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6일 목요일

황제는 결승에 도착했다, 그리고 디미트로프




1.

위르겐 멜처Jurgen Melzer, 노아 러빈Noah Rubin, 토마스 베르디흐Tomas Berdych, 케이 니시코리Kei Nishikori, 미샤 즈베레프Mischa Zverev, 그리고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


출처 : ausopen.com


   황제는 드디어 결승에 올랐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2017 호주오픈Australian Open 준결승에서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를 7:5, 6:3, 1:6, 4:6, 6:3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1,2 세트를 상대적으로 쉽게 땄지만, 바브린카가 라켓 부수고 급부활한 바람에 5세트 접전까지 가야했다. 하지만 황제는 5세트에서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그의 원핸드 백핸드는 확실히 결승에서 다시 볼 수있게 되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두 세트를 내줬음에도 상황을 반전시켰던 바브린카가 이제 확실히 페더러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탑 랭커로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현 시점에서 조코비치Novak Djokovic를 제외하면 진정 페더러를 제압할 수 있는 선수가 여전히 없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와의 경기에서도 나타났던 것 처럼, 역시 현 페더러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나는 랠리를 지속 할 수 있어야겠다 싶었다. 
  윌리엄스자매(비너스 윌리엄스Venus Williams와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가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가고, 황제 페더러가 남자 단식 결승에 오른 지금, 이제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클래식 라이벌의 결승전 완성을 위해서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를 이기는 일만 남았다. 왠지 앞으로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나달과 페더러가 다시 맞붙기가 굉장히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이번 찬스를 나달이 반드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다. 




2.



출처:@GrigorDimitrov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불가리아, 190cm(6' 3"), 80kg, Right-handed, 원핸드 백핸드, 1991년생, 2008년 데뷔, 현 세계랭킹 15위


  2라운드에서 정현을 물리치고 올라온 선수다. 이 선수를 볼때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간지나는 외모, 간지나는 폼이다. 키가 190이 넘는 이 선수는 긴 팔다리와 굉장히 작은 두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모델 같을텐데, 뭔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순수함과 남성성을 함께 지닌 페이스마저 갖고 있다. 인기가 무지 많다. 한 때는 여자 테니스 스타인 마리아 샤라포바Maria Sharapova의 4살 연하 애인으로 알려졌었고, 지금은 또 무슨 미국 팝스타랑 만난다고 한다. 



출처:ausopen.com


  이렇듯 간지나는 피지컬을 지닌 디미트로프는 별명이 베이비 페더러다. 페더러와 딱 10살 차이나는 이 선수는 주니어 윔블던을 우승한 것도 똑같고, 페더러와 매우 유사한 폼을 지닌데다 느닷없이 2014 윔블던 4강 진출에 성공하며 페더러의 후계자로 무지하게 관심 받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더 크고 더 길다보니, 동작이 더 크고, 민첩성이 떨어지며, 페더러보다 느리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디미트로프는 너무 간지나게 치는 것에만 신경쓰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디미트로프의 엄청나게 간지나는 한손 백핸드는 정말 간지난다는 것 빼고는 장점이 없다. 도미닉 티엠Dominic Thiem의 백핸드가 저물어가는 한손 백핸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 친구의 백핸드는 왜 한손 백핸드가 저물어가는지를 고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랠리시 안정성이 무지하게 떨어지고 잘 맞은 볼 조차 가운데로 몰리거나 상대가 딱 카운터로 치기 좋게 들어가며, 동작이 커서 다음 준비 자세로 이어지는 속도가 늦다. 게다가 멋진 디미트로프의 긴 리치와 훤칠한 키는 안 그래도 동작이 큰 한손 백핸드의 동작을 더 크게 만들고, 몸에 붙는 볼과  무릎 아래도 오는 볼 처리도 어렵게 만든다. 긴 리치가 한손 백핸드의 스윙각을 더 키워 한손 백핸드의 강점인 더 큰 각도로 뻗어지는 와이드 앵글샷을 가능케 할지도 모르지만, 딱히 디미트로프에게 해당되는 사항인 것 같지는 않다.






