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0일 토요일

Roland Garros, Semifinals



1. 

  Roland Garros, Semifinals
  Stanislas Wawrinka(3) def. Andy Murray(1)
  6:7(6), 6:3, 5:7, 7:6(3), 6:1


  2017 롤랑가로스 준결승 대진은 바브린카:머레이/나달:티엠이다. 지난해 롤랑가로스 준결승 대진에서 정확하게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로만 교체된 대진이다. 앤디 머레이Andy Murray와 스탄 바브린카Stan Wawrinka는 지난해에도 롤랑가로스 준결승에서 만났고, 그 때는 6:4, 6:2, 4:6, 6:2로 머레이가 승리했다. 초반부터 머레이가 경기를 주도했고, 바브린카는 경기중반 잠시 반짝 했다가 그대로 패배했던 경기였다. 
  바브린카는 무실세트로 4강까지 올라왔고, 머레이는 뭔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라왔다. 바브린카의 8강은 가뿐했지만, 머레이는 니시코리와 힘든 4세트 경기를 치르고 올라왔다. 클레이에서는 3번 붙어서 바브린카가 2번 이겼다. 장기전은 전성기 조코비치도 발라먹은 5세트 대마왕 바브린카가 유리하지 않겠나 싶지만, 머레이의 디펜스 플레이에 말리면 장기전으로 가도 바브린카가 에러를 남발하며 자멸할 거라는 게 예상이었다. 
  3세트가 끝날 때만 해도 머레이가 4세트도 가져가며 3:1로 결승에 진출하겠구나 싶었다. 바브린카는 이상하게 분위기를 탈 법하면 놓치고, 탈 법하면 놓치는 걸 반복했다. 공격형 선수로써 그런 파동은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 보다, 그대로 무너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4세트 들어갈때만 해도 머레이의 체력은 그리 문제가 없어 보였다. 뛰어다니는 양이 바브린카보다 꼬박꼬박 대략 5~10%정도 많았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세트가 생각보다 길게 진행됐다. 바브린카의 공격도 생각보다 꾸준했고, 머레이의 방어능력도 여전히 빛을 발했다. 그렇게 두 선수는 브레이크는 커녕 브레이크포인트 한 번 없이 타이브레이크에 진입했다. 
  타이브레이크는 백핸드 대결이 눈에 띄었다. 바브린카의 한 손 백핸드가 머레이의 양손 백핸드를 누르는 모양새였다. 바브린카의 포핸드 에러가 끊임없이 발목을 잡았지만, 결국에는 머레이가 집중력을 잃고 두 포인트를 연타로 내준 뒤, 바브린카의 포핸드로 4세트를 바브린카가 잡아내면서 풀세트에 돌입했다. 머레이의 체력이 끝나간다는 표시가 타이브레이크에서 나타난듯 했다. 머레이는 4세트가 끝나면서 체력을 전부 소진한 듯 했고, 5세트는 바브린카의 쉬운 승리로 끝났다. 그렇게 4시간 반에 달하는 혈전 끝에 바브린카가 결승에 먼저 진출했다. 


출처: telegraph.co.uk


  나는 경기를 보면서 상남자 테니스로 불리우는 바브린카의 초파워 스트로크 플레이도 대단했지만, 그걸 다 받아 넘기는 머레이도 대단해보였다. 니시코리와의 경기 때도 그랬지만, 머레이의 방어능력은 나달과는 또다른 차원인 듯 했다. 하지만 어쨌건 머레이는 탈락했고, 그는 올해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동안 그랜드슬램과 마스터즈 1000 시리즈에서 우승은 커녕 결승진출에도 전부 실패했다. 호주오픈은 4라운드, 롤랑가로스는 SF에서 마무리했다. 작년 몬테카를로 4강, 마드리드 준우승, 로마 우승, 롤랑가로스 준우승이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냈던 머레이는 올해는 마스터즈 3개 대회에서 2승 3패, 롤랑가로스 4강이라는 대단히 어설픈 성적으로 클레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2.

