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5일 화요일

말하고자 하는 것.


  군 복무 시절이었다. 오랜 후임병 시절을 보내고, 몇몇 분대후임병을 거느린 선임병이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날 취침시간에 막 접어들 때, 나는 권위의 맛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는지 자려는 후임병들을 붙잡고 말을 꺼냈다.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한 선임병이라고 해도 계급이라는 구조가 존재하는 한, 후임병에게는 틀림없이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가능한 한 불만이 생기는 대로 말해주면 좋겠다. 면전에서의 욕설 사용만 자제한다면 어떠한 이야기든지 들어줄 용의가 있다.'. 후임병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알겠다고 대답했고, 나는 만족스럽게 잠이 들었다. 내가 군 생활을 마칠 때까지, 적어도 우리 분대에서 내게 먼저 다가와 직접적으로 불만을 이야기 한 후임병은 아무도 없다. 

  어떤 공직자와 일을 할 때였다. 자신감이 넘치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압도적인 외국어 실력으로 굉장한 위압감을 주변에 흩뿌리는 그런 분이었다. 그는 어린 내게 직접, 어떠한 사항이던 불만이 느껴지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서 언제든 지적하거나 비판해도 좋다고 말했다. 자신은 열린 마음가짐을 가졌으니, 건설적 비판은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이야기들을 다른 곳에서는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과 수준 이하의 말도 안되는 비판은 삼가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그는 창쾌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내가 그 분과 더 이상 공간을 공유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나는 그 분께 어떠한 지적이나 비판을 전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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