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1일 월요일

Andy Murray, Year end No.1







  요즘 내가 생각하는 예상들이 전부 들어맞지 않는다. 앤디 머레이Andy Murray가 연말 랭킹 1위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그 중 하나이다. 머레이는 결국 2016 월드 투어 파이널 결승에서 세계 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를 세트스코어 2:0(6:3, 6:4)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머레이는 이번 경기 승리 하나로 여러 성과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었다. 


  올 시즌 부터 데이비스 컵 국가대항전을 랭킹 포인트에 포함 시키지 않으면서, 머레이는 작년 데이비스 컵 우승으로 얻어낸 275포인트를 잃을 예정이었다. 따라서 조코비치와의 포인트 차는 130점에 불과했고, 400포인트가 걸린 준결승에서 머레이와 조코비치 둘 중 한 명이 탈락하고 한 명이 승리한다면, 승자가 무조건 연말 랭킹 1위를 가져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 승자가 우승컵과 연말 랭킹 1위를 동시에 가져갈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경기를 머레이가 승리함으로써 머레이는 3주 간 지켜왔던 세계 랭킹 1위를 연장할 수 있게 되었고, 연말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게다가 생애 첫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까지 얻어 낸 것이다. 






  두 개의 트로피를 한 방에 얻어낸 것 외에도 이번 머레이의 승리는 더욱 드라마틱 했다. 바로 결승전 상대가 노박 조코비치였기 때문이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역대급 라이벌이었고,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그들의 시대를 위협한 선수라면, 머레이는 거기에 조금은 어설프게 끼어 있던 선수였다. 특히 그랜드 슬램 우승 12회에 월드 투어 파이널 또한 이미 5번이나 우승했고, 마스터즈 1000 30회 우승, 연말 랭킹 1위 5회에 빛나는 87년생 동갑내기 조코비치에 비하면, 이제 막 세계 랭킹 1위,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한 머레이는 조금 초라해 보일 정도다. 호주 오픈 결승에 무려 5번이나 올랐던 머레이에게 4번(1번은 로저 페더러)이나 접시의 길로 보냈던 것도 조코비치였다. 머레이의 투핸드백이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코비치의 투핸드백은 사실상 올타임 넘버원으로 불리운다. 그나마 잔디 코트에서 두 번 만나(2012 런던 올림픽 준결승, 2013 윔블던 결승) 두 번다 머레이가 이겼다는 점이나, 올림픽 금메달 2연패를 했다는 점이 머레이가 내세울 만한 점이다. 
  머레이의 세계 랭킹 1위가 상대적으로 조금 폄하받았던 것도 2014년 하반기 이후 역대급 성적을 내고 있던 무적 조코비치를 제대로 꺾지 못하고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파이널로 머레이가 조코비치를 이기고 넘어서야 연말 랭킹 1위와 함께 자신의 세계 랭킹 1위를 확정 받을 수 있다는 이번 상황이 연출됐다. 그리고 기어이 머레이는 조코비치를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올 한 해를 드라마틱하게 마무리 하게 된 것이다. 






  경기평은 딱히 할만한 게 없다. 집중력의 차이라고 밖에 딱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라운드로빈에서 도미닉 티엠Dominic Thiem을 상대로 한 1세트 외에는 딱히 어려운 상황없이 결승까지 올라왔다. 밀로스 라오니치Milos Raonic와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긴 했지만, 2세트만에 끝났고, 조코비치는 빅서버에 강했다. 조코비치를 위협할 것으로 보였던 니시코리 케이Nishikori Kei는 2게임 밖에 못 따고 힘 없이 무너졌다. 반면에 머레이는 1위 유지를 위해서는 한 경기도 지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니시코리와의 라운드 로빈도 머레이는 힘들게 승리했고, 라오니치와의 준결승은 머레이의 어머니의 표정이 경기내내 패배를 예상할 만큼 힘든 경기였다. 기어이 라오니치를 역전하고 올라온 머레이여서 체력적으로나 부담이 있으려나 싶었지만,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준 왔다갔다 뛰어다니는 폼으로 조코비치를 상대했다. 패싱샷이 절묘하게 라인 안으로 들어갔던 것들이 컸던 것 같았다. 반면에 조코비치는 공이 짧은 경우가 많았고, 유난히 공이 가운데로 몰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조코비치가 잘할 때 보면, 코트 전후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풋워크가 안정되어 있고, 그냥 좌우로만 왔다갔다 하며, 상대의 강한 공 조차도 카운터로 코트 양쪽 구석으로 찌르는 모습이 많았는데, 이번 결승에서는 그냥 난타치듯 가운데로만 공을 쳐냈다. 조금은 조심스러워 보이는 모양새였다. 반면에 머레이는 1위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과, 영국 홈에서의 승리를 꼭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는지, 경기 내내 집중력이 상당했다. 당연히 랠리 주도는 조코비치가 했지만, 머레이의 방어력이 특히 돋보였다. 


  이번 우승 덕분에 머레이는 4주 이상, 사실상 내년 초까지는 순조롭게 랭킹 1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너무 허무하게 져서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정말 프랑스오픈 우승과 올림픽 광탈 이후, 동기부여가 확실히 무너졌나 싶다. 원체 실력이 압도적인 선수이니 격한 하락세에 빠질 것 같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지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뭔가 중요한 멘탈적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머레이가 이겨버린 덕분에 조코비치가 다 헤쳐먹고 있을 때 보다는 재미있어 진 것 같다. 내년 브리즈번 오픈에 컴백한다는 나달이 이번에는 확실히 부활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