  Roland Garros, Semifinals
  Rafael Nadal(4) def. Dominic Thiem(6)
  6:3, 6:4, 6:0


  경기 전 나오는 이야기들은 대략 이러했다. '올해 클레이 시즌에서 나달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선수는 도미니크 티엠이 유일하다.', '티엠은 이미 조코비치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티엠은 차기 클레이의 황제로 불리울 만큼 클레이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번 롤랑가로스에서 나달의 경기력이 좋기는 하지만, 위협적인 선수와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달보다 빠르고 강력한 스핀을 보여준 티엠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다면 나달이 상당히 고전할 수도 있다.' 
  실제 경기 중 나온 통계에 따르면, 나달의 포핸드와 백핸드 평균 RPM은 각각 3486, 2568이고, 티엠의 포핸드와 백핸드는 각각 3435, 3008이었다. 속도의 경우에는 나달의 포핸드가 평균 시속 127km/h, 백핸드가 121km/h였고, 티엠은 각각 140km/h와 131km/h였다. 티엠은 나달보다 대략 10킬로 정도 더 빠른 스트록을 쳤고, 나달과 비슷한 수준의 포핸드 탑스핀 rpm을 만들어냈고, 나달보다 500rpm이 더실린 백핸드를 쳐냈다. 티엠이 무려 나달보다 강력한 탑스핀 스트로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출처: rolandgaross.com


  하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에는 맹점이 있다. 바로 테니스에는 아웃이 있다는 거다. 아무리 세고, 빠르고, 강하게 감기는 공을 칠 지 언정, 그 공은 라인 안에 들어와야한다.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나달이 방어형 선수라면, 티엠은 공격형 선수라는 점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 위의 통계를 보면 나달보다 강력한 스트로크를 쳤던 티엠이 왜 가뿐하게 3:0으로 깨졌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번 롤랑가로스에서 나달의 경기력과 상승세가 워낙 엄청나다보니 다른 선수들이 묻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와중에 관심받았던 선수가 바로 도미니크 티엠이다. 그는 이미 올 초 클레이 대회인 리우 오픈에서 스페인 베이스라인러너들을 무너뜨리며 타이틀을 차지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는 결승까지 올라 나달을 상대하기도 했다. 로마에서는 아예 그 나달을 무너뜨리며 나달의 18연승을 저지했다. 그것이 올 시즌 클레이에서 나달의 유일한 패배였다. 이번 롤랑가로스에서는 4강까지 무실세트로 가뿐히 올라왔다. 그가 그렇게 무너뜨린 선수에는 무려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포함된다. 티엠은 자신과 함께 King of Clay의 10번째 롤랑가로스 우승을 견제하는 유이한 장애물로 여겨졌던 선수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노박을 자신의 손으로 탈락시키고, 2년 연속 롤랑가로스 4강 진출 기록을 세웠고, 다시 한 번 King of Clay에 그의 본진에서 도전하게 되었다. 이 경기가 사실상 롤랑가로스 결승이라고 불리운 이유다. 



출처: rolandgaross.com


 아무리 그래도 티엠이 한 세트는 딸 줄 알았다. 


  롤랑가로스에서 나달이 엄청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위협적인 선수와의 경기는 이번 경기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내 개인적인 예측은 티엠이 1세트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어린 티엠이 로마에서의 승리와 이번 조코비치를 상대로 한 승리로 상승세를 타고 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력한 화력으로 1세트를 티엠이 잡아내지만, 체력 저하와 경기운영에서 나달에 밀려 역전당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3:0이었다. 특히 3세트는 티엠이 불쌍해보일 정도였다. 
  나달의 서비스로 시작된 경기는 첫 게임부터 브레이크로 시작했다. 나달이 아직 감이 안잡힌듯 에러 셋, 더블 폴트 하나로 티엠에게 브레이크를 손쉽게 내줬다. 그게 티엠이 기록한 이번 경기 유일한 브레이크였다. 나달은 곧바로 다음 게임을 브레이크 해내며, 금방 동률을 만들었다. 나달도 나달이지만, 티엠도 뭔가 좀 긴장하는 것처럼 쉬운 에러를 범했다.  
  승부처는 1세트 네 번째 게임이었다. 그들의 지난 경기들을 돌아보면, 1세트 승부가 사실상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1세트는 항상 아슬아슬한 브레이크 한번 싸움이었다. 티엠의 두 번째 서브 게임은 연속으로 포인트를 내주며 0-40로 밀렸다. 이후 티엠은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며 연속 세 포인트를 따내 듀스를 만들지만, 그는 또 브레이크를 내주고 말았다. 중요한 순간에 힘이 들어가니 공격이 에러가 되었다. 나달의 두 번째 브레이크 이후 1세트는 그대로 6:3으로 끝났다. 


