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나와서 자꾸만 삽질하는 그들



  요즘 뉴스가 대단히 재미있다. 오늘은 황영철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간사가 뉴스에 나와 기억될만한 장면을 연출했다. 어제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나온 뒤, 황 의원은 JTBC 뉴스룸 인터뷰에 나와 비박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를 밝혔다. 황 의원은 비박계가 야당에게 탄핵 결의 일정을 9일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 전까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여야가 협의하고, 청와대에도 4월 퇴진 일정을 밝혀달라했다고 언급했다. 만약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9일 탄핵 일정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는 이에 대해, 현재 야3당이 박 대통령 퇴진 협의 보이콧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으며, 그렇다면 여야 협의는 이루어질 수 없으니, 비박계는 9일 탄핵 일정에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야당이 탄핵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것이 맞냐고 질문했다. 황 의원은 동의하면서 청와대에서 4월 퇴진 일정에 대해 응답을 낸다면, 또 어떤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손 앵커는 다시금 명확히 하기 위해 야당이 박 대통령 퇴진 일정에 협의하지 않으면, 9일 탄핵에 참가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황 의원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반전이 있었다. 

  4월 퇴진이라는 것이 개헌과 묶어서 가는 것이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황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원로들의 의견과 국회 다수의원들의 뜻이 모인 만큼 개헌이 충분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황 의원은 강조했다. 손 앵커가 그건 니 생각일 뿐이지 않냐, 그렇게 되면 개헌과 박 대통령 퇴진이 패키지가 되는데, 퇴진은 원하지만, 개헌은 원치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되냐고 물었다. 이에 황 의원은 예술적으로 대답하기 시작한다. 그냥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이 개헌을 원한다는 것이다. 손 앵커가 어이가 없다는 듯, 그건 니 생각일 뿐이다라고 재차 알려줘도, 황 의원은 국민이 개헌을 요구하고, 개헌 퇴진 패키지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 이제 반전은 무엇인가? 반전은 인터뷰가 끝나고 조금 지나서 나온다. 국회 기자와 연결하는 동안, 손 앵커는 야당과 퇴진 일정 확정이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9일에 탄핵으로 갈 것이다는 황 의원의 언급이 맞는지 재차 확인한다. 이에 기자는 인터뷰가 끝나고 황 의원에게 다시 물어보니, 야당과의 협의는 상관없다, 청와대의 응답이 있을 경우 탄핵은 중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손 앵커는 황 의원이 말을 바꿨다고 마무리했다. 



  황 의원이 밝히고자 했던 의도는 다음과 같은 구조일 것이다. 

   - 9일까지 야당과 협의를 하기는 한다.
   - 9일까지 청와대에 4월 퇴진에 대해 건의한다.
     -> 응답이 오면 탄핵 중단(새흐름?) / 응답이 안오면 9일 탄핵


   즉, 청와대와의 협의가 9일 탄핵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야당과의 협의는 하기는 하지만, 본인들 알 바는 아니라는 요지다. 


  손 앵커가 받아들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구조다. 

   - 9일까지 야당과 협의를 한다. and 청와대에 4월 퇴진에 대해 건의한다. 
     -> 이게 결렬되면, 9일 탄핵한다. 다만 청와대에서 응답이 오면 새 흐름(?)이 온다.
     -> 야당은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 따라서 비박은 9일 탄핵 결의에 참가한다.


   그래서 손 앵커는 "야당으로 주도권 갈 것이다." 라고 강조하며, 이 입장이 맞냐고 재차 물은 것인데, 황 의원은 멍을 때리고 있었던 건지, 마냥 "그렇습니다"하고 호응하고 만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JTBC는 인터뷰 후에도 재차 물었고, 이에 황 의원이 다시 본래 의도를 말하게되니, 인터뷰 때 입장과, 인터뷰 이후 입장이 다르게 된다. 차마 질문을 못알아쳐먹은 황 의원이 멍청하다고 하기 좀 그랬는지, 손 앵커는 그럼 황 의원이 말을 바꾼 것이라고 하며 마무리 짓는다. 




  질문을 똑바로 못 알아쳐먹고 "예, 예" 그런 것이나, 개헌 논의를 지멋대로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고 우기는 것이나, 황 의원은 참으로 바보같은 꼴을 보이고 들어가게 됐다. 황영철 의원 여타 매체에서 말도 깔끔하게 하길래 이미지 좋았는데, 왜 바보같은 꼴 보이고 갔는지 모르겠다. 하긴 요새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 자주 보게 되는데, 최근 손 앵커의 인터뷰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장 정도 밖에 없는 것 같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나와서 각각 광장 여론 매도와 총선 불출마 번복라는 삽질을 하고 들어갔고, 심지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조차, 국민 여론의 뜻으로 어떤 다양한 방법의 퇴진 후 대선 과정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식으로 어설프게 얼버무리다가, 절차라는 게 헌법이 규정한 60일 이내 조기대선 밖에 없지 않냐며 호되게 털렸다. 참으로 대단한 언론인이며 인터뷰어라고 생각한다. 손 앵커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나는 좀 아닌 체하면서 지내긴하는데, 참 볼 때마다 당황스러울만큼 놀랍긴하다.  




2016년 11월 29일 화요일

RAFA, HEAD?







  내년 브리즈번 오픈에 컴백하기로 했던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세계랭킹 9위)이 최근 새로운 라켓으로 연습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리우 올림픽 복식 금메달 이후 별다른 활약 없이 손목과 무릎 부상을 이유로 시즌을 접었던 나달이 최근 훈련에 복귀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바볼랏의 퓨어 에어로Babolat Pure Aero와 함께 까만색 프레임의 프로토 타입의 새 라켓으로 훈련하는 장면들이 여기저기서 찍혔다. 사람들은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나 앤디 머레이Andy Murray의 스폰서로 유명한 헤드HEAD사의 라켓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새로운 라켓을 쓰는 배경으로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다. 먼저 2014년 이후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나달이 이제 본인의 스타일인 강한 탑스핀 스트로크에서 한 발 벗어난 것이라는 추측이다. 2014년 프랑스 오픈 우승 이후 나달은 오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나달이 나이를 먹고,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장기였던 방어력이 상당히 무뎌지고 있고, 공이 높이 튀어오르는 탑스핀 스트로크에서도 힘이 떨어지면서 공이 짧아지고, 또한 상대들이 나달의 공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운영이 힘들어 진다는 것이 부진의 이유로 거론된다. 꽤 오랜시간 나달에 대해서 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이번 새로운 라켓 사용 또한 그 연장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플랫하며 낮고 빠른 공을 위해 헤드 사의 라켓을 프로토타입으로 쓴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록 나달이 스폰서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내년이면, 2007년에 바볼랏과 맺었던 10년 후원 계약도 끝난다는 이야기가 나달의 라켓 변경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바볼랏이 Project one이라고 밝힌 하얀색 퓨어 스트라이크Pure Strike 신형을 출시하며, 나달을 제치고 도미닉 티엠Dominic Thiem을 주로 밀고 있다는 정황도 왠지 그렇다. 





왼쪽부터 Wilson Pro Staff RF97, Babolat Pure Aero, HEAD Graphene Touch Speed Pro. 
출처는 Tennis warehouse 


  뭐 개별 라켓, 각 회사의 각 개별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짧은 개인적인 경험들에 의존해 편견으로 설명해보자면, 윌슨Wilson은 클래식 라켓의 느낌이 강하고, 바볼랏을 윌슨과 정반대 느낌의 라켓이고, 헤드는 그 중간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윌슨 라켓들은 물론, 개별 라켓마다 다르지만,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라켓으로 유명한 Pro Staff 시리즈가 보여주는 것처럼, 프레임이 얇은 편이고, 틀이 사각인 경우가 많다. 밸런스도 헤드 라이트형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래서 윌슨 라켓은 주로 감아치기보다는 플랫하고 컨트롤 위주의 공격적인 공을 치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반면에 바볼랏의 라켓은 프레임이 두껍고, 곡선형의 둥근 경우가 많다. 프레임이 두껍다보니 라켓의 반발력이 커서 공이 잘 튕겨 멀리 나간다. 밸런스도 이븐even인 경우가 많다. 특히 Pure Aero나 Pure Drive 같은 라켓들이 유명하다. 방어형 라켓이라는 얘기가 우세하다. Aero 시리즈는 아예 대놓고 감기도록 만들었다고 홍보한다. 헤드 라켓은 둘의 중간 같은 느낌이다. 기본 라켓 모양이나 스펙은 바볼랏 라켓과 비슷한 면들이 있지만, 프레임이 얇고, 라켓 손잡이 위 목 부분 디자인이 윌슨에 가깝다. 라켓 면적이 크지만, 공은 바볼랏에 비해 날카롭게 뻗는 느낌이 있다. 위 편견은 윌슨의 Pro Staff RF97, 바볼랏의 Pure Aero, 헤드의 Graphene Touch Speed Pro 이 세 가지를 베이스로 했다.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기만



  박근혜 씨는 29일 오후 2시 30분에 3차 대국민 담화를 하였다. 황교안 총리가 긴급히 상경해 비상대기 하고 있다는 앞선 소식을 듣고, "혹시?", "설마?" 하였다. 대국민 담화 내용을 세 가지로 요약해보면, 첫째,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둘째, 자신은 한 번도 사익을 추구한적이 없고, 주변에 사람을 잘못둔 탓이다. 셋째,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 박 씨는 지금까지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였고, 조건부 사퇴를 밝혔으나 그 과정을 국회에 넘겼다. 이번 3차 담화는 겉으로는 "사퇴를 밝힌 것"이 되었고, 속으로는 "자신의 안위를 위한 시간 끌기"가 되었다. 이에 야당들은 탄핵 절차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탄핵일정을 재검토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친박은 대통령이 "하야"라는 진정한 의사를 내놓았으니, 국회가 나서 앞으로의 과정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고, 강경 비박인 하태경 의원은 말도 안되는 담화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씨의 이번 담화로 정국은 완전히 혼돈에 또다시 접어들었다. 


