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2일 금요일

The Classic



  무려 11년만이다. 나달의 극적인 승리로 끝났던 2008년 윔블던 결승 이후, 무려 11년만에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클래식 매치가 성사됐다. 



Novak Djokovic(1) v. David Goffin(21)
6-4, 6-0, 6-2 

  다비드 고팡David Goffin은 정말 잘했다. 1세트 4-3 상황까지 말이다. 어딘가 불안불안 했지만,, 조코비치의 멀찍이 떨어지는 스트로크들을 잘 넘기면서 잘 버텼지만,, 그리고 그는 놀랍게도 조코비치에게 먼저 브레이크를 따내는 모습을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다들 그렇듯 고팡도 조코비치에게 브레이크를 먼저 따낸 뒤 곧바로 브레이크를 내주었고, 이어서 또다시 브레이크를 내주며 1세트를 털렸다. 브레이크 한번에 모든 기력을 쏟아부은 듯 고팡은 거짓말처럼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기력하게 패했다. 
  고팡은 자신의 첫 윔블던 QF가 떨렸는지, 평소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어적으로 일관하느라 바빴다. 조코비치를 상대로 이겨려면 절대 먼저 지치면 안된다. 실수는 조코비치 쪽이 할 거다. 고팡은 기다렸어야 했다. 그러나 고팡에게는 여력이 없는 듯 했다. 그는 서둘렀고, 이도 저도 뭣도 아닌 방어만 계속 할 뿐이었다. 애초에 랠리 능력에서 기량차가 컸다고도 할 것이다. 고팡은 브레이크를 먼저 따내고도, 역시나 정신차린 조코비치의 리턴 압박에 그대로 무너졌다. 그 이후는 사실 경기를 볼 것도 없었다. 분명 조코비치는 패배할 여력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영혼이 상실된 고팡과 경기했고, 덕분에 4R에서 잠시 찼던 숨을 편안하게 고를 수 있었다. 


Roberto Bautista Agut(23) v. Guido Pella(26)
7-5, 6-4, 3-6, 6-3

  풀세트 역전승을 두 번이나 해낸 펠라가 3세트를 가져갔을 때 혹시나 했다. 하지만 베테랑 어굿이 그리 호락호락 한 상대가 아니었다. 어굿의 성실함과 멘탈이 다시금 돋보인 경기였다. 펠라가 3세트에서 선전했을 때, 어굿은 틀림없이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굿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3세트 마지막 게임에서 공을 치는 그는 1세트에서 치던 모습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브레이크 한 번에 성공했고, 경기를 끝냈다. 


Sam Querrey v. Rafael Nadal(3)
7-5, 6-2, 6-2

  클레이의 왕은 엄청났던 지난 경기들의 서브게임에 비해, 샘 퀘리와의 경기에서는 오히려 서브게임에서 미스를 많이 보였다. 심지어 퀘리에게 브레이크를 내주기도 했다. 뭐 애당초 샘 퀘리 같은 빅서버의 서브게임이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서브가 들어가면 이기는 거고, 안들어가면 지는 단순한 구조이기에 나달이 브레이크를 6번이나 해냈다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나달이 퀘리에게 브레이크포인트 상황을 7번이나 내줬다는 게 이번 경기의 특이점인 듯 하다. 스코어는 일방적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달은 은근히 고전했다. 피로도가 좀 쌓인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Kei Nishikori(8) v. Roger Federer(2)
4-6, 6-1, 6-4, 6-4

  무슨 4드론 저글링 러쉬마냥 초반에 엄청난 움직임을 보인 니시코리가 돋보였다. 지난 2017 호주오픈 때도 1세트에는 황제에게 테니스를 가르쳐주는 듯 했던 니시코리는 이번에도 역시 1세트에는 엄청난 폼을 보여주며 황제를 당황시켰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니시코리는 무너졌다. 아 뭐 생각보다는 잘 버텼다. 
  나이탓인지 몸이 덜풀린 황제는 시작부터 브레이크를 내준 후 반격에 나섰지만 니시코리는 꽤나 집중력을 보여주며 잘 버텼다. 하지만 2세트에 빡친 황제는 니시코리를 박살내버렸고, 니시코리는 그 때부터 그가 항상 보여주는 그 침울하고 지친 모습으로 경기를 진행했어야 했다. 
  황제의 서브게임은 초스피드로 끝나기 일색이었고, 니시코리의 서브게임은 무너질듯 안무너지는 모습으로 겨우겨우 이어져 나갔지만, 황제는 기어이 니시코리의 서비스 게임을 무너 뜨림과 동시에 멘탈마저 무너뜨려내면서 경기를 끝냈다. 니시코리가 오래버팀으로써 황제가 체력손실을 좀 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경기가 아닐까 싶다. 
  니시코리의 정말 온 세상 다 꺼지는 거 같은 우울한 표정을 보고 있자면, 좀 안타깝다는 마음이 듦과 동시에 참 저새끼는 왜 이렇게 근성이 없나 싶기도 하다. 시즌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뭔가 니시코리는 패배감을 더 안아 가는 것만 같다.







2019 Wimbledon Semi-Final(1)
Novak Djokovic(1) v. Roberto Baustista-Agut(23) 

  이제 어굿의 다음 상대는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이다. 어굿은 2016년 상하이 마스터즈에서 처음 승리를 거둔 후, 올 시즌에는 도하Doha와 마이애미Miami masters 1000에서 만나 전부 승리했다. 두 번 다 역전승이었다. 
  어굿은 충분히 노박에 대한 카운터 펀쳐 역할이 가능한 선수다. 2016년 첫 승리 이후 경기 양상을 보면 어굿이 노박에 대해 "이길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하는 게 보인다. 실제로도 할 만하다. 
  어굿은 굉장히 성실하고 평이하다. 그의 플레이에는 딱히 강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포핸드가 대단히 좋은 것도 백핸드가 대단히 좋은 것도 아니고, 무브먼트가 좋은 것도 서브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전부 평이하다. 그게 강점을 드러나게 한다. 매우 성실한 경기운영이라는 점이다. 
  그는 차분히 한 공 한 공 때린다.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상대가 이기고 있든 자신이 이기고 있든 그는 그냥 왠지 느려터져보이는 무브먼트로 공에 차분히 접근해 차분히 자신의 공을 때린다. 대단한 특성있는 공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공은 아니다. 정자세로 잡고 치는 공이기 때문이다. 그의 멘탈과 성실함은 꽤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랠리의 지속성을 대단히 높여주기 때문이다. 어굿이 조코비치에 대한 카운터펀처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마치 벽처럼 일정한 공을 끊임없이 넘기는 조코비치의 플레이는 상대에게 대단한 압박감을 준다. 나달이 그에 대해 평한 것 처럼 Unbeatable 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공이 보여주는 플레이스먼트는 매우 깊다. 조코비치는 공격하는 벽 같은 존재가 된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이러한 조코비치의 기계적인 좌우 스트로크에 질려버린다. 더 세게 공격하려다 에러에 자멸한다. 더 세게 공격이 들어가도 조코비치의 카운터와 패싱샷이 날아올 뿐이다.
  어굿의 성실한 멘탈은 이러한 조코비치가 주는 심리적 압박공격에 면역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조코비치의 일정한 공은 마치 그와 비슷하게 일정한 스텝과 일정한 스트로크를 치는 어굿에게는 딱 치기 좋은 공이 된다.(왜 어굿이 나달이나 페더러를 상대할 때는 일반인처럼 깨지는지에 대한 답도 된다. 나달과 페더러의 공격 특성은 어굿이 아예 따라잡지를 못하거나(페더러), 어굿이 공을 제대로 받아치지를 못하게(나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굿이 집중력으로 자신의 미스만 조금 컨트롤 한다면 랠리는 충분히 길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적 압박은 조코비치가 받게 된다. 조코비치는 페더러, 나달과 함께 신급에 있는 선수다. 나달은 몰라도 심지어 그 페더러도 조코비치와 랠리를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대체로 벽과 같은 기계적인 스트로크에 대다수의 선수는 알아서 자멸해왔다. 마치 나달이 자신의 포핸드에 에러를 범하지 않고 잘 받아치는 조코비치에게 당황하는 듯, 조코비치는 돌부처같은 표정으로, 딱히 빠른 것 같지도 않은데 공을 계속 넘겨주고 있는 어굿에 당황하게 된다. 애당초 조코비치가 멘탈이 좋은 선수가 아니기에 조코비치는 점점 더 강한 샷을 때리려고 하게 되고, 그의 에러는 늘어나게 된다. 
  고팡이 실패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코비치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공격을 할게 아니라 조코비치가 에러를 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워낙에 기계적인 조코비치이기에 그는 에러 한 개 한 개에 다분히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그게 공격에 있어 발생한 것일 때 더욱 그 타격이 크다. 따라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할 때는 한 번 더 기다려야 하고, 그냥 공만 잘 받아 넘기겠다, 랠리를 지속하겠다는 마인드로 쳐야한다. 노박이 드랍샷을 남발하기 시작했다면, 작전은 반쯤은 성공한거다. 
  물론 그게 절대 쉬울리는 없겠지. 그라운드 스트로크 기계 노박인데. 하지만 어굿의 성실한 멘탈이라면 충분히 해낼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그의 스텝은 무슨 서예하는 사람처럼 정적이다. 그는 마치 무슨 태극권 수련이라도 하는 듯, 자세를 잡는데 온 신경을 쓰는 듯하고, 임팩트의 그 짧은 순간에 모았던 기를 내뱉듯 스트로크를 친다. 조코비치의 스트로크 플로우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페더러나 나달이라면 모를까 조코비치의 일정한 스트로크 플로우에 어굿이 싱크를 맞춘다면 조코비치는 점점 불안해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The Classic



2019 Wimbledon Semi-Final(2)
Rafael Nadal(3) v. Roger Federer(2)

  그야말로 윔블던 주최측으로서는 대박이다. 테니스 최고의 스타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그의 최고의 라이벌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라이벌리가 SF에서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게 결승이 아니라는 점 뿐일 것이다. 
  황제와 클레이의 제왕의 잔디에서의 마지막 대결은 무려 11년 전이다. 잔디코트에서 지금 껏 단 3번 맞붙은 페더러와 나달은 그 3번 모두 윔블던 결승에서 만났다. 

