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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 강한 나의 벗들이여, 저 지하에서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를 이 뒤늦은 서문에서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이 서문 대신에 자칫하면 추도문, 조사가 실릴 뻔 했다. 그러나 나는 돌아왔다. 나는 간신히 빠져 나왔다. 나와 같은 모험을 그대들에게 전한다고는 생각지 말아 달라! 또한 내가 맛본 것과 동일한 고독을 맛보라고 요구한다고도 생각하지 말라! 왜냐하면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자는 누구와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의 길'을 가는 데 반드시 따르게 마련인 결과이다. 거기에 그를 도우러 오는 자는 한 사람도 없다. 닥쳐올 위험, 우연, 악의, 악천후, 그 모든 것을 그는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그는 정말 자기의 길을 혼자서 간다. 그래서 그가 이 '혼자서'라는 것에 대하여 괴로워하고 때때로 화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면 친구들조차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 추측할 수 없고 "뭐라고? 어쨌든 그는 가고 있는가? 그에게 아직 길이 있는가?" 이렇게 때때로 서로 묻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고독해진다.
그즈음 나는 아무도 해낼 수 없는 중요한 일을 시도했다. 나는 깊은 곳으로 내려갔고, 바닥에다 구멍을 뚫었다. 우리 철학자들이 수천 년동안 가장 확실한 지반이라고 생각한 낡은 '신념'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파기 시작했다. 철학자들은 어떤 건축물이라도 지금까지 몇 번이고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에다 건축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나는 도덕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파엎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대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가?
프리드리히 니체, 「아침놀」서문 중에서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곽복록 역, 동서문화사, p.49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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