼 힘들어 보였지만, 느닷없이 한번씩 부활해서 깜짝깜짝 놀래켰다가 또다시 가라앉는 걸 반복했다. 체력적으로 많이 부친 것 같아보였다. 사실 나달도 다끝났구나 싶었을 텐데 즈베레프가 갑자기 한 번씩 부활하니까 골치아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파이널 5세트 





"무리하지 마라.. 즈베레프.. 네겐 미래가 있다." 

RN 6 : 2 AZ


  즈베레프는 지난해 몬테카를로 마스터즈 결승에서 나달을 상대로 2세트를 역전해내고 거짓말처럼 3세트 0:6으로 무너졌던 가엘 몽필스Gael Monfils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세트를 시작하자마자 브레이크 당했지만, 다시 브레이크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다리에 경련이 일어난 듯, 다리를 자꾸 의식했고,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핸드 에러로 나달에게 두 번째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졌다. 이로써 경기는 마치 나달이 전성기시절과 같이 체력으로 박살내는 전개가 되었다. 물론 그 시절에 비해서 상대가 유망주라는 것과 나달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 끝나가는 순간에도 즈베레프는 대단했다. 부상과 체력문제를 안고서도 끊임없이 위기 때 에이스를 보여주기도했고, 본인의 서브가 약해지면서 나달의 스트로크가 살아났음에도 불구하고 긴 리치로 만드는 각도 큰 투핸드로 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확실히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브레이크를 내어주며 승리를 나달에게 내어주었다.  




출처:ausopen.com




  나달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즈베레프를 가리켜 그랜드슬래머가 되는 것이 가능한 선수라고 평했다. 이번 경기는 비록 즈베레프가 졌지만, 그는 정말 나달 말대로 충분히 그랜드슬래머로 성장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브는 원래 무기였고, 베이스라인 플레이도 생각보다 상당히 좋았으니 말이다. 벌써 그는 로저 페더러와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를 이긴 경험도 있다. 


  그리고 나달은 나이를 확실히 많이 먹은 듯 하다. 경기 후반에는 즈베레프의 공이 약해지면서 확실히 나달의 강력한 스트록이 나왔지만, 경기 초반에는 나달의 느려진 반응시간, 당황스러운 퍼스트 스텝, 그로인해 꼬이는 스텝, 잔발따윈 쌈싸먹음, 빠른 공에 당황해 오픈스탠스에다가 상체를 뒤로 젖히며 치는 스타일이 완전히 독으로 작용했다는 점, 공을 칠때 양발이 모두 땅에 확실히 지지를 못 받은 경우가 자주 드러났다는 점이 확실히 아쉬웠다. 
  내가 나달의 경기를 하도 많이 봐서 나 또한 나달의 타법을 흉내내다가 경험하고 느꼈던 똥볼들이 나달의 경기에서도 왠지 나오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어쨌든 이겼으니 다행이다. 4라운드는 몽필스Gael Monfils, 8강은 랴오니치Milos Raonic다. 몽필스야 딱히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만, 랴오니치한테 져서 탈락하지 않을까 싶다. 전적이야 앞서지만, 호주오픈 직전의 브리즈번에서도 졌고, 랴오니치의 서브가 워낙 부담스러운데다가, 요새 그 친구 상승세라.. 랴오니치만 넘으면 그 다음은 티엠Dominic Thiem이나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인데 뭐 그쪽 드로우는 딱히 어렵진 않아보인다. 조코뱅크도 떨어졌는데, 참 오랜만에 결승에서 페더러Roger Federer랑 만나면 정말 신이 나겠다 싶다ㅠㅠ 정말 그리 됐으면 좋겠다ㅠㅠ



조코뱅크의 2라운드 탈락 - 조코뱅크는 어떻게 패배하는가?





출처:www.ausopen.com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무려 9년 여 만에 그랜드슬램 2회전에서 탈락했다. 그것도 무려 준우승 한 번 없이 6번이나 우승을 거뒀던, 본인의 본진이나 다름없는 바로 그 호주 오픈Australian Open에서 말이다. 상대는 데니스 이스토민Denis Istomin. 그는 세계랭킹 33위가 본인 최고 기록이며, 187cm, 88kg에 현재 세계랭킹은 무려 정현(105위) 보다 12계단이나 낮은 117위이다.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동갑인 그의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은 4라운드(16강)이다. 오늘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Pablo Carreno Busta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으니, 그는 벌써 자신 그랜드 슬램 최고 기록 타이를 달성했다.