2006 Wimbledon Final 6-0, 7-6(5), 6-7(2), 6-3 로저 페더러 승 (3-1)
2007 Wimbledon Final 7-6(7), 4-6, 7-6(3), 2-6, 6-2 로저 페더러 승 (3-2)
2008 Wimbledon Final 6-4, 6-4, 6-7(5), 6-7(8), 9-7 라파엘 나달 승 (3-2)

  2009년에는 나달이 불참, 2010년에는 페더러가 베르디흐에게 패배, 2011년에는 페더러가 쏭가에 패배,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나달의 윔블던 참혹사, 2016년에는 둘 다 불참, 2017년에는 나달이 쥘 뮐러에게 4R 탈락, 2018년에는 페더러가 케빈 앤더슨에 QF에서 역전패 하면서 그들은 맞대결을 빗겨나가 왔다. 그런 그들이 2008년 결승이후 무려 11년 만에 윔블던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아주 윔블던에 있는 방송사들은 다들 신이나 보인다. 페더러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2008년 이후 끝났다 끝났다 했는데 페더러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윔블던 SF에 올랐고, 나달 또한 클레이면 몰라도 잔디에서는 끝났다 끝났다 했는데 여전히 프랑스오픈을 우승하고 윔블던 SF에 올랐다. 현역 테니스 선수중에 한 시즌에 윔블던과 프랑스 오픈을 동시에 우승한 유이한 두 선수(RF:2009, RN:2008, 2010)인 그들이 지난 프랑스 오픈 SF에서 만난 것에 이어 다시 한번 클래식 매치를 성사 시킨 것이다. 
  그럼 경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정말 모르겠다. 나달이 이렇게 선전한 것도 전혀 예상 밖이다. 일단 코트 표면이 잔디이기에 당연히 페더러한테 유리하다. 그 밖에 페더러가 클레이에서 0:3으로 털리긴 했지만, 분명 그 때도 대단한 선전을 보여줬다. 페더러는 항상 클레이에서 나달에게 패한 뒤 윔블던에서 나달을 만나는 게 정신적으로 대단히 위축된다고 말해오긴 했지만, 시절도 시절이고, 지금도 그럴지는 사실 모르겠다. 페더러는 확실히 나이탓인지 몸이 조금 늦게 풀리는 감이 없지 않은 듯 하다. 페더러가 이번 대회에 내준 두 개의 세트 모두 1세트였다. 나달 또한 2017 호주오픈 때나, 지난 프랑스오픈 때나 페더러와의 경기 초반에 몸이 좀 늦게 풀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을 고려한다면 경기초반이 분수령이 될 듯 하다. 둘 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1세트를 내줬을 때 부담감을 대단히 많이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페더러가 니시코리에게 꽤나 집중력과 체력을 많이 쏟았다는 점을 본다면 분명 피로도도 작용할 듯 보인다. 페더러는 니시코리에게 3세트 이상의 경기를 생각하지 않았을 테고, 초반에 리드를 내주면서 그것을 쫓아가서 회복해야하는 입장에 있었다 보니 체력 소모가 평소보다 컸을 것이다. 하지만 뭐 나달 또한 샘 퀘리와의 경기가 마냥 수월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본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나달에게 긍정적인 면이라면 센터코트 베이스라인 근처 잔디가 대단히 많이 패여있다는 점이겠다. 뭐 항상 그렇긴 했지만, 이번에도 잔디가 패이면서 뛰기에는 조금 더 수월해진 듯 하다. 하지만 나달은 샘 퀘리와의 경기에서 민첩성이 약간은 무뎌진 모습, 민첩성이 흔들리면서 임팩트시 신체균형이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쉽게 말해 무릎에 피로도가 쌓였다는 말이다. 페더러와의 경기 때는 어쩔지 모르지만, 몸이 다분히 긴장상태에 있을 것이 틀림없기에 어느 정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2008년의 경기를 되새겨 보면, 당시의 나달의 서브는 지금에 비해 날카로움이 많이 부족했고, 활동량은 훨씬 좋았다. 지금의 나달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당시 나달은 일단 뛰다니면서 공을 넘기면 된다는 성향이 더 강했다. 나달의 백핸드는 당시에 비해 훨씬 잔디에 적합해졌고, 드랍 발리의 기술적 숙련도도 높아졌다. 페더러는 당시에 비해 현재가 훨씬 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진 듯 보인다. 철저히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효율적으로 공격한다. 다만 파워나 공의 무게감이 당시에 비해 조금 떨어진 듯하고, 당연히 체력적 부담이 있는 듯하다. 따라서 당시에 비해 이번 경기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페더러의 서비스 게임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나달 또한 상당히 압도적인 서비스 게임을 보여주고 있기에 둘 다 브레이크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베이스라인에 붙어서 갖다 대기만 하면서 넘기던 2017의 페더러의 대 나달 리턴이 다시 등장한다면 나달이 랠리에 있어 고전할 것 같긴하지만, 요즘 나달의 서브가 워낙 좋은데다 페더러의 체력적 부담이 있다는 걸 감안할 때 그리 쉽게 풀릴까 싶긴 하다.  
  페더러의 서브가 보통의 빅서버들과 차원을 달리하긴 하지만, 나달이 키리오스를 거치면서 서브 리턴에 대한 자신감을 채웠고, 샘 퀘리와의 경기에서도 강력한 서브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퀘리와의 경기도 문제는 리턴 게임이 아니고, 나달 자신의 서브 게임이었다.) 

결국 정리해보면

1. 잔디에서는 페더러가 유리하다. 
2. 나달의 서브 게임은 컨디션을 타는 듯 하다. 
3. 경기는 절대 3세트로 끝나지 않는다. 
4. 타이브레이크가 최소 2세트는 나올 것이다. 
5. 페더러의 하프발리 리턴이 먹히면 나달은 고전할 것이다. 
6. 나달의 리턴게임은 랠리 중 페더러가 얼마나 언포스드에러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렸다.
7. 나달의 백핸드가 경기의 키가 될 것이다. 페더러가 칠 수 없게 해야한다. 
8. 경기는 과거처럼 장기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9. 페더러의 발리 대시는 지난 프랑스오픈 때보다 훨씬 늘 것이다. 
10. 둘 다 체력적 문제를 안고 있으나, 페더러 쪽이 더 부담이 크다. 
11. 경기 초반 및 1세트를 따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경기를 승리할 것이다.
12. 페더러는 심리적 부담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13. 현재 나달은 잔디코트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다. 
14. 나달의 공격적인 서브는 조코비치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페더러에게는 통할 여지가 있다. 2017 호주오픈 때보다 나달의 서브 게임은 보다 위력적일 것이다. 


  그럼 결국 누가 이길 건가. 정말 모르겠다. 페이스를 보면 나달이지만, 코트 표면과 홈 이점을 고려하면 페더러다. 단순히 과거처럼 공격(페더러)-방어(나달)의 전개도 펼쳐질 것 같지 않다. 공 대 공의 대결 중 에 중요한 지점에서 밀린 쪽이 패배할 것이다. 나달이 리드하면서 시작한다면 페더러가 패배할 것이고, 페더러가 리드한다면 나달이 패배할 것이다. 리드를 누군가 극복해낸다면 그건 페더러보다는 나달일 것이다. 

어쨌든 기대된다...




11년 만이라니..