  친박계는 어떠한가? 친박계는 억지부리기 혹은 복지부동 외에 여태껏 딱히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28일 친박 중진 회동 이후 청와대에 퇴진 뜻을 전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근혜 씨가 그 약속을 지키든 안지키든 어쨌건 공식적으로 본인의 "하야" 카드를 내밀었다. 사실상 자신의 "하야"를 담보로 친박계에 국회 주도권을 실어주며,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고자 하는 신호인 것이다. 친박계는 대통령이 사퇴 뜻을 내밀었으니, 이제 국회는 마음을 모아 질서있는 정권이양 과정을 만들자고 주장할 것이다. 본의는 둘째치고라도, 어쨌든 겉으로 "퇴진"을 말했으니, 명분도 가졌고, 거기에 "질서와 안정" 코드를 덧붙여 국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국회는 탄핵안, 개헌을 두고 대립중인데, 여기에 친박계까지 나서면 대립양상은 더욱 커질 것이고, 논제들은 복잡해지며, 교착으로 인해 시간은 마냥 흘러가게 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득을 보는 것은 청와대와 친박이다. 


  청와대는 어떠한가? 박근혜 씨는 하야를 하든 탄핵을 당하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바로 구속 수사를 받고, 형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지지율 4%의 박 씨가 검찰조사를 세 번이나 씹어가면서도, 현재까지 안위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오직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석, 비서관들 청와대 직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오늘 "사퇴"를 오히려 박 대통령 본인의 안위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 꺼내들면서, 진퇴양난에서 빠져나올 출구전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임기 단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개헌논의에 까지 발을 걸쳐두면서, 비박계의 분열까지 노렸다. "임기 단축"은 원포인트 개헌 내용이었다. 이로써 국회에 공을 넘기면서 동시에 국회의 혼란까지 노리고, 이를 통한 시간 끌기 효과 까지 얻을 수 있는 반전적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의사를 받아들이는 척 하며, 촛불집회의 동력에까지 충격을 줄 수도 있게 되었다. 


  야당들은 어떠한가? 야당은 이때껏 탄핵을 추진했다. 하지만 2/3가 되지 않기에 비박과의 협의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다툼이 있었고, 여기에 선총리 문제에도 다툼이 있었다. 문재인,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상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박 씨의 즉각 퇴진이 마냥 반갑기도 어렵다. 그래서 국민의당은 김무성 전 대표를 위시한 비박계와 통합, 연합하여, 개헌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연히 이는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드러났다. 먼저 민주당은 이번 3차담화로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박 씨가 "사퇴"를 언급했으니, 민주당의 "즉각 퇴진 OR 탄핵"이라는 투트랙이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즉각 퇴진"은 박 씨의 "퇴진의사"에 상쇄되는 측면이 있고, "탄핵" 또한 "박 씨가 하야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의해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비박계와 친박계가 협조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국민의당과의 관계도 별로인데다, 내부 이탈자까지 있을지 모르니, 마냥 탄핵을 밀어부치다가 상정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무능론에 빠지고, 박 씨는 임기를 거의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국민의당의 경우는 지지율이 나락인 찰스 때문에, 자꾸 비박계에 눈길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사이도 안좋고, 긴급 대선이 치뤄진다해도 승리가 안보이니, 차라리 비박계 내각제 개헌론에 몸을 담궈 내각제 연정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 자꾸만 몸이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탄핵 지속을 언급하기는 하였지만, 이 또한 당내 의견을 명확하게 모으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혹시나 비박계의 내각제 개헌의사와 친박계의 박근혜 안위 보장 뜻이 다시 뭉쳐 개헌론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변수까지 등장하니,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어디에 발을 담가야 되나 싶을 것이다. 


  비박계는 어떠한가? 엊그제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사실 상 총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했다. 비록 "전교 꼴등이 서울대 안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는 비아냥을 받을지 언정,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양극을 배제한 협력과 연합으로 내각제 개헌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총선때 밝힌 앞으로의 총선 불출마를 번복하면서 권력의지를 놓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보인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비박계는 친박 및 청와대와 선을 긋고, 야권은 "친문"이라는 표현으로 분열 시킨 뒤 비박계 및 국민의당 및 기타세력들을 모아 내각제로 밀어 자신들이 수장이 되겠다는 거대한 뜻을 품고 있어 보인다. 이와중에 박 씨가 이번 담화로 개헌론에 손을 뻗었으니, 충분히 비박계 또한 전략적으로 잡을 만한 옵션이 생긴 것이다. 내각 개헌에 힘을 실을 수 있다면, 마치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가 서로를 건들지 않는 것처럼 박근혜 안위 보장을 조건으로 손을 잡고 내각제 정권 추진으로 밀 수 있다. 따라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언급처럼 탄핵안에 주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은 어떨까? 대면조사 3번이나 보이콧 당하고, 특검에 망신당할까 신나게 게이트를 털고 있던 검찰은 급 망설여지는 상황에 왔다. 이제 밀어야할지 당겨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검 전 뇌물죄 기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검찰의 의견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수사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으로 가야한다는 상황까지 도달해왔으나, 박 씨의 3차 담화로 정국이 혼돈에 빠지면서, 김기춘과 우병우에 관한 수사는 다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검찰은 개헌론에 줄을 대야하나, 아니면, 탄핵국면에 다시 줄을 대야하나 망설여 질 것이다. 박근혜 씨가 친박, 비박과 힘을 합쳐 살아남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조건이 느닷없이 날아든 것이다. 

  
  촛불시위와 국민여론은 어떨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촛불시위의 크기가 이정도로 클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명확한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씨가 조건부 사퇴를 내밀며 국회에 공을 넘기면, 이제 사안이 복잡해지게 된다. 따라서 아무래도 여론도 힘이 좀 빠지지 않을까 싶은 게 전망이다. 온라인으로 얼추 돌아본 반응으로는 3차 담화에서 박 씨가 본인의 혐의를 모두 부정했고, 즉각 퇴진이 아니니, 여전히 반발의지가 강해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 될 수 있을지 사실 잘 예상이 되지 않는다. 이제 언론들 또한 앞으로의 정국 혼란, 정국 변수 등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잔뜩 이야기 할 것이니, "탄핵", "퇴진", "세월호 7시간" 등의 문제들이 조금은 뒤로 물러나지 않겠나 싶다. 공식적인 조건부 사퇴 발표 또한 그것이 박 씨에 대한 다양한 시민들의 각기 신뢰 문제로 외연이 확장되게 생겼으니, 기존 처럼 강력한 의사 결집이 될까도 싶다. 하지만 여전히 촛불시위와 국민여론은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변수다. 만약 3차 담화 이후에도 시위가 지속된다면, 정국혼란이 "즉각퇴진", "탄핵" 국면으로 다시 정리가 될 것이다. 






  여전히 박근혜씨는 질문은 "나중에" 받을거고, 혐의도 "나중에" 소상히 밝힐거라고 했다. 아주 짧게 발표하고 또다시 뒤로 사라졌다. 뭐 할지 말지 그건 당신 맘일테니. 혐의는 깨끗하게 씹었고, 국회가 길을 깔아주면 사퇴하겠단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번 박 씨의 3차 담화는 노련하다 못해 영악해보일 정도로, 놀라운 담화였다. 조금 치사한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건, 청와대와 박 씨 입장에서는 굉장히 스마트한 카드를 내놓은 게 확실해 보인다. 도대체 이 멍청한 국면이 언제쯤 끝이 날지 모르겠다. 나날이 갑갑해진다. 


