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6일 금요일

조선자유당기레기



1.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 70년대 풍경 아닌가"라는 멋진 제목을 지닌 글을 게재했다. 요약하면, 일자리에 관심을 가지는 건 참 좋은데, 문재인 정부의 방법론과 방향이 참으로 후진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나왔다. 자기들에게나 어울릴법한 "70년대"라는 워딩 선택도 우스웠고, 일자리는 하이테크와 벤처에서 나온다는 주장도 우스웠다. 
 글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타 매체와 차원을 달리하는 조선일보답게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도 명확했고, 글의 요지도 분명했다. 깔끔한 글쓰기는 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기는 이유는 그 글의 주인공이 바로 "조선일보"라는 사실 때문이다. 글의 저자가 누군지 몰랐거나, 그 글이 작성된 시점이 지금이 아니었다면, 나는 대단히 감동하면서 읽었을 것 같다. 하지만, 글의 출처는 조선일보고, 글이 나온 시점은 문재인 정부가 막 들어선 지금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는 현 실업문제가 워낙 심각하니, 일단 가능한 범위에서 공공일자리의 질과 양을 확보하고 늘려가는 방향에서 급한 불을 끄고, 점차 기업을 비롯한 민간 영역 전체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이 씹은 일자리 상황판 이슈는 바로 이와같은 맥락에서 새 정부가 (아무것도 안한 기존 정부와는 달리)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에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청년들은 중동으로 꺼지라며 문제 해결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가 이제 막 사라졌다는 걸 감안하면, 조선의 70년대 운운은 지극히 70년대 스타일의 딴지다. 
  게다가, 사설에서 주장한 신기술, 벤처 어쩌고 하는 내용은 지극히 뻔한 내용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사회의 실업문제는 그야말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다. 거기다 대고 신기술, 벤처따위를 왈가왈부하다니. 정부가 당장 내놔야 하는 정책에 인간사회의 장기적 발전 양태를 덧씌우려하다니. 비전과 단기 계획의 구분도 못하는 건가 싶다. 쓰는 본인들도 알거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더 웃기는 건 그렇게 신기술, 벤처 운운하던 박근혜 정부가 만든 "창조경제"니 "미래창조과학부"니 하던 세계적인 미련한 짓거리가 끝난지 불과 얼마나 됐나 싶다. 바로 그 박근혜 정부의 최고 조력자가 바로 조선일보 아닌가. 



2.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언론인"에 대해 일방적인 호의를 갖고 있다. 문제의식, 비판의식으로 가득 찬 그들은 보다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발로 뛰고, 열심히 고민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비꼬는 용어가 된 "조중동"은 그냥 조중동이 그렇다는 거지, 거기에 소속된 "언론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다. 누구든 자신이 "기자"라고 소개한다던가, 언론사에서 일한다고 소개하면, 나는 그에 대해 일방적인 호의적 선입견을 갖는다.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도 기자다. 
  오랜 시간 머릿 속에 자리 잡아온 이러한 개념이 최근 들어서는 조금 흔들리고 있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가 문재인 지지자들과 대립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렇고,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판자를 자처하며 머리를 들이미는 여러 언론사들을 보자니 그렇다. 조중동이야 말할 것도 없다. 방송계는 더욱 심각하다. 종편이 등장한 이래 방송들은 전부 쓰레기가 됐고, 지상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그냥 보수의 나팔수가 됐다. 그나마 JTBC가 낫다고 하지만, 몇몇 사건을 거치며, JTBC도 오십보 백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다. 뭐 FOX뉴스 같은 거 처럼, 원래 저렇게 지들 멋대로 떠드는 게 언론사들의 역할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뭐 하나 좀 건강하게 볼 게 없나 싶다. 
  새정부가 들어선 이래, 여기저기 다 지랄들이다. 특히 사설들이 가관이다. 좌우,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마치 누가 더 상병신인가를 겨루듯, 서로 멍청한 비판들을 늘어놓고 있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평론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지금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완전히 잊은 채, 무슨 대단한 사명감이라도 지닌 듯 거만떨고 있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끽소리도 못한 채 어용언론으로 점철되어왔던 언론들이 갑자기 "권력에 대한 비판자"를 자처하고 훈장질하고 앉어 있는 것이다. 그래 그나마 조선일보는 글이라도 깔끔하게 잘쓰지 나머지는 뭔가 싶다. 
  그냥 흔한 기회주의자들인 건지 아니면 누구처럼 유체이탈화법을 쓰는 것 뿐인건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벌써 이명박근혜 시대를 깔끔하게 잊은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 탄압같은 걸 안할 것 같아서 그런걸까. 정부가 인기가 너무 많으니, 질투가 나서 어떻게 존재감이라도 어필할려고 깝치는 걸까. 주제파악을 못하는 게 그들이 기레기라고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3. 

  6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당명을 지닌 자유당. 그들은 정말 미친게 아닐까 싶다. 국무총리 청문회가 이어질수록 그들의 미친 짓거리 또한 누적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청문회 인사보고서 채택을 무산시켰다. 
  당명을 바꾸고 나니까 박근혜를 깔끔하게 잊어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국적인 행보를 나날이 이어가고 있다. 막말을 일삼았던 홍준표 씨를 대선 후보로 세운 걸로는 모자랐는지, 문재인정부 등장 이후에는 정우택을 선두로 하루 하루 헛소리를 늘어놓더니, 결국 기어이 새 정부의 첫 인사인 총리 청문회 마저 개판으로 만들었다. 그래놓고 문자폭탄을 받았다며 칭얼거렸다. 
  언론이고 자유당이고, 국민의당이고, 바른정당이고, 주제파악을 못하게는 게 확실한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그들이 해야하고 그들에게 요구되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저러는 건지 싶지만, 저들이 멍청하게 굴고 있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특히 자유당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산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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