Roger Federer, Rafael Nadal, Novak Djokovic, Roberto Bautista Agut

  이번 윔블던 4강 멤버는 지난 프랑스오픈 4강 멤버와 1명 빼고 전부 같다. 로저, 라파, 노박. 대진도 같다. 나달과 페더러가 만나고 노박이 나머지 1명과 맞붙는다. 절묘하게 노박이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특히나 프랑스오픈의 티엠은 기대주였지만, 이번 바티스타 어굿은 화제성이 거의 없는 선수이기에 더 그렇다. 스페인에서는 신나는 일이다. 윔블던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인 선수가 두 명이나 SF에 올랐다. 오픈시대 이후 윔블던을 우승한 스페인 선수는 라파엘 나달이 유일하다. 
  지난 호주오픈 4강 멤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페더러가 없지만, 나달과 조코비치가 있었다. 참으로 집요한 그들이다. 만약 로저 페더러가 우승한다면 이번 연도 그랜드슬램 3개를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한 개씩 가져가는 꼴이 된다. 나달이 결승에 오른다면 나달은 올해 열린 3개 그랜드슬램 전부 결승에 진출한 선수가 된다. 



N. Djokovic : R. Bautista Agut = 55 : 45
R. Nadal : R. Federer = 50 : 50



- 페더러와 나달. 둘 중 누가 이기든 우승은 노박이다. 물론 어굿이 노박을 잡지 못했을 경우에 한 한다. 페더러와 나달 중 누가 이기든 상당한 피로를 안고 올라가는 것이며, 둘 중 노박을 상대로 이길 확률은 나달 쪽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승 확률은 나달보다는 노박이 높다. 

- 페더러와 나달 중 누가 이길 거 같냐는 질문에 TV에 나오는 해외 테니스 전문가들은 죄다 조코비치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 현재 노박 조코비치와 바티스타 어굿의 4강 1경기가 이제 막 시작했다. 센터 코트에 바람이 많이 불고 있으며, 노박이 슬라이스와 드랍샷을 초반부터 남발하는 거 보니, 노박은 충분히 질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시작하자 마자 브레이크를 해냈다.







2019년 7월 10일 수요일

테니스에서의 남녀차별



  TV 중계가 여자테니스만 보여준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게 많은 듯하다. 중계화면을 송출받아서 중계할 뿐인 JTBC가 잘못이 있는 것 같진 않다. 다른 해외 방송사에서도 마찬가지의 화면이 나오니까 말이다. 5세트인 남자 테니스에 비해 3세트인 여자 테니스 경기는 상대적으로 빨리 끝난다. 덕분에 여자테니스 경기를 중계한 후에도 남자테니스 중계를 이어서 할 수 있다. 4R 정도면 그리 중요도가 대단한 경기도 아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달의 풀 경기를 재방송으로 봐야했기에 나 또한 아쉽긴 했지만 말이다. 

  나름 테니스에서는 유독 남녀 평등을 위해 꽤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윔블던은 드디어 Miss, Mrs. 라고 부르던 호칭을 없애기로 했고, 상금 액수가 동액이 된지는 꽤 됐다. 여자 테니스 선수들은 젠더 차별 문제에 대해 다른 종목에 비해서 꽤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남자 선수들이 더 거지같은 언행을 더 많이 하는 거 같은데 왜 자기한테만 엄격하게 구냐고 오랜 시간 항의해왔고, 알리제 코르네는 코트에서 옷갈아 입다가 경고를 먹고 왜 여자라서 경고를 주냐고 항의해서 화제가 됐다.
  그들의 주장들이 이유가 없는 건 아니라 할 것이다. 우리의 넘버 원 조코비치는 아주 옷을 찢어놓고도 경고 없이 경기 잘했고, 조코비치의 플레이어 박스에 대고 미친 사람 처럼 닥치라고 말한 페더러 또한 경고따위 먹지 않았다. 아예 과거 레전드 존 메켄로는 심판한테 지랄하는 아이콘이 되어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메켄로가 경고를 먹지 않은 건 아니다. 그의 경고, 실격 실적은 화려하다.) 확실히 남자 선수들에 비해 여자선수들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일반 관중이 볼 때도 왠지 여자 선수들의 강한 리액션들에 대해서는 더 안좋게 보는 것 같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마냥 여자 선수들이 편견에 시달린다고 보기도 그렇다. 세레나가 경고를 먹었을 때도 충분히 경고를 먹을 만 했다. 그 정도 지랄이면 남자 선수고, 영국 왕세자여도 경고를 먹을 여지가 다분했다. 세레나의 불만과 징계 자체는 논점을 달리한다고 봐야한다.
  꽤나 심난한 이슈였던 옷을 갈아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자 선수들이 코트 한복판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아니고, 남녀를 떠나 보통 옷을 갈아입는 일은 코트 체인지 브레이크 타임 동안 코트 사이드 자기 자리에 앉아서 갈아입으니 말이다. 당시 경고조치를 내린 USTA도 여자가 옷을 갈아입은 게 문제가 아니라, 코트 사이드가 아닌 코트 베이스라인 한복판에서 갈아입은 게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하여 벌금을 물린 것도 아니고, 따로 출전금지 같은 징계를 내리지도 않고, 그냥 경고 정도로 끝냈다며 항변했다. 

  이번 윔블던에서도 이슈가 나왔다. 연습 코트에서 라켓 부수며 코트 바닥 조진 세레나에게 벌금이 10,000$이 나왔는데, 자신에게 째깐한 14번 코트를 배정했다며윔블던에 폭탄이나 떨어지라며 2차대전 드립으로 저주를 퍼부은 포그니니에게는 3,000$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우리의 징계왕 키리오스는 1R 경기로 3,000$, 2R에서 5,000$이 나왔다. 물론 심판에 대한 지랄 덕분이었다. 우리의 키리오스는 통산 상금액수보다는 통산 징계액수를 구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 코트 바닥 조진 세레나에게 너무 과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이게 여자 선수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명백하게 보기 어렵긴 하지만, 세레나에 대한 과한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키리오스의 개지랄이 두 경기를 합쳐서 8,000$에 그쳤는데, 라켓 한번 바닥에 내리 조진 세레나에게 10,000$이나 내는 건 사실 좀 과하다 싶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협회측에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윔블던의 잔디는 1년내내 개 빡세게 관리된다. 사실 대회 때 말고는 쓰는 일이 없다. 센터코트 같은 경우는 윔블던 본선 빼고는 아예 그냥 논다고 봐야한다. 윔블던이 잔디의 전통에 집착하다보니 잔디 훼손에 대단히 민감하다. 게다가 세레나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도 있어보인다. 세레나는 대단한 스타이기도 하지만 심판 및 대회 주최 측과 사이가 결코 좋을리가 없는 선수로 네임드이기도 하다. 그녀는 불만을 엄청나게 격하게 표출하고, 자신에게 불합리하다 싶으면 보이콧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협회측이 주로 끌려다니는 입장이 된다. 하필 대단한 스타이다 보니 경기 코디네이터들도 세레나의 불만에 끌려다니는 장면이 여러번 연출된다. 또한 그 14번 코트가 자신에게는 연습코트일지 모르지만, 다른 수 많은 선수들에게는 본선 경기장이 아닌가. 포그니니나 키리오스와 비교해도 그렇다. 그들의 문제가 단지 발언의 문제였다면, 세레나는 시설물 훼손 같은 거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 과한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포니니의 드립은 왠지 그냥 협회 측에서도 조금 코트배정으로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폭탄 드립이 해석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건 그냥 분노의 표출이라고 해석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물론 포니니도 여러차례 징계로 유명한 선수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게 젠더이슈로 까지 이어질 만 한 문제인가는 조금 의아스럽다. 

 더 큰 쟁점은 전 세계랭킹 1위인 아자렌카로 부터 나왔다. 그녀가 현 여자 세계랭킹 1위인 애슐리 바티Ashleigh Barty의 4R 경기와 2018 우승자 안젤리크 케르버Angelique Kerber 2R 경기가 2번 코트에 배정되었다는 것이 불평등을 보여주는 것이라 지적한 것이다. 지난 프랑스오픈에서의 여자 준결승전이 두 경기 모두 필립 샤트리에에서 벌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의 연장이었다.
  이에 대해 바티는 2번 코트든 센터 코트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남극점 같은 반응을 내놨고, 바티의 경기 당시 센터코트에서 경기를 치뤘던 나달은 내가 하든 바티가 하든 상관없지만, 뭐 배정자입장에서는 골치아프지 않겠냐며, 남자 랭킹 1위인 노박이 센터코트에서 전 경기를 치르는 것도 아니고(조코비치는 2경기는 센터코트, 2경기는 1번 코트에서 경기를 치뤘고, 로저 페더러는 3경기를 센터코트, 1경기를 1번코트에서 치뤘다. 나달 또한 3경기를 센터코트, 1경기를 1번코트에서 치뤘다.) 자신도 롤랑가로스 경기를 수잔 랭글랜에서 치르지 않았냐고 답했다. 
  여자 선수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세계 랭킹 1위인데 1번코트도 아니고 2번코트로 밀렸으니 말이다. 2번코트가 약간은 한급 낮은 남자선수(예를 들면 니시코리 케이라든가, 니시코리 케이라든가, 니시코리 케이라든가..)의 단식이나, 화제가 될법한 복식이나 혼합복식 경기가 주로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영국 최고의 자국 스타인 앤디 머레이의 복식 경기가 펼쳐졌던 곳이 2번 코트였다는 걸 보면 뭐 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자 선수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게 사실일 듯하다.

