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1일 월요일

도리9



  이정현 새누리당 당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당대표 사퇴 요구를 무시했다. 비박들의 주도로 비상시국대책회의를 열어 이정현 대표의 사퇴와 탄핵 정국을 논하고 있는 것 또한 강력하게 비난했다. 당의 미래인 초, 재선 의원들과 책임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비상 시국을 극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인은 12월 21일에 물러날 것이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버틸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물론 야당의 투트랙 전략을 가리켜 "이랬다, 저랬다" 라며 더 이상 혼란을 가속시키지말고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선 퇴진을 전제로 한 국회 추천 총리를 청와대는 거부했다. 검찰 조사도 거부했다. 특검 수사는 받겠다고 밝혔지만, 그 때가서 또 거부하면 그만이다. 청와대와 이정현 대표가 저리도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가 새누리당 책임 당원을 중심으로 한 자체 폴에서 이정현 대표가 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입장이 6할이 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침묵하는 다수가 본인들 편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정현 대표는 사퇴 요구에 대해 항상 "의리"를 강조한다. 오늘은 DJ, 노무현, YS 등등 과거를 언급하며, 세력에 위기가 찾아왔을때, 갈아타는 사람들은 영민한 사람들이지만,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아니냐면 격하게 화를 냈다. 자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자신의 야욕 때문이 아니라, 위기 일수록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수습하기 위함이며, 비록 지금의 위기에 빠졌지만, 신의를 지켜 대통령을 모시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은 이정현 대표는 작금의 상황을 철저히 정치공학적, 혹은 정치적 스탠스의 문제로서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떤 세력이든 위기는 찾아오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의"를 가지고 지켜내면, 또다시 상황은 반전되고 수습 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뭐 아예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무지한 인간의 맹목적 신앙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정현 대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나 또한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단순한 정치적 위기가 아니다. 국가 정치제도의 근본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건이고, 민주주의라는 18세기 이후의 시대적 사상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폭력시위는 커녕 폭동, 내전으로가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신의"와 같은 "도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는 비박계의 주도권 노림수도 당연히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를 충실히 따르는 여당대표로서 이번 사건에 함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위기, 혼란, 수습 뭐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이 갈수록 우스운 상황이 된다. 마치 본인이 불 질러 놓고, 혼란스러우면 안되니, 자신이 남아 불을 끄는데 앞장서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 대표도 바보는 아니니 모든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본의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심과 본인의 안전을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일 것이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분노만 치솟는다. 일부로 저렇게 어그로를 끄는 것인가 싶다. 



  근래에 참 웃기는 장면이 많이 벌어진다. 청와대는 엊그제 엘시티 관련 수사를 엄정히 하라고 검찰에 지시해놓고, 이제는 검찰의 수사가 중립적이지 않고,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환상의 집"이라고 비난했다.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별수사본부에 공소장에 제 3자 뇌물 수수 혐의를 명확히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질책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은 아이러니다 못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너무 말도 안되서 그런가 이것이 다 시나리오고 연극이라는 음모론들까지 설득력을 얻고있나보다.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언제까지 봐야되나 싶다. 이와중에도 평화시위와 비폭력을 주창하는 국민들이 정말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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