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제발 좀 빨리 꺼져줬으면 좋겠다.



1.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이 거장은 항상 정확한 시간이 되면 산책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산책 시간 어긴적이 딱 두 번 있는데, 한 번은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늦은 것이고, 다른 한 번은 프랑스 혁명을 다룬 신문을 읽다가 늦었다고 한다.


  2011년 모하메드 부하지지라는 한 청년의 죽음을 시작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혁명의 물결에 물들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까지 전공한 그는 취직이 안되자 트럭 과일 노점을 시작했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팔던 과일과 트럭을 튀니지 당국에 모조리 압수당했고, 이에 그가 돌려달라고 호소하자 돌아온 건, 묵살과 뇌물 요구 밖에 없었다. 그는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분신 자살을 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강압수사를 못 이기고, 저택 뒷산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국민들은 분노했고, 거리에 나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진행됐다. 장례를 맡았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국민장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국민들은 거리에 나와 슬픔을 쏟아냈다.




2.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분노와 허무감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타협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면 성공한다." 라는 상징이 "타협하지 않고 소신을 지켜면 자살하게 된다."는 상징이 된 꼴이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도, 그리고 나중에 봉하마을에 가서 그를 추모할 때도 나는 눈물을 수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국민장에 가지 않았다. 딱히 이유같은 건 없다. 그냥 가지 않았다.


  한 때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을 시작으로 프랑스 혁명사에 심취하여 관련한 자료를 끝없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적 사건의 진행 과정을 반추할 때면, 알수없는 흥분이 느껴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해야할 이유도 없었지만, 나는 도서관 한구석에 쳐박혀 끊임없이 읽어댔다. 스스로 대견해했다. 또한 왜 나는 이런 역사적 시대에 없었을까 아쉬워했다. 


  2011년 혁명에 대해 알게 된 건 그 쯤이다. 혁명이 끝나고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던 즈음이다. 프랑스 혁명이란 과거에 흥분했던 나는 내가 바로 살고 있던 시대에 있는 혁명을 새까맣게 잊어먹고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칸트는 신문보다가 평생을 지킨 산책시간도 놓쳤다는데, 나는 귀막고 골방에 쳐박혀 과거나 빨며 자만하고 있던 꼴이었다. 이 후 나는 부채의식에 짓눌렸고 내 미래 설계는 크게 변했다. 




그리고 오늘.


  시위 인원이 추산 100만을 넘었다는 뉴스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건국 이래 최대 인원이다. 인원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상당히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여전히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리 봐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여튼 그들은 그렇다고 한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과 방법을 검토중이라고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말이다. 제 1 야당인 더민주당의 지도부는 기어이 하야라는 말을 못하고, "손떼라"는 진심 바보 같은 구호를 들고 나섰다. TV조선은, 내자동에서 대치중이던 시민 한 명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몸싸움을 벌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폭력시위가 나라를 망칠 수 있다며 뭐 같은 소리를 늘어놨다. 이런 식으로 폭력시위가 계속된다면, 트럼프의 지지층과 같이 지지율에 나타나지 않는 박근혜의 지지층에 의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으름장은 보너스다.

  
  하지만 나는 시위에 나가지 않았다. 일이 끝나지 않아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비열하고 저급한 변명이다. 한 시라도 뛰쳐나가고 싶은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런 데 나가면, 막 신나고 재밌고 그래서 나간대"라고 지껄여대는 멍청이들 사이에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정말 정말 깊고 깊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어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 시국에 느끼고 있다는 바로 그 책임감과 사명감이었다.


  역사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리라고 그리도 다짐 했건만.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에 가자는 친구의 권유를 씹으며 쿨한 척 했던 것을 그리도 후회했건만. 그리도 역사적인 오늘,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다. 이런 시국에 뻘소리나 늘어놓으며, 뻘짓거리나 하고 있는 내 주변의 머저리들은 도무지 끝날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래도 그 머저리들보다 역겹고 위선적인 건 바로 나 자신일 거다.