  뭐 엄밀히 따지면 작금의 배정이 그리 부조리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면도 있다. 상위코트일 수록 입장권이 디질라게 비싼 걸 고려하면, 코트 배정은 보통 화제성을 고려해서 배정한다. 많은 관중이 관심을 가질만 한 경기를 많은 좌석이 있는 코트에 배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 화제성에는 당연히 세계랭킹이라던지 명성이라던지 최근 상승세라던지 그런 걸 따지게 될 것이다. 관중들은 그런 선수에 관심을 가질 테니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티나 케르버는 자연스럽게 센터코트에서 밀리게 되는 건 자연스럽다. 안 그래도 세레나를 제외하면 춘추전국인 여자테니스에서 지난 프랑스오픈에서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하고 갓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애쉴리 바티나 그랜드슬램 3회 우승자이긴 하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한 안젤리크 케르버가 테니스 역사를 좌지우지 하는 선수이자 윔블던의 황제 로저 페더러나, 그 라이벌이자 그랜드슬램 18회 우승자이자 바로 그 페더러를 윔블던에서 무찔렀던 라파엘 나달이나, 현 세계랭킹 1위이자 그랜드슬램 15회 우승에 윔블던만 4번 먹었던 노박 조코비치에 비하기에는 화제성 측면에서 과하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테니스에서 빅4에게 맞대할 만한 선수는 세레나 윌리엄스를 제외하면 없는 거나 다름없다. 
  다른 사례를 봐도 그렇다. 앤디 머레이Andy Murray와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iams의 혼합복식은 혼.합.복.식. 주제에 전부 센터코트에서 경기했다. 단식이 사실상 메인 이벤트인 테니스에서 사실상 친선전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혼합복식이 센터코트를 차지한 것이다. 또한 세레나는 10번 시드라는 듣보잡 시드에도 불구하고 1회전을 센터코트에서 치뤘고, 현재까지 치른 5경기 중 2경기는 센터코트, 3경기는 1번코트에서 치뤘다. 바티가 2번코트에서 4R 경기를 치르는 동안 콘타와 크비토바의 경기가 센터코트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 최대 화제의 선수이자 10번, 11번 코트에서 퀄리파잉 경기를 한게 전부인 15살짜리 애기인 코리 거프Cori Gauff는 4R까지 네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센터코트에서 1경기, 1번코트에서 3경기를 펼쳤다. 심지어 센터코트에서 거프의 3R가 벌어지는 동안 세레나의 3R는 1번 코트에서 열렸다. 이쯤 되면 남녀의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세레나나 거프에 대한 특별대우를 논해야 할 지경이 아닌가. (코리 거프가 1R를 1번코트에서 치른 것은 사실 상대가 비너스 윌리엄스였기 때문이다. 거프가 그 비너스를 이기고 감격해하는 것이 대단히 감동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으로 여겨져서 그녀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 
  아자렌카의 문제제기는 조금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아자렌카는 왜 다같이 땡볕에 서서 고생하는 데 남자 선수들의 소득이 훨씬 더 많은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는데, 그냥 아 여자테니스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럼 여자테니스는 왜 차별받나? 뭐 놀라울 것도 없다. 여자 테니스는 별로 재미가 없어서다. 로저 페더러의 경기보다 노박 조코비치의 경기가 더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에서 재미없다. 테니스 경기를 같이보는 여자 사람들도 종종 내게 말하곤 한다. "난 여자테니스는 재미없어서 관심없어". "왜 여자 테니스는 박진감이 없을까?"
  나는 그냥 여자테니스 선수들의 복장이 치마여서 그렇다고 말했다. (저 멍청한 원피스 치마 같은 유니폼만 안입어도 훨씬 박진감 넘쳐보일 거다. 차별을 논하기 전에 2차대전 시절에나 입을 것 같은 유니폼이나 좀 바꿨으면 좋겠다. 청순한 하얀 원피스를 입고 허리를 굽힌채 공을 치려고 달리는 모습 자체가 내게는 아이러니처럼 보인다.) 
  사실 다른 스포츠들에 비하면 여자 테니스는 꽤나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월드컵 결승만 봐도 그렇다. 여자 축구 월드컵은 다들 언제하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사실 여자선수들에 대한 차별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주 얘기하는 스포츠도 테니스가 유일해 보일 정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뭔가 차별을 위해 차별이 발생한다기 보다는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결과적으로 차별이 발생하는 것 같다. 가장 눈에 띌 법한 이유라면, 테니스라는 스포츠 경기에서 관중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 일 것이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대회는 그렇게도 수많은 사람이 보면서 남자 피겨스케이팅 대회는 텅텅 비어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과연 그것을 사회적 차별이라고 부를 것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결과적인 현상이라고 볼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대회를 함께 치른다는 이유로 윔블던에서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에 대하여 동등한 대우를 하고자 하는 주최 측의 노력도 사실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여자선수들이 5세트 경기를 하지 않는 것이나, 상금을 똑같이 받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지 않은가. 
  궁극적으로는 당연히 여자 선수들이 스포츠에 있어서 "여성적 차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맞을 것이다. 관습인 차별들이다. 예컨대 여자는 무조건 치마를 입어야 한다던지, 여자는 무조건 상금을 남자 선수보다 적게 줘야된다던지, 여자 선수는 자켓을 입을 수 없다던지, 뭐 그런 바보같은 차별들 말이다. 이러한 관습의 굴레를 넘기위해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고, 충분히 변화되어 가고 있다고 본다. 
  다만 자본주의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적인 차별은 어쩔 수 없기도 할 것이다. 과거 세레나가 나이키로부터의 자신이 받는 스폰액이 다른 남자 선수들에 비해서 적다고 호소한 적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레나의 상품성이 떨어져서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운동복에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고, 덜 사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로저 페더러나 라파엘 나달을 보고 나이키를 사지, 세레나를 보고 나이키를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아자렌카의 지적이나 다른 여러 사건들에서 나온 지적이 바보같은 소리라거나 헛된 비판이라고 할 생각은 없다. 여전히 우리 모두의 의식, 무의식 속에서는 남녀를 차별적으로 보는 의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비판들이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하더라도 여자 테니스 선수들이 차별을 느끼고 있고, 불만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받아들여야 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remember the name



This is

10% luck
20% skill
15% concentrated power of will
5% pleasure 
50% pain

And 100% reason to remember the name.



Fort Minor,  『 Remember the name 』




2019년 7월 9일 화요일

망할 베레티니



  윔블던 4라운드가 끝났다. 결과는 뻔했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는 클래스를 보여줬고, 유망주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것을 입증했다. 눈에 띄는 경기가 있었다면 구이도 펠라Guido Pella가 윔블던 파이널리스트 출신 밀로시 라오니치Milos Raonic를 상대로 풀세트 역전승을 해냈다는 거 정도였다. 


Novak Djokovic(1) v. Ugo Humbert
6-3, 6-2, 6-3

  신예 우고 움베르Ugo Humbert는 자신이 그랜드슬램 4R에 걸맞는 신예라는 걸 전혀 증명하지 못하고 No.1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에게 허망하게 패배했다. 그는 자신의 서브가 잘 들어갔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치 조코비치의 플레이 스타일을 전혀 연구하지 않은 듯, 반템포 빨리 치는 조코비치의 페이스에 완전히 당황한 듯 했다. 자신의 장기였던 랠리는 조코비치가 공을 때릴 때마다 스타트 포인트를 완전히 잃어 신체균형이 무너졌다. 긴장이 지나친 모양이었다. 그의 시야는 매우 좁은 듯 했고, 너무 서둘렀다. 반대로 조코비치는 이를 자각이라도 한 듯, 아주 평온하게 연습하듯 경기했다. 조코비치가 뭘 할게 없었다. 상대가 정신이 한 개도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스텝이 한 번도 없었던 듯한 우베르는 공을 죄다 날려먹었다. 그에게는 조코비치를 상대할 베짱이 없는 듯 했다. 유망주 우베르는 그렇게 윔블던 4R에서 퇴장했고, 이전 경기에서 잠시 숨찼던 조코비치는 다시 멘탈의 안정을 찾고 QF로 향했다. 