출처: rolandgaross.com


  2세트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세트 첫 포인트를 탑스핀인지, 로브인지 뭔지 모르겠는, 말도 안되는 샷으로 포인트를 따낸 나달은 티엠이 상승세를 탈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다. 티엠은 상대의 백핸드 쪽을 노리는 탑스핀 서브가 장기였지만, 상대는 왼손잡이 나달이었다. 바운드가 높다 한들 그냥 바로 포핸드 직격이다 보니 딱히 재미를 보지 못했다. 퍼스트 서브는 주로 나달의 백핸드를 향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에서 보여지듯, 나달은 백핸드 리턴은 상당히 좋았다. 세컨 서브의 경우에는 더욱 얄짤없었다. 무조건 랠리가 이어졌고, 대회 통계가 보여주듯, 랠리가 길어지면 나달이 포인트를 가져갔다.
  2세트 첫 서비스 게임에서 부터 고전했던 티엠은 이후 이어진 나달의 서비스 게임에서 멋진 발리를 보여주며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을 얻었다. 그러나 나달의 서비스는 강력했고, 리턴에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전부잃었다. 브레이크 찬스를 잃은 티엠은 다음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분발하긴 했으나, 듀스를 3번쯤 간 끝에 결국 나달에게 브레이크 당했다. 티엠의 스트록이 정말 강력하긴 하지만, 나달이 그것을 전부 받아냈고, 랠리 안정성이 떨어지는 티엠이 혹시나 슬라이스라도 한번 치면, 그것은 그대로 나달의 위너로 돌아왔다. 그렇게 2세트도 끝났다. 브레이크 한 번이었다. 
  1세트에서는 둘 다 조금 상기되어, 몸이 덜 풀린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2세트는 확실히 본 실력이 나오는 것 같았다. 경기 템포는 빨랐고, 양 선수 모두 엄청난 스핀과 파워가 실린 샷들을 보여줬다. 차이가 있다면 나달은 에러가 적었고, 티엠은 에러가 많았다는 것이다. 나달은 1세트에서 티엠보다 위너는 더 많고(나달9, 티엠6), 언포스드에러는 더 적었다(나달10, 티엠13). 2세트에서 나달의 위너는 티엠의 반(나달7, 티엠13)이었지만, 언포스드 에러도 티엠의 반(나달6, 티엠12)에 불과했다. 공격형 선수는 티엠인데, 뛴 거리는 티엠이 더 많으니, 나달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기량을 보여줬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티엠은 자신의 서브가 나달을 상대로 전혀 효과가 없다보니 당황하는 것 같아 보였다. 
  3세트는 별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냥 티엠은 king of clay의 연습 파트너였다. 첫 두 게임 이후로는 이제 더이상 체력도 없고, 멘탈도 없고, 정신도 없는 것 같았다. 반면 나달은 이제 막 경기 시작한 선수같은 활력을 보였다. 혼자 사방을 달려다니며 말도 안되는 엄청난 샷들을 날려대다가 아웃이라도 되면 혼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어떻게 하면 한 포인트도 놓치지 않고 상대를 더욱 처절하게 부술까 고민하는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티엠이 좌절감을 크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6:0으로 끝났다. 마지막에 혹시라도 한 게임 내주나 싶었더만, King of clay는 매몰차게 경기를 마무리 지어버렸다. 롤랑가로스만 9번을 헤쳐먹은 King of Clay는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후계자를 손수 교육시켰다. 그렇게 King of Clay는 자신의 10번째 롤랑가로스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출처: rolandgaross.com


올해 클레이 시즌. 나달 덕분에 여럿 불쌍해진다. 진짜. 
  


  이번 롤랑가로스에서 열리는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경기를 보고있자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정말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다. 솔직히 어떻게 표현해야될지도 잘 모르겠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플레이를 보고있자면 "와 정말 우아하게 잘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의 경기에 대해서는 "정말 기계적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달의 이번 클레이시즌, 특히 이번 롤랑가로스에서의 플레이를 보면 그냥 무섭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경기가 두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 막 경기를 시작한 마냥 고개 흔들어가면서 혼자 잔발 뛰고 있는 나달을 보고 있자면, 공포감을 넘어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끊임없이 다 받아내는 방어력이야 원래도 강점인데 여기에 공격성까지 가미되어 무시무시하게 후려대는 포핸드와 백핸드를 보고 있자면, 헛웃음이 나온다. 상대가 불쌍해보일 지경이다. 행여나 나달에게 세트를 따낸다 하더라도 경기가 길어지면 오히려 상대가 괴로울 것 같다. 
  이번 티엠과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티엠이 상대가 안되는 것 같았다. 티엠이 온몸을 던져가며 때리는 공격 스트크와 나달의 스트록이 비슷한 수준이다. 에러는 나달이 더 적다. 위기에 몰려도 당황하는 기색도 없다. 브레이크를 당해도 뭐 새롭지도 않다. 그게 상대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준다. 8강에서는 아예 상대에게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어굿은 자신의 서비스게임ㅍ하나 지키는 것도 힘들었다. 4강까지 오는 동안 평균 경기 시간은 1시간 반도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 8강까지 잃은 게임 숫자는 총 22게임이다. 경기당 잃은 게임 숫자가 고작 4게임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8강이 2세트도 안되서 끝났다는 걸 감안해도 이는 엄청나게 적은 숫자다. 티엠과의 4강에서 잃은 게임도 고작 7게임이다. 2라운드 로빈 하스Robin Hasse와의 경기에서 잃은 게임 수 보다 적다. 경기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나달의 평균 경기 시간보다 고작 30분 더 했다. 상대가 상승세인 티엠인데 말이다. 나달과 티엠의 경기라는 것을 모르고 경기 데이터만 본다면, 대충 1, 2라운드 경기 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정도로 지금의 나달의 엄청나게 무섭다. 