  왜 이런 부끄러움과 치욕까지 느껴야 하는가.  잘못은 저들이 저질렀건만, 사사롭고 일상적이고 소시민 적인 삶에 잘 숨어 있는 내가 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가. 저들이 없었다면 이따위 치욕과 분노없이 어련히 무난한 일상을 넘겼을 것인데 말이다.


   정말 제발 좀 빨리 꺼져줬으면 좋겠다. 다시 소시민적 일상에 아무런 죄책감 따위 느끼지 않으며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말이다.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오늘 박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났다. 공개, 비공개 포함 13분 간의 회담의 내용은 여야가 합의하여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청와대는 그것을 따르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국민의 당 박지원 비대위장은, 청와대가 시간 끌기 전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이렇다. 

  청와대는 먼저 국회가 비토 할 것을 뻔한 상황에서도 김병준 총리 후보를 강행했다. 이어 한 발 양보하는 척 국회에 출석하여 여야가 합의한 후보를 내면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함으로써 공을 국회에 넘겼다. 하지만 국회가 여야가 합의된 총리 후보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여전히 사퇴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비박계 이탈의 위기까지 맞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야당인 민주당, 국민의 당, 정의당 또한 각자 입장을 달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총리 후보 인선" 문제로 각 당과 각 계파들 간의 경쟁구도가 벌어진다면, 후보 선정도 늦어지고, 총리 임명도 늦어지고, 특검도 늦어지게 된다. 이 상황에 최재경 민정수석을 통한 검찰 조율이 들어간다면 검찰수사 또한 늘어지게 된다. 청와대는 내부 수습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이러한 청와대의 포석이 결국 "국회 무능론", "국회 무용론"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판을 깔아줘도 못 먹는 무능한 국회에 대한 비난으로 현재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여론이 희석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상황을 초래해놓고, 국회 탓하려고 함정을 치는 영악한 청와대의 프레임 선점에 국회는 더욱 비상하게 움직이기 커녕 여전히 그냥 딜레마에 빠져있는 듯 하다. 여당은 오늘도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퇴하라고 그리도 소리쳤음에도 이정현 대표가 건재한 대서 오는 내부 갈등때문에 바빠보이고, 야당인 민주당은 거칠게 이야기하는 대권 주자들을 아침부터 모아 본인들의 신중론에 포함시키느라 애쓰는 듯했다. 국민의 당은 박지원 대표가 시원스러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당세가 적어서 인지, 주도자가 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와 중에 더불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JTBC 뉴스룸에 나와서 역시나 바보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들어갔다. 정권에만 욕심내고 있는 무능하고 오만한 야당의 이미지였다. 인터뷰에서 손석희 앵커는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야당의 단계적 퇴진론총리 인선 문제로 인한 시간 지연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여기에 우 원내대표는 단계적 퇴진론이 "야당이 요구한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하고, 외교, 안보 분야를 제외한 내정 전권을 대통령이 약속한다면, 퇴진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고, 시간 지연 문제는 쿨하게 "대통령이 약속만 한다면 금방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법적 근거가 없는데, 단지 대통령의 의견 표명 만으로 효력이 있겠냐는 지적이나, 조건에 시점이 없고 애매하다라는 손 앵커에 질문에 대통령의 의사표시가 진정성과 실효성을 갖추는 지 의총에서 결정할 것이다는 수준의 대답만 늘어놨다. 여론은 물론 대권 주자들 중에서도 하야나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는 언급에는 "광장에는 광장의 방식이 있고, 국회에는 국회의 방식이 있다."고 말했고, 중대한 결심이 있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른다. 대권 주자는 각자 알아서 할 것이고, 당론이 거기에 따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만 물었을 뿐인데 혼자 당론 어쩌고 언급하며 무덤을 팠다. 모르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손석희 앵커의 되물음에는 손 앵커의 당황스러움이 묻어있어 보일 정도였다. 대통령이 만약 야당안을 받아들이면, 내정 업무 분담은 어떻게 할거냐는 추가 질문에도 손 앵커의 유도 질문에 따라가는 수준만 대답할 만큼 전혀 준비가 안되있었다. 