너무 밋밋한 움베르의 디펜시브 카운터


David Goffin(21) v. Fernando Verdasco
7-6(9), 2-6, 6-3, 6-4

   다비드 고팡David Goffin은 생애 세 번째 그랜드슬램 QF이자,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QF에 진출했다. 4R에서의 세 번의 도전 끝에 윔블던 QF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는 예상대로 접전이 예상되었다. 1세트는 치열했고, 2세트에서 베르다스코는 파워 포핸드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고팡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베르다스코의 백핸드는 포핸드와는 정반대로 소녀감성이 충만했다. 정말 그 백핸드만 아니라면, 그 허약한 백핸드만 아니었다면 베르다스코는 고팡을 대신했을지도 모른다. 백핸드가 상대에게 찬스를 남발해주자, 그의 포핸드는 점점 파워만 가득 찬 채 라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Guido Pella(26) v. Milos Raonic(15)
3-6, 4-6, 6-3, 7-6(3), 8-6

  당연한 듯 가볍게 라오니치가 이길 줄 알았다. 경기를 아예 구경도 안했다. 하지만 펠라는 놀라운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생애 첫 그랜드슬램 QF에 올랐다. QF 최고의 뉴비 스타는 Race to Milan에 있는 유망주들이 아니라, 낼 모레 서른을 바라보는 90년생 펠라가 되었다. 
  루마니아의 복식왕 마리우스 코필Marius Copil, 이탈리아의 노장 Andrea Seppi, 빅서버이자 윔블던 파이널 리스트 케빈 앤더슨Kevin Anderson을 물리친 펠라는 자신의 전적에 또다른 빅서버 이자 윔블던 파이널리스트의 이름을 올렸다. 훌륭한 왼손 서브와 발리를 가지고도 아르헨티나 출신이라 클레이코트에서만 성과를 낸 펠라는 드디어 윔블던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그의 QF 상대는 클레이 스페셜리스트 바티스타 어굿이다. 풋세트 접전까지 끝낸 그가, 서브의 이점 따위 금방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릴 바티스타 어굿에게 서브의 이점을 잘 살려낼지가 관심포인트가 될 듯 하다. 


벌써 두 번째 풀세트 역전승 Pella
이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중계도 안했지만..


Roberto Bautista Agut(23) v. Benoit Paire
6-3, 7-5, 6-2

  이 대진에서의 두 선수는 딱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졌다. 성실함의 상징 어굿과 장난스러운 페르. 경기 결과는 이미 예견 된 건지도 모르겠다. 페르의 무거운 서브와 알찬 기교가 좋긴 하지만, 그가 어굿의 랠리를 견뎌내기는 아무리 잔디코트라도 어려워보였다. 페르의 멘탈은 서서히 망가져갔고, 결국 그랜드슬램 4R라는 벽을 이번에도 깨지지지 않았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도 QF에 오르며 개인통산 그랜드슬램 최고성적을 거둔 어굿은 QF에서 구이도 펠라를 만나게 되었다. 그가 어굿에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기에 그는 개인 통산 최초 그랜드슬램 SF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 수퍼 대진운 노박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그가 유일해 보인다. 


Sam Querrey v. Tennys Sandgren
6-4, 6-7(7), 7-6(3), 7-6(5)

  퀘리가 여유있게 승리할 줄 알았으나, 퀘리와 샌드그렌은 마치 서로 자신이 더 미국식 테니스에 어울린다고 자랑하는 듯 서브 앤 포핸드의 향연을 보여줬다. 타이브레이크는 당연했고, 샌드그렌에게도 찬스가 있었던 듯 하나, 관록의 퀘리가 승리했다. 확실히 퀘리는 상대의 공이 노말하게 오는 한 백핸드를 잘 쳐내는 듯 하다. 


Joao Sousa v. Rafael Nadal(3)
6-2, 6-2, 6-2


요즘 백핸드 쩌는 라파


  키리오스는 정말 큰일을 했다. 나달은 키리오스를 제물로 확실히 윔블던에서의 폼이 올랐다. 소사가 나달의 상대가 안되는 선수였다는 건 차치하고도 나달의 움직임이 너무 좋았다. 나달이 공을 쫓아가는 속도는 마치 전성기적의 모습을 보는 듯한 정도였다. 또한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때때로 서브라인 근처로 떨어지는 짧은 공일 때 잔디에서의 나달은 네트에 꼴아박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게 얄짤없었다. 망설임없이 그대로 밀어쳤다. 소사가 랠리를 잘해냈던 장면도 자주 나왔으나, 나달은 그것마저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이 끝까지 쫓아가서 카운터를 날렸다. 자기의 플레이어 박스를 보며 도대체 어떡해야 하냐고 소리치는 소사의 마음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나달은 키리오스의 서브도 받았었는데, 이정도 서브쯤이냐 하며 소사의 서브를 너무 쉽게 리턴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나달의 서브게임이다. 나달은 리턴게임이 워낙 좋아서 그렇지, 나달은 서브게임을 내주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특히 나달이 부진하던 시절은 리턴게임보다 서브게임이 확실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키리오스와의 경기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서브게임을 보여준 것은 물론, 아예 쏭가와 소사와의 경기에서는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 자체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서브게임을 압도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st 서브 득점률에서 1R 78%, 2R 82%, 3R 89%, 4R 86% 라는 무슨 빅서버들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키리오스와의 경기 이후에 확실히 더 늘어난 걸 보면 나달의 서브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상당해진 것 같다. 
  나달의 QF 상대는 드디어 만나는 거구의 빅서버 샘 퀘리Sam Querrey다. 확실히 나달이 승리하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나달이 키리오스와의 경기 이후로는 딱히 땀을 흘리는 모습이 잘 안보일 만큼 여유있게 승리를 챙기며 체력을 아꼈고, 키리오스의 서브를 겪은 만큼 자신감도 차있다. 게다가 나달이 서브게임에 자신감이 있는 만큼 타이브레이크로 가더라도 나달에게 충분히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윔블던은 잔디고, 퀘리는 빅서버라는 점은 남아 있다. 퀘리의 서브는 확실히 강력하긴 하다. 물론 현재 나달의 폼이 너무 좋아서 샘 퀘리가 나달의 포핸드를 백핸드로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하고, 나달의 좋아진 서브게임을 퀘리가 브레이크할 수 있을까도 싶다. 경기 초반이 중요하다. 1, 2세트를 연타로 나달이 잡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세트까지 1:1로 가버리면 나달에게는 체력적 부담이 될 것이다. 이기더라도 다음 상대가 페더러 일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퀘리는 딱 2016년 조코비치와의 경기를 떠올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 될 듯하다. 빅4를 상대로 이런 빅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무조건 한 두 세트는 준다고 봐야된다. 

Kei Nishikori(8) v. Mikhail Kukushikin
6-3, 3-6, 6-3, 6-4

  쿠쉬킨이 커리어 하이인데다 노장이어서 니시코리가 3:0으로 이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 세트를 내줬다. 니시코리가 2연속 윔블던 QF 진출에 성공했다. 무언가 고단했던 2018 윔블던에 비해, 니시코리의 2019 윔블던은 훌륭한 대진운 덕에 무난하게 QF에 올랐다. 평생 재활해야할 듯한 발목 덕에 피로한 경기가 생겨버리면 바로 다운되어버리는 니시코리는 QF에 오르는 동안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를 만난 적도 없고, 세트를 내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주 여유로운 대진 덕에 체력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니시코리의 다음 상대는 황제다. 니시코리는 황제에게 6연패를 당하다가 지난 2018 WTF RR에서 오랜만에 승리했다. 그러나 니시코리에게는 별로 가망이 없어 보인다. 니시코리의 컨디션에 문제가 없고, 니시코리가 황제와의 유일한 그랜드슬램 대결이었던 2017 호주오픈에서 선전하긴 했지만, 이곳은 윔블던이고 윔블던은 황제의 로마다. 잘가라 니시코리.. 아쉽지만 안녕..


Matteo Berrettini(17) v. Roger Federer(2) 
6-1, 6-1, 6-2


유망주 이제 완전 안녕..


  매우 기대했던 경기다. 아예 안보던가 혹은 보다 말다 하며 대충 봤던 다른 경기들에 비해, 황제와 베레티니의 경기는 1분 1초도 놓치지 않고 풀로 지켜봤다. 그리고 굉장한 허망함을 느껴야 했다. 멍청한 베레티니 자식. 녀석은 움베르와 마찬가지로 쫄았는지, 찬스볼도 다 날려먹었다. 그가 잘한 게임은 경기 첫 자신의 서브게임 뿐이었다. 예상대로 그는 페더러의 다양한 공격 방법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렇게 브레이크를 당하기 시작하자, 그는 당연한 듯 황제의 브레이크 숫자를 늘려줬다. 심지어 브레이크 포인트 방어도 못했다. 그는 7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찬스를 내줬고 그 중 방어에 성공한 건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오히려 황제가 당황한 듯 했다. 이 새끼 왜 이렇게 쉽게 끝내버리지? 하고 말이다. 
  황제는 다시금 테니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탑스핀, 파워샷, 드랍샷, 드랍발리, 하프발리, 롱 슬라이스, 쇼트 슬라이스, 스매시 등등 아주 여유롭게 스텝을 밟아가면서 단 한 차례도 서두름 없이 편안하게 게임을 운영했다. 아마 땀도 안났을 거다. 조코비치와 마찬가지로 황제는 아주 훌륭한 연습을 센터코트에서 했다. 
  베레티니는 자신이 황제한테 안된다는 것을 너무 빨리 깨달은 듯 했다. 그의 포핸드가 페더러의 발리에 여러차례 발리자 힘이 너무 빠진 듯 했고, 짧은 공 기교 대결에서도 황제의 순발력에 감탄만 하는 듯 했다. 그의 퍼스트 서브는 여러차례 황제의 가벼운 리턴에 주도권을 내줬다. 맞다. 그는 쫄았다. 
  그래도 베레티니에게 희망은 있을 거다. 그의 포핸드는 조준 잡는데 타이밍이 더 필요해서 그렇지, 어쨌건 기본에 충실한 포핸드다. 다만 그 포핸드가 준비자세가 워낙 느린데다, 백핸드도 조금만 무빙하며 샷을 치면 전부 날라가기에, 그는 서브를 확실하게 살리던지, 발리를 확실하게 살리던지 어쨌건 보완이 필요할 듯 하다. 잔디 시즌 끝났으니 이제 그가 재미 볼 시간은 지난 듯 하다. 