"잘가라, 조코뱅크"
출처: www.ausopen.com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이 듣보잡 선수는 무려 이번 호주 오픈 직전까지 챌린저 대회를 해멨다. 베테랑인 이 선수가 챌린저 투어를 다니는 것을 두고 비야냥 거리는 이야기가 돌았을 정도다. 바로 이런 선수가, 괴물 노박 조코비치를 상대로 고작 2라운드에서 7<8>6, 5:7, 2:6, 7<5>6, 6:4 역전승을 일군 것이다. 

  노박 조코비치는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강적인 페르난도 베르다스코Fernando Verdasco(지난 도하 오픈 4강에서 조코비치를 매치포인트까지 몰았으나, 역전패 당했다. 파워넘치는 왼손 포핸드와 활동량이 장기다.)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가볍게 이기고 올라왔다. 그리고 이 듣보잡 우즈베키스탄 선수에게 2라운드에서 역전패 당했다. 나는 이 경기, 조코뱅크의 패배를 보며, 지난 상하이 마스터즈 준결승에서 조코비치를 6:4, 6:4로 광탈시키며, 머레이 1위에 공헌했던 바티스타 어굿Roberto Bautista Agut과 지난해 호주오픈 4라운드에서 조코비치를 풀세트 접전(3:6, 7<1>6,4:6, 6:4, 3:6)까지 몰아붙였던 쥘 시몽Gilles Simon(그는 올해 3라운드에서 랴오니치Milos Raonic를 만나 탈락했다.)이 떠올랐다.


  작년(2016) 조코비치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는 로마 마스터즈와 월드 투어 파이널의 앤디 머레이Andy Murray, 상하이 마스터즈의 어굿, 파리 마스터즈의 칠리치Marin Cilic, 몬테카를로에서 지리 베슬리Jiri Vesely, 윔블던의 샘 퀘리Sam Querrey, 올림픽에서 후안 마틴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 US오픈에서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 이게 전부다. 2015년에는 더 무시무시하다. 신시내티와 월드투어파이널 라운드로빈, 두바이에서 페더러Roger Federer, 도하에서 카를로비치Ivo Karlovic, 롤랑가로스의 바브린카, 로저스컵에서 머레이, 이게 전부다. 


굳이 분류를 해보자면

- Big 4 : 로저 페더러, 앤디 머레이
- 파워플레이어 :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 후안 마틴 델 포트로 
- 빅 서버 : 마린 칠리치, 이보 카를로비치, 샘 퀘리 
- (?) : 로베르토 바티스타 어굿, 지리 베슬리, 데니스 이스토민

이렇게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페더러와 머레이야 빅4니까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바브린카, 델 포트로는 파워 플레이어로 언급이 가능하다. 이 두 선수의 대 조코비치 승리 경기에서 공통점은 둘다 파워로 후려치는 플레이를 보였다는 점이 있고, 바브린카의 경우는 백핸드 랠리 이후 백핸드 다운더라인 피니쉬, 델 포트로의 경우에는 강한 포핸드, 느린 백핸드 그리고 서브 리드가 특징이었다.  
  칠리치, 카를로비치, 샘 퀘리는 셋 다 빅서버다. 따라서 경기 양상도 타이브레이크가 주요했던 경기였다. 서브에서 실수가 적고, 리턴 한 두개 줏어먹는 덕분에 승기를 가져왔다. 물론 조코비치는 빅서버 킬러이니, 그들은 인생경기를 펼치고 이겼다. 특히 샘 퀘리는 서브도 인생급이었지만, 당시 보여준 포핸드가 델 포트로 급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초점을 맞춘 건, 어굿, 이스토민, 지리 베슬리 그리고 여기에 쥘 시몽을 더한 이 그룹이다. 이 세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사실 잘 모른다. 테니스에 대해 제대로 알긴 하는 건가 자문하는 판에, 이런 듣보잡 선수들 플레이 스타일따위 어떻게 알겠는가? 영문 위키 같은 걸 뒤져봐도 미사여구들만 있을 뿐 명확한 분석같은 건 없다. 따라서 이하 나오는 이야기는 전적으로 개인적은 관찰과 추측이다. 


