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호주 오픈Austrailian Open
3라운드(32강)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vs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
4:6, 6:3, 6:7(5), 6:3, 6:2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이미 작년 인디언 웰스 16강에서 나달을 상대로 풀세트 매치포인트에 승리까지 눈 앞에 두고 있다가, 완전 쉬운 발리를 네트에 꼴아박고 그대로 역전패 당한바 있다. 이게 유일한 상대전적이다.
현재 세계랭킹 24위인 즈베레프는 97년생으로 무려 19살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9월 250대회인 페테스부르크 오픈에서 무려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을 꺾고 우승하면서 2008년 마린 칠리치Marin Cilic이후 8년 여만에 10대 나이에 투어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거대한 신장(공식 198cm, 6'6", 86kg, 키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서브를 지녔다. 여기에 그의 마른 체형은 베이스라인을 뛰는데 부담을 적게 주어, 의외로 상당히 좋은 랠리 능력을 보여준다. 포핸드 보다는 투핸드로 때리는 백핸드가 좀 더 나은 듯하고, 발리시도는 애초에 많이 하지도 않고, 딱히 좋은 것 같지도 않다.
1세트는 시작하자마 마자 나달이 브레이크를 당하면서 그대로 6:4로 즈베레프가 잡았다. 나달은 원래도 브레이크를 쉽게 당하고 브레이크를 또 쉽게 따는 선수지만, 처음 당한 브레이크를 결국 역전하지 못했다. 세트 말미에 찬스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즈베레프는 에이스를 따냈다. 즈베레프의 퍼스트 서브는 상당히 강력했는데, 이날 경기내내 즈베레프의 퍼스트 서브는 다 폴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1세트 퍼스트 성공률은 즈베레프가 41%에 불과했다.(전체 성공률은 경기 후반에 퍼스트가 늘며 63%로 마무리했다.)
경기 내내 "공이 짧네", "기네", "길어야되네"만 되내이던 TV 중계해설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 해설분은 페더러의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원핸드 백핸드가 낮은 볼을 처리하는데 있어 투핸드 백핸드보다 불리하다고 언급한다던가(?), 라파엘 나달과 가엘 몽필스의 경기에서는 철저히 몽필스 편을 들면서 해설을 한다던가 해서 여러모로 지탄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나달의 공이 자꾸 짧았던 이유는 나달의 떨어진 기량 탓도 있겠지만, 경기 초반 즈베레프의 서브가 강력했기 때문이다. 퍼스트 성공률이 낮지만 일단 들어가면 강력했고(나달과 즈베레프의 경기 평균 서브 속도는 거의 10km/h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다. 게다가 저것도 나달의 서브가 상당히 개선되고 좋아졌다는게 포함된 수치다.), 세컨 서브로도 에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즈베레프의 타점이 높으니, 세컨 서브의 각이 컸고, 파워도 약하지 않았다. 특히 톱스핀 서브의 경우는 볼이 튀어오르는 높이가 매우 높았다. 그래서 나달은 (원래도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난히도)리시브때 베이스라인에서 꽤나 뒤로 물러섰고, 오히려 플랫인 퍼스트 때보다 세컨 서브 때, 더욱 더 뒤로 물러나서 리턴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에 너무 물러서 있다보니 당연히 리턴이 약했으며, 여기에 나달의 느려진 반응 속도와 퍼스트 스텝이 덧붙여지니, 공이 자꾸 짧아지는 것이다. 일단 첫 리턴이 짧으면 즈베레프가 어프로치로 치고 들어와, 나달은 또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게 나달이 고전했던 포인트였다. 그냥 단순히 공을 짧게치네 길게 치고의 문제가 아니라 말이다. 그렇게 1세트 마지막 브레이크 찬스 상황에서 나달이 실수하며 1세트는 무난하게 즈베레프가 가져갔다.
2세트가 되면서 나달은 갑자기 기운을 회복한 듯 4번째 게임을 바로 브레이크하면서 3:1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로 서비스 게임을 유지하면서 6:3으로 나달이 세트를 회수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나달이 추가 브레이크가 가능했음에도 끊임없이 듀스나 어드 위기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 혹은 날카로운 투핸드가 들어왔다는 점이다. 여기에 나달의 포핸드 에러가 덧붙여지면서 브레이크는 실패했다.
1,2세트 중에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나달이 백핸드를 잘 안썼다는 것이었다. 요새 한템포 빠른, 공격적인 백핸드를 연습하느라 타이밍이 잘 안 맞았는지 백핸드를 좀 자제하고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좋지도 않은 슬라이스를 자주 시연했다. 그런데 랠리중에 이 슬라이스를 세게 받아치려다 즈베레프가 여러 번 혼자 자멸하면서, 나중에는 전략적으로 일부러 슬라이스로 받아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중후반 넘어가면서 더이상 슬라이스를 쎄게 후려치다가 혼자 자멸하는 즈베레프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3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좋은 경기였다. 나달의 서브가 상당히 좋았고, 초반부터 나달이 분위기를 탔음에도 즈베레프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그리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즈베레프의 훌륭한 랠리 실력이 나왔다. 나달의 서브를 리턴해내며 스트록 싸움에서 승리하고 타이브레이크를 가져갔다. 하지만 즈베레프의 활약은 이게 마지막이었듯 싶다.