2016년 11월 23일 수요일

만류귀종萬流歸宗



  학부 시절, 이것 저것 쓰잘데 없는 책들을 별나게 읽다보니 쓰잘데 없는 것들을 어깨넘어 많이 보게 되었다. 그 중에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강의록도 있었다. 그 책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분명 마르크스 자본론 강의인데, 책의 초반부가 사실 상 물리학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 "힘", 다시말해 "역학力學"이라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물리학과 자본주의라니, 얼핏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나름 그럴듯한 설명들이었고, 나는 꽤나 매료되었었다. 
 
  나는 본래 전공 외에 다른 분야들에도 자꾸 기웃거렸지만, 그 중에서도 물리학, 특히 천체 물리학에 흥미가 많이 갔다. 전공으로 들어가기에 나의 수학적 능력은 매우 미약하기 그지 없기에 상식이나 교양 수준에서 가능한한 많은 텍스트를 보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와중에 흥미롭게 보았던 이야기는 바로 물리학의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하나의 틀 내에서 아우르는 통일장 이론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부족한 이해수준에서)대충 세계를 세 가지로 구분해보면, 먼저 원자에서 시작해 전자, 중성자, 광자 등의 개념들로 알려진 미시세계가 있다. 다음으로 인간의 감각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일상 세계가 있고, 이것이 행성, 항상 등 우주 수준으로 거하게 확장된 거시세계가 있다. 일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절대공간을 가정한 뉴턴의 고전물리학 체계로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광속(c)이 난무하는 거시세계로 가면 뉴턴 체계의 정확도는 매우 떨어지고, 바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에 의해 제기된 상대성이론이 등장하게 된다. 반대로 미시세계에서는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 강한 상호작용strong interaction이 등장하면서, 상대성이론을 포함한 고전물리학보다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한다. 

  뭐 최근에 나온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라던가,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라든가, TOE(Theory of Everything)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전부 이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모순 없이 한방에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나온 이야기다. 초끈이론이 뭐 입자를 끈의 진동으로 설명한다는 그런거라는데, 입증도, 예측도, 검증도 제대로 된바가 없어서 한계라고 하고, 통일장이론은 어떻게 어떻게 해서 네 가지의 힘 중 세 가지인 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 강한 상호작용까지는 어떻게 묶었으나, 아인슈타인의 소망이었던 중력까지 묶는 것에 실패했다고 한다. TOE는 뭐 모든 힘을 묶는 일관된 체계가 나오면 그것이 "모든 것에 관한 이론"이 될 것이라는 데, 정말로 누군가가 그 체계를 발견해 낸다면, 그 사람은 노벨상은 물론, 인류가 없어질 때까지 이름이 회자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그게 발견될까도 싶다. 하긴 또 발견되나, 아니, 구성될건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나는 저 내용들에 관해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에 한창 빠진 적이 있다. 

  일종의 실천윤리 같은 측면에서 어떤 사람에게 제언해야하는, 혹은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건,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받아들인 한에서 노력의 최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쉽게 말해 조건에 대한 "순응"이다. 그 개인의 목표가 거시적 제도의 변화든 단지 개인의 세속적 성공이든 그건 목표의 차이일 뿐이고, 일종의 당위적 실천윤리로 그 개인은 스스로 노력을 최대화 해야한다. 그게 일종의 미시세계라고 보았다. 

  반대로 거시세계는 거대 규모의 조직들, 집단들이 있는 세계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어떤 행위자에게 필요한 실천윤리는 "주어진 조건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쉽게말해 조건에 대한 "반항"이다. 거시세계의 실천윤리의 대상이 되는 논제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멀고, 개인의 자기이익self-interest와도 멀고, 논제 자체도 추상적이다. 따라서 행위자인 개인은 조건에 순응할 필요가 없다. 
  
  간단히 말하면, 비록 내 자신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는 돈을 가능한 많이 벌어 성공한 사업가가 되라고 말할지언정, 사회 전체에 대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한다"라는 것이 일종의 실천윤리에 관한 내 생각이었다. 미시와 거시세계에서 사실 상 반대의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혹시 동일한 결론이 나올 수 있는 통일된 실천윤리가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였다. 

  미시세계에서 행위자의 개인적 목표가 "조건의 전환 혹은 구조의 전환"이라면, 두 세계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 행위자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실천윤리는 조건에 대한 순응이라는 미시적 실천윤리이지만, 그가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것이 바로 조건에 대한 반항이라는 거시적 실천윤리의 요구까지 달성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러셀의 역설과 같은 것 같다. '조건"이라는 개념에 들린 두 차원적 의미를 중첩함으로써 해결한 것에 불과해 보였다. 마치 조건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목표로서 또 다른 차원에 집어넣으면서, 조건이라는 개념에 달린 변동성의 스위치를 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출력할 수 있는 단 차원의 틀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만류귀종萬流歸宗. 불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는 데, 물리학의 통일장이론이나, 내가 생각하는 뻘 지론이나, 어떻게 일관된 체계로 통합이 될 수 있을까. 싶다. 과거에 하곤 했던 뻘 지론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적어보다보니, 내가 구분한 실천 윤리의 근거를 보다 정교하게 사고해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실천윤리라고 적으면서 필요한 당위성의 근거를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하긴 뭐가 쉽게 되면, 만류귀종이라는 말이나 나왔겠는가. 시국이 시국이라 그런지 나날이 뻘생각만 늘어간다. 



2016년 11월 21일 월요일

도리9



  이정현 새누리당 당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당대표 사퇴 요구를 무시했다. 비박들의 주도로 비상시국대책회의를 열어 이정현 대표의 사퇴와 탄핵 정국을 논하고 있는 것 또한 강력하게 비난했다. 당의 미래인 초, 재선 의원들과 책임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비상 시국을 극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인은 12월 21일에 물러날 것이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버틸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물론 야당의 투트랙 전략을 가리켜 "이랬다, 저랬다" 라며 더 이상 혼란을 가속시키지말고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선 퇴진을 전제로 한 국회 추천 총리를 청와대는 거부했다. 검찰 조사도 거부했다. 특검 수사는 받겠다고 밝혔지만, 그 때가서 또 거부하면 그만이다. 청와대와 이정현 대표가 저리도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가 새누리당 책임 당원을 중심으로 한 자체 폴에서 이정현 대표가 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입장이 6할이 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침묵하는 다수가 본인들 편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정현 대표는 사퇴 요구에 대해 항상 "의리"를 강조한다. 오늘은 DJ, 노무현, YS 등등 과거를 언급하며, 세력에 위기가 찾아왔을때, 갈아타는 사람들은 영민한 사람들이지만,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아니냐면 격하게 화를 냈다. 자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자신의 야욕 때문이 아니라, 위기 일수록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수습하기 위함이며, 비록 지금의 위기에 빠졌지만, 신의를 지켜 대통령을 모시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은 이정현 대표는 작금의 상황을 철저히 정치공학적, 혹은 정치적 스탠스의 문제로서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떤 세력이든 위기는 찾아오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의"를 가지고 지켜내면, 또다시 상황은 반전되고 수습 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뭐 아예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무지한 인간의 맹목적 신앙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정현 대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나 또한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단순한 정치적 위기가 아니다. 국가 정치제도의 근본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건이고, 민주주의라는 18세기 이후의 시대적 사상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폭력시위는 커녕 폭동, 내전으로가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신의"와 같은 "도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는 비박계의 주도권 노림수도 당연히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를 충실히 따르는 여당대표로서 이번 사건에 함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위기, 혼란, 수습 뭐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이 갈수록 우스운 상황이 된다. 마치 본인이 불 질러 놓고, 혼란스러우면 안되니, 자신이 남아 불을 끄는데 앞장서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 대표도 바보는 아니니 모든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본의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심과 본인의 안전을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일 것이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분노만 치솟는다. 일부로 저렇게 어그로를 끄는 것인가 싶다. 



  근래에 참 웃기는 장면이 많이 벌어진다. 청와대는 엊그제 엘시티 관련 수사를 엄정히 하라고 검찰에 지시해놓고, 이제는 검찰의 수사가 중립적이지 않고,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환상의 집"이라고 비난했다.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별수사본부에 공소장에 제 3자 뇌물 수수 혐의를 명확히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질책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은 아이러니다 못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너무 말도 안되서 그런가 이것이 다 시나리오고 연극이라는 음모론들까지 설득력을 얻고있나보다.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언제까지 봐야되나 싶다. 이와중에도 평화시위와 비폭력을 주창하는 국민들이 정말 경이롭다. 



Andy Murray, Year end No.1







  요즘 내가 생각하는 예상들이 전부 들어맞지 않는다. 앤디 머레이Andy Murray가 연말 랭킹 1위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그 중 하나이다. 머레이는 결국 2016 월드 투어 파이널 결승에서 세계 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를 세트스코어 2:0(6:3, 6:4)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머레이는 이번 경기 승리 하나로 여러 성과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었다. 


