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가 대단히 재미있다. 오늘은 황영철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간사가 뉴스에 나와 기억될만한 장면을 연출했다. 어제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나온 뒤, 황 의원은 JTBC 뉴스룸 인터뷰에 나와 비박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를 밝혔다. 황 의원은 비박계가 야당에게 탄핵 결의 일정을 9일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 전까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여야가 협의하고, 청와대에도 4월 퇴진 일정을 밝혀달라했다고 언급했다. 만약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9일 탄핵 일정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는 이에 대해, 현재 야3당이 박 대통령 퇴진 협의 보이콧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으며, 그렇다면 여야 협의는 이루어질 수 없으니, 비박계는 9일 탄핵 일정에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야당이 탄핵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것이 맞냐고 질문했다. 황 의원은 동의하면서 청와대에서 4월 퇴진 일정에 대해 응답을 낸다면, 또 어떤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손 앵커는 다시금 명확히 하기 위해 야당이 박 대통령 퇴진 일정에 협의하지 않으면, 9일 탄핵에 참가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황 의원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반전이 있었다.
4월 퇴진이라는 것이 개헌과 묶어서 가는 것이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황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원로들의 의견과 국회 다수의원들의 뜻이 모인 만큼 개헌이 충분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황 의원은 강조했다. 손 앵커가 그건 니 생각일 뿐이지 않냐, 그렇게 되면 개헌과 박 대통령 퇴진이 패키지가 되는데, 퇴진은 원하지만, 개헌은 원치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되냐고 물었다. 이에 황 의원은 예술적으로 대답하기 시작한다. 그냥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이 개헌을 원한다는 것이다. 손 앵커가 어이가 없다는 듯, 그건 니 생각일 뿐이다라고 재차 알려줘도, 황 의원은 국민이 개헌을 요구하고, 개헌 퇴진 패키지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 이제 반전은 무엇인가? 반전은 인터뷰가 끝나고 조금 지나서 나온다. 국회 기자와 연결하는 동안, 손 앵커는 야당과 퇴진 일정 확정이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9일에 탄핵으로 갈 것이다는 황 의원의 언급이 맞는지 재차 확인한다. 이에 기자는 인터뷰가 끝나고 황 의원에게 다시 물어보니, 야당과의 협의는 상관없다, 청와대의 응답이 있을 경우 탄핵은 중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손 앵커는 황 의원이 말을 바꿨다고 마무리했다.
황 의원이 밝히고자 했던 의도는 다음과 같은 구조일 것이다.
- 9일까지 야당과 협의를 하기는 한다.
- 9일까지 청와대에 4월 퇴진에 대해 건의한다.
-> 응답이 오면 탄핵 중단(새흐름?) / 응답이 안오면 9일 탄핵
즉, 청와대와의 협의가 9일 탄핵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야당과의 협의는 하기는 하지만, 본인들 알 바는 아니라는 요지다.
손 앵커가 받아들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구조다.
- 9일까지 야당과 협의를 한다. and 청와대에 4월 퇴진에 대해 건의한다.
-> 이게 결렬되면, 9일 탄핵한다. 다만 청와대에서 응답이 오면 새 흐름(?)이 온다.
-> 야당은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 따라서 비박은 9일 탄핵 결의에 참가한다.
그래서 손 앵커는 "야당으로 주도권 갈 것이다." 라고 강조하며, 이 입장이 맞냐고 재차 물은 것인데, 황 의원은 멍을 때리고 있었던 건지, 마냥 "그렇습니다"하고 호응하고 만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JTBC는 인터뷰 후에도 재차 물었고, 이에 황 의원이 다시 본래 의도를 말하게되니, 인터뷰 때 입장과, 인터뷰 이후 입장이 다르게 된다. 차마 질문을 못알아쳐먹은 황 의원이 멍청하다고 하기 좀 그랬는지, 손 앵커는 그럼 황 의원이 말을 바꾼 것이라고 하며 마무리 짓는다.
질문을 똑바로 못 알아쳐먹고 "예, 예" 그런 것이나, 개헌 논의를 지멋대로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고 우기는 것이나, 황 의원은 참으로 바보같은 꼴을 보이고 들어가게 됐다. 황영철 의원 여타 매체에서 말도 깔끔하게 하길래 이미지 좋았는데, 왜 바보같은 꼴 보이고 갔는지 모르겠다. 하긴 요새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 자주 보게 되는데, 최근 손 앵커의 인터뷰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장 정도 밖에 없는 것 같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나와서 각각 광장 여론 매도와 총선 불출마 번복라는 삽질을 하고 들어갔고, 심지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조차, 국민 여론의 뜻으로 어떤 다양한 방법의 퇴진 후 대선 과정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식으로 어설프게 얼버무리다가, 절차라는 게 헌법이 규정한 60일 이내 조기대선 밖에 없지 않냐며 호되게 털렸다. 참으로 대단한 언론인이며 인터뷰어라고 생각한다. 손 앵커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나는 좀 아닌 체하면서 지내긴하는데, 참 볼 때마다 당황스러울만큼 놀랍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