3. 

2017 Roland Garros, Final
Stanislas Wawrinka(3) vs Rafael Nadal(4) 




출처: rolandgaross.com


 결승 대진이 정해졌다. King of Clay와 Stan the Man이다. 2013년 QF에서 만난 이후 롤랑가로스 첫 맞대결이다. 당시에는 당연히 바브린카가 King of Clay에게 일방적으로 털리고 끝났다. 이후 바브린카는 2014년 충격의 1라운드 탈락 이후, 2015년 우승, 2016년 4강에 이어 올해도 결승에 진출해 프랑스오픈 강자임을 천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딱히 어려운 상대 없이 무실세트로 잘 올라오다가, 준결승에서 랭킹 1위 머레이를 만나 4시간 반 풀세트 혈전을 벌였다. 지난 호주 오픈에서는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에게 5세트 끝에 패배했고, 인디언 웰스에서도 페더러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마이애미에서는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에게 "또" 패배하면서 트라우마 생기는 게 아닌가 싶었다.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로마 클레이 마스터즈에서는 합계 2승 3패로 머레이와 함께 삽질의 자웅을 겨루는 수준에 머물렀다. 너무 멘붕했는지, 롤랑가로스 직전에 열린 250대회인 제네바 오픈에 급히 참가해서 기어이 우승하고 롤랑가로스에 합류했다. 
   바브린카의 플레이는 이른바 상남자 테니스로 불리우는 초특급 전원 공격, 무조건 공격, 풀파워 공격 테니스다. 특히 그의 파워 한 손 백핸드는 역대 넘버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게 공격형 선수로 구분되는데도 딱히 체력 이슈가 있는 선수는 아니다. 5세트 대회에서 오히려 선전하는데다, 철강체력왕 조코비치와 초장기전을 여러번 펼친 적도 있다. 2014년 호주 오픈 때는 조코비치와 장기전을 펼치고 이긴 다음 아예 우승까지 해냈다.
  그리고 바브린카는 조코비치의 절정기 시절 그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두 번이나 무너뜨린 유일한 선수다. 두 번 다 무려 역전승이었다. 그만큼 본인이 불리한 상황이나 배경에서 힘을 더욱 발하는 타입이다. 2014 호주 오픈, 2015 프랑스오픈, 2016 US오픈 순으로 그랜드슬램을 각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해 모두 처음으로 우승을 해냈다. 윔블던 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인데, 아무래도 빠른 코트에서 약점을 보이는 바브린카가 윔블던을 우승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최전성기의 조코뱅크를 두 번이나 박살냈던 목욕탕바지
출처:foxnews.com