출처:ausopen.com
4세트 시작하자마자 본인의 서비스 게임과 즈베레프의 서비스 게임을 가져간 나달은 세트 내내 리드했다. 4:2 리드 상황, 나달이 서브를 넣는 7번째 게임에서 나달은 잠시 감을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역전 당할위기를 맞지만, 나달의 서브가 흔들리지 않았고, 나달의 백핸드 발리 포인트와 즈베레프의 고질적인 포핸드 에러로 나달이 서비스게임을 지키면서 사실상 세트를 나달이 가져간다. 사실 3세트 타이브레이크 이후 4세트부터 즈베레프는 마치 다 끝난것 처럼 힘들어 보였지만, 느닷없이 한번씩 부활해서 깜짝깜짝 놀래켰다가 또다시 가라앉는 걸 반복했다. 체력적으로 많이 부친 것 같아보였다. 사실 나달도 다끝났구나 싶었을 텐데 즈베레프가 갑자기 한 번씩 부활하니까 골치아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파이널 5세트
"무리하지 마라.. 즈베레프.. 네겐 미래가 있다."
RN 6 : 2 AZ
즈베레프는 지난해 몬테카를로 마스터즈 결승에서 나달을 상대로 2세트를 역전해내고 거짓말처럼 3세트 0:6으로 무너졌던 가엘 몽필스Gael Monfils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세트를 시작하자마자 브레이크 당했지만, 다시 브레이크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다리에 경련이 일어난 듯, 다리를 자꾸 의식했고,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핸드 에러로 나달에게 두 번째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졌다. 이로써 경기는 마치 나달이 전성기시절과 같이 체력으로 박살내는 전개가 되었다. 물론 그 시절에 비해서 상대가 유망주라는 것과 나달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 끝나가는 순간에도 즈베레프는 대단했다. 부상과 체력문제를 안고서도 끊임없이 위기 때 에이스를 보여주기도했고, 본인의 서브가 약해지면서 나달의 스트로크가 살아났음에도 불구하고 긴 리치로 만드는 각도 큰 투핸드로 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확실히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브레이크를 내어주며 승리를 나달에게 내어주었다.
출처:ausopen.com
나달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즈베레프를 가리켜 그랜드슬래머가 되는 것이 가능한 선수라고 평했다. 이번 경기는 비록 즈베레프가 졌지만, 그는 정말 나달 말대로 충분히 그랜드슬래머로 성장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브는 원래 무기였고, 베이스라인 플레이도 생각보다 상당히 좋았으니 말이다. 벌써 그는 로저 페더러와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를 이긴 경험도 있다.
그리고 나달은 나이를 확실히 많이 먹은 듯 하다. 경기 후반에는 즈베레프의 공이 약해지면서 확실히 나달의 강력한 스트록이 나왔지만, 경기 초반에는 나달의 느려진 반응시간, 당황스러운 퍼스트 스텝, 그로인해 꼬이는 스텝, 잔발따윈 쌈싸먹음, 빠른 공에 당황해 오픈스탠스에다가 상체를 뒤로 젖히며 치는 스타일이 완전히 독으로 작용했다는 점, 공을 칠때 양발이 모두 땅에 확실히 지지를 못 받은 경우가 자주 드러났다는 점이 확실히 아쉬웠다.
내가 나달의 경기를 하도 많이 봐서 나 또한 나달의 타법을 흉내내다가 경험하고 느꼈던 똥볼들이 나달의 경기에서도 왠지 나오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어쨌든 이겼으니 다행이다. 4라운드는 몽필스Gael Monfils, 8강은 랴오니치Milos Raonic다. 몽필스야 딱히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만, 랴오니치한테 져서 탈락하지 않을까 싶다. 전적이야 앞서지만, 호주오픈 직전의 브리즈번에서도 졌고, 랴오니치의 서브가 워낙 부담스러운데다가, 요새 그 친구 상승세라.. 랴오니치만 넘으면 그 다음은 티엠Dominic Thiem이나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인데 뭐 그쪽 드로우는 딱히 어렵진 않아보인다. 조코뱅크도 떨어졌는데, 참 오랜만에 결승에서 페더러Roger Federer랑 만나면 정말 신이 나겠다 싶다ㅠㅠ 정말 그리 됐으면 좋겠다ㅠㅠ
내가 나달의 경기를 하도 많이 봐서 나 또한 나달의 타법을 흉내내다가 경험하고 느꼈던 똥볼들이 나달의 경기에서도 왠지 나오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어쨌든 이겼으니 다행이다. 4라운드는 몽필스Gael Monfils, 8강은 랴오니치Milos Raonic다. 몽필스야 딱히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만, 랴오니치한테 져서 탈락하지 않을까 싶다. 전적이야 앞서지만, 호주오픈 직전의 브리즈번에서도 졌고, 랴오니치의 서브가 워낙 부담스러운데다가, 요새 그 친구 상승세라.. 랴오니치만 넘으면 그 다음은 티엠Dominic Thiem이나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인데 뭐 그쪽 드로우는 딱히 어렵진 않아보인다. 조코뱅크도 떨어졌는데, 참 오랜만에 결승에서 페더러Roger Federer랑 만나면 정말 신이 나겠다 싶다ㅠㅠ 정말 그리 됐으면 좋겠다ㅠ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