  올 시즌 부터 데이비스 컵 국가대항전을 랭킹 포인트에 포함 시키지 않으면서, 머레이는 작년 데이비스 컵 우승으로 얻어낸 275포인트를 잃을 예정이었다. 따라서 조코비치와의 포인트 차는 130점에 불과했고, 400포인트가 걸린 준결승에서 머레이와 조코비치 둘 중 한 명이 탈락하고 한 명이 승리한다면, 승자가 무조건 연말 랭킹 1위를 가져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 승자가 우승컵과 연말 랭킹 1위를 동시에 가져갈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경기를 머레이가 승리함으로써 머레이는 3주 간 지켜왔던 세계 랭킹 1위를 연장할 수 있게 되었고, 연말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게다가 생애 첫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까지 얻어 낸 것이다. 






  두 개의 트로피를 한 방에 얻어낸 것 외에도 이번 머레이의 승리는 더욱 드라마틱 했다. 바로 결승전 상대가 노박 조코비치였기 때문이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역대급 라이벌이었고,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그들의 시대를 위협한 선수라면, 머레이는 거기에 조금은 어설프게 끼어 있던 선수였다. 특히 그랜드 슬램 우승 12회에 월드 투어 파이널 또한 이미 5번이나 우승했고, 마스터즈 1000 30회 우승, 연말 랭킹 1위 5회에 빛나는 87년생 동갑내기 조코비치에 비하면, 이제 막 세계 랭킹 1위,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한 머레이는 조금 초라해 보일 정도다. 호주 오픈 결승에 무려 5번이나 올랐던 머레이에게 4번(1번은 로저 페더러)이나 접시의 길로 보냈던 것도 조코비치였다. 머레이의 투핸드백이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코비치의 투핸드백은 사실상 올타임 넘버원으로 불리운다. 그나마 잔디 코트에서 두 번 만나(2012 런던 올림픽 준결승, 2013 윔블던 결승) 두 번다 머레이가 이겼다는 점이나, 올림픽 금메달 2연패를 했다는 점이 머레이가 내세울 만한 점이다. 
  머레이의 세계 랭킹 1위가 상대적으로 조금 폄하받았던 것도 2014년 하반기 이후 역대급 성적을 내고 있던 무적 조코비치를 제대로 꺾지 못하고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파이널로 머레이가 조코비치를 이기고 넘어서야 연말 랭킹 1위와 함께 자신의 세계 랭킹 1위를 확정 받을 수 있다는 이번 상황이 연출됐다. 그리고 기어이 머레이는 조코비치를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올 한 해를 드라마틱하게 마무리 하게 된 것이다. 






  경기평은 딱히 할만한 게 없다. 집중력의 차이라고 밖에 딱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라운드로빈에서 도미닉 티엠Dominic Thiem을 상대로 한 1세트 외에는 딱히 어려운 상황없이 결승까지 올라왔다. 밀로스 라오니치Milos Raonic와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긴 했지만, 2세트만에 끝났고, 조코비치는 빅서버에 강했다. 조코비치를 위협할 것으로 보였던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는 2게임 밖에 못 따고 힘 없이 무너졌다. 반면에 머레이는 1위 유지를 위해서는 한 경기도 지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니시코리와의 라운드 로빈도 머레이는 힘들게 승리했고, 라오니치와의 준결승은 머레이의 어머니의 표정이 경기내내 패배를 예상할 만큼 힘든 경기였다. 기어이 라오니치를 역전하고 올라온 머레이여서 체력적으로나 부담이 있으려나 싶었지만,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준 왔다갔다 뛰어다니는 폼으로 조코비치를 상대했다. 패싱샷이 절묘하게 라인 안으로 들어갔던 것들이 컸던 것 같았다. 반면에 조코비치는 공이 짧은 경우가 많았고, 유난히 공이 가운데로 몰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조코비치가 잘할 때 보면, 코트 전후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풋워크가 안정되어 있고, 그냥 좌우로만 왔다갔다 하며, 상대의 강한 공 조차도 카운터로 코트 양쪽 구석으로 찌르는 모습이 많았는데, 이번 결승에서는 그냥 난타치듯 가운데로만 공을 쳐냈다. 조금은 조심스러워 보이는 모양새였다. 반면에 머레이는 1위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과, 영국 홈에서의 승리를 꼭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는지, 경기 내내 집중력이 상당했다. 당연히 랠리 주도는 조코비치가 했지만, 머레이의 방어력이 특히 돋보였다. 


  이번 우승 덕분에 머레이는 4주 이상, 사실상 내년 초까지는 순조롭게 랭킹 1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너무 허무하게 져서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정말 프랑스오픈 우승과 올림픽 광탈 이후, 동기부여가 확실히 무너졌나 싶다. 원체 실력이 압도적인 선수이니 격한 하락세에 빠질 것 같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지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뭔가 중요한 멘탈적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머레이가 이겨버린 덕분에 조코비치가 다 헤쳐먹고 있을 때 보다는 재미있어 진 것 같다. 내년 브리즈번 오픈에 컴백한다는 나달이 이번에는 확실히 부활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2016년 11월 19일 토요일

비정상의 정상화



  오후 7시 기준 주최 추산 45만 명(경찰 추산 13만 5천)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위에 모였다. 지난 주 100만에 비하면 절반 정도이다. 숫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쓰는 현재 상황은 그렇다. 벌써 4차 집회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하게 푸시했던 국정 어젠다 중의 하나이다. 정부부처가 총동원되어 나름의 과제 목표들을 정하고 차근차근 시행 중이다. 경제분야, 안전분야 뭐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나름의 의의를 정하고, 모든 정부 부처가 뛰어들어 참여하고 있다. 

  국정어젠다를 설명하는 메인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다. 뭐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데, 그냥 당연한 소리들을 던져놓는 관례적인 것에 불과해 보였다. 이게 다 내가 무지하고 몽매한 탓이 아니겠나 스스로를 탓했다. 

  대략 50만이 서울 광화문에 모여서 시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부 합치면, 대략 전국 100만을 향해 달려가지 않겠나 싶다. 시위가 시작한 이래, 모든 시위의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친구는 오늘은 박사모를 보고 가겠다고 서울역을 향하며 한 마디를 남겼다. "하, 진짜 피곤하다, 피곤해. 이거 뭐 언제까지 나가야 돼?" 시위에 지쳤다는 게 아니라, 뭐 이정도 했으면 그만 내려오셔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물음이다.

  지난 12일 시위 이 후, 청와대는 엄숙히 듣겠다는 식의 의례 표현 외에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사과문도 없고, 담화도 없다. 누구말마따나 자기 딴에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역정을 내려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사는 "여성의 사생활"을 운운하며, 검찰조사를 사실상 거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단독 회동 번복 이후, 느닷없이 청와대는 엘시티 관련 수사를 엄정히 하라는 지시를 시작으로 한일정보보호협정 가서명, 황교안 총리의 APEC 참석, 청와대 수석과 문체부 차관 인사 등을 강행했다. 심지어는 다음 주에 있을 국무회의 주재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3주 연속 지지율이 5%이고, 새누리당은 분당 직전이고, 국회는 국정조사를 시작했고, 4주 째 하야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공식화 한 것이다. 

  법리적 문제라던지, 제도적 문제라던지, 헌법 질서에 따른 문제라던지, 수많은 문제들을 다 떠나서, 이 정도로 파격적인 국정농단 사건을 일으키고, 온 국민이 일어나 매일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이 마당에,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정치적 책임을 외면할 수 있는 건지 하루하루 대단히 놀라울 지경이다. 자신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에 전혀 협조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검찰에 다른 사건 수사를 지시했을 때는 그 성정적 강직함과 굳건함에 경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50만의 시위를 보면서 들었던 내 걱정은 바로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였던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정부의 표현 의도와 달리,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대로 지속되어 오히려 "정상적인 상황"이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이라고, 매일 매주 100만 씩 데모하겠는가. 그들도 지쳐간다. 이제 충격적인 소식도 너무 많이 들어서 왼만한 게 나와서는 충격의 수준도 체감해 간다. 저번 주 100만이었는데, 이번 주 50만이니, 국민의 반발 심리도 이제 다시 수습되고 있다고 청와대가 혹시라도 자위라도할까봐,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보통 같으면 진즉에 박살났어야 하는 이 나라가 "합리적이고 발전된 국가체계"와 "국민들의 경이로운 평화시위", 그리고 "청와대의 뻔뻔함"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놀라울 만큼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다. 청와대와 이정현 대표가 법치 질서와 수습을 명분으로 버티고 있는 이 상황이 더없이 견디기 힘들다. 도대체 언제까지 청와대가 저렇게 버티고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탄핵정국으로 가야 뭐가 될 것인지, 국회에서 거국 내각 총리로 또 한바탕 싸우다가 이 사건의 파동이 약해지는 건 아니게 될지, 시간이 지나고 이제 이런 충격들이 전부 익숙한 것이 되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박근혜 정부는 그들의 국정 어젠더 하나는 정말 훌륭하게 해낸 것 같다. 이런 말도 안되는 "비정상적인 상황"들을 이제는 태연하게 "정상적인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게 아닌가. 마치 많은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에 비난했음에도 박근혜씨가 당선 된 것처럼,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흐지부지 되었던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온다.



