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맥주 한 잔 하자고 친구를 불러냈다. 진토닉이 마시고 싶다며 칵테일 바에서 한 잔 한 뒤, 바로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별히 근황을 물을 것도 없었다. 항상 그러던 대로 이런 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로 채웠다.
이야기 중에 나는 친구에게 내가 얼마나 술을 먹지 않았는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술을 멀리하는 얼마나 건강한 생활을 누렸는지를 강조했다. 아, 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번 달 초에 글 쓰는 친구를 만나는 김에 맥주를 마셨다.
이야기 중에 나는 친구에게 내가 최근 얼마나 꾸준히 구보를 뛰었는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침 공기를 마시는 상쾌함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강조했다. 아, 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구보를 뛰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그저께 부터 추워졌다고 뛰지 않았다.
이야기 중에 나는 친구에게 최근 내가 다시 얼마나 웨이트를 꾸준히 하는지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건강한 신체 단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했다. 아, 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시작한 지 2주나 됐는지 모르겠다.
이야기 중에 나는 친구에게 내가 얼마나 독서와 공부에 몰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보다 정교한 지식과 지혜의 축적이 얼마나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인지 강조했다. 아, 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읽는 척을 해온지 한 달도 안된 것 같다.
무언가 열심히해왔다고 대단히 착각하게 되는 순간은 그리 오래 걸려 찾아오는 것 같지 않다. 그 만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그러한 꾸준함을 끊임없이 이어온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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