N. Djokovic : D. Goffin  =  80 : 20
R. Bautista-Agut : G. Pella  =  70 : 30
S. Querrey : Rafael Nadal  =  25 : 75
Nishikori Kei : Roger Federer =  25 : 75




2019년 7월 7일 일요일

16 at SW19



윔블던의 16강 대진이 확정됐다. 


section 1 : Novak Djokovic(1) v. Ugo Humbert
section 2 : David Goffin(21) v. Fernando Verdasco
section 3 : Guido Pella(26) v. Milos Raonic(15)
section 4 : Roberto Bautista Agut(23) v. Benoit Paire

section 5 : Sam Querrey v. Tennys Sandgren
section 6 : Joao Sousa v. Rafael Nadal(3)
section 7 : Kei Nishikori(8) v. Mikhail Kukushikin
section 8 : Matteo Berrettini(17) v. Roger Federer(2) 


-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관심받는 화제는 유망주들이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 였다. 과연 윔블던에서 빅4를 넘어서는 새로운 스타, 새로운 세대의 집권이 생길 것인가가 기대 포인트였다. 그러나 기대는 허망했다. 4R에 올라온 16명의 선수들 중에서 95년 이후 출생 선수는  프랑스의 우고 움베르Ugo Humbert(98년생), 마테오 베레티니Matteo Berrettini(96년생), 단 두 명에 불과하다. 1990년 이후 출생으로 잡으면 David Goffin(90), Milos Raonic(90), Guido Pella(90), Tennys Sandgren(91) 포함 6명이다. 


즈베레프도 아니고, 티엠도 아니고, 키리오스도 아니고, 치치파스도 아니고, 
펠릭스도 아니고, 샤포발로프도 아니고, 카차노프도 아니고, 티아포도 아니고, 
프리츠도 아니고, 드 미노도 아니다. 
그는 우고 움베르Ugo Humbert다. 


-  1981년 생인 Roger Federer는 베레티니가 탄생한 해에 ITF 주니어 투어를 돌기 시작했고, 훔버트가 태어난 해에 주니어 윔블던을 우승했다. 페더러는 81년, 베르다스코는 83년, 나달은 86년, 조코비치/퀘리/쿠시킨은 87년, 어굿은 88년, 니시코리/페르/소사는 89년 출생이다. 결국 16강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대다수가 노장 선수들이다. 

- 의외의 선수가 있다면 테니즈 샌드그렌Tennys Sandgren 정도가 있겠다. 2018 호주오픈 QF에 진출해 정현에게 가볍게 털린 것으로 이름을 알렸던 샌드그렌은 이번대회에서도 인내의 상징 쥘 시몽Gille Simon과 파워의 파비오 포니니Fabio Fognini를 예상을 뒤엎고 물리치며 4강에 이름을 올렸다. 

- 4R에서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첫 번째 경기는 마테오 베레티니와 로저 페더러의 경기다. 관심 유망주 마테오 베레티니는 끈기의 슈와르츠먼을 풀세트 접전 끝에 셋업하고 로저 페더러를 만나게 되었다. 나름 빅게임 경력이 풍부한 슈와르츠먼이 역시나 유망주 베레티니를 탈락 시키는 줄 알았으나, 베레티니는 기어이 4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얻어냈고, 체력이 빠진 슈와르츠먼에게 5세트도 얻어내며 역전승 했다. 잔디코트와의 최고의 상성을 자랑하며 4R까지 진출한 베레티니가 진정한 잔디의 황제 페더러를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 지가 기대된다. 베레티니의 플레이스타일이 그리 다양한 옵션을 담고 있지는 못하기에, 사실 테니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전부 공격 옵션으로 쓰는 페더러를 상대로 승리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는 것 같기는 하지만, 유망주 특유의 도전의식과 끈기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산도 있다. 특히 페더러가 5세트 경기에서는 경기가 길어질 때 꽤나 당황하는 기색이 있기에 베레티니는 어떻게든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면서 경기를 길게 끌고 가야한다. 


페옹께서는 9번째 윔블던 타이틀을 위한 스트로크 연습을 끝내셨다.
베레티니, 너가 아웃도어 하드에서도 잘할 것 같진 않다. 


- 두 번째는 노박 조코비치와 우고 움베르의 경기다. 조코비치가 이번 윔블던에서 만난 상대는 노장 필립 콜슈라이버와 미국의 데니스 쿠들라다. 콜슈라이버는 이길 데로 이겨본 상대고 쿠들라와는 커리어 첫 경기였지만 나름 투어에서 오래있었던 선수라 조코비치에게 위협이 될만한 패기가 있는 선수는 아니다. 경기는 가볍게 끝났다. 
  조코비치에게 처음으로 풍파를 일으킨 선수는 허버트 허카츠Hubert Hurkacz였다. 조코비치는 그에게 처음으로 세트를 내줬다. 196cm의 장신의 파워풀한 서브에 조코비치는 애를 좀 먹었다. 이 어린 애송이 선수는 바로 직전 프랑스오픈의 클레이코트에서 조코비치를 처음으로 만나 허망하게 털리긴 했으나 윔블던은 잔디는 리프레쉬한 기분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리턴왕 조코비치에게 리턴 게임을 쉽게 내주지 않았고, 1세트에서 아쉽게 브레이크를 당하긴 했지만, 그는 패기를 보여주며 2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를 성취했다. 비록 허카츠가 3세트부터 털리긴 했지만, 조코비치에게 부담을 주는데는 성공했다. 그렇다. 조코비치는 유망주에게 약점이 있다. 
  프랑스 선배인 가엘 몽필스Gael Monfils에게 역전 기권승을 거두고, 촉망받는 유망주인 펠릭스 오거 알리아심Felix Auger-Aliassime을 가뿐하게 셋업한 우고 움베르는 불과 얼마 전까지 챌린저 대회에서도 삽질하던 98년생 싱그러운 유망주다. 발리를 존나 좋아한다는데, 그냥 미친듯이 공격적인 베이스라이너의 모습을 보이는 이 왼손잡이 유망주는 공을 얼마나 때려대는지 공격하는 스트로크가 짧게 가는 공이 거의 없고, 베이스라인 밖으로 떨어지는 에러가 대부분일 정도로 직선적인 공격을 때리는 데 올인하는 타입이다. 그는 무조건 닥치고 공격이며, 상대의 공격에 대해서도 다운 더 라인으로 받아치는 데 대해 망설임이 없다. 그리고 그는 러닝 스트로크를 하는 데에 있어 매우 유연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한 건 조코비치의 공이 그가 세게 때리기에 좋은 공이라는 거다. 따라서 플레이스로 쇼부보는 조코비치의 랠리를 움베르의 유연성이 얼마나 커버하는가가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왼손잡이라 조코비치의 백핸드를 왼손 포핸드로 마주할거라는 것도 움베르에게 희소식이긴 하다. 뭐 그렇다고 움베르가 승리할 거라는 예상은 어렵다. 다만 다비드 고팡이나 베르다스코보다는 움베르가 조코비치를 위협할 확률이 높다는 것 뿐이지. 


조코비치에게 새로운 왼손 포핸드를 보여줘라 움베르!!


-  나머지 경기는 그냥 무~난~하다. 나달은 가뿐하게 승리할 거고, 니시코리와 샘 퀘리도 무난하게 승리할 거다. 왼손서브 펠라와 오른손 서브 라오니치의 서브대결도 볼만하겠지만, 아무리 라오니치가 백핸드가 망가졌다고 해도 그래도 윔블던 결승경험도 있는 라오니치의 승리가 예상되고, 고팡과 베르다스코의 경기는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갈릴 것 같다. 왼손 파워 포핸드가 팍팍 잘들어가면 베르다스코가 이기는 거고, 고팡 백핸드가 터지면 다운더라인에 베르다스코가 무너지는 거다. 어굿과 페르의 경기는 기교의 페르가 유리할 것 같지만 왠지 어굿의 성실함이 4~5세트로 끌고가 승리로 이끌 듯 하다. 

