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백핸드 기술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흔히 원백이라고 하는 한손 백핸드. 그리고 투백이라고 하는 양손 백핸드가 그것이다.
먼저 원핸드 백핸드. 바로 그 유명한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께서 쓰시는 방법이다. 한 손으로 휘두르다 보니 휘두르는 스윙 궤적이 몸쪽으로 한정되는 투핸드에 비해 크다. 스윙 궤적이 크니 더욱 와이드한 샷을 때릴 수 있다. 크로스로 때릴 때 특히 큰 각도의 샷으로 상대를 좌우로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핸드는 잘 맞으면 공이 정말 멋지게 뻗어가고, 스윙 폼이 간지가 난다. 발리나 슬라이스를 쓰기에도 수월해 보통 복식에 유리하다고 여겨진다.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페더러 식의 원핸드 백핸드는 탑스핀을 주기에도 용이하다고 한다. 단점으로는 한손이다 보니 투핸드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탑스핀에 취약하며, 높게 튀어오르는 볼을 눌러치기가 곤란하다. 동작이 크다보니 공을 치기 전 준비자세도 커서 반응성이 떨어진다. 팔로우 스윙도 크니, 공을 치고 나서 다음 공을 준비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 그래서 투핸드에 비해 공을 칠 수 있는 높낮이 범위가 좁은 듯 하다. 원핸드 백핸드로 유명한 선수는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 그리고르 디미트로프Grigor Dimitrov, 리샤르 가스케Richard Gasquet 정도가 있다.
다음은 투핸드 백핸드. 원핸드가 조금은 클래식한 기술이라면 투핸드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와서 핫해진 방식이다. 아무래도 팔힘이 부족한 여자테니스에서야 오래전 부터 쓰인 것 같지만, 과거 남자테니스에서는 지미 코너스Jimmy Connors, 비외른 보리Björn Borg처럼 투핸드 백핸드를 쓰는 선수가 오히려 희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라켓기술이 발달되면서 서브 앤 발리어들이 침체되고, 스트록 랠리 위주의 베이스라이너들이 득세하게되자, 각도 큰 공격보다 보다 안정적인 랠리 능력이 중요시되어 많은 선수들이 투핸드 백핸드를 선택하고 있다. 보통 한손은 이스턴 혹은 세미 웨스턴 그립, 다른 한손은 컨티넨탈 그립(발리그립)을 잡고 치는 투핸드는 아무래도 양손이다 보니 안정성이 주요 장점이다. 큰 각도의 와이드 샷을 쓰기는 어렵지만, 높은 볼 처리가 수월하고, 공이 밀리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다. 양손으로 라켓을 잡고 휘두르니 스윙 궤적이 상대적으로 작아 공을 몸쪽에 바짝 붙여 치게 된다. 확실히 힘을 줄 수 있는 임팩트 전후 궤적도 원핸드보다는 투핸드가 짧다. 그러다보니 원핸드에 비해 한발짝 더 가까이서 공을 치게되지만, 보다 작은 반경의 스윙 동작 덕분에 반응성을 매우 높일 수 있다. 보통 어린 아이들이나, 여성들이 테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 투핸드를 선택한다. 프로 선수들의 경우에는 80% 이상의 대다수의 선수가 투핸드를 사용하며, 특히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 앤디 머레이Andy Murray는 그 중에서도 투핸드 백핸드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하다.
처음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원핸드 백핸드를 선택했었다. 그냥 원핸드 백핸드가 더 치기 어렵다니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때는 원핸드가 더 간지가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단순히 그냥 투핸드 보다 원핸드가 더 잘쳐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보통은 투핸드가 더 배우기 쉽다던데, 이상하게 나의 투핸드는 땅에 쳐박히기만 했다. 반면에 원핸드는 적어도 네트를 쉽게 넘어 잘 뻗었다. 선생님은 심지어 나의 원핸드 백핸드가 포핸드보다 낫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랬다.
근데 그건 레슨 공 칠때나 해당되는 얘기고, 실제 게임을 하거나 랠리 연습을 할 때는 백핸드를 거의 안 쳤다. 나달의 포핸드를 따라하느라 몸을 뒤로 젖히고 타점을 뒤에 두는 나의 습관과 타점을 반드시 한 발 앞에 둬야하고 전체적인 동작이 큰 원핸드 백핸드는 내게 왠지 조합이 안 맞는 것 같았다. 백핸드로 오는 공은 거의 돌아서서 포핸드로 치거나, 슬라이스로 처리했다. 백핸드는 찬스볼이 왔거나, 그것과 상관없이 그냥 스스로가 이번 거는 무조건 백핸드로 엄청 세게 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을 때만 썼다. 당연히 백핸드 안 쓴다고 사람들에게 욕만 왕창 먹었다. 선생님은 내가 그나마 나은게 원핸드 백핸드인데 정작 그걸 안 쓴다며 안타까워하셨다.
그렇게 원핸드 백핸드에 정이 안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나는 투핸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투핸드로 무지 치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투핸드를 쓰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나달의 양손 백핸드는 별로 좋지도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나는 투핸드를 못쳤다. 보통 그래도 원핸드 치는 사람이 몇번 시도하다보면 투핸드 금방 배운다던 데, 나는 정말 거짓말처럼 공을 그물에 지속적으로 쳐박았다. 그러다 보니 항상 그나마 낫다는 원핸드 백핸드에 집중해야하는가 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러나 결국 원핸드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 그립만 세 번이나 이리저리 바꿔보고, 스윙하는 폼도 두 번은 바꿔보고, 맨날 동영상 쳐다보고, 맨날 집에서 라켓들고 투핸드 휘둘고 보고, 걸어다닐 때도 맨날 투핸드만 생각해서 그런가 그나마 조금씩 공이 맞아 넘어가기 시작했다.
왠지 투핸드를 쳐서 잘 맞으면 기분이 좋다. 뭔가 나달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드디어 베이스라인 러너로서 구색을 갖춘 것 같기도 해서 그런가 보다. 한동안 퍼스트 서브가 잘 되길래, 원핸드 백핸드와 엮어 서브앤 발리어가 되가는 건가하며 뭔가 맘에 안들어했는데, 요새는 서브가 완전히 맛이 갔고, 투핸드가 넘어가니 오히려 뿌듯하다. 서브와 발리 연습따윈 하지도 않는다. 그저 투핸드 백핸드나 더욱 잘 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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