   손석희 앵커가 사실 상 인터뷰가 아니라, 야당이 점수를 딸 수 있도록 아예 대놓고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상호 원내대표의 답변 수준은 개인적으로 완전히 기대이하였다. 그냥 순진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싶을 정도였다. 민주당은 이미 특검 제안이나, 거국 내각등을 먼제 말해놓고, 여당이나 청와대가 받아들이는 모션을 취하자, 상설 특검은 안된다거나, 자신들이 선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번복하는 삽질을 했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워낙 거대한 사안이라 넘어간 것이지, 아니었다면, 진작에 역공을 몇 번은 당해도 당했을 삽질이다. 그냥 준비도 안하고 막 뱉는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이번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뭐에 기대서 대통령의 의사표현을 신뢰하겠다는 건가. 업무 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없으면서, 무슨 야당 추천 총리인가. 다음 대선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언제 여야 합의하고, 언제 프로세스 만들고, 언제 후보 추천하고, 언제 업무분담 하나. 대통령 약속의 진정성을 그냥 자기 네 당 의총에서 다수결로 평가하면 끝인가.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대통령이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한들, 어떻게 이원집정부가 되는가. 청와대는 여전히 잘못에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미쳤다고 야당의 허수아비 놀음에 참여하겠는가. 이해찬 전 총리가 G20에 총리가 가니 상대도 안해주더라는 말 한마디에 외교는 그래도 대통령한테 맡기겠다는데, 대통령제서 내정 실권도 없는 허수아비 대통령은 G20서 상대해주나. 어설프게 자신들이 받은 당면 상황을 청와대에 떠넘기려는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민주당은 참으로 착각하며 사는 것 같다. 여론이 청와대에 등돌렸다고 당연히 자기 편일 거라고 또다시 자만하고 있다. 자기들이 벌써 뭐라도 된 마냥 건방지게, 내정 실권에 이름표 붙여놓고 있다. 다음 대선까지 얼마남지도 않았는데, 그 시간동안 내각제 흉내나 내며 정권놀이하겠다는 건가.  "국회는 국회, 광장은 광장" 발언 또한 다분히 선민적이다. 광장을 대표하는 것이 자기들 아닌가. 중간층을 의식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제도정당"이라는 되도 않은 워딩까지 섞어 굳이 MBC도 아니고 JTBC까지 와서 되도 않은 소리들을 해야했나 싶다. 질문을 하는 손석희 앵커도 계속 어이가 없는지, 그의 되물음이 자꾸 "니네 정말 그렇게 밖에 말 못하냐?"라는 말로 들렸다. 손 앵커가 힌트를 자꾸 던져줘도 알아쳐먹지도 못하고 바보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앉어있다. 우 원내대표를 보고 있자니, 손 앵커의 질문대로 국정공백의 책임이 고스란히 민주당으로 전부 다시 돌아갈 듯 싶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해, 대중들은 박근혜 정부 자체에 이미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이 말의 뜻이 "그래서 민주당 따위를 지지한다" 가 아니라, 그냥 이런 말도 안되는 사건이 생기는 정부 자체에 대한 보이콧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건 자체가 이미 현 질서 전체의 기강을 흔드는 것이고, 국가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박살내는 일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를 질타 하는 것이고, 대통령 하야를 주창하는 것이지, 무슨 야당 나부랭이들이 내각제 흉내나 내라고 나가서 시위하는 게 아니다. 

  역시나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민주당은 여전히 잿밥에 눈이 멀어 능력도 안되면서 무임승차하려고 벌써부터 설레있는 것 같다. 하야 정국이라는 엄청난 찬스에다 자멸하고 있는 여당까지 두고도, 줘도 못쳐먹는 민주당은 왠지 또 다시 역풍 맞고, 추미애 대표가 삼보 일배나 쎄빠지게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그냥. 





