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1월 5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를 통해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라면 대통령하야 요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이정현 당대표에게 재빨리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그가 대통령 하야에 반대하는 이유는 87체제 지속과 사회적 안정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정계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 지금, 대통령 하야로 60일 이내 대선을 급하게 치른다면 야당에 정권을 헌납할 것이 분명하다는 전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순혈 친박 정도라고 할 수있는 이정현 당대표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선긋기의 일환일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중단 우려를 호소했지만, 현재 정권에 대한 신뢰가 왜 완전히 박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다.
김경준 총리 후보자는 청와대의 지금 시국에서의 총리 제안을 어떤 역사적 사명쯤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결정은 스스로에 대한 자만과 과신에 의거한 것 쯤으로 보여질 듯 싶다. 총리가 친노냐 동교동계냐 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신뢰를 완전히 잃은 대통령이 여전히 이 시국에서조차 권력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통령의 의사결정 자체가 사소한 것 까지 의심받고 있는 이 시점에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척 총리인선을 나서 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녀는 대국민담화에서 책임총리에 관한 일말의 언급조차 하지않았다.
지지율이 5% 라는 건, 오차범위가 3.1% 인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0%에 매우 근접했음을 의미한다. 지금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사과라는 건 얼마나 호소력 짙게 예쁜 말로 사과하냐가 아니라, 이런 파국의 중심에 있는 그가 어떻게 책임 질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는 전례가 없는 결정적인 실책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권력의지와 정국주도권을 내려놓는 것이 그 책임이다. 박 대통령이 보다 현명했다면, 본인이 물러나는 대신 대선에 두려움을 가진 여당과 협의하여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장을 타협했을 것이다.
여튼,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하야 이야기는 하면 안된다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현상황에서 듣기엔 참으로 웃기는 소리다. 그렇게 책임이 중요하면, 왜 이정현 대표한테는 그리도 사퇴하라고 떠들어대는지 모르겠다. 대통령과 당대표는 다르다고 할텐가? 참으로 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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