  먼저 지리 베슬리를 제외하면 세 선수는 딱히 특징없는 피지컬을 가졌다. 이스토민은 키가 큰 편이고 체중이 있지만, 플레이는 그것과 딱히 상관없어 보이고, 오히려 실제 피지컬은 어굿이나 시몽과 비슷해 보인다.

- 데니스 이스토민Denis Istomin(117위) 187cm , 88kg
- 쥘 시몽Gilles Simon(26위) 183cm, 70kg
- 로베르토 바티스타 어굿Roberto Bautista Agut(14위) 183cm, 76kg
- 지리 베슬리Jiri Vesely(53위) 198cm, 92kg

  지리 베슬리는 피지컬을 보면 빅서버일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애시당초 몬테카를로는 클레이 코트다. 키가 크니 서브가 넣기가 좋기야 하겠지만 그의 강력한 무기는 아니라는 거다. 이들이 딱히 확실한 무기를 지닌 선수 인 것도 아니다. 발리가 확실하다거나, 백핸드가 장기라거나, 네트 어프로치가 좋다거나, 이런 건 안 보인다. 스트록이 강력할 것도 없지만 저들은 주로 베이스라인에서 플레이한다. 원핸드 백핸드를 쓰는 선수도 없다. 네 명 다 전부 하나같이 밋밋하게 밀어쳐줄뿐인 투핸드 백핸드를 친다. 
  내가 보기에 저들의 특징이자, 특히 대 조코비치 전에 보여준 공통적인 특징은 첫째, 딱히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듯한 태도. 둘째, 강한 스트록이나 한템포 빠른 스트록을 지양하고, 철저히 안정적이고 방향과 컨트롤을 중시한 스트록을 추구했다는 점. 셋째, 랠리가 길어지는 것에 딱히 당황하지 않았다는 것. 넷째, 스텝이 느리지만 편안했다는 점이다.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르신들 테니스치듯 느리게, 차분하게, 공만 받아 넘기는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경기내내 철저히 방어적인 입장에서 랠리를 지속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강하고 공격적인 스트록을 포기하는 대신 적~당히 낮고 적~당히 빠르게 넘겨주는 스트록을 지속했다. 슬라이스도 가능한 쓰지 않고 스트록으로 넘기려고 했고 그렇게 넘겼다. 
  저 선수들은 결코 빠른 선수들이 아니다. 빠르기로 정평이 나있는 선수들(몽필스라던가, 고팡이라던가, 니시코리라던가, 나달이라던가, 나달이라던가, 나달이라던가....ㅠ)이 조코비치를 상대로 얼마나 무기력하게 얻어터졌었는가. 그런데 저 네 선수는 빠르기는 커녕 평범한 피지컬에 오히려 느려보일 정도인데다, 딱히 잔발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조코비치 테니스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조코비치의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세 가지다. 훌륭한 서브(퍼스트 플랫, 세컨 탑스핀)와 역대급 리턴, (역대급인)백핸드 간 랠리를 기본으로 하는 베이스라인 플레이, 압도적인 네트 드롭샷 플레이. 이 세 양상만 가지고 조코비치는 경기를 다 이긴다. 키가 크니 빅서버도 안통하고, 베이스라인 랠리는 애초에 방어형 선수인데다 본인 특유의 유연함으로 다 커버하고, 드롭샷 네트플레이는 이제 페더러의 수준에 와있는 듯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바로 조코비치의 단순함이다. 페더러, 나달과 조코비치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저 단순한 플레이 패턴이라고 본다. 먼저 운영상의 단순함이다. 조코비치는 워낙 좌우로 벌려주는 베이스라인 스트록이 좋다보니 그걸 중심으로 현재에 자리에 오른 선수다. 간간히 등장하는 포핸드 에러가 조금 문제였긴 했지만, 요새는 포핸드나 백핸드나 가리지 않고 둘다 훌륭한 것 같다. 게다가 조코비치는 슬라이스를 거의 쓰지 않는다. 사실상 경기운영이 좌우로 벌려주는 베이스라인 스트로크 대결 + 드롭샷에 한정된다. 
  두 번째는 샷의 단순함이다. 조코비치의 스트로크는 딱히 큰 특징이 없다. 물론 조코비치의 스트로크는 광고에도 나올만큼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빠르고, 깊고, 웨스턴 그립에서 나오는 적당한 스핀과 라인 근저에 정확하게 들어오는 스트로크는 조코비치의 가장 큰 강점이다. 게다가 조코비치는 치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에서 조차 좌우 코너로 정확하게 카운터를 보낸다. 상대가 치기 좋은 볼을 결코 보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렇게 정확한 스트로크가 일정하게 계속되므로 상대적으로 상대 또한 그 리듬에 적응하기가 쉬운 것이다. 


