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볼 일이 있었다. 어머님께 친구가 사과를 한 상자 보냈다고 전화로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차가 오토바이를 친 모양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현장에 달려갔고, 나 또한 전화를 끊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기다려야했다. 전화가 많은 모양이었다. 연결이 되고 구조상담원 분이 환자 분이 의식이 있는 지를 묻길래, 나 또한 현장으로 달려가봐야 했다. 다행히 의식이 있으셨다. 어떤 친절한 커플이 쓰러져 계신 아저씨의 안위를 챙기고 있던 중이었다. 쓰러진 아저씨는 어딘가로 자꾸 전화를 걸고 있었다. 친절한 커플이 이미 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조곤히 전하면서 아저씨를 안심시켜드렸다. 큰 길가 한 복판이어서 상황이 복잡했고, 근처에 파출소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나는 곧바로 파출소로 달려가 구조대원 한 분을 모시고 왔다. 구조대원의 지시에 따라 나는 어떤 어르신 한 분과 오토바이를 수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왔다. 상황이 정리되었고, 사람들은 흩어졌다.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쓰러져 계신 분께서 전화를 계속 전화를 걸었던 곳이 혹시나 119가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게 전화를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통화하고자 그 상황에서도 힘들게 다이얼를 돌렸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오토바이는 배달용 오토바이였고, 아저씨는 집에 돌아가시는 중이었던 같았다. 그냥, 집에 있는 부인에게, 집에 있는 자식에게,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전화를 하려고 하셨던 건 아닐까. 녹록치 않은 삶 속에, 다치기 까지 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신 건 아닐까. 많이 힘든 삶이지만, 다쳐서 미안하지만, 그저 보고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망상이 과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 때 흘려 듣고 있던 노래가 마이클 잭슨의 "We are the World"라는 곡이었다. 그래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너무나 터져나와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병신처럼 흐느꼈다. 모르겠다. 그냥 분명 내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도,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 다는 부끄러움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만큼 안이한 지금을 보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정말 병신처럼 흐느꼈다. 고맙게도 친구는 격려해주었다.
그저 어쩌다 지나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1년 후, 5년 후에는 오늘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걸 내 스스로가 기억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일이 되면 이런 반성을 또다시 잊어버리고는 쓸데없는 일상사에 대한 불평만 잔뜩 늘어놓는데 집중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저 쓸데없는 망상일 뿐이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아름다움으로 이 세계를 떠받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보다 더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단하고 숭고한 가치들이 내가 놓치면서 살아가는 바로 이 지금 속에 항상 상존해 왔던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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