  나달과 바브린카는 18번 경기를 펼쳐, 바브린카가 딱 3번 이겼는데, 그 3번이 전부 상대적으로 최근이다. 한 번이 2014년 호주오픈 결승이고, 두 번은 나달의 암흑기인 2015년 로마 마스터즈와 상하이 마스터즈에서의 승리이다. 가장 최근 대결은 작년 몬테카를로 8강이고 그냥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나달이 이겼다. 인도어, 아웃도어, 잔디, 하드, 클레이 뭐 가리지 않고 나달이 다 이긴 걸 보면, 딱히 상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달리 바브린카가 이제는 빅네임급으로 성장한 것도 사실이고, 프랑스오픈에서 3년 연속 4강 진출을 할만큼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내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당연히 나달이 편안하게 이길 것 같다. 뭐 아무리 바브린카가 5세트의 사나이고, 초절정기 조코비치를 두 번이나 무너뜨린 선수고,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진적이 없는 선수고, 이미 2014 호주오픈 결승에서 나달을 무너뜨린 적도 있는 선수고, 역전의 명수고 어쩌고 하지만, 여긴 나달의 홈인 롤랑가로스다. 게다가 나달은 현재 믿기 어려운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바브린카가 클레이 병신인 머레이를 만나 헤멘 것만 봐도 그렇다. 
  뭐 다른 걸 감안해 봐도 나달이 지는 모양새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바브린카는 4강 머레이와의 혈전으로 이미 피로면에서 꽤 손해를 봤다. 반면 나달은 한 경기에 1시간 반 정도 쓴 꼴이다. 티엠과의 경기는 고작 2시간 걸렸다. 여전히 무실세트이다. 
  바브린카의 풀파워 상남자 테니스는 에러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머레이와의 경기에서도 볼 수 있듯, 거의 포인트들 바브린카 혼자 다 만들고 있는 차원이다. 또한 공격 테니스는 멘탈이 흔들리면 에러가 지수적으로 상승한다. 최근의 바브린카와 나달을 놓고 보자면, 둘 중 누군가 멘탈이 무너진다면 그건 바브린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한 손 백핸드의 문제이다. 바브린카가 백핸드가 강점이지만, 그의 백핸드는 나달의 포핸드로 향한다. 이것이 바브린카가 그동안 나달에게 고전해왔던 이유다. 나달의 포핸드에 스핀이 제대로 실리면 바브린카의 백핸드가 받아치기 정말 까다로워진다. 바브린카의 승부는 바브린카의 공격이 얼마나 먹혀드느냐의 싸움이기에 애초에 공격을 가하기 까다로운 공을 보내는 나달이 바브린카로서는 대단히 피곤한 상대인 것이다. 
  그렇다고 포핸드가 잘되기도 어렵다. 4강 경기에서 바브린카의 포핸드는 반쯤 버리고 써야하는 수준이었다. 페이스를 끌어올리려고 할때마다 포핸드는 에러를 범하며 발목을 잡았다. 반대로 나달의 백핸드는 요새 맛들리고 있는 지경이다. 나달은 카를로스 모야Carlos Moya가 코치로 온 이후 지난 호주 오픈에서 부터 공격적 백핸드에 맛붙이고 있다. 이번 롤랑가로스에서는 3회전 이후 조금 덜한 것 같지만, 여전히 백핸드에 자신감을 붙인 듯하다. 
  덧붙여, 바브린카의 파워샷은 나달이 칠 수만 있다면, 감아쳐서 카운터로 보내기 참 좋은 공이다. 티엠의 공보다 오히려 치기 편한 공이라는 말이다. 공궤적의 곡률이 티엠에 비해 확실히 적으니, 잘 갖다대기만 해도 넘어간다. 바브린카의 공격력이 나달을 상대로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바브린카가 그렇게 빠른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설마?...
출처:ibtimes.com


  나달이 패배하고 바브린카가 우승할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다. 특히도 나는 지난 티엠과의 경기를 전망하던 것처럼, 여전히 나달이 너무 선전해서 불안하다. 너무 압도적이어서 오히려 예상치 못한 패배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지난해 US오픈에서도 바브린카는 여러 피곤한 경기들을 거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2회전이후 3세트 경기는 없었고, 3세트 경기를 포함해서도 모든 경기가 대단히 피곤하게 치뤄졌다. 반면 조코비치는 기권승 3번에, 어려운 상대도 없었다. 모두가 조코비치의 우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바브린카는 보란듯이 조코비치를 3: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평론가들은 바브린카가 5세트 경기, 접전들을 거치면서, 몸이 확실히 풀려서 그렇다고 해설했다. 
  2014년 호주오픈 결승 직전까지 나달과 바브린카의 상대전적은 나달의 12전 전승이었다. 비록 나달이 등부상 등, 여러 부상에 시달리면서 컨디션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다수가 나달의 우승을 예상했다. 나달이 이미 준결승에서 무려 페더러를 3:0으로 스윕했고, 바브린카는 결승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바브린카의 3:1 승리로 끝났다.
  왠지 그런 과거의 전례들 때문에 불안하다. 나달이 결코 질 것 같지 않아서 질 것 같다는 그런 불안이다. 이제 당장 금방이다. 방금전에 끝난 여자 부에서는 애송이인 옐레나 오스타펜코Jelena Ostapenko가 우승했다. 바로 이런 불안함이다. 나달과 바브린카의 경기에서는 그런 예외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한 경기다. 나달이 꼭 승리해 역사적인 프랑스 오픈 10회 우승을 달성하기를 바란다. 참으로 금방이다. 내가 다 긴장된다. 



La Decima. 이제 한 경기만.
출처: rolandgaro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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