2016년 11월 15일 화요일

Today



1.

  문재인 전 대표가 드디어 "중대한 결심"에 대해 입을 열었다. 모두의 환영을 받았지만, YTN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장의 페이스북을 빌어" 대안이 모호"하다고 씹었다.


  시위는 주말이었는데, 왜 월요일에 안하고 이제서야 하는가.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삽질을 덮으려는 거 아니냐는 기자의 고도의 낚시성 질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월요일은 대통령이 입장을 발표해야하는 시기라고 판단해 기다렸다, 그러나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이제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로 현답이었다. 기자회견이란게 이렇게 재밌는 거라는 걸 보여주는 회견 같았다. 어쨌건 문재인 후보 덕분에 추미애 대표의 삽질은 무사히 묻어갔다. 



2.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두고 "벌써 자기가 대통령이라도 된줄 안다" 라며 비아냥 거렸다. 나는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지 않는다. 분명 그는 이 사태로 나라를 말아쳐먹은 청와대와 여당의 소속 대표로서 근심으로 가득 찬 당원들의 기를 살려주고자, 혹은 여당 원내대표 라는 직위 때문에, 분명 어쩔 수 없이 그리 말한 것이라고 믿는다. 



3.

 이정현 새누리당 당 대표는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김문수"를 나열하며, 합쳐서 지지율 10%도 안되는 조무래기들은 조용히 짜져있으라고 강하게 외쳤다. 본인께서 조용히 계시면 본전이라도 뽑을 것 같은데, 충성심이 과한건지 아니면 어그로를 끌어 새누리당 후보들을 부각시켜주기 위한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리 외치며 관심을 끄셨다. 



4.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낙선 낙선 낙선의 주인공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를 가뿐하게 씹을 것이고, 방법은 방문조사가 되야될 것이며, 특검이 되더라도 대통령의 조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고, 최순실을 비롯한 일당들의 수사가 다 끝나고 나서야 대통령을 부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아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평화롭게 시위해줘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감이 안잡히나 걱정스러웠다. 여성으로서 사생활을 지닌 분들이 청와대 담벼락이라도 둘러싸고 "꺼지라고" 외쳐줘야 청와대도 사태파악을 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5.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는 런던에서 열리는 월드투어파이널 1차전 도미니크 티엠Dominic Thiem과의 경기를 힘들게 승리한 후, 기자들과의 공식 인터뷰 도중 기자와 언쟁을 벌였다. 조코비치는 티엠과의 1세트 타이브레이크 도중 실점을 허용한 후 공을 잡아 자신의 코치진 쪽으로 공을 쳤다. 꽤나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조코비치가 신경질 내는 게 뭐 한 두번은 아니니, 별일 아니기도 한데, 기자가 느닷없이 진지하게 시비를 거니, 조코비치는 "왜 자기한테만 난리냐"고 화를 냈다. 


  안 그래도 프랑스 오픈 이후로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자신에 대한 화에 머레이에게 랭킹 1위 내준 것도 빡칠 것이고, 올림픽 메달 놓친 것도 쌓여 있을 텐데, 마침 또 영국 기자(mirror)가 시비를 거니 화가 터졌을 것이다. 조코비치의 행동들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나, 대략 반응들은 하여간 영국기자들이 지나치고 눈치가 없다는 게 많은 듯 하다. 영국 출신 세계랭킹 1위 나왔다고 너무 신이 나는데, 머레이가 조코비치를 누른 적이 없으니, 열등감에 조코비치한테 시비를 거는 게 너무 빤히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를 막 끝내 흥분해있는 선수에게 하는 질문으로는 너무 멍청한 질문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조코비치 타도를 오랜시간 외쳐온 나로서도 이번 건은 왠지 조코비치가 애잔해보였다. 아, 내가 코트장에서 매우 신경질을 잘 내는 사람이라 그런 건 아니다. 분명 그건 아니다.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가을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월요일이 개막한 오늘, 여야는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협의했다.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하여 두 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으로 예정된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는 물론,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하는 특검을 임명하는 초유의 일까지 열린 것이다. 어쨌건 여당은 야당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로서 검찰은 수사압박을 받게 되고, 야당에게는 본인들의 진정성을 보다 입증해내야 하는 책임이 넘어왔다. 

 그런데... 이 두 조건을 여당이 받아줘서 너무 고마웠던 건지, 아니면 김무성 전 대표의 탄핵 프레임에 뭔가 자기도 깝쳐야겠다 싶었던 건지,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느닷없이 청와대에 1:1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당연히 청와대가 제안 한 건 줄 알고 그걸 받아들인 것도 의아했으나, 무려 추 대표가 직접 한광옥 비서실장에게 다이렉트로 콜을 걸어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뭐라 딱히 묘사할 말이 없다. 그냥 바보짓이다. 1:1영수회담이라는 거대 건수를 문재인 후보는 물론 다른 최고위원들과의 협의도 없이, 의원 총회도 없이, 지멋대로 결정했다는 것도 쇼크고. 빤히 잃을 것 밖에 없는 영수회담에 왜 제발로 들어가겠다는 건지도 쇼크다. 영수회담에서는 하야하라고 강력하게 우겨도 본전에 불과하다. 하지만 회담의 특성상 무리수가 나오기 어렵고 사전 각본 조율도 이뤄지기 때문에 입장이 흐릿해지기 쉽다. 그럼 결국 추 대표는 원론 수준의 거국 내각이나 늘어놓을 것이고, 청와대는 냉큼 기존의 내각 통할 방침으로 엮어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1 야당 대표가 들러리 서줬으니 청와대는 더욱 뻔뻔해질 것이 틀림없다. 청와대 홈그라운드에서 연출되는 광경은 1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수습에 고개숙이고 있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혼자가서 깝쳤으니, 친박 외 나머지 정당, 계파들과의 갈등은 물론 국회 균열까지 괜히 긁어 만들게 된다. 이는 박근혜 하야에 올인하는 민심에 친박계 새누리당은 비켜가고 민주당이 대신 정통으로 맞어주는 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청와대가 내일 3시에 예정된 회담 준비에 설레어 있을때, 결국 추미애 대표가 의원 총회 및 비공개 최고위를 거쳐 입장 번복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본인이 제안해놓고 이제와서 또 영수회담에 본인이 참가하지 않겠다고 번복하고 앉어있다. 덕분에 청와대는 실컷 야당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사태수습과 대화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가 뒤통수 맞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DJ 대북 송금 수사했다고 삐져서 박근혜씨와 나란히 쪼개며 탄핵안 발의에 앞장섰다가 삼보일배로 삽질해야했던 우리 추미애 대표의 PTSD가 느닷없는 데서 드러난게 아닌가 싶다.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사람이 왜 저랬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덕분에 민주당은 다시 한번 아주 강하게 무능과 야비함의 이미지를 공고히했다. 어쩌다가 저런 작자들이 당 대표가 되고, 원내대표가 됐는 지 모르겠다. 추미애 대표 조만간에 삼보일배 하는 거 또 보게 생겼다. 





  아 그래도 오늘 추미애 대표의 멍청함이 잘한 게 딱하나 있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어제 내놓은 탄핵안 발의 주장이 가뿐하게 하루 동안 묻혔다는 거다.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번복이 너무 말도 안되고 멍청한 사건이라, 탄핵 주장 따위 관심도 못 받은 건 그나마 다행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아, 탄핵안을 묻어버리고자 한 추 대표의 빅픽쳐인가?

  추미애 대표의 담대함에 질까 겁나서, 같이 뉴스를 보던 친구는 느닷없이 민주당 지지철회와 함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 대표 지지 선언을 했고, 함께있던 나는 성동구의 영웅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대권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다. 추 대표와 더불어 누가 제일 상병신인가 겨뤄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추 대표가 압승인 것 같다. 정말 멍청한 하루다.  




