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3일 금요일

Acapulco



1.

  세계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자신이 첫 출전한 ATP 멕시코 Acapulco Open QF에서 세계랭킹 17위 닉 키르기오스Nick Kyrgios에게 6-7(9), 5-7로 패배했다. 1번시드였던 조코비치의 대진이 2번시드인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에 비해 까다로워 결승진출의 난항이 이미 예상되기는 했지만, 난항의 한 축이었던 후안 마틴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에 4:6, 6:4, 6:4 역전승을 거두며 그래도 조코비치는 결승에 가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여지없이 또다른 난항으로 예상되었던 키르기오스에게 완패 한 것이다.


출처: www.atpworldtour.com


  95년생 키르기오스는 테니스 최고의 악동으로 유명하다. 그의 기행과 비신사적인 일들을 열거하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193cm, 85kg의 훌륭한 피지컬을 지닌 그는 손목 힘만으로 160km/h대 포핸드를 날릴정도의 엄청난 잠재력과 함께 정말 거지같은 멘탈로 유명한 선수이다. 이미 2014 윔블던 4라운드에서 나달을 탈락시킨 바 있던 그는 2015 마드리드 마스터즈 32강에서는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를 세 세트 전부 타이브레이크를 가는 혈전 끝에 탈락시켰던 데다 이번에는 조코비치를 처음 만나 완승을 거두며, 그의 잠재력이 그의 정말 거지같은 멘탈만 아니라면 진작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을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 시켜줬다.
  경기는 역시 베이스라인 랠리 위주의 경기였고, 키르기오스의 장난질이 한번씩 등장하는 경기였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랠리를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조코비치가 주도권을 반쯤 내줬다는 것이고, 이것은 조코비치의 포핸드가 고장나면서 나온 양상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종종 지적되었던 조코비치의 포핸드가 이번 경기에는 눈에 띌만큼 약해졌다. 찬스볼 상황에서도 포핸드는 짧거나, 가운데로 몰렸고, 포핸드 에러 또한 눈에 띄게 많았다. 조코비치의 전성기가 확실히 끝난 건가 싶을 만큼 전혀 강력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반면에, 키르기오스는 확실히 참 재수는 없지만 피지컬과 운동능력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구나 싶었던 경기다.




2. 

 2번시드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은 일본의 유망주 요시히토 니시오카Yoshihito Nishioka를 7:6(2), 6:3으로 승리하고 4강에 올랐다. 왼손잡이에 신장 170cm의 단신인 이 일본 선수는 처음 상대한 나달을 상대로 경기 초반 상당히 선전했다. 나달의 깊은 포핸드가 니시오카의 왼손 포핸드로 향했고, 그는 상당히 빠른 타이밍에 잘받아쳤다. 심지어 경기초반 나달로부터 브레이크를 뺐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출처: https://twitter.com/hashtag/nadal


  1세트 중반부터 이 일본선수는 상당히 힘들어보이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브레이크를 다시 내줬다. 나달의 스트록에 탑스핀이 제대로 걸리기 시작하면서, 아직은 그런 몬스터 탑스핀에 익숙치 않은 듯, 신장이 작은 니시오카는 베이스라인에서 멀찍이 뒤로 물러서서 방어하는 것을 선택했다. 탑스핀 공격을 좌우로 맘편히 때려대는 나달을 상대로 니시오카는 뛰어다니기 바빴고, 받아쳐내도 확실한 찬스볼이 되기 일 수였다. 그렇게 2세트에서는 니시오카가 브레이크를 두 번이나 내주면서 경기는 끝났다. 
  이 경기를 보면서 나는 평소에 느꼈던 두 가지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엄청난 스핀이 걸려 각이 크고 높이 튀어오르는 탑스핀 볼은 정말 받아치기 까다롭다는 것, 다른 하나는 나보다 기량이 뛰어난 상대와 칠 때, 랠리만 잠깐 해도 무지 힘들다는 것이다. 그 일본 선수도 이 두 가지를 경기 내내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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