  나는 바로 이 단순함이 이번 조코비치의 2라운드 패배의 요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스토민은 빠르지도 않고, 스트록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고, 서브가 대단하다거나, 리턴이 확실하다거나 뭐 그런 특징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그는 그 괴물같은 조코비치를 이겼다. 1세트 첫 게임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이 무려 16분여를 거쳤고, 그때까지만 해도 조코비치는 바로 타이브레이크로 가야되는 거 아니냐고 이스토민에게 농담까지 하며 여유를 부렸다. 물론 조코비치는 1세트 타이브레이크 때도 리드하다 당했고, 4세트에서는 승리까지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역전패 했다. 
  이스토민의 플레이는 뭐 별거 없었다. 꾸준히 베이스라인 랠리를 지속했을 뿐이다. 랠리가 길어지는 것에 딱히 당황하지도 않았다. 지속적으로 천천히 공을 넘기는 데 집중했을 뿐이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위에서 바브린카의 승리를 언급하며 지적했던,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적절히 잘 썼다. 그 공격 또한 딱히 빠르지도 않고, 파워풀하지도 않았다. 
  그의 스텝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많이 혹은 급하게 뛰지도 않았다. 걷는 것 처럼 보일 정도로 느렸지만, 타점을 향해 효과적으로 스텝을 밟았다. 확실히 공격하려고 할때 나타나기 마련인 바쁘게 움직이는 잔발도 거의 안보였다. 랠리를 끝내기보다는 랠리를 지속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스토민의 플레이는 오히려 조코비치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에러가 없기로 유명한 조코비치는 그렇게 이스토민보다 무려 11개나 많은 에러를 기록했다. 
  바로 이것이다. 조코비치의 경기운영과 스트록은 단순하다. 적당히 빠른볼이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날아온다. 이 리듬에 적응하고, 조급하게 마음먹지만 않으면, 조코비치의 샷이 끊임없이 구석을 찍지않는 이상 랠리가 가능하고 이것이 오히려 조코비치를 조급함의 코너로 모는 것이다. 샷이 단순하기 때문에, 이스토민이 느림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뛸 필요도 없이 조코비치의 스트록에 편안하게 정갈한 스텝을 맞춰서 랠리를 지속하고 승리를 향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조코비치가 지리 베슬리에게 어이없이 질 때나, 상하이에서 바티스타 어굿에게 질 때, 작년 호주에서 쥘 시몽과 5세트 접전을 할 때도 바로 이와 같았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고, 랠리를 계속 지속했다. 조급함에 무너지는 건 조코비치쪽이었다.  
  이를 가장 대비적으로 볼 수 있는 경기가 2016년 호주오픈 8강 조코비치와 니시코리의 경기와 바로 2016년 상하이 마스터즈 준결승 조코비치와 바티스타 어굿과의 경기일 것이다. 전자에서 조코비치는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공격적으로 몰아부치려고 했던 니시코리가 급하게 때려치다가 에러만 남발하며 3:6, 2:6, 4:6으로 깔끔하게 자멸한 경기였고, 후자에서는 조코비치는 평소처럼 경기를 했고, 어굿은 편안하게 넘기기만 하는 어르신 테니스 하다가 6:4, 6:4로 깔끔하게 이겼다. 조코비치의 단순한 패턴의 일정한 공격은 스텝 리듬을 맞추기가 편안했고, 편안하게 넘기고, 서브만 잘 챙겨 넣다보니 어굿이 이겼다. 
  당연히 기본적인 실력은 니시코리가 어굿을 압도적으로 압선다. 그리고 물론 니시코리는 무려 US오픈에서 조코비치를 이긴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두 경기가 대 조코비치 상대의 선명한 대비를 보여준다고 본다. 