2016년 11월 13일 일요일

대마를 잡았는가




  13일 일요일 아침,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을 강력하게 주창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이르면 15일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위에서 나타난 여론의 반향을 보고 급박하게 나서기 시작한 듯 하지만,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두 가지 움직임을 묶어 해석하기도 하였다. 검찰이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엮는데 성공하면 이는 탄핵안의 필요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에 맞춰 비박계가 탄핵안을 발의하여 통과가 된다면 헌재판결로 넘어가 최대 180일의 시간을 벌게되고,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가 되고 현 황교안 총리가 대행을 맡게된다. 이로써 황교안 총리 중심으로 여당이 다시 정국 주도와 수습을 맡으면서 재창당을 진행할 거라는 것이다. 또한 6개월 여의 시간 후 헌재가 탄핵안을 승인할지 기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를 두고 2선 후퇴, 중립 거국 내각 에 머물고 있어,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이야기도 나왔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 이야기가 나오자, 민주당 지지층으로 부터는 정권 비판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프락치 같은 일이라거나 혹은 민주당 대마론, 민주당의 2선 후퇴 주장이 큰 그림이며 매우 정교한 입장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골자는 이렇다. JTBC보도 이후, 민주당이 신중론을 편 것은 중위층을 확보하기 위함이었고, 새누리당에서 탄핵, 하야가 나오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2선 퇴진은 가능한 선에서 가장 강한 요구다. 새누리당에서 탄핵을 주장하면서 그들은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민주당 주도 거국 중립내각과 별도 특검 및 국정조사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선택지가 많고, 새누리당은 따라가는 상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비박계가 지도부를 무시하고 탄핵안을 내놓는다면 야당과 협상해야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앞서 언급했던 이유들로 인해 탄핵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탄핵안 조건으로 2선퇴진과 자신들이 추천한 총리 임명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비박계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탄핵을 미는 자신들의 정의구현을 권력에 눈이 먼 민주당이 정쟁화하고 있다고 역공도 가능하다. 이러한 역공을 당했을 때 박근혜 퇴진을 원하는 여론 상 민주당이 탄핵을 마냥 반대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심지어 여전히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는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거국내각총리 임명 혹은 내년 1월 조기 선대위를 사퇴 조건으로 내건 듯 한대, 사실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그는 총리임명이 국회 내 당쟁으로 인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 하다. 게다가 그들이 상존하는 한 별도특검이나 국정조사도 새누리당이 마냥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사실 비박계 단독으로 탄핵안 발의 한 다는 것 자체가 뭐 분당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도 하다. 


  박 대통령과 친박은 이미 정치적 사망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함정은 바로 이거다. 2선 퇴진이든, 하야든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100만이 모였는데도 청와대는 국정정상화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태연함을 내비췄다. 2선 퇴진이든 하야든 선택권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에게 있고, 어차피 죽을 그들이기 때문에 지금의 권력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들 것이다.  




  내치, 외치 모두 포함해 2선 후퇴하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얼마나 스마트한 건지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야"가 너무 극단적인 거니까 "사실상 하야"를 외치는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는 조금 누그러뜨려진 거니까 받아들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인가?


  그리고 새누리당 쪽에서 탄핵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 민주당의 노림수라는데, 그것 또한 잘 납득이 안된다. 비박계가 탄핵 먼저 말했다고 딱히 민주당이 득을 보는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예상되는 상황은 교착에 불과할 것 같은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을 끌어낼 방법이 없으니, "사실상 하야"를 주장한다는 데, 내가 보기엔 그 "사실상 하야"도 현실적으로 끌어낼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 "사실 상 하야" 또한 시한부 대통령을 전제로 깔고 있는 건데,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일까 싶다. 


  "손 떼라" 전략이 정말 스마트한 아이디어인지, 그냥 그렇게 믿고만 있는 건지 와는 별개로  내 개인적인 추론에 민주당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정권 획득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박 대통령이 진짜로 하야해버리면, 정국은 이제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친박은 알아서 정리 될 것이고, 비박은 힘을 얻어 새누리당은 수습될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책임을 어느 정도 씌울수는 있겠지만, 박 대통령이 하야로 책임을 끝내버리면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여론도 어느 정도 가라 앉게 된다. 60일 이내 대선 준비는 각 당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예측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고스란히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지금이 당차원에서 정권을 탈취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야 후 경쟁 체제로 들어가버린다면 무능한 그들로써는 동력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또다시 경쟁구도로 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행하는 상황도 그들로써는 결코 이롭지 않다. 따라서 그들은 하야라는 말을 너무 극단적이라는 핑계로 꺼내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박근혜 퇴진 그 자체보다는 자신들이 내각을 날로 처먹으려고 2선 후퇴를 주장하는 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원하는 거국내각이 이뤄지고 식물 대통령 만들고, 하야시키는 데 민주당에게는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민주당에 이로운 것일 뿐이다. 100만 명이 나와서 한 뜻으로 말한 건 박근혜 퇴진이지 민주당 내각 집권이 아니다. 이제 100만 쯤 나왔고, 그리고 밤새 차벽 두들겨 줬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여전히 마이동풍이라면, 민주당이 "하야"라는 확실한 의제 하나를 자신있게 리드 하는 게 더욱 스마트한 게 되지 않을까도 싶다. 


  법적 근거도 없고 모호한 2선 후퇴에 매몰되어 자신들의 이익 계산이나 하는 것 보다는, 박 대통령 하야 촉구로 확실히 100만 여론의 메시지를 실현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아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처벌과 검찰 견제까지 치고 나간다면, 2선 후퇴 내각은 손해 볼지 모를지언정, 향후 있을 대선과 개헌에서 확실히 정국 주도권을 유지해 낼 수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100만 쯤 나와서 힘 실어줬으면 좀 나가서 깝쳐도 되는 거 아닌가?


   
  하여간 이제 민주당은 김무성 전 대표 덕분에 탄핵 프레임에 걸려든 것 같고, 구체적인 의제도 못 내 놓을 것 같다. 그냥 자기 당 이익만 따지는 무능한 이미지가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정치란게 참으로 더럽게 어려운가 보다. 



  요새는 그냥 박원순 서울 시장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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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잡느라 뺑이치며 느낀 절망과 
택시비 현금박치기에 대한 분노는 
박근혜 씨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제발 좀 빨리 꺼져줬으면 좋겠다.



1.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이 거장은 항상 정확한 시간이 되면 산책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산책 시간 어긴적이 딱 두 번 있는데, 한 번은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늦은 것이고, 다른 한 번은 프랑스 혁명을 다룬 신문을 읽다가 늦었다고 한다.


  2011년 모하메드 부하지지라는 한 청년의 죽음을 시작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혁명의 물결에 물들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까지 전공한 그는 취직이 안되자 트럭 과일 노점을 시작했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팔던 과일과 트럭을 튀니지 당국에 모조리 압수당했고, 이에 그가 돌려달라고 호소하자 돌아온 건, 묵살과 뇌물 요구 밖에 없었다. 그는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분신 자살을 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강압수사를 못 이기고, 저택 뒷산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국민들은 분노했고, 거리에 나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진행됐다. 장례를 맡았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국민장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국민들은 거리에 나와 슬픔을 쏟아냈다.




2.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분노와 허무감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타협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면 성공한다." 라는 상징이 "타협하지 않고 소신을 지켜면 자살하게 된다."는 상징이 된 꼴이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도, 그리고 나중에 봉하마을에 가서 그를 추모할 때도 나는 눈물을 수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국민장에 가지 않았다. 딱히 이유같은 건 없다. 그냥 가지 않았다.


  한 때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을 시작으로 프랑스 혁명사에 심취하여 관련한 자료를 끝없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적 사건의 진행 과정을 반추할 때면, 알수없는 흥분이 느껴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해야할 이유도 없었지만, 나는 도서관 한구석에 쳐박혀 끊임없이 읽어댔다. 스스로 대견해했다. 또한 왜 나는 이런 역사적 시대에 없었을까 아쉬워했다. 


  2011년 혁명에 대해 알게 된 건 그 쯤이다. 혁명이 끝나고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던 즈음이다. 프랑스 혁명이란 과거에 흥분했던 나는 내가 바로 살고 있던 시대에 있는 혁명을 새까맣게 잊어먹고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칸트는 신문보다가 평생을 지킨 산책시간도 놓쳤다는데, 나는 귀막고 골방에 쳐박혀 과거나 빨며 자만하고 있던 꼴이었다. 이 후 나는 부채의식에 짓눌렸고 내 미래 설계는 크게 변했다. 




그리고 오늘.


  시위 인원이 추산 100만을 넘었다는 뉴스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건국 이래 최대 인원이다. 인원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상당히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여전히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리 봐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여튼 그들은 그렇다고 한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과 방법을 검토중이라고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말이다. 제 1 야당인 더민주당의 지도부는 기어이 하야라는 말을 못하고, "손떼라"는 진심 바보 같은 구호를 들고 나섰다. TV조선은, 내자동에서 대치중이던 시민 한 명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몸싸움을 벌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폭력시위가 나라를 망칠 수 있다며 뭐 같은 소리를 늘어놨다. 이런 식으로 폭력시위가 계속된다면, 트럼프의 지지층과 같이 지지율에 나타나지 않는 박근혜의 지지층에 의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으름장은 보너스다.