2016년 11월 6일 일요일

The world new no.1, Andy Murray






  2016 파리 마스터즈 대회가 치러지는 도중,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대회 8강에서 탈락하고, 2위 앤디 머레이Andy Murray가 결승에 진출 함으로써 앤디 머레이가 드디어 커리어 첫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로써 절대 무적 같았던 조코비치의 연속 세계랭킹 또한 122주(총223주)에서 마감되었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237주 연속 1위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록인지가 새삼스럽다.)


무려 1,915포인트나 차이나던 앤디 머레이는 어떻게 노박 조코비치를 역전하였는가.


  지난 월요일(10.31)에 발표된 랭킹에서 노박 조코비치는 랭킹 포인트 12,900점으로 1위, 앤디 머레이는 10,985점으로 2위였다. 작년 파리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000포인트를 벌었던 조코비치는 올해 파리 마스터즈 8강에서 14-0이라는 본인 최고 연승 상대였던 마린 칠리치Marin Cilic에게 4-6, 6<2>7로 첫 패배를 허용하며 탈락했다. 반면에 앤디 머레이는 4강 상대였던 밀로스 라오니치Milos Raonic가 기권하면서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1000포인트 중 180포인트만 방어에 성공했고, 지난 해 준우승에 그쳤던 머레이는 600포인트를 그대로 방어에 성공했다. 만약 존 이스너John Isner와의 결승에서 머레이가 승리한다면, 머레이는 추가 400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조코비치 dropping -820, 머레이 dropping 0


  여기에 다음 주 랭킹에는 작년 월드 투어 파이널ATP World Tour Finals 포인트가 차감된다. 월드 투어 파이널은 세계랭킹 1위 부터 8위까지 8명의 선수가 두 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어 한 개조 1위와 2위가 각각 다른 조 2위와 1위와 준결승을 펼치고, 두 경기의 승자가 최종 결승전을 갖는 형태이다. 조별리그인 RR(Round Robin)에서는 경기당 승자에게 200포인트가 주어지고, 준결승에서는 400포인트, 결승전 승자는 500포인트가 주어진다. 즉 RR이 3경기이므로 모든 경기를 승리한 우승자는 1,50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난 해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RR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패배한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이기고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는 200+200+400+500 = 1,300 포인트를 얻었다. 반면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에게 패배하며 RR에서 탈락한 앤디 머레이는 다비드 페러David Ferrer에게 거둔 승리로 200포인트만 얻었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얻은 랭킹 포인트 만은 대회가 시작하기 1주일 전에 차감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주 월요일 발표될 랭킹에서는 노박 조코비치가 1,300포인트가 차감되고, 앤디 머레이는 200포인트가 차감된다. 조코비치 dropping -1,300, 머레이 dropping -200


  2016 파리 마스터즈 결승이 아직 치뤄지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조코비치는 총 2,120(1,300+820)포인트가 차감되고, 머레이는 200포인트만 차감되었다. 이로 인해 앤디 머레이는 10,785 포인트가 되었고, 노박 조코비치는 10,780 포인트가 되었다. 앤디 머레이가 드디어 노박 조코비치를 5포인트차로 앞서면서 첫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일단 확실히 앤디 머레이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른다. 하지만 머레이가 1위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슬아슬하다. 만약 머레이가 파리 마스터즈를 우승한다면, 400포인트를 추가할 수 있어 조금은 여유가 있지만, 우승하지 못한다면, 월드 투어 파이널 RR 한 경기 만으로도 다시 랭킹이 뒤집힐 수 있다. 경기 당 포인트가 배정되는 월드 투어 파이널의 특성상 머레이가 연말 세계 랭킹 1위로 마무리 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 




세계 랭킹 1위 앤디 머레이Andy Murray


  맨날 궁시렁 궁시렁 칭얼거리며며 경기를 하는 앤디 머레이가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대단히 놀랍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이 세 명을 제외한 선수가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건 페더러가 1위에 오르기 직전 이었던 2003년 초 앤디 로딕Andy Roddick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머레이의 1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이 노박 조코비치를 확실히 물리치고 따낸 1위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2016 롤랑가로스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1세트를 따고도 3세트 내리 내주며 준우승에 그친 이후, 앤디 머레이는 조코비치를 상대한 적이 없다. 