  물론 조코비치는 무지하게 강하다. 머레이가 1위라는데, 사실 내 개인적인 생각에 머레이는 아직 조코비치 잡을려면 갈길이 멀어보인다. 나달은 이미 몸이 느려진 건 둘째치고, 연패 트라우마때문에 이제 조코비치 상대하기는 너무 힘들어보이고, 그나마 페더러가 3세트 전제하에 조금 상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조코비치는 독보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도 그냥 한번 씩 이긴 것 뿐이지, 상대전적은 여지없이 털린다. (어굿은 1승 5패, 이스토민 1승 5패, 시몽 1승 10패, 지리 베슬리는 1전 1승, 바브린카 5승 19패, 델 포트로 4승 11패 카를로비치 2승 1패, 칠리치 1승 14패 샘 퀘리 2승 8패) 그들이 역대급 경기를 펼칠 때, 조코비치를 상대로 한 번의 승리를 거둔 것 뿐이다. 다시 붙는다면 당연히 조코비치의 넓게 벌려주는 강력한 스트로크 공격으로 가볍게 질 게 분명하다. 
  다만 워낙 무적처럼 보이는 조코비치길래 어떻게 하면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하게되었다. 어쨌든, 조코비치의 이번 2라운드 탈락은, 특히나 호주오픈이어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스토민은 3라운드에서도 30번 시드 파블로 부스타Pablo Carreno Busta를 풀세트 끝에 잡고 본인 최고 성적인 4라운드에 진출했다. 4라운드 상대는 정현을 잡았던 러시아의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다. 디미트로프가 조코비치보다는 더 부잡하게 공격하는 것 같은데, 조코비치를 상대하던 방어력이 또다시 나온다면, 디미트로프 또한 알아서 자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튼, 이번 호주오픈 아주 정말 꿀잼이다.



2017년 1월 18일 수요일

삼성 연금



  영장전담판사인 조의연 판사가 기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시켰다. 이로써 국회와 특검이 "경제"라는 부담을 안고 벌였던 몇 십시간에 걸친 노력들이 허사가 되었다. 여론은 별볼일없는 영장 판사이니 삼성 고문 프리 티켓을 뽑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3부요인은 물론 각 판사들마저 투표로 뽑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박사모에서는 난세에 영웅이 나왔다고 환호했다. 


  설마설마 했건만 기어이 이런 바보같은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단다. 조의연 판사는 과거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특검이 법리에 자신이 있었고, 온갖 의혹과 증거들이 쏟아지는 만큼, 법리보다는 정치적 혹은 경제적 요인들을 고려한 듯 하다. 장고를 거듭했다던데 결과를 보니 그분에겐 사실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가 아니었나싶다. 


  이로써 특검은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서 삼성을 필두로 정경유착 체제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깊은 좌절을 맞았다. 박근혜 게이트가 확실한 변혁의 계기가 될 줄 알았더니, 역시나 반동의 힘 또한 만만치 않은가 보다. 헬조선은 헬조선이다. 잠시 시위를 쉬어줬더니, 여지없이 과거로 컴백하는 것 같다. 기어이 법원 앞에서 데모를 해줘야 판사들 또한 귀를 기울일려나 보다.



  잠시도 쉴틈이 없다. 먹고사느라 바쁜데 허구헌 날 데모도 해줘야되니 말이다. 참으로 느닷없을지 모르지만 한인애국단의 쿨가이 이봉창 열사가 생각난다. 아, 그래도 그 분 보단 "정의봉"을 들었던 박기서 씨를 떠올리는 게 조금 더 맞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