- 2R에서 난적 닉 키리오스Nick Kyrgios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나달은 3R에서 매우 가뿐한 움직임을 보이며 쏭가Jo Wilfred Tsonga를 물리친 나달에게 이제 다음 위협은 QF에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샘 퀘리Sam Querrey다. 이스트본에서 잔디 감잡고 윔블던에서 슬러거 티엠Dominic Thiem과 루블레프Andrey Rublev를 간단히 잡고 4R까지 순항한 샘 퀘리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윔블던에서 거물 조코비치와 머레이를 모두 잡은 적이 있으며, 아카풀코 인도어 하드에서 나달을 가뿐하게 잡아본 적이 있는 이 빅서버가 과연 얼마나 그 때의 경험을 자신감 충전된 나달을 상대로 보일 수 있을지가 문제다. 나달이 2017년 쥘 뮐러를 상대할 때처럼 초반에 당황해버리는 게 아니라면, 나달의 승리가 예상되나, 다음 대진이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일 것으로 보이기에 나달로서는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퀘리가 선전할 것으로 보이나, 나달이 키리오스 잡으면서 자신감 200% 충전한 거 같아서 아무래도 나달의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믿기어렵지만.. 
선수생활 마감해가는 듯한 쏭가와 나달은.. 불과 한 살 차다.


- 과연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클래식 대진이 11년만에 무려 윔블던에서 펼쳐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대진의 승리자가 과연 조코비치의 타이틀 방어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아마 안될 것 같아서 빡친다.) 과연 대회는 이대로 노박의 2연패이자 5번째 윔블던 우승으로 끌날 것인가.  

- 힘내라 움베르. 조코비치 머리 속에 왼손은 나달이나 베르다스코의 탑스핀 포핸드 밖에 없을거다. 충분히 당황시킬 수 있다. 유감스럽지만, 고팡이든 베르다스코든 잔디에서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나마 확률이 있다면 어굿이 올라오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마저도 불안하다. 힘내라 움베르. 조코비치는 라인 가까이에 붙어서 반템포 빨리 붙어 치고 있다. 충분히 틈이 나올 거다. 힘내라 움베르. 



N. Djokovic : U. Humbert = 65 : 35
D. Goffin : F. Verdasco = 55 : 45
G. Pella : M. Raonic = 35 : 65
R. Bautsta-Agut : B. Paire = 65 : 35

S. Querrey : T. Sandgren = 75 : 25
J. Sousa : R. Nadal = 5 : 95
K. Nishikori : M. Kukushikin = 80 : 20
M. Berretini : R. Federer = 30 : 70




2019년 7월 5일 금요일

RAFA keeps going



  2019 The Championships, Wimbledon 2R
  Rafael Nadal(3) v. Nick Kyrgios
  6-3, 3-6, 7-6(5), 7-6(3)



잘가라 키리오스..
wimbledon.com



-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닉 키리오스Nick Kyrgios는 패배했고,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은 승리했다. 대략 맞아 떨어진 것도 있다. 그들은 4세트 동안 타이브레이크를 두 번 갔다. 나달의 2019 타이브레이크 전적은 4-3, 키리오스는 12-5. 하지만 이번 맞대결 중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는 전부 나달의 승리로 끝났다. 세트 스코어는 3:1로 끝났다. 브레이크는 단 네 번 있었고, 나달이 두 번 키리오스가 두 번을 기록했다.  

- 키리오스는 전 날 pm11:00에도 윔블던 근처 바에서 발견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한 기자를 보며 바에서 본 사람이라고 웃음 짓기도 했다. 바에서 쩔지 않았다면 경기력이 더 좋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질문한 기자를 가리켜 틀림없이 지루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며 오히려 비웃었다. 



뭐 시바 내일이 결승도 아닌데 바에서 좀 놀지 뭐..
the times


- 키리오스는 프랑스오픈이 진행중이던 지난 5월 호주의 한 팟캐스트 방송에 등장해서 나달과 조코비치를 까댔다. 이 관심종자 애송이는 나달이 Salty(찌질한)하다고 했고, 토니 나달은 idiot(멍청이)라고 불렀으며, 조코비치는 cringeworthy(보기 오그라드는)라고 했다. 그리고 앤디 머레이는 최고(the best)라고 했으며, 로저 페더러는 G.O.A.T라고 했다. 
  이 경솔한 주둥이는 조코비치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데 안달난 것 같다고 지적했으며, 그가 페더러처럼 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G.O.A.T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말했고, 자기가 보기에는 앤디 머레이가 노박 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라고 했다. 
  그는 나달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반대(polar-opposite)이라고 말하며, 존나게 쿨한 자신과는 달리 salty한 나달은 자신이 이겼을 때 그걸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이 고졸새끼는 토니 나달이 자신을 가리켜 교육이 부족하다고 했다면서, 자신은 학교를 무려 12년이나 다니며 교육을 잘 받았다고 자랑했다. 심지어 자신이 그의 친척을 이겼으니 그 idiot이 화난 것도 이해한다는 넓은 배포를 자랑하기 까지 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보다도 쿨한 이 쿨쟁이는 왜 자신이 욕을 쳐먹고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고, 윔블던 승리 후 나달에게 관심받지 못한 것에 굉장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이 쿨쟁이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대해 노박은 자기도 어릴 때 그랬다면서 차차 life-lesson을 배우게 되지 않겠냐고 했고, 나달은 항상 그렇듯 아예 언급도 안했다.


그래 그럴수도 있어.. 나도 니 땐 그랬다...


- 키리오스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등 빅3가 자신만 만나면 절대 지지않을 듯이 지나치게 애쓰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남극점 쿨가이는 그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를 만날 때만 죽일 듯이 달려드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 듯 하다. 

- 1세트를 허망하게 내준 키리오스는 심판에게 지랄하기 시작했다. 키리오스의 챌린지 신청을 심판이 지나쳤을 때 부터 시작이었다. 키리오스는 나달이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며, 나달에게 경고를 주라고 심판에게 소리쳤다. 궁시렁 궁시렁 거리고, 비아냥 거렸고, 심판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심판은 키리오스에게 경고를 줬다. 그 때부터 키리오스는 발광하는 걸 관뒀다. 대신에 중얼거리고 건들거리는 걸로 불만을 표출했다. 심지어 그는 코트 체인지 동안 쉬지도 않고 바로 반대편 코트로 넘어가 서있는 걸로 항의했다.  


키리오스 하이라이트
the india times


- 2세트 4-3 상황에서의 키리오스의 폭풍 지랄은 나달의 멘탈에 영향을 끼쳤다. 나달은 키리오스의 지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지랄이 자신의 집중에 방해가 됐음을 인정했다. 2세트에서 나달은 브레이크를 당한 후 곧바로 브레이크를 해내는 데 성공하며 3-4를 만들었으나, 자신의 서브게임을 놓치며 그대로 3-6으로 세트를 내줬다.

- 키리오스는 3세트 4-4, 40:15 상황에서 네트 가까이에 있던 나달을 향해 러닝 포핸드를 때렸다. 공은 사실 나달의 몸에 맞지는 않았다. 공은 나달이 들고 있던 라켓을 맞고 떨어졌다. 키리오스는 사과의 표시를 하지 않고 몸을 건들거리며 양손을 들어 야유하는 관중을 도발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나달은 뒤돌아서며 키리오스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저 애송이새끼 패죽이까..
daily express


-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오기찬 호주출신 관심종자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나달을 노리고 공을 때렸다고 말했다. 자신은 나달의 라켓을 맞춘거지 나달을 맞춘 것도 아니고, 나달은 그랜드슬램 우승도 많고, 돈도 많을 텐데 그 정도는 맞어도 괜찮으니 자신은 나달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 키리오스는 두 번의 언더서브를 보여줬다. 하나는 에이스가 되었으며, 다른 하나는 나달이 포핸드로 받아쳤으나 네트에 걸리면서 포인트가 되었다. 첫 번째 서브에 관중들은 환호를 보냈으나, 두 번째 서브 때는 관중들로부터 미친듯한 야유가 쏟아졌다. 첫 번째는 뭐 이벤트 정도로 본 듯 하나, 두 번째는 경기의 텐션이 높아지고 있을 때였고, 키리오스가 개지랄 난리를 떨고 있는 걸 충분히 본 후 였으니 야유가 쏟아진 듯 했다. 한 번은 그렇다쳐도 뭘 그런 짓거리를 두 번씩 하냐는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키리오스의 서브는 정말 엄청났다. 나달의 리턴게임은 초스피드로 끝났다. 키리오스는 37개의 에이스를 기록했고 브레이크포인트는 고작 5번만 허용했다. 1st 서브 득점률은 76%, 2nd 서브 득점률은 57%였다. 수치는 대단치 않을지 모르지만, 키리오스의 서브는 그 이상의 아우라를 뽐냈다. 나달은 키리오스의 서브가 워낙 강력해서 그랬는지, 거의 모든 서브 때 스플릿 스텝을 한 발 먼저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고, 세컨 서브 때도 베이스라인 근처로 다가오지 않았다. 

- 하지만 나달의 서브게임은 더욱 대단했다. 나달의 서브게임 또한 키리오스의 그것과 비슷하게 끝났다. 나달은 키리오스에게 찬스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1st 서브 득점률은 82%, 2nd 서브 득점률은 71%였다. 서브가 확실히 좋았고, 나달은 조금 더 빠른 템포로 공격에 나섰다. 키리오스에게 찬스를 거의 주지 않았다. 