 백핸드가 불안하니, 백핸드 슬라이스가 자주 등장하게 된다. 페더러의 슬라이스는 단순 방어 이외에도 여러가지 기능과 전략적 역할을 하고, 공 그 자체로도 상당히 훌륭하다. 아쉽게도 베이비 페더러의 슬라이스는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나달의 그것보다야는 당연히 좋겠지만, 백핸드 드라이브를 치기 불안하니 쓴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연히 어설픈 슬라이스는 상대의 강타로 이어진다. 디미트로프가 방어력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는 아니니 이점은 충분히 그의 약점이 된다. 
  경기운영은 별명 답게, 페더러처럼 올라운드로 운영한다. 베이스라인 랠리도 마냥 피하는 선수는 아니고, 발리시도도 은근 자주한다. 비록 정현과의 경기에서는 네트 플레이를 38번 시도해서 23번 밖에 성공 못했지만(정현은 19회 시도/18회 성공, 정현이 발리를 엄청 잘했다기 보다는 스트로크 대결에서 디미트로프가 밀렸다고 보는게 맞는 듯 싶다. 스트로크 대결에서 디미트로프가 밀리니, 정현이 전진할 기회를 얻었고, 발리로 피니쉬했다.), 디미트로프는 발리에 꽤 실력이 있는 선수로 불리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달이나 조코비치보다야 당연히 좋겠지만, 베이비 페더러라는 별명을 붙이기에는 한참 부족하지 않나 싶긴하다. 발리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보듯 상당히 경기를 공격적으로 운영하며, 당연히 에러가 많다. 백핸드에서 이미 답이 나왔듯 방어에 장기가 있는 선수는 아니고, 페더러보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수준급 서브와 빠른 포핸드로 랠리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타입이다. 
  뭔가 깎아내리기만 한 것 같으니, 이번에는 특기할만한 점을 찾을 차례다. 디미트로프에게는 높게 튀어오른 볼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무시무시한 포핸드가 있다. 페더러의 라켓과 같은 시리즈를 쓰는 디미트로프의 포핸드는 경기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가져가는데 주요한 무기이지만, 그 중에서도 높게 튀어오른 볼을 본인도 같이 점프해서 후려패는 파괴력이 엄청난 것 같다. 그의 높은 볼 처리 포핸드는 상당한 파워로 베이스라인을 찍은 후 그대로 튀어 나가버린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떻게 받아낸다고 해도 디미트로프의 공격이 이어지므로 이게 나오면 사실 상 포인트는 잃는 거나 다름없다.
  공격 성향의 선수 답게, 한번 리드하기 시작하면 계속 상승세를 타지만, 꼬이기 시작하면 그다지 좋지 못한 멘탈과 함께 끝없이 무너진다. 2016년 이스탄불 오픈에서는 라켓 3개를 박살내고 실격패를 당한 경험도 있다. 
  이번 호주 오픈에서는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의 탈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그랬으면 16강에서 조코비치 만나서 당연히 셧아웃 됐을 것을, 조코비치 탈락 덕에 올시즌 브리즈번 부터 10연승을 기분 좋게 이어올 수 있었다. 이번 호주 오픈 4강 진출은 2014년 윔블던에서 머레이Andy Murray를 꺾고 4강에 진출한 이래, 두 번 째이다. 이번 8강에서는 알수 없을 만큼 허약한 스트록을 쳐대던 벨기에의 다비드 고팡David Goffin을 가볍게 3대0으로 스윕하고 올라왔다. 16강에서 만난 (무려 조코비치를 꺾고 올라온) 데니스 이스토민Denis Istomin에게도 원없이 포핸드를 후두려 패며, 양민학살 공격테니스를 더없이 드러냈다. 



3.



출처 : ausopen.com


  이제 2017 호주오픈의 semifinal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의 한 경기만을 앞두고 있다. 극적인 경기들을 치뤄내고 결국 승리해오며 기세를 높인 나달이 일단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승리들(내가 볼땐 정현의 2라운드가 제일 힘들어보였다.)로 체력을 비축하며 올라온 디미트로프에 비해 분위기는 앞서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이 선다. 상대전적은 7승 1패로 나달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1패가 바로 지난해 베이징 오픈 8강에서의 그 1패다. 
  나달은 페더러한테 그러했듯, 집요하게 디미트로프의 백핸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나달의 탑스핀 스트로크가 베이스라인 근저로만 찍힌다면 디미트로프는 알아서 에러하고 자멸할 것이다. 랴오니치Milos Raonic와의 8강에서 나달은 기존과 달리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 리턴하는 방식으로 크게 성과를 보았다. 디미트로프의 서브가 좋다지만, 랴오니치보다는 아니기에 이번에도 리시브 상황에서 빠른 공격으로 몰아부친다면, 나달이 보다 수월하게 승리를 가져올 수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베이징 오픈때처럼 나달의 공이 파워가 부족한 채 어설프게 탑스핀만 걸리면 디미트로프가 점프해서 후려패는 포핸드에 끝이다. 
  디미트로프는 가능한 3구이내에서 포인트를 끝내려할 것이고 나달은 반대로 5-7구 이상 끌고 가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체력전으로 가면 나달이 우세하다. 역시 나달의 리턴 수준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리지 않을까싶다. 
  원핸드 킬러 나달에게 디미트로프따위라니,, 이런 건 당연히 나달의 승리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겠지만, 페더러-나달의 그랜드슬램 결승이라는 역대적인 사건을 앞에 두고 있어서 그런가 느닷없이 나달이 져버리고 허무하게 페더러-디미트로프가 붙게 되면 어떡하나 싶다. 왠지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달이 이기리라고 믿는다. 







  나이를 갑자기 뭉탱이로 먹어버린 이들이 또다시 2009년의 명경기를 8년만에 재연하게 될 수 있을지.. 나달 증말 한번만 더 화이팅 해줬으면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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