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님과 부대찌개를 저녁으로 먹은 날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벤치에 앉은 담배 연기 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르던 중, "어떤 여자를 만나는 것이 좋을까?"라는 주제가 나왔다. 나는 농담과 과장을 섞어가며 몇 가지 조건을 만들어 형님께 보여드렸다.
1. 유흥을 즐기지 않는다.
i) 술, 담배를 멀리한다. 특히 술을 즐기지 않는다.
ii) 복잡한 유흥가 혹은 시가지를 꺼려한다.
2. Facebook을 사용하지 않는다.
i) 계정만 있을 뿐, 특별한 활동이 없는 것은 예외로 한다.
ii) 프로필 사진은 게재되지 않은 것을 최고로 치며, 풍경, 정물 등을 차선으로 친다.
3.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다.
i) 사용한다 하더라도 프로필 사진, 상태메시지, 카카오스토리가 없다.
ii) 개인적인 용도의 채팅 갯수가 100개를 넘지 않는다.
iii) 피처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최상으로 본다.
4. 셀카를 찍지 않는다.
i) 찍더라도 개인적으로 소장 할 뿐 여기저기 게재하지 않는다.
ii) 공공장소에서 시도하지 않는다.
5. 각종 비속어 사용이 없다.
6. 자신만의 확고한 커리어와 목표가 있다.
7. 다른 모든 모든 조건을 합한 것 보다 6번 조건이 우월하다.
완전히 웃기는 기준이다. 형님은 이 조건을 듣고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셨다. 형님은 내게 그거 참 말이 된다고 하시면서도 동시에 그런 게 어딧냐고 소리치셨다. 자기는 술, 담배도 즐기고, 카카오톡도 사용하는데 그럼 안 되는 거냐고 형님은 내게 따졌다. 그래서 나는 천연덕스럽게 오리발을 내밀었다.
"형님, 세상에 절대적으로 맞는 기준 같은 건 없어요.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기준에는 예외가 존재하는 법이죠."
그렇게 담배연기 속에서 낄낄거리며 형님은 내게 "그런 여자"를 만날 수나 있겠냐고 허심탄회하게 내리쉬었다. 나는 태연자약하게 마지막 한 타를 날렸다.
그 말을 담배연기 속에 날리고는 형님과 나는 다시 한 번 마주보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그렇게 낄낄거리는 담배연기와 함께 하루를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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