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가을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월요일이 개막한 오늘, 여야는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협의했다.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하여 두 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으로 예정된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는 물론,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하는 특검을 임명하는 초유의 일까지 열린 것이다. 어쨌건 여당은 야당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로서 검찰은 수사압박을 받게 되고, 야당에게는 본인들의 진정성을 보다 입증해내야 하는 책임이 넘어왔다. 

 그런데... 이 두 조건을 여당이 받아줘서 너무 고마웠던 건지, 아니면 김무성 전 대표의 탄핵 프레임에 뭔가 자기도 깝쳐야겠다 싶었던 건지,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느닷없이 청와대에 1:1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당연히 청와대가 제안 한 건 줄 알고 그걸 받아들인 것도 의아했으나, 무려 추 대표가 직접 한광옥 비서실장에게 다이렉트로 콜을 걸어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뭐라 딱히 묘사할 말이 없다. 그냥 바보짓이다. 1:1영수회담이라는 거대 건수를 문재인 후보는 물론 다른 최고위원들과의 협의도 없이, 의원 총회도 없이, 지멋대로 결정했다는 것도 쇼크고. 빤히 잃을 것 밖에 없는 영수회담에 왜 제발로 들어가겠다는 건지도 쇼크다. 영수회담에서는 하야하라고 강력하게 우겨도 본전에 불과하다. 하지만 회담의 특성상 무리수가 나오기 어렵고 사전 각본 조율도 이뤄지기 때문에 입장이 흐릿해지기 쉽다. 그럼 결국 추 대표는 원론 수준의 거국 내각이나 늘어놓을 것이고, 청와대는 냉큼 기존의 내각 통할 방침으로 엮어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1 야당 대표가 들러리 서줬으니 청와대는 더욱 뻔뻔해질 것이 틀림없다. 청와대 홈그라운드에서 연출되는 광경은 1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수습에 고개숙이고 있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혼자가서 깝쳤으니, 친박 외 나머지 정당, 계파들과의 갈등은 물론 국회 균열까지 괜히 긁어 만들게 된다. 이는 박근혜 하야에 올인하는 민심에 친박계 새누리당은 비켜가고 민주당이 대신 정통으로 맞어주는 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청와대가 내일 3시에 예정된 회담 준비에 설레어 있을때, 결국 추미애 대표가 의원 총회 및 비공개 최고위를 거쳐 입장 번복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본인이 제안해놓고 이제와서 또 영수회담에 본인이 참가하지 않겠다고 번복하고 앉어있다. 덕분에 청와대는 실컷 야당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사태수습과 대화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가 뒤통수 맞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DJ 대북 송금 수사했다고 삐져서 박근혜씨와 나란히 쪼개며 탄핵안 발의에 앞장섰다가 삼보일배로 삽질해야했던 우리 추미애 대표의 PTSD가 느닷없는 데서 드러난게 아닌가 싶다.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사람이 왜 저랬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덕분에 민주당은 다시 한번 아주 강하게 무능과 야비함의 이미지를 공고히했다. 어쩌다가 저런 작자들이 당 대표가 되고, 원내대표가 됐는 지 모르겠다. 추미애 대표 조만간에 삼보일배 하는 거 또 보게 생겼다. 





  아 그래도 오늘 추미애 대표의 멍청함이 잘한 게 딱하나 있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어제 내놓은 탄핵안 발의 주장이 가뿐하게 하루 동안 묻혔다는 거다.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번복이 너무 말도 안되고 멍청한 사건이라, 탄핵 주장 따위 관심도 못 받은 건 그나마 다행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아, 탄핵안을 묻어버리고자 한 추 대표의 빅픽쳐인가?

  추미애 대표의 담대함에 질까 겁나서, 같이 뉴스를 보던 친구는 느닷없이 민주당 지지철회와 함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 대표 지지 선언을 했고, 함께있던 나는 성동구의 영웅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대권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다. 추 대표와 더불어 누가 제일 상병신인가 겨뤄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추 대표가 압승인 것 같다. 정말 멍청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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