  윔블던 8강에서 풀타임 신승을 거뒀던 쏭가Joe Wilfred Tsonga, US 오픈 8강에서 상대해서 패배했던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 올림픽 결승에서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 정도를 빼면, 하반기 동안 딱히 어려운 경기나 상대도 없었다. 조코비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 이후 스스로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고, 페더러는 진작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선언했고, 나달 또한 US오픈 4라운드 탈락 이후 자취를 감췄다. 바브린카는 US 오픈 우승 외에는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경기마다 설렁설렁 치다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델 포트로에게 머레이는 데이비스 컵에서 이미 한 번 졌다. 하지만 델 포트로가 머레이를 위협하기에는 아직은 안정성이 모자라다.


  머레이는 US오픈은 탈락했지만, 하반기 하드코트 시즌에서 꾸역꾸역 우승, 준우승을 거듭한 덕분에 포인트를 많이 쌓았고, 그동안 조코비치는 느닷없이 패배해주는 덕분에 차이가 많이 좁혀질 수 있었다. 대단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강자였던 조코비치를 맞대결에서 만나 무너뜨려가며 1위 자리에 올랐다면, 항상 무언가 부족해 보이던 빅4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쌓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다. 올 시즌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마드리드, 로마, 프랑스 오픈까지 머레이와 조코비치는 4번 만나 조코비치가 3승 1패로 앞섰다. 그 1패도 머레이의 대진운 덕분이었다는 것이 평론이다. 머레이가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고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한 2012년 US오픈 이후로는 16승 3패로 조코비치가 압도적이다. 머레이가 1위를 했지만, 그의 입지가 딱히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라이벌이라는 데 맞대결이라도 열심히 해서 상대를 극복해가는 모습이라도 나타나야 1위도 값지고, 재미있었을텐데 아쉽다.





   하긴 열심히 한 머레이가 무슨 잘못이 있나 싶다. 느닷없이 정신줄 놔버린 조코비치가 잘못한 건가. 요즘 보리스 베커도 제쳐두고, 무슨 명상 코치를 데리고 투어다닌다는데, 조코비치도 어지간히 테니스가 재미없어졌나 보다. 피곤하게 하는 나달도 없고, 발리 가르쳐주는 페더러도 없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도 해버렸고, 올림픽은 날라가버렸고, 머레이는 날뛰어봤자 자기 아래라고 생각하니까, 조코비치의 성취욕도 많이 떨어졌나 싶기도 하다. 



2016년 11월 5일 토요일

그놈의 책임은 개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1월 5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를 통해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라면 대통령하야 요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이정현 당대표에게 재빨리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그가 대통령 하야에 반대하는 이유는 87체제 지속과 사회적 안정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정계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 지금, 대통령 하야로 60일 이내 대선을 급하게 치른다면 야당에 정권을 헌납할 것이 분명하다는 전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순혈 친박 정도라고 할 수있는 이정현 당대표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선긋기의 일환일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중단 우려를 호소했지만, 현재 정권에 대한 신뢰가 왜 완전히 박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다. 


  김경준 총리 후보자는 청와대의 지금 시국에서의 총리 제안을 어떤 역사적 사명쯤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결정은 스스로에 대한 자만과 과신에 의거한 것 쯤으로 보여질 듯 싶다. 총리가 친노냐 동교동계냐 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신뢰를 완전히 잃은 대통령이 여전히 이 시국에서조차 권력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통령의 의사결정 자체가 사소한 것 까지 의심받고 있는 이 시점에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척 총리인선을 나서 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녀는 대국민담화에서 책임총리에 관한 일말의 언급조차 하지않았다. 