  
  하지만 나는 시위에 나가지 않았다. 일이 끝나지 않아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비열하고 저급한 변명이다. 한 시라도 뛰쳐나가고 싶은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런 데 나가면, 막 신나고 재밌고 그래서 나간대"라고 지껄여대는 멍청이들 사이에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정말 정말 깊고 깊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어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 시국에 느끼고 있다는 바로 그 책임감과 사명감이었다.


  역사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리라고 그리도 다짐 했건만.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에 가자는 친구의 권유를 씹으며 쿨한 척 했던 것을 그리도 후회했건만. 그리도 역사적인 오늘,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다. 이런 시국에 뻘소리나 늘어놓으며, 뻘짓거리나 하고 있는 내 주변의 머저리들은 도무지 끝날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래도 그 머저리들보다 역겹고 위선적인 건 바로 나 자신일 거다.


  왜 이런 부끄러움과 치욕까지 느껴야 하는가.  잘못은 저들이 저질렀건만, 사사롭고 일상적이고 소시민 적인 삶에 잘 숨어 있는 내가 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가. 저들이 없었다면 이따위 치욕과 분노없이 어련히 무난한 일상을 넘겼을 것인데 말이다.


   정말 제발 좀 빨리 꺼져줬으면 좋겠다. 다시 소시민적 일상에 아무런 죄책감 따위 느끼지 않으며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말이다.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오늘 박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났다. 공개, 비공개 포함 13분 간의 회담의 내용은 여야가 합의하여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청와대는 그것을 따르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국민의 당 박지원 비대위장은, 청와대가 시간 끌기 전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이렇다. 

  청와대는 먼저 국회가 비토 할 것을 뻔한 상황에서도 김병준 총리 후보를 강행했다. 이어 한 발 양보하는 척 국회에 출석하여 여야가 합의한 후보를 내면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함으로써 공을 국회에 넘겼다. 하지만 국회가 여야가 합의된 총리 후보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여전히 사퇴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비박계 이탈의 위기까지 맞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야당인 민주당, 국민의 당, 정의당 또한 각자 입장을 달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총리 후보 인선" 문제로 각 당과 각 계파들 간의 경쟁구도가 벌어진다면, 후보 선정도 늦어지고, 총리 임명도 늦어지고, 특검도 늦어지게 된다. 이 상황에 최재경 민정수석을 통한 검찰 조율이 들어간다면 검찰수사 또한 늘어지게 된다. 청와대는 내부 수습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이러한 청와대의 포석이 결국 "국회 무능론", "국회 무용론"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판을 깔아줘도 못 먹는 무능한 국회에 대한 비난으로 현재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여론이 희석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상황을 초래해놓고, 국회 탓하려고 함정을 치는 영악한 청와대의 프레임 선점에 국회는 더욱 비상하게 움직이기 커녕 여전히 그냥 딜레마에 빠져있는 듯 하다. 여당은 오늘도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퇴하라고 그리도 소리쳤음에도 이정현 대표가 건재한 대서 오는 내부 갈등때문에 바빠보이고, 야당인 민주당은 거칠게 이야기하는 대권 주자들을 아침부터 모아 본인들의 신중론에 포함시키느라 애쓰는 듯했다. 국민의 당은 박지원 대표가 시원스러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당세가 적어서 인지, 주도자가 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와 중에 더불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JTBC 뉴스룸에 나와서 역시나 바보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들어갔다. 정권에만 욕심내고 있는 무능하고 오만한 야당의 이미지였다. 인터뷰에서 손석희 앵커는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야당의 단계적 퇴진론총리 인선 문제로 인한 시간 지연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여기에 우 원내대표는 단계적 퇴진론이 "야당이 요구한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하고, 외교, 안보 분야를 제외한 내정 전권을 대통령이 약속한다면, 퇴진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고, 시간 지연 문제는 쿨하게 "대통령이 약속만 한다면 금방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법적 근거가 없는데, 단지 대통령의 의견 표명 만으로 효력이 있겠냐는 지적이나, 조건에 시점이 없고 애매하다라는 손 앵커에 질문에 대통령의 의사표시가 진정성과 실효성을 갖추는 지 의총에서 결정할 것이다는 수준의 대답만 늘어놨다. 여론은 물론 대권 주자들 중에서도 하야나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는 언급에는 "광장에는 광장의 방식이 있고, 국회에는 국회의 방식이 있다."고 말했고, 중대한 결심이 있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른다. 대권 주자는 각자 알아서 할 것이고, 당론이 거기에 따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만 물었을 뿐인데 혼자 당론 어쩌고 언급하며 무덤을 팠다. 모르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손석희 앵커의 되물음에는 손 앵커의 당황스러움이 묻어있어 보일 정도였다. 대통령이 만약 야당안을 받아들이면, 내정 업무 분담은 어떻게 할거냐는 추가 질문에도 손 앵커의 유도 질문에 따라가는 수준만 대답할 만큼 전혀 준비가 안되있었다. 


   손석희 앵커가 사실 상 인터뷰가 아니라, 야당이 점수를 딸 수 있도록 아예 대놓고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상호 원내대표의 답변 수준은 개인적으로 완전히 기대이하였다. 그냥 순진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싶을 정도였다. 민주당은 이미 특검 제안이나, 거국 내각등을 먼제 말해놓고, 여당이나 청와대가 받아들이는 모션을 취하자, 상설 특검은 안된다거나, 자신들이 선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번복하는 삽질을 했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워낙 거대한 사안이라 넘어간 것이지, 아니었다면, 진작에 역공을 몇 번은 당해도 당했을 삽질이다. 그냥 준비도 안하고 막 뱉는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이번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뭐에 기대서 대통령의 의사표현을 신뢰하겠다는 건가. 업무 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없으면서, 무슨 야당 추천 총리인가. 다음 대선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언제 여야 합의하고, 언제 프로세스 만들고, 언제 후보 추천하고, 언제 업무분담 하나. 대통령 약속의 진정성을 그냥 자기 네 당 의총에서 다수결로 평가하면 끝인가.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대통령이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한들, 어떻게 이원집정부가 되는가. 청와대는 여전히 잘못에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미쳤다고 야당의 허수아비 놀음에 참여하겠는가. 이해찬 전 총리가 G20에 총리가 가니 상대도 안해주더라는 말 한마디에 외교는 그래도 대통령한테 맡기겠다는데, 대통령제서 내정 실권도 없는 허수아비 대통령은 G20서 상대해주나. 어설프게 자신들이 받은 당면 상황을 청와대에 떠넘기려는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민주당은 참으로 착각하며 사는 것 같다. 여론이 청와대에 등돌렸다고 당연히 자기 편일 거라고 또다시 자만하고 있다. 자기들이 벌써 뭐라도 된 마냥 건방지게, 내정 실권에 이름표 붙여놓고 있다. 다음 대선까지 얼마남지도 않았는데, 그 시간동안 내각제 흉내나 내며 정권놀이하겠다는 건가.  "국회는 국회, 광장은 광장" 발언 또한 다분히 선민적이다. 광장을 대표하는 것이 자기들 아닌가. 중간층을 의식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제도정당"이라는 되도 않은 워딩까지 섞어 굳이 MBC도 아니고 JTBC까지 와서 되도 않은 소리들을 해야했나 싶다. 질문을 하는 손석희 앵커도 계속 어이가 없는지, 그의 되물음이 자꾸 "니네 정말 그렇게 밖에 말 못하냐?"라는 말로 들렸다. 손 앵커가 힌트를 자꾸 던져줘도 알아쳐먹지도 못하고 바보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앉어있다. 우 원내대표를 보고 있자니, 손 앵커의 질문대로 국정공백의 책임이 고스란히 민주당으로 전부 다시 돌아갈 듯 싶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해, 대중들은 박근혜 정부 자체에 이미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이 말의 뜻이 "그래서 민주당 따위를 지지한다" 가 아니라, 그냥 이런 말도 안되는 사건이 생기는 정부 자체에 대한 보이콧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건 자체가 이미 현 질서 전체의 기강을 흔드는 것이고, 국가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박살내는 일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를 질타 하는 것이고, 대통령 하야를 주창하는 것이지, 무슨 야당 나부랭이들이 내각제 흉내나 내라고 나가서 시위하는 게 아니다. 

  역시나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민주당은 여전히 잿밥에 눈이 멀어 능력도 안되면서 무임승차하려고 벌써부터 설레있는 것 같다. 하야 정국이라는 엄청난 찬스에다 자멸하고 있는 여당까지 두고도, 줘도 못쳐먹는 민주당은 왠지 또 다시 역풍 맞고, 추미애 대표가 삼보 일배나 쎄빠지게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그냥. 





