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라는 이슈에 대한 한 현직 철도 기관사의 인터뷰가 있었다. 바로가기
왜 철도 민영화라는 이슈를 노조측이 포기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내용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자회사 설립은 철도공사 이외의 운영사가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첫째는 경영이 악화된 지방선들에 대한 민간개방을 추진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 방안의 선례로써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코레일의 영업수익이 4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부선 KTX 노선 빼고 모든 노선이 적자인데다, 수서발 KTX가 생기면 강동, 분당, 성남의 시민들이 수서로 몰리게 되므로 코레일의 운영수익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당연히 코레일은 수지가 맞지 않은 지방 적자노선의 운영을 점차 반납하게 된다. 이 지방 적자 노선들에 대한 민간개방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 방안이 의도하고 있는 목표다.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한 지방 노선들에 대해 경쟁 입찰을 추진한다고 해도, 현재 한국에는 입찰에 참여할 만 한 기업들이 없다. 당연히 외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때 한국의 공공부문 시장을 외국기업들에 개방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과 겹치는 사실이다. 프랑스 쪽에서 당연히 이와 같은 발표를 환영했다. 이미 프랑스의 베올리아사가 지하철 9호선을 통해 성공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정부 측에서는 우리도 유럽의 철도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애초에 경쟁력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 한국 기업이 발전된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또한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무리 지분을 100% 공기업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영진이 파트별로 외주화 하면 민간기업이 활동할 영역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철 9호선이다. 이같은 외국기업의 참여가 점점 더 늘어난다면, 지분 매각까지도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점차 앞으로 우리나라의 KTX 비용이 영국 수준으로 무려 5~6배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따르면, 수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수익이 악화된 코레일은 지방 적자 노선 운영을 포기하게 되고, 이것을 민간에 개방하게 된다. 국내외 여건 상 개방된 노선의 운영은 당연히 해외 기업들이 맡게 될 것이다. 해외 기업들은 결국 다양한 루트로 수서발 KTX 자회사 운영에 까지 점진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는 지분 매각으로 인한 해외 기업의 국내 철도 운용으로 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몇 가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먼저 코레일이 공기업이라는 특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지경영이라는 것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굳이 정부기관에서 코레일이라는 공기업으로 분리한 것 자체가 수익 추구 및 경영 효율화라는 목적에서 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그 코레일이 자체적인 결정이 아닌, 국토교통부라는 정부부처로 부터 강한 압력을 받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결정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기업화 시킨 것 자체가 의문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의사결정 구조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화 함으로써 어떤 효율성과 공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법하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볼 때 다시 한 번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자체가 "철도 민영화"라는 궁극적인 주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먼저 "철도 민영화"라는 어구는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라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일종의 추상적 공포와 맞닿아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철도 민영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수렴된 것도 아닐 것이고, 그것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진행될 과정의 형태가 정확히 그것과 일치하는 지는 확단하기 어렵다. 마치 코레일이 국토교통부에 절대적으로 좌지우지 되고 있는 현 상태에서, 그것이 과연 정말 추상적인 "공기업"의 형태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과 뜻을 같이한다고 본다. 그나마 "직접적인" 민영화의 영향력은 위의 내용으로 볼 때도, 지방 적자 노선들이지, 수서발 KTX 자회사 자체는 아니다. 위의 내용에서조차 수서발 KTX 자회사 자체는 점차 혹은 잠재적으로 해외 자본의 개입이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 정도였다. 역시나 "잠재성"이라는 특징만을 내보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지방 적자 노선들은 어떠할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국토교통부의 지방 적자 노선들은 그저 관리를 포기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닌가 싶다. 