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1996년 내한 공연 때 일이다. 그가 Earth Song이라는 곡을 열창할 때, 팬 한 명이 무대 위로 뛰쳐올라와 그를 껴안았다. 마침 무대 위를 가로지르는 공연 장치 위에 있을 때라, 보안 요원들은 그를 제지하지 못했고, 2분 여의 시간 동안 그 팬은 잭슨을 껴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Earth Song 라는 곡에서 분명하게 알아들었던 부분은 "I used to dream. I used to glance beyond star." 밖에 없었다. 사실 가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곡 내내 이어지는 잭슨의 절규와 호소만 보아도 무엇을 노래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만 같았다.
내한 공연에서 잭슨은 뛰어들어오는 팬을 막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단지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예정된 이벤트 였던 것 처럼 그를 받아들였다. 심지어 공연 장치에서 행여 팬이 떨어지지 않을까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꽉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팬의 허리를 꼭 감싸쥐었다. 공연장치가 지상으로 내려 왔을 때, 잭슨의 손을 잡고 절대 놓지 않으려했던 그 팬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 후 보안 문제를 가지고 옥신각신 다투고 있을 때, 잭슨이 "우리가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었던 기막힌 쇼였다." 다며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나는 그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였다. 그에게는 역사적이고 특별한 시간들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범상한 시간들이었을 뿐이다. 이집트 혁명이 한창 발발하고 있을 때, 긴박한 시간들이 조여오며 그들에게 흐르고 있을 때, 나는 태평하게 열람실 한 구석에 앉아 시답지 않은 전공시험공부나 붙잡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역사적인 메시지들을 공연을 통해 전 세계에 보내고 있을 때, 나는 그를 외면한 채, 어떤 평범하고 바보같은 시도들에 매몰되어 있었을까. 부끄러운 하루하루의 나날들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