에이스는 별로 없어도, 은근 짜증나는 나달의 서브
특히 이번 경기에는 플랫서브가 돋보였다.


- 키리오스는 확실히 나달에 비해 랠리 지속 능력이 매우 부족함을 보였다. 분명 키리오스는 나달의 공을 카운터로 잘 받아쳐낸다. 하지만 테니스 코트에서 어른 들이 종종 말하는 교훈이 있다. "한 번 더 기다려라" 나 같은 혈기만 믿는 애송이들에게 공을 냅다 때리지 말고 한번 더 랠리를 하면서 주도권을 천천히 잡아가라는 말이다. 키리오스는 그게 잘 안됐다.

- 키리오스가 전날 저녁에 바에서 맥주나 쳐먹고 놀지 않았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을 것은 명백하다. 키리오스는 서브 그리고 네트 근처에서의 터치플레이를 제외하면 사실 랠리에서는 그작 그랬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키리오스는 멘탈은 물론, 체력문제를 일으키며 결국 아무것도 안되는 모습만 보였다. 그는 나달의 서브 게임을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자빠지는 관심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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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달의 주요 승리 요인으로 백핸드를 꼽아야겠다. 주요 장면에서 등장하며 눈에 띄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달의 강력한 크로스 백핸드는 여러 번 키리오스를 코트 밖으로 내몰았고, 다운 더 라인 백핸드도 탑스핀 보다는 공이 짧더라도 빨리 밀어치는 모습을 보였다. 키리오스에 대한 대비였는지, 나달은 확실히 랠리 시 백핸드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쳤다. 

- 나달의 멘탈. 나달은 종종 올타임 멘탈왕으로 꼽히곤 한다. 대다수의 선수, 코치, 전문가 등등이 나달의 가장 큰 강점으로 정신력(mental strength)을 꼽는다. 나달이 어린 시절, 삼촌이 토니 나달이 나달이 실수했을 때, 물 한 방울 주지 않고 땡볕 코트에 하루죙일 서있게 했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나달의 어머니가 물을 갖다주자, 토니 나달은 나달의 어머니에게 개지랄을 했다고 한다. 사실 아동학대 수준으로 나달은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도 삼촌과 30여년의 시간 동안 코치관계로 보냈다. 나달은 절대 라켓을 부수지 않는다.  황제 페더러가 볼보이에게 짜증내고, 조코비치가 라켓을 허구헌 날 박살 낼 때도 나달은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친절하지않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랄을 보이지는 않는다. 
  키리오스가 경기도중 심판에게 개거품 개지랄 개난리를 치고 있는 동안 나달은 묵묵히 자리에 있었다. 자신의 루틴에 대해 지랄하는 내용을 다듣고도 가만 앉아있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져 공격이 몇 센치 라인을 벗어나거나 네트에 걸린 것 뿐이었다. 그것도 한 게임에 그쳤다. 언더서브에이스가 나왔을 때도 웃어넘겼고, 두 번째 언더서브가 나왔을 때도 포핸드리턴이 네트에 아쉽게 걸린 것을 아쉬워할 뿐이었다. 키리오스가 자신을 공으로 맞추고, 코트 저편에 서서 건들거리며 비아냥 거리는 모션을 취할 때도 나달은 집중력을 유지했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모두 지키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에 키리오스의 지랄에 대해서 말을 아꼈고, 오히려 키리오스가가 잠재력을 지닌 선수이며 그랜드슬래머의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가 공으로 자신을 때린 것에 대해서는 단지 때때로 위험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다. 
  만약 나였다면 에러와 더블 폴트를 남발했을 거고, 존 메켄로John McEnroe 처럼 같이 개지랄했거나, 인터뷰에서 키리오스가 멍청한 애송이자식이라고 비웃거나, 라켓으로 두들켜팼거나, 총으로 저 멍청한 애송이의 머리통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달은 그러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루틴과 서브에 집중했고, 공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받아쳤다. 그리고 승리했다. 
  키리오스의 개지랄과 관심쇼로 점철된 이 경기가 윔블던 최고의 아름다운 경기가 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나달의 성실함과 포용력 덕분일 것이다. 


the King of Clay on G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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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내용이라든가, 나달의 승리에 대해서 딱히 분석할 것도 없다. 나달의 서브와 백핸드는 확실히 무기였고, 나달은 과거 페더러가 키리오스를 상대하면서 그랬듯 질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그의 엄청난 멘탈은 키리오스의 난리를 전부 받아 삼켰을 뿐이었다. 반면에 키리오스는 멘탈에서 완전히 패했다. 그의 서브는 여전히 엄청났고, 그의 네트에서의 터치는 그가 왜 현 테니스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우는 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멘탈은 여전히 엉망진창이었고, 몸상태는 제대로 랠리를 할 준비가 안되어있는 듯 했다. 그는 타이브레이크에서의 너무나도 소중한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들을 그냥 세게 후려치는 데 소비했다. 그의 패배는 명백했다. 


백슬라이스 리턴으로 재미 좀 봤던 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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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리오스가 병신같은 소리들만 늘어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경기에서 부족했음을 인정했고, 나달이 훌륭했으며, 라파, 노박, 로저가 이룬 것들에 다가가기에는 프로페셔널함을 비롯 자신에게 부족한 게 많고, 자신은 아직 그랜드슬래머에 다가가기엔 이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greatest player이며 본인이 얼마나 원하는 지에 따라 성취를 이룰 것이라는 쿨함을 빠뜨리지도 않았다. 

- 어쨌든 나달은 나의 예상을 뒤엎고, 근성과 긍지를 보여주며 윔블던 3R에 진출했고, 호주 출신 관심종자는 이제 호주로 가서 클럽과 서핑이나 즐길 시간을 마련했다. 나달의 다음 상대는 조 알프레드 쏭가Jo-Alfred Tsonga이다. 쏭가가 2000년대 후반의 전성기적 모습에 비하면 폼이 많이 떨어져 있어 나달에게 그리 어려운 상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페더러를 만나기 전까지, 포트나이트 최고의 위협을 넘은 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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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가지 희소식은 나달의 4R 예상 상대이자, 키리오스 다음으로 위협적인 상대였던 마린 칠리치Marin Cilic가 포르투갈 넘버 원 호아 소사Joao Sousa에게 4-6, 4-6, 4-6 으로 패배하며 탈락했다는 소식이다. 소사의 3R 상대는 영국의 다니엘 에반스Daniel Evans인데, 두 선수 모두 랠리 위주 선수인데 랠리 능력이 나달에 도전할 수준이 못 된다. 여기에 QF 상대는 샘 퀘리Sam Querrey 혹은 파비오 포그니니Fabio Fognini가 될 것으로 보인다. 4R까지는 수월하지만, QF의 빅서버 샘 퀘리나 파워히터 포그니니는 조금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견뎌내면, 존 이스너John Isner가 이변의 탈락을 한 이상, 무난하게 페더러와 SF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존 이스너 만큼 무서운 빅서버 샘 퀘리..
Bravo TV

- 아 참, 그리고 이번 윔블던 기대주 두 명 까먹었다. 한 명은 96년생 마테오 베레티니Matteo Berrettini, 다른 한명은 지리 베슬리Jiri Vesely. 베레티니는 이번 잔디시즌 메르세데스컵에서 키리오스, 카차노프를 포함해 잔디의 까다로운 선수들을 전부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했고, 할레오픈에서도 고팡에게 털리기 전까지 SF까지 오르며 페더러를 만날뻔 한 선수다. 강력한 플랫서브와 정제된 포핸드, 준수한 발리와 백핸드 슬라이스로 잔디에서 마치 30대 선수 같은 노련한 경기운영을 보인 선수다. 그의 안정된 포핸드는 클레이나 하드에서는 좀 어정쩡해질지 몰라도, 적어도 잔디에서는 물수제비하듯 미끄러지며 빠진다. 게다가 그걸 코트 전후로 플레이스를 조정하는 노련함은 잔디코트에서의 그의 선전 이유를 증명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1R에서 컷오프 시키며 3R까지 진출한 지리 베슬리도 상당히 선전이 기대되는 선수다. 좀 느리기는 하지만 거대한 신장에서 나오는 왼손파워서브. 왼손 포핸드의 이점. 플랫공이 주가 되는 잔디에서는 어느 정도 밀어쳐지는 백핸드. 나름 발리. 베슬리의 파워플레이는 수준급 테크니션, 기교플레이어를 만나기 전 까지는 버틸 것 같긴 한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질 것 같긴하다.
  이 두 선수 모두 3라운드까지 무난히 진출했고, 베레티니는 단신 클레이 스페셜리스트 디에고 슈와르츠먼Diego Schwartzman을 앞두고 있고, 베슬리는 기교파 브루노 페어Bruno Paire를 만나 약간은 힘들어 하는 중이다. 


물수제비 치는 포핸드의 베레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