그저 없어도 되는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공공 사업 공개라는 명분만 챙기고자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 지방 적자 노선들이 해외 자본에 공개된다고 하면,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볼 수 있다. 첫째, 지방 적자 노선들에 해외 자본이 들어와서 수익을 보게 되는 경우, 둘째, 지방 적자 노선들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어떤 해외 자본들도 들어와서 사업을 하지 않는 경우, 셋째, 지방 적자 노선들에 해외 자본이 들어와서 여전히 적자를 보지만, 그 적자를 메꿔주는 것에 더불어 흑자까지 공공자금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다. 첫째의 경우는 만약 그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오히려 공익의 측면에 도움이 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어가는 노선을 해외 자본이던, 정부이던 일단 살려놨으니 매우 긍정적인 사례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일단 해외 자본의 참여 자체가 없을 것이고, 기존 수요자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다른 교통수단이든, 다른 노선이든 어떤 것으로 수렴될 것이니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세 번째의 경우다. 우리나라에 있어왔던 여러 민자 사업의 경우, 민간 자본 참여 장려라는 명분 하에 실패가 뻔히 보이는 경우에도, 과도한 수요량 예측을 하고, 실패의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이익까지 전부 공공자금의 메꾸는 경우가 많이 있어왔다. 바로 그런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이다. 사실 지방 적자 노선 관리 또한 굳이 타협점을 찾자면 세 번째에서 사항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남은 문제는 9호선의 사례에서 보 듯, 점진적인 해외 자본의 공공시장의 참여 증대이다. 먼저 베울리아사가 9호선에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경험적으로 떠올린 사실은, 일단 9호선의 요금이 영국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는 것이었다. 올해 초 9호선 요금을 1550원으로 올리려고 했다가,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서 요금을 동결시킨 적이 있다. 9호선이 다른 호선들에 비해 조금 다르게 생긴 것은 있지만, 사용 시 특별한 불편함이나 편안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열차가 다니는 횟수가 너무 적다는 반발이 있어 그것 또한 서울시가 나서서 개선했다는 기억도 있다. 그것을 감안할 때, 급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 공공교통요금이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경로의존적인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여론이 공공교통요금에 굉장히 민감하다. 따라서 앞으로 점차 얼마나 변화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여론이 그것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쨌건 매우 동감한다.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짠 하고 등장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해외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할 것이다. 공공시장 개방에서도 국내 기업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굳이 코레일을 그렇게까지 밀어붙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일종의 가치관의 문제다. 여기서 "민영화"라는 정치적인 어구가 의미를 찾는다. 애초에 문제의 시작이 국토교통부가 의도하는 적자노선정리라는 것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다. "굳이 그렇게 적자노선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가?", "굳이 그렇게 경영효율화를 쫓을 필요가 있는가?". 나는 이번 철도 민영화 논쟁의 핵심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철도 노조가 패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하고 효과적인 논리가 그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낳은 것은 (1) 고수익을 창출하는 자회사가 해외자본에 흘러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 (2) 수서발 KTX 이익이 분리됨으로써 코레일의 수지가 악화될 것이라는 불안감 (3) 수지가 악화된 코레일에 대해 적자노선 포기 종용과 이에 대한 해외 자본에 의한 잠식이라는 불안감. 이 세 가지가 바로 "민영화"라는 논조의 배경이다. 이러한 배경들을 양산한 근본적인 기제는 내가 보기엔 결국 경영 효율화라는 "가치관"이다. 국토교통부가 자회사 설립을 푸쉬하게 되는 공식적인 이유가 바로 적자 노선의 소거, 곧 경영 효율화다. "자회사 설립"이라는 형태가 보편적으로 가지는 의미 또한 작은 경영, 분리 경영, 흑자 경영, 결국 경영효율화다. 그럼 왜 경영 효율화가 코레일에 필요하고, 철도 운용에 필요한 것일까? 왜 굳이 박 대통령은 프랑스에 가서까지 공공사업 개방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하겠다고 한 것이며, 왜 국토교통부는 그렇게까지 나서서 적자노선 철폐로 "경영효율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이것이 설명되어야한다. 철도 민영화 라는 선전 어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가치관"의 문제다. 논란을 수렴시키기가 어렵고, 설득을 위한 논리가 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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