  
  지지율이 5% 라는 건, 오차범위가 3.1% 인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0%에 매우 근접했음을 의미한다. 지금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사과라는 건 얼마나 호소력 짙게 예쁜 말로 사과하냐가 아니라, 이런 파국의 중심에 있는 그가 어떻게 책임 질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는 전례가 없는 결정적인 실책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권력의지와 정국주도권을 내려놓는 것이 그 책임이다. 박 대통령이 보다 현명했다면, 본인이 물러나는 대신 대선에 두려움을 가진 여당과 협의하여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장을 타협했을 것이다. 

  
  여튼,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하야 이야기는 하면 안된다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현상황에서 듣기엔 참으로 웃기는 소리다. 그렇게 책임이 중요하면, 왜 이정현 대표한테는 그리도 사퇴하라고 떠들어대는지 모르겠다. 대통령과 당대표는 다르다고 할텐가? 참으로 난세다. 




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최순실과 할로윈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뜨겁다. 세상에나 조선일보와 한겨례가 한마음 한뜻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병우를 파다가 주필이 쫓겨나 입 다물던 조선일보는 이제 박근혜정부가 끝났다고 판단했는지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목소리를 내고 있다. JTBC가 최순실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 PC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건의 중점을 파고 들며 쟁점을 리드한다면, TV 조선은 최순실 씨 주변모두와 모든 것을 샅샅이 털어내고 있다. 살다살다 TV조선이 대통령 하야 시위를 담백하게 보도하는 걸 목격하기도했다.

  
  테니스를 함께 쳤던 한 어르신은 점심 와중에 혹시 저녁에 술약속이 있으시냐는 질문에 이런 시국에 술약속이 말이 되냐고 되물으시며, 당연히 저녁에 시위 나갈 것이라고 단언하셨다. 오히려 물었던 분께 시위 안 나갈꺼냐고 격하게 되물으시기도 했다. 평소 여당 지지 의중을 드러내셨던 분이셔서, 나는 대단히 놀랐다. 그 분은 밤에 잠이 안올 지경이라고 하셨다. 이런 바보같은 정부 밑에서 법과 규율을 지키면서 살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셨다고 하셨다. 함께 식사를 했던 다른 어른들도 모두 공감하시는 듯 했다. 과연 주말을 거치며 청와대가 어떤 수습안을 내놓을지,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떻게 이루어질지, 청와대 압수수색은 임의제공으로 그대로 끝날지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있을 즈음. 어떤 까만 옷을 입은 대학생 한명이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마스크팩 같은 걸 얼굴에 쳐 붙이고 나온 줄 알았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 면면에는 빨간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내 옆에 있던 친구가 알려줬다. "할로윈"이라고. 가면처럼 꾸민 얼굴을 한 여학생 세 명도 봤고, 귀신같은 차림에 핏자국을 나란히 묻힌 젊은 커플도 지나갔다. 내 스마트폰 화면에는 할로윈 파티를 갈지 말지 고민한다는 누구의 채팅 내용이 떠있었다. 


  "할로윈"이라는 단어 하나를 놓고 끊임없이 빈정거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 종일 했다. 투표연령에 관한 생각도 했고, 청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전쟁이 나도 이태원에서는 할로윈 파티를 하겠구나 싶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올리려고 이태원 클럽에서 멍청하게 화장한 얼굴을 떼거지로 셀카나 찍겠구나 싶었다. 뭐 노는 것과 국정은 별개니까. 친구들과는 "단오절"에 관한 농담을 했다. 차라리 단오절에 그네타고, 창포에 머리나 감는 게 낫겠다며 웃었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아서 참으로 좋은 일이다. 세상 멍청한 일이라도 말이다.
  
