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2일 수요일

카스테라, 미친짓거리, 문



1. 겁나 건강하게 사는가

  채널 A의 프로그램인 먹거리 X 파일에서 "대왕 카스테라"에 관한 방송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카스테라 제조과정에서 식용유가 사용된다는 점, 이 밖의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생크림 재사용, 액상 달걀의 사용 된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방송 이후 대왕 카스테라를 만드는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소규모 자영업체들 같은 경우에는 90%이상 매출 손실을 기록하며 폐업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주요 문제로 제기한 식용유의 사용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애초에 식용유를 제빵에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시 될 것이 없고, 대형 카스테라의 경우 그 크기 때문에 녹인 버터를 쓸 경우 오히려 경화되기 때문에 식용유가 이용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학첨가물로 언급된 베이킹 파우더 같은 경우도, 제빵에 흔히 사용되다 못해 필수적인 재료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여기에 폐업하게 된 점주들이 올린 글들까지 화제가 되며 논란은 매우 커졌다.
  "먹거리 X파일"이라는 포맷의 문제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건강한 먹거리"라는 기지를 내걸어 조금은 충격적이지만 신선한 시도로 알려졌다. 방송의 순기능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너무 과장되거나 지나친 지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하나의 권력이 된다는 해설도 나왔다. 여기에 해당 프로그램의 PD가 먹거리 사업에 상업적으로 참여하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며 사실 상 관심에서 벗어났다가 이번 논란으로 다시 논란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빵에 식용유를 쓰인다는 사실이 있다. 실제로는 흔히 쓰이지만 왠지 건강에 무지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 틈을 연출이 파고든다. 대중은 방송을 대체로 신뢰하고 이에 따라 매출이 급감하면서 업자들은 페업을 맞이했다. 이것이 그른가를 찾을 때 어디가 그른 부분인가를 찾아야한다. 주로 과장된 연출이라는 고리가 지적되고, 그 사실이 그를 때, 업자들의 폐업이라는 결과가 올바르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른 부분에 관심이 갔다. 대중의 의사결정 부분이다. 먹거리 X파일을 보고 카스테라를 안 먹어야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개개인들이다.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아봤자, 얼마나 지나지 않으면 다시 사먹을 뿐이다. 분업화, 표준화, 대량화로 얼룩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뭐 얼마나 건강하게 먹고 살 수 있나 싶다. 도시사회에 쩔어있는 자신들에게 부재한 것들에 대한 향수로 저런 프로그램에 크게 동요되는 게 아닐까. 마치 담배에 쩔어있으면서도 건강 찾는다고 운동하는 사람처럼 우습기도 하다. 



2. "한병철 교수의 기행奇行"

  "피로사회". 각종 글거리에서 수없이 봐왔던 책이다. 만나는 사람들로 부터도 수없이 인용되어 그 책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난 그 책을 보지 않았지만, 이미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 알고 있는 것만 같을 정도다. 바로 그 책의 저자이자 독일의 슈퍼스타인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가 지난 15일 광화문 교보문고 출간 강연에서 꽤나 웃기는 기행을 펼쳤다. 
  저자의 사정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앞당겨놓고, 정작 본인은 30분 늦게 도착했다. 피아노를 갖다놓고 혼자 치다가 역시 야마하 피아노가 후지다고 불평했고, 자신의 책을 번역해 출간해준 문학과 지성사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책은 번역해 내지 않는다고 욕하고, 자신의 책의 역자에게는 독일어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중들이 기행의 이유를 묻자 청중에게 화를 내며 참가비 1000원을 돌려줄테니 나가라고 했고, 나가는 관객들에게는 소리치며 비난했다고 한다. 어떤 학자는 한 교수의 이 컨셉이 그 자신의 철학의 핵심이자, 출간되는 책인 "타자의 추방"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점입가경이다. 결국 문학과 지성사는 사과문을 내걸었고, 한 교수가 편두통에 시달리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타자의 추방이라니.. 한 교수의 박사 논문이 하이데거에 관한 것이었고, 데리다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했다는 설명을 보니, 이 상황을 조금은 이해하는 척 할 수 있었다. 그냥 고도의 철학 연구에 담긴 현학성에 잠겨 있는 학자의 흔한 미친 짓거리가 아니었는가 싶다. 그 광기가 학문적 우수함과 반드시 결부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학문적 우수함과는 별개로 단순히 그 교수의 정신적 나약함이 교수의 명성을 딛고 나타난 것인 것 뿐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타자의 추방이고 나발이고를 떠나 흔한 미친 짓거리라는 점일 것이다.
  교수의 논문 주제 중 하나였다는 자크 데리다의 책들을 군대 시절에 부지런히 읽은 척 했었다. 해체주의라는 주제에 걸맞게, 개념 하나 하나 읽다보니 미쳐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뭐 그게 반드시 미친짓거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원래 사람들은 모두 각기 개개인 만의 미친 성정이 있는데, 그게 명성에 의해 혹은 편견에 의해 용납되어 드러나는 것 뿐인 듯하다. 뭐 꼭 천재라고 미친 짓거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3. 전두환과 MBC

  MBC 민주당 경선 토론에 나온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특전사 복무시절 사진을 들고 나왔다. 그것을 설명하면서 특전사 시절 받은 표창을 바로 그 "전두환"에게 받았다는 설명을 하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본인의 의도는 분명 자신의 빡센 군생활에 대해 설명하여,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을테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등은 이 언급이 부적절했다며 비판했고, "전두환"의 이름이 언급된 이후, 2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지역 지지율이 10여 %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안희정 지사와 그 캠프는 본인의 "선의 논란"이 생각났는지, 맹렬하게 비판했다. 본인은 그 민정당의 후신인 자유당과 연정하겠다더니, 군 생활에 받은 표창에 전두환 이름이 찍혀있는 건 잘못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본인이 대세니 경선 토론에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노리는 것이 문 대표의 전략이겠지만, 그에게 따르는 논란은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그냥 좀 멍청해 보인다. 굳이 전두환의 이름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전두환을 언급하면 보수층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까. 오히려 이름 운운하며 아양떠는 것 같아 보였다. 
  게다가 바로 그 MBC토론에서는 대놓고 MBC를 비판했다. 관영방송이 되있다는 것이다. 방금 전에 전두환을 언급해놓고, 저건 무엇을 노린 걸까. 중도보수층을 노린다면 그런 언급을 대놓고 할 필요가 없었지 않을까.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만 언급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아는 사람은 어차피 알테니 말이다. 그런데 괜히 MBC를 대놓고 언급해서 쓸데없는 구설수까지 만들었다. 보수진영이 가장 경계하는 문재인의 모습이다. 
  그의 아들에 관한 이슈는 이제 자기소개서까지 인터넷에 나도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과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병풍과 비슷한 컨셉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함께 노무현 측근으로 일컬어지는 안희정 지사와의 대립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동지라더니. 개뿔 같은 소리다. 
  어눌하게 회피하기에 바쁜 문재인 대표, 법인세만 주구장창 칭얼대는 이재명 시장, 그 놈의 대연정 대통합만 읊어대는 안희정 지사, DJ와 제 고향 광주 빼고는 기억나는 게 없는 최성 시장. 차라리 자유당 토론 보는 게 더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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