2016년 11월 6일 일요일

The world new no.1, Andy Murray






  2016 파리 마스터즈 대회가 치러지는 도중,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대회 8강에서 탈락하고, 2위 앤디 머레이Andy Murray가 결승에 진출 함으로써 앤디 머레이가 드디어 커리어 첫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로써 절대 무적 같았던 조코비치의 연속 세계랭킹 또한 122주(총223주)에서 마감되었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237주 연속 1위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록인지가 새삼스럽다.)


무려 1,915포인트나 차이나던 앤디 머레이는 어떻게 노박 조코비치를 역전하였는가.


  지난 월요일(10.31)에 발표된 랭킹에서 노박 조코비치는 랭킹 포인트 12,900점으로 1위, 앤디 머레이는 10,985점으로 2위였다. 작년 파리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000포인트를 벌었던 조코비치는 올해 파리 마스터즈 8강에서 14-0이라는 본인 최고 연승 상대였던 마린 칠리치Marin Cilic에게 4-6, 6<2>7로 첫 패배를 허용하며 탈락했다. 반면에 앤디 머레이는 4강 상대였던 밀로스 라오니치Milos Raonic가 기권하면서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1000포인트 중 180포인트만 방어에 성공했고, 지난 해 준우승에 그쳤던 머레이는 600포인트를 그대로 방어에 성공했다. 만약 존 이스너John Isner와의 결승에서 머레이가 승리한다면, 머레이는 추가 400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조코비치 dropping -820, 머레이 dropping 0


  여기에 다음 주 랭킹에는 작년 월드 투어 파이널ATP World Tour Finals 포인트가 차감된다. 월드 투어 파이널은 세계랭킹 1위 부터 8위까지 8명의 선수가 두 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어 한 개조 1위와 2위가 각각 다른 조 2위와 1위와 준결승을 펼치고, 두 경기의 승자가 최종 결승전을 갖는 형태이다. 조별리그인 RR(Round Robin)에서는 경기당 승자에게 200포인트가 주어지고, 준결승에서는 400포인트, 결승전 승자는 500포인트가 주어진다. 즉 RR이 3경기이므로 모든 경기를 승리한 우승자는 1,50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난 해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RR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패배한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이기고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는 200+200+400+500 = 1,300 포인트를 얻었다. 반면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Stanislas Wawrinka에게 패배하며 RR에서 탈락한 앤디 머레이는 다비드 페러David Ferrer에게 거둔 승리로 200포인트만 얻었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얻은 랭킹 포인트 만은 대회가 시작하기 1주일 전에 차감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주 월요일 발표될 랭킹에서는 노박 조코비치가 1,300포인트가 차감되고, 앤디 머레이는 200포인트가 차감된다. 조코비치 dropping -1,300, 머레이 dropping -200


  2016 파리 마스터즈 결승이 아직 치뤄지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조코비치는 총 2,120(1,300+820)포인트가 차감되고, 머레이는 200포인트만 차감되었다. 이로 인해 앤디 머레이는 10,785 포인트가 되었고, 노박 조코비치는 10,780 포인트가 되었다. 앤디 머레이가 드디어 노박 조코비치를 5포인트차로 앞서면서 첫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일단 확실히 앤디 머레이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른다. 하지만 머레이가 1위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슬아슬하다. 만약 머레이가 파리 마스터즈를 우승한다면, 400포인트를 추가할 수 있어 조금은 여유가 있지만, 우승하지 못한다면, 월드 투어 파이널 RR 한 경기 만으로도 다시 랭킹이 뒤집힐 수 있다. 경기 당 포인트가 배정되는 월드 투어 파이널의 특성상 머레이가 연말 세계 랭킹 1위로 마무리 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 




세계 랭킹 1위 앤디 머레이Andy Murray


  맨날 궁시렁 궁시렁 칭얼거리며며 경기를 하는 앤디 머레이가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대단히 놀랍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이 세 명을 제외한 선수가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건 페더러가 1위에 오르기 직전 이었던 2003년 초 앤디 로딕Andy Roddick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머레이의 1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이 노박 조코비치를 확실히 물리치고 따낸 1위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2016 롤랑가로스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1세트를 따고도 3세트 내리 내주며 준우승에 그친 이후, 앤디 머레이는 조코비치를 상대한 적이 없다. 


  윔블던 8강에서 풀타임 신승을 거뒀던 쏭가Joe Wilfred Tsonga, US 오픈 8강에서 상대해서 패배했던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 올림픽 결승에서 델 포트로Juan Martin del Potro 정도를 빼면, 하반기 동안 딱히 어려운 경기나 상대도 없었다. 조코비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 이후 스스로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고, 페더러는 진작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선언했고, 나달 또한 US오픈 4라운드 탈락 이후 자취를 감췄다. 바브린카는 US 오픈 우승 외에는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경기마다 설렁설렁 치다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델 포트로에게 머레이는 데이비스 컵에서 이미 한 번 졌다. 하지만 델 포트로가 머레이를 위협하기에는 아직은 안정성이 모자라다.


  머레이는 US오픈은 탈락했지만, 하반기 하드코트 시즌에서 꾸역꾸역 우승, 준우승을 거듭한 덕분에 포인트를 많이 쌓았고, 그동안 조코비치는 느닷없이 패배해주는 덕분에 차이가 많이 좁혀질 수 있었다. 대단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강자였던 조코비치를 맞대결에서 만나 무너뜨려가며 1위 자리에 올랐다면, 항상 무언가 부족해 보이던 빅4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쌓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다. 올 시즌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마드리드, 로마, 프랑스 오픈까지 머레이와 조코비치는 4번 만나 조코비치가 3승 1패로 앞섰다. 그 1패도 머레이의 대진운 덕분이었다는 것이 평론이다. 머레이가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고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한 2012년 US오픈 이후로는 16승 3패로 조코비치가 압도적이다. 머레이가 1위를 했지만, 그의 입지가 딱히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라이벌이라는 데 맞대결이라도 열심히 해서 상대를 극복해가는 모습이라도 나타나야 1위도 값지고, 재미있었을텐데 아쉽다.





   하긴 열심히 한 머레이가 무슨 잘못이 있나 싶다. 느닷없이 정신줄 놔버린 조코비치가 잘못한 건가. 요즘 보리스 베커도 제쳐두고, 무슨 명상 코치를 데리고 투어다닌다는데, 조코비치도 어지간히 테니스가 재미없어졌나 보다. 피곤하게 하는 나달도 없고, 발리 가르쳐주는 페더러도 없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도 해버렸고, 올림픽은 날라가버렸고, 머레이는 날뛰어봤자 자기 아래라고 생각하니까, 조코비치의 성취욕도 많이 떨어졌나 싶기도 하다. 



2016년 11월 5일 토요일

그놈의 책임은 개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1월 5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를 통해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라면 대통령하야 요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이정현 당대표에게 재빨리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그가 대통령 하야에 반대하는 이유는 87체제 지속과 사회적 안정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정계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 지금, 대통령 하야로 60일 이내 대선을 급하게 치른다면 야당에 정권을 헌납할 것이 분명하다는 전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순혈 친박 정도라고 할 수있는 이정현 당대표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선긋기의 일환일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중단 우려를 호소했지만, 현재 정권에 대한 신뢰가 왜 완전히 박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다. 


  김경준 총리 후보자는 청와대의 지금 시국에서의 총리 제안을 어떤 역사적 사명쯤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결정은 스스로에 대한 자만과 과신에 의거한 것 쯤으로 보여질 듯 싶다. 총리가 친노냐 동교동계냐 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신뢰를 완전히 잃은 대통령이 여전히 이 시국에서조차 권력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통령의 의사결정 자체가 사소한 것 까지 의심받고 있는 이 시점에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척 총리인선을 나서 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녀는 대국민담화에서 책임총리에 관한 일말의 언급조차 하지않았다. 

  
  지지율이 5% 라는 건, 오차범위가 3.1% 인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0%에 매우 근접했음을 의미한다. 지금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사과라는 건 얼마나 호소력 짙게 예쁜 말로 사과하냐가 아니라, 이런 파국의 중심에 있는 그가 어떻게 책임 질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는 전례가 없는 결정적인 실책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권력의지와 정국주도권을 내려놓는 것이 그 책임이다. 박 대통령이 보다 현명했다면, 본인이 물러나는 대신 대선에 두려움을 가진 여당과 협의하여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장을 타협했을 것이다. 

  
  여튼,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하야 이야기는 하면 안된다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현상황에서 듣기엔 참으로 웃기는 소리다. 그렇게 책임이 중요하면, 왜 이정현 대표한테는 그리도 사퇴하라고 떠들어대는지 모르겠다. 대통령과 당대표는 다르다고 할텐가? 참으로 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