  
  

2016년 9월 15일 목요일

바브린카와 개새끼



  순조롭게 2016 US open 결승까지 올라갔던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결승전에서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에게 7:6(1), 4:6, 5:7, 3:6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언터쳐블 최강자로 다시 등극하려던 조코비치는 윔블던,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뭔가 찝찝한 상황에 접어들었고, 바브린카는 이번 우승으로 무려 빅4의 일원인 앤디 머레이Andy Murray와 그랜드슬램 우승 횟수에서 동수를 이뤘다. 게다가 14 호주오픈, 15 프랑스오픈에 이어 16 US오픈을 우승함으로써 이제 윔블던만 우승하면 알짜배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당초 예상은 지리 베슬리Jiri Vesely, 미카일 유즈니Mikhail Youzhny, 조 윌 프레드 쏭가Joe Wilfred Tsonga 등으로 부터 세 번의 손쉬운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온 조코비치가 가볍게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상대전적 또한 조코비치가 19승 4패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작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패배한 이후 조코뱅크는 바브린카에게 진적이 없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손목부상을 호소했고, 경기중에는 발목 통증으로, 2014 호주오픈에서 바브린카를 상대했던 나달처럼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손쉬운 기권승은 오히려 조코비치의 폼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요인으로 남아버리게 되었다. 반면에 바브린카는 1회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Fernando Verdasco를 시작으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후안 마틴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 앤디 머레이를 꺾고 올라온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 등 힘겨운 상대들을 거쳤고, 3회전 부터는 3세트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특히 3회전에서 만난 세계랭킹 53위 다니엘 에반스Daniel Evans와의 경기는 매치포인트 상황까지 몰리는 풀세트 접전 끝에 겨우 이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어려운 일정이 오히려 바브린카에게는 본인의 폼을 충분히 끌어올리는 기회가 되었고, 내적 긴장도를 크게 높여주는 요인이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케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조코비치는 잘했다. 하지만 바브린카의 상남자 테니스는 공 하나하나를 놓치지않고 풀파워로 때려 코트에 집어넣었다. 뭔가 설렁설렁 가만히 서서 파워로만 조지려 들었던 평소와 달리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부지런히 뛰어서 그런가, 결승에서도 빠르지 않은 그의 속력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며 공을 때려댔다. 
  1세트를 아쉽게 타이브레이크에서 빼았긴 후 몸이 좀 풀린 바브린카는 본격적으로 한손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미친듯이 터뜨리며 조코뱅크의 백핸드 랠리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부상의 여파인지, 경기를 제대로 못치룬 탓인지, 아니면 바브린카의 풀파워 전원공격 모드가 부담스러웠던 건지 경기가 잘 안풀린 조코뱅크는 지난 2015 프랑스오픈 결승때처럼 1세트를 이긴 2세트 상황에서 라켓을 또 부쉈다. 하지만 언터쳐블 챔피언 답게 그는 3세트에서 밀리던 상황을 5:5까지 만들며 다시 따라가나 싶었지만 마지막 두 게임을 내주며 그대로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솔직히 4세트에서 조코뱅크는, 지난 몬테 카를로 마스터즈 1000 결승에서 나달을 상대하던 3세트의 몽필스를 보는 것 만큼이나 조금 짠해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바브린카는 로저 페더러도, 라파엘 나달도, 앤디 머레이도 해내지 못한 1516 조코비치의 그랜드슬램 결승 박살을 무려 2번이나 해낸 선수가 되었다. 






  꽤나 흥미로운 결과였고,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뭐 바브린카를 이제 빅5로 불러야 한다고는 보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래도 델 포트로가 부활한 지금 이제 빅4를 위협할만한 선수들이 있기는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긴하다. (니시코리 케이는 US 오픈에서 앤디 머레이를 찍어 눌렀고, 마틴 델 포트로는 올림픽에서 무려 조코비치와 나달을 광탈 시켰고, 올림픽 결승에서 머레이에게 졌지만, 최근 열린 데이비스 컵 준결승에서 풀세트 접전끝에 머레이의 데이비스컵 2연패를 좌절시켰다. 그리고 조코비치를 박살내는 우리의 스탄 더 맨.)





