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기어이 9번째 게리 베버 오픈Gerry-weber open(할레 오픈)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할레오픈 결승에 올랐던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는 두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6-1, 6-3. 고작 단 한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만을 내줬을 뿐인 페더러의 결승전은 1시간도 안되서 완승으로 끝났다. 빅4에 이어 차기 넘버 원이 될 유력한 후보인 즈베레프는 지난 몬테카를로에서는 king of clay에게 완벽하게 클레이 레슨을 받더니, 할레에서는 황제에게 완벽한 잔디 레슨을 받았다.
결승에서는 두 가지 점이 눈에 띄었다. 첫째, 페더러는 허리 남짓 적당한 높이로 튀어오르는 잔디코트의 빠른 볼을 그 누구보다 확실히 후려팰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즈베레프가 스트록을 날릴때마다 페더러는 포핸드 백핸드 가리지 않고 더 강력한 스트로크로 돌려줬다. 높게 튀지 않고 빠른 잔디 표면위의 공은 페더러의 완벽한 스윙과 무거운 라켓에 걸려 완벽한 컨트롤을 갖춰 되돌아갔다. 즈베레프는 받아치기에 급급하니 베이스라인 뒤로 점점 물러설 수 밖에 없었고, 경기리듬을 완전히 잃었다.
두 번째는 완벽한 드랍샷과 경기운용능력이다. 페더러는 어느때보다 많은 드랍샷을 선보였다. 즈베레프가 조금만 뒤로 물러난다 싶으면 여지없이 드랍샷을 사용했고, 드랍샷은 거의 모두 완벽한 궤적을 그리며 네트를 살짝 넘어 떨어졌다. 느린 선수는 아닌 즈베레프가 열심히 뛰어와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행여 받아 넘긴다 한들 이어지는 건 페더러의 정확한 발리포인트 뿐이었다.
그렇게 즈베레프는 서브, 발리, 스트록 그리고 공격은 물론 방어까지 모든 측면에서 페더러에게 완벽하게 패배했다. 그는 정신적으로도 승리하기 어려워보였다. 페더러의 강한 스트록에 밀리는 상황에서 드랍샷까지 연타로 날아오니, 공을 받으랴, 코트 앞에 정신없이 뛰어가랴. 즈베레프는 완전히 말렸다. 그가 정신없어 보이는 건 네트를 향해 뛰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만 했고, 그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네 게임이나 딴 것도 대단히 칭찬받을 일이었다. 그만큼 페더러가 강했다.
호주오픈 우승 후 페더러가 자신의 기분을 클라우드 나인(cloud nine; 구름위에 있는 것 처럼 들뜨고 행복한 상태)에 있다고 언급해댔어서 그런지 이번 9번째 우승을 여기저기서 cloud 9이라고 불러대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그만큼 기쁘건 어쩌건 그의 이번 대회 우승은 다가올 윔블던에서 사실상 적이 없다는 것을 미리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앤디머레이Andy Murray가 졸전을 보여주며 에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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