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요일 아침,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을 강력하게 주창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이르면 15일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위에서 나타난 여론의 반향을 보고 급박하게 나서기 시작한 듯 하지만,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두 가지 움직임을 묶어 해석하기도 하였다. 검찰이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엮는데 성공하면 이는 탄핵안의 필요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에 맞춰 비박계가 탄핵안을 발의하여 통과가 된다면 헌재판결로 넘어가 최대 180일의 시간을 벌게되고,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가 되고 현 황교안 총리가 대행을 맡게된다. 이로써 황교안 총리 중심으로 여당이 다시 정국 주도와 수습을 맡으면서 재창당을 진행할 거라는 것이다. 또한 6개월 여의 시간 후 헌재가 탄핵안을 승인할지 기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를 두고 2선 후퇴, 중립 거국 내각 에 머물고 있어,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이야기도 나왔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 이야기가 나오자, 민주당 지지층으로 부터는 정권 비판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프락치 같은 일이라거나 혹은 민주당 대마론, 민주당의 2선 후퇴 주장이 큰 그림이며 매우 정교한 입장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골자는 이렇다. JTBC보도 이후, 민주당이 신중론을 편 것은 중위층을 확보하기 위함이었고, 새누리당에서 탄핵, 하야가 나오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2선 퇴진은 가능한 선에서 가장 강한 요구다. 새누리당에서 탄핵을 주장하면서 그들은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민주당 주도 거국 중립내각과 별도 특검 및 국정조사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선택지가 많고, 새누리당은 따라가는 상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비박계가 지도부를 무시하고 탄핵안을 내놓는다면 야당과 협상해야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앞서 언급했던 이유들로 인해 탄핵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탄핵안 조건으로 2선퇴진과 자신들이 추천한 총리 임명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비박계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탄핵을 미는 자신들의 정의구현을 권력에 눈이 먼 민주당이 정쟁화하고 있다고 역공도 가능하다. 이러한 역공을 당했을 때 박근혜 퇴진을 원하는 여론 상 민주당이 탄핵을 마냥 반대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심지어 여전히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는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거국내각총리 임명 혹은 내년 1월 조기 선대위를 사퇴 조건으로 내건 듯 한대, 사실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그는 총리임명이 국회 내 당쟁으로 인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 하다. 게다가 그들이 상존하는 한 별도특검이나 국정조사도 새누리당이 마냥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사실 비박계 단독으로 탄핵안 발의 한 다는 것 자체가 뭐 분당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도 하다.
박 대통령과 친박은 이미 정치적 사망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함정은 바로 이거다. 2선 퇴진이든, 하야든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100만이 모였는데도 청와대는 국정정상화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태연함을 내비췄다. 2선 퇴진이든 하야든 선택권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에게 있고, 어차피 죽을 그들이기 때문에 지금의 권력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들 것이다.
내치, 외치 모두 포함해 2선 후퇴하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얼마나 스마트한 건지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야"가 너무 극단적인 거니까 "사실상 하야"를 외치는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는 조금 누그러뜨려진 거니까 받아들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인가?
그리고 새누리당 쪽에서 탄핵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 민주당의 노림수라는데, 그것 또한 잘 납득이 안된다. 비박계가 탄핵 먼저 말했다고 딱히 민주당이 득을 보는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예상되는 상황은 교착에 불과할 것 같은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을 끌어낼 방법이 없으니, "사실상 하야"를 주장한다는 데, 내가 보기엔 그 "사실상 하야"도 현실적으로 끌어낼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 "사실 상 하야" 또한 시한부 대통령을 전제로 깔고 있는 건데,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일까 싶다.
"손 떼라" 전략이 정말 스마트한 아이디어인지, 그냥 그렇게 믿고만 있는 건지 와는 별개로 내 개인적인 추론에 민주당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정권 획득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박 대통령이 진짜로 하야해버리면, 정국은 이제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친박은 알아서 정리 될 것이고, 비박은 힘을 얻어 새누리당은 수습될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책임을 어느 정도 씌울수는 있겠지만, 박 대통령이 하야로 책임을 끝내버리면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여론도 어느 정도 가라 앉게 된다. 60일 이내 대선 준비는 각 당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예측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고스란히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지금이 당차원에서 정권을 탈취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야 후 경쟁 체제로 들어가버린다면 무능한 그들로써는 동력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또다시 경쟁구도로 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행하는 상황도 그들로써는 결코 이롭지 않다. 따라서 그들은 하야라는 말을 너무 극단적이라는 핑계로 꺼내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박근혜 퇴진 그 자체보다는 자신들이 내각을 날로 처먹으려고 2선 후퇴를 주장하는 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원하는 거국내각이 이뤄지고 식물 대통령 만들고, 하야시키는 데 민주당에게는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민주당에 이로운 것일 뿐이다. 100만 명이 나와서 한 뜻으로 말한 건 박근혜 퇴진이지 민주당 내각 집권이 아니다. 이제 100만 쯤 나왔고, 그리고 밤새 차벽 두들겨 줬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여전히 마이동풍이라면, 민주당이 "하야"라는 확실한 의제 하나를 자신있게 리드 하는 게 더욱 스마트한 게 되지 않을까도 싶다.
법적 근거도 없고 모호한 2선 후퇴에 매몰되어 자신들의 이익 계산이나 하는 것 보다는, 박 대통령 하야 촉구로 확실히 100만 여론의 메시지를 실현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아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처벌과 검찰 견제까지 치고 나간다면, 2선 후퇴 내각은 손해 볼지 모를지언정, 향후 있을 대선과 개헌에서 확실히 정국 주도권을 유지해 낼 수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100만 쯤 나와서 힘 실어줬으면 좀 나가서 깝쳐도 되는 거 아닌가?
하여간 이제 민주당은 김무성 전 대표 덕분에 탄핵 프레임에 걸려든 것 같고, 구체적인 의제도 못 내 놓을 것 같다. 그냥 자기 당 이익만 따지는 무능한 이미지가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정치란게 참으로 더럽게 어려운가 보다.
요새는 그냥 박원순 서울 시장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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