  이런 역사적인 뉴스가 나오고 있을 때 나는 코트장에서 라켓을 부수고 화를 못참고 공을 박살내듯 때려대는 미친 짓거리를 하느라 바빴다. 함께 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민폐가 되며, 매너를 중시하는 테니스 세계에서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미친 짓거리 들이었다. 심지어 요즘 뭐 안좋일이있냐는 다독거림까지 받음으로써 철저한 개새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한동안 미쳐 있던 테니스에 최근 며칠 처음으로 느닷없이 흥미를 잃은건가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발전이 정체된건가, 사실 발전이란게 존재하긴 하는 건가하고 의심되는 것이나, 쳐도 쳐도 자신이 생기지 않는 스트록 컨트롤이나, 투핸드를 치고 싶은데 원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나, 나달이 자꾸만 어이없이 탈락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나, 같이 치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함이나, 잘되던 서브와 발리가 갑자기 아예 통제에서 벗어나버린 것 같은 현재 상황 등등 뭐 여러가지 이유가 될만한 것들을 생각해봤다. 테니스 외에 현 삶이잘 안풀려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싶기도했다. 어쨌든 자꾸 요즘 화를 내고 있고, 테니스를 망치고 있다. US오픈 우승 후 바브린카의 겸손한 인터뷰를 보니 더욱 난 개새끼인 것 같아 짜증이 난다. 





2016년 9월 11일 일요일

요새 젊은친구들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안타깝다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안타까움을 전해 듣게 된다. 요즘 세상이 너무 치열해서 젊은이들이 고생이 많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하나 하나 훌륭히 성취해낼 수 있으리라고 격려하는 것 또한 잊지 않으신다. 정말 힘든 걸까, 정말 힘든 건가? 하고 의심하기 전에 어쨌건 정말 힘든 듯한 표정을 짓는 게 기계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힘들다고 세뇌하게 되어버린 건 아닐지 궁금할 지경이다.


  힘들다면 힘들다. 돈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불안과 강박에 쫓긴다. 주변에 잘 안풀린 친구들이 많아서 덩달아 우울해지기도 한다. 근데 그래도 뭐 그리 관심 받을만큼 내가 힘든지는 모르겠다. 그것도 단지 젊다는 이유로 말이다. 


  대학가나 시내 번화가라도 나가보면 젊은이들이 힘들다던데, 정말 그런가 싶기도하다. 다들 삼삼오오 남녀가 엮여 술쳐먹고 엮여 떠드느라 바쁘다. 그 힘들다는 노량진 학원가나 신림동 고시촌은 제일 안 힘든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곳 같다. 저렇게 시끄럽게 돈 펑펑 잘 쓰며 아주 건강하게 젊음을 잘 보내시고 계시는 것 같은데, 뭐 그리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걱정하고 있나 싶다. 서울시에서는 백수들 용돈도 준다는 데, 우리 박 시장님이 젊은이들이 혹시나 술값 부족해서 기죽을까봐 챙겨주는 모양이다.


  곧 디져가는 사람처럼 징징대는 우리 젊은이들이 참 다들 금수저라도 되는 건지, 몸 이라도 판건지, 밥값도 잘 내고, 술값도 잘 내고, 모텔비도 잘 내고 심지어 여름 휴가도 잘 다녀온다. 다들 친목질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고, 혹시나 잊을까봐 당구 경험치도 게임 경험치도 잘 쌓는다. 굶어 죽어도 담배값은 못 줄이는 것 처럼, 곧 디져도 술값은 필수생계비인가 보다. 페이스북에 올려야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밥쳐먹고 술쳐먹고 셀카찍고 하는 것도 힘들어도 마땅히 해야하는 일들인가 보다. 


  가끔 당황스럽다. 그들이 정말 힘든건지 안힘든건지 말이다. 정말 힘든 사람들도 있겠지. 눈에 잘 안 띄는 것 뿐 일거다. 근데 그렇담 사회 전체가 찡찡댈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아 나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니까 대다수의 힘듦을 공감 못하고 있는 건가보다. 역